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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국가가 부른다.
“가봐야 하는 거지?”
미쉘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움직이더니 서랍을 열었다.
“이거 졸업 선물.”
미쉘이 네모난 상자를 강찬의 앞에 놓아주었다.
아직 프랑스 요원들이 몸을 숨긴 곳을 알지 못하고, 심지어 한국의 지원 세력은 출발하지도 못했다.
강찬은 급한 마음을 누르고 포장지를 뜯었다.
달칵.
고급스러운 상자를 열었을 때 안에는 가죽끈으로 된 시계가 담겨 있었다.
“고마워.”
이런 건 최소한 팔에 걸어주는 것까지가 예의다.
강찬은 시계를 들어 왼팔에 걸었다.
“멋지네.”
“잘 어울린다. 이제 얼른 가봐.”
강찬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미쉘이 다가왔다.
“축하해. 그리고 기운 내.”
미쉘의 뜨겁지 않은 몸으로 강찬을 안아주었다.
마치 프랑스에서 하는 가벼운 인사처럼 말이다.
“고마워.”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런 분위기인 것을 이해해 주는 것도, 그리고 선물도.
그러나 포옹은 길지 못했다.
미쉘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강찬이 몸을 뗐을 때 미쉘은 볼을 붉히고 있었다.
“몸이 더 탄탄해졌는데?”
웃음만 나왔다.
“나와 생일 약속했던 거 기억하지?”
“일방적인 요구였던 걸로 기억한다.”
“다음번엔 우리 저녁 먹자.”
“그래.”
강찬은 가볍게 미쉘의 등을 두드려 주고 방을 나섰다. 새로 뽑힌 직원들이 분위기를 살폈는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미쉘의 사무실을 나섰을 때 최종일과 우희승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강찬은 곧바로 17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먼저 위고에게서 접선 장소가 찍힌 문자가 날아와서 확인했고, 곧바로 김형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선 장소를 지금 받았는데 삼성동으로 가도 됩니까?”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
강찬은 사무실을 나와 바로 삼성동으로 향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다.
그래서 불과 10분 만에 삼성동에 도착했는데 김형정은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찬 씨. 괜찮으시면 내곡동으로 함께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죠.”
강찬은 바로 김형정이 가리키는 차로 옮겨 탔다.
상황이 그래서인지 거창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요원이 함께 움직였다.
“내곡동에서는 부원장님이라고 부릅니다.”
강찬이 표정이 밝지 않은 탓에 김형정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곡동의 국가정보원 입구로 들어서면 로터리 형식으로 크게 돌아야 건물에 닿는다.
현관에 도착하기 직전에 김형정이 신분증을 꺼내 강찬의 가슴에 달아주었다.
차에서 내려 건물 안쪽 마주 본 엘리베이터 4대를 지나쳐 돌면, 안쪽에 요원들이 지키는 별도의 엘리베이터 시설이 나온다.
강찬이 안쪽에 서자 김형정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층의 표시도 없는 버튼을 누르고 아래로 내려가자 이번엔 헬멧에 방탄조끼, 그리고 소총을 든 대원들이 엘리베이터 앞을 지키고 있었다.
복도의 안쪽 문을 열고 들어선 강찬은 고개를 숙였다.
문재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찬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원장, 졸업 축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황기현과 비슷한 인사를 마쳤다.
“앉읍시다.”
황기현이 가리킨 자리에 생수병과 주스, 그리고 잔이 있었다.
“리비아 현지 정보원의 배신은 확인했습니다. 부원장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희생이 있었을 텐데 고맙고 미안합니다.”
황기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외에 미국과 일본, 영국이 이번 리비아 작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사 표시가 있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UIS와의 중재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차세대 에너지 협약을 맺는데 우선권을 달라는 의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브리핑에 가까운 황기현의 설명이 끝나자 침묵이 흘렀다.
문재현도, 황기현도, 김형정도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답답할 거다.
일의 모양새도 그렇고, 모든 일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찬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그렇고.
“보고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아는 것들을 우선 말씀드리겠습니다.”
황기현이 편안하게 하라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프랑스 대사관에서 약속이 있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발전소 건설로 중요한 약속이라는 언질이 있었습니다.”
문재현이 말없이 강찬을 보고 있었다.
“오늘 리비아에 도착한 우리 요원들을 구하기 위해서 프랑스 정보총국 요원 7명이 희생되었습니다.”
황기현이 굳은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내일 어떤 의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지금 능력에 비해 너무 큰 것을 손에 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찬의 말이 민망했는지 김형정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유라시아 철도는 몰라도 발전시설은 한 번쯤 고려해 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응징을 결정해 주신 점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벌써 두 번째입니다.”
문재현이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황기현을 빠르게 본 다음, 다시 시선을 주었다.
“몽골에서도 현지 정보원에게 속아 우리 대원들이 희생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같은 이유로 요원들이 도착과 동시에 희생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은 그치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이쯤에서 발전소를 포기하자는 말만큼은 차마 하지 못해서 강찬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문재현은 잔잔한 미소를 담은 채로 강찬을 보고 있었다.
“부원장.”
“예.”
넉넉한 음성으로 불렀고, 잔잔하게 답을 했다.
“사실 우리가 가장 욕심낸 것을 꼽으라면 부원장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지?
강찬은 시선을 들어 문재현을 바라보았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쉽게 유라시아 철도를 얻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차세대 에너지의 기득권을 쥐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부원장의 개인 능력 덕분입니다.”
“대통령님…….”
“또 있습니다.”
강찬의 말을 막은 문재현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우리 특수팀의 수준을 단번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준 모습을 나는 절대로 잊지 못합니다. 특히나 부끄럽지만,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준 부원장과 대원들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도 붉혔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강찬은 잠자코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민족이, 이 나라가 우뚝 설 기회를 잡았습니다. 만약 부원장이 프랑스로 가겠다면 나는 부원장에게 차이는 한이 있더라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릴 겁니다.”
“대통령님……?”
“그렇게라도 부원장에게 매달려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민족과 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니까요.”
문재현이 눈빛을 빛내며 강찬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요원들, 그리고 대원들의 희생은 나 역시 견디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견뎌왔습니다. 좁은 땅덩이, 한정된 자원, 우리가 기댈 곳은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이 양반은 묘하게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것도 잔잔한 음성으로 말하는데 말이다.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일 요원들과 대원들이 쓰러집니다. 그렇지만 나는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잘못으로 많은 희생이 따르지만, 지금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또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말이 끝난 건가?
문재현이 황기현을 바라본 다음이었다.
“부원장. 대통령님이 한쪽을 잡으신다니 남은 한쪽은 내가 매달릴 겁니다.”
황기현이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하아!’
강찬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이 한낱 고등학생, 실제로는 이제 30살인 강찬의 바지를 붙잡겠다고 매달린다.
낯간지러운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외인부대 생활 탓일까?
부대, 함께 하는 동료.
외인부대는 그 두 가지가 늘 국가에 앞섰던 것 같다.
강찬을 둘러싼 세 사람이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전에서 쓰러지던 대원들이 보여준 것과 똑같은 열정이었다.
“접선 장소는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부원장. 대테러 팀장으로 다음 작전을 지휘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때 황기현의 질문이 강찬의 생각을 깨웠다.
“구출해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보총국에서 명령한 자와 실제로 작전에 뛰었던 자들의 명단을 알아내면 그때 정식으로 다시 응징을 가하겠습니다.”
이거야 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걸 거다.
강찬은 시선을 들었다.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 보세요.”
대답은 문재현이 했다.
“내일 대사관에 가게 되면 분명 차세대 에너지 발전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게 어느 정도 결정권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문재현과 황기현이 입을 다물고 있어서 강찬은 아예 하고 싶었던 말을 먼저 하기로 했다.
“부탁드릴 것도 있습니다. 비용이 얼마가 들던 지금 추진하는 일을 위해서는 국가정보원 전용 위성의 확보가 시급합니다. 그리고 중국, 북한,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의 작전에 참여했던 대원들의 포상과 희생된 대원들의 보상도 고려해 주셨으면 싶습니다.”
“부원장.”
“예.”
황기현이 강찬을 불렀다.
“포상은 대통령님과 의논 중이었었습니다. 그러나 희생된 대원들에 대한 보상은 규정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존의 유공자와 차별을 둘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 전용 위성은 우리 기술로는 부족합니다.”
“제가 구매하겠다면 비용은 지불하실 수 있습니까?”
황기현이 문재현의 눈치를 살핀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편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 점도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역시나 의지는 죽이는 데 현실은 한계가 분명했다.
“차세대 에너지는 전적으로 프랑스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게 맞나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문재현의 질문에 강찬이 답을 했다.
“그렇다면 그 점에 관해서는 부원장의 판단에 따르기로 합시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협상할 여유 공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강찬이 답을 한 다음이었다.
“부원장.”
“예.”
문재현이 강찬을 다시 한 번 불렀다.
“유라시아 철도가 우리의 최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의 목표가 덜컥 생겼습니다.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문재현의 다음 말이 궁금한 것이 이런 화법에 빨려든 게 분명했다.
“유라시아 철도와 차세대 에너지 건설, 두 가지 모두 내 임기 중에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이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것의 완성은 결국 부원장의 손으로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염병!
마치 좋은 걸 권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강찬이 끝까지 챙겨야 한다는 말인 거다.
한숨을 꿀꺽 삼킨 강찬은 인사를 마치고 김형정과 회의실을 나섰다.
강찬을 보낸 문재현과 황기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요원들의 희생 때문에 의지가 꺾인 모양이군요.”
“부원장의 가장 큰 약점으로 보입니다.”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입을 열었다.
“특수팀의 포상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1계급 특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공헌을 생각하면야 3계급을 올려줘도 과하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1계급 이상 특진을 명령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원장의 기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희생된 대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방안을 강구해 보세요.”
“이전 유공자와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하고, 유공자 보상 자체를 올리려 하면 예산 배정이 쉽지 않습니다.”
문재현이 나직한 한숨과 함께 화제를 바꾸었다.
“각국의 대통령과 총리들을 초청하는 방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내일 부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에 차세대 에너지 개발에 관한 선진 회의라는 명목으로 초청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아예 판을 키우자는 말씀인가요?”
“한자리에 있으면 내놓을 것이 커지지 않겠습니까?”
황기현은 숨도 쉬지 않고 답을 했다.
***
국가정보원 본관 건물을 나선 강찬은 차를 타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성남에서 비행기가 출발할 시간이었다.
이 새끼는 전화라도 한 통 하고 가지!
“접선 장소는 전달되었나요?”
“비행기에 암호로 전달했습니다.”
“현지 안내는요?”
“국가정보원에서 정보총국에 접선 안내자를 요청했고, 이미 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김형정이 강찬의 눈치를 살핀 다음 어렵게 말을 꺼냈다.
“리비아에서 희생된 프랑스 요원들에게는 프랑스 정보총국의 기준에 맞춰 보상할 예정입니다.”
강찬이 대꾸하지 않는 것을 본 김형정이 “죄송합니다.” 하고 말을 건넸다.
“팀장님이 그러실 필요는 없지요. 규정이 있으니까요.”
더 우긴다고 해서 나올 것도 없다.
강찬은 저녁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김형정에게 일찍 집에 들어가겠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삼성동의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최종일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유라시아 철도, 차세대 에너지, 두 가지를 모두 이루려면 국가정보원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이 필요하다. 마치 프랑스가 정보국과 정보총국을 함께 지닌 것처럼 말이다.
“잠깐만 있다가 들어가자.”
강찬은 사거리 커피 전문점에 차를 세우게 하고 최종일, 우희승, 그리고 이두희와 함께 테라스에 자리 잡았다.
바깥에 세 명의 요원이 더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편안한 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저녁이 되면서 바람이 차가워지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커피는 많이 마셨으니까 적당한 거 하나 부탁해.”
이두희가 움직여 유자차를 네 잔 가지고 왔다.
“석 선생님 때문에 그러십니까?”
“꼭 그런 건 아니고.”
최종일의 질문에 답을 한 강찬은 뜨거운 유자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경험이 너무 부족해. 유라시아 철도, 차세대 에너지, 그런 커다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는 모든 게 어설퍼.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을 요원들과 대원들의 죽음으로 메워 나가는 느낌인 게 걸린다.”
최종일이 멋쩍은 표정으로 일회용 컵을 만졌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리고는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이번에 살아남은 요원들이 베테랑이 되는 과정이고, 경험을 아래로 내려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지금껏 응징이라는 말을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유럽에서 1년에 10명 이상이 희생되었지만, 대응지시를 받아 본 적도 없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말이었다.
“솔직히 위민국을 그런 식으로 해결할 거라고 요원들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었습니다.”
“무식하긴 했지.”
최종일과 우희승이 웃음을 터트렸고, 이두희가 고개를 틀며 웃음을 감췄다.
“힘드시겠지만, 국가정보원도 끌어주십시오. 그래서 요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의 정보국 요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주십시오.”
최종일이 말을 하는 동안 우희승과 이두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상들이 만만치 않은 데다, 상처까지 지니고 있어서 가까운 테이블은 텅 비었다.
“정보국 일은 나도 잘 몰라.”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쩐지 최종일에게 바짓가랑이를 잡힌 느낌이었다.
“하나만 묻자. 리비아에서 희생된 요원들이 헛되이 죽은 것을 억울해 하지는 않겠냐?”
“특수팀 누구도 죽음을 억울해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특수팀은 목표라도 이뤘지. 도착과 동시에 죽은 거잖아?”
“국가정보원 최초로 응징을 위해 달려간 요원들입니다.”
최종일이 다부지게 답을 했다.
“그래서 죽는 게 허망하지 않다고?”
“국가가 준 명령입니다. 우리는 국가의 부름을 기쁘게 받습니다. 그렇게 살았고, 언제라도 국가가 부르면 기쁘게 달려갑니다.”
최종일이 강찬을 똑바로 보며 한 마디를 더했다.
“국가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순간을 위해 우리 요원들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믿습니다.”
최종일이 전에 없이 뜨거운 눈빛으로 건넨 말을 들으며, 강찬은 절대로 떼어낼 수 없는 손아귀에 발목을 잡힌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