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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82화 (28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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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지켜보자

졸업식 날 아침이었다.

유혜숙은 결국 붉어진 눈으로 강찬을 안아준 다음 출근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날이다.

아침에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배웅하는 아들의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을 거다.

강대경은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의 일을 모두 알고, 유혜숙은 지하주차장에서의 총격전을 잊지 못한다.

어린 아들이 왜 그런 일을 겪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었고, 될 수 있으면 더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유혜숙의 붉어진 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슴 아프지만, 이슬람 전사가 성전에 임하는 자세를 알고 있으면서 졸업식에 참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까지 시간이 널널하다.

인터넷 검색이나 할까 했던 강찬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강대경이 늘 보던 보도 방송이었다.

‘뭐야?’

그런데 채 1분도 되기 전에 강찬은 어처구니없는 심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경제인협회와 야권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제시했다는 제안의 사실 여부를 정부가 확실히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안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와 여권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국민에게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지는 시민들의 인터뷰는 대개 ‘이런 엄청난 일을 정부와 여권이 쉬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 경제인 협회는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 함께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경제인협회 회장의 인터뷰도 간략하게 실렸다.

강찬은 TV를 꺼 버렸다.

욕심이 나긴 하겠지만, 김칫국을 처마시는 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 이런 식으로 흐르다가는 전기 에너지와 유라시아 철도의 수익이 양진우 같은 개새끼의 주머니로 모두 들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이 시간에 전화할 놈이 또 누가 있겠나?

강찬은 방으로 걸어가 전화기를 들었다.

“왜?”

[“사무실 나갑시다.”]

하긴. 집에만 있으면 뭐하겠나?

사무실에 나가면 요원들도 실내에 있을 수 있고, 마음 놓고 커피와 담배도 즐길 수 있는 거다.

[“얼른 나오쇼.”]

“바로 나갈게.”

강찬은 전화를 끊고 셔츠에 양복을 입은 다음, 무전기와 권총을 챙겼다.

아파트 건물 현관을 나서자, 최종일이 다가왔다.

“사무실로 나가신다고 연락받았습니다.”

“밥은 먹었어?”

“커피만 못 마셨습니다.”

강찬이 피식 웃자, 최종일이 비슷하게 따라 웃었다.

얼굴에 난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서 얼핏 보기에는 으악 잘 죽이는 성격 더러운 남자처럼 보였다.

입구에서 기다리는 석강호의 차로 몸을 돌릴 때였다.

아파트 현관에서 세 명의 요원이 빠르게 나왔다.

틀림없이 강찬이 사는 층의 위와 아래 계단을 지키고 있다가 이제야 내려온 걸 거다.

국가의 명령으로 강찬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이 겨울에 아파트 계단을 24시간 지키다가 총격전이 벌어지면 차로 막아주고, 몸뚱이를 던져서 강찬을 에워싸는 사람들.

강찬이 잘나서?

아니!

국가의 명령이 그래서 저 고생을 하는 거다.

강찬은 좀 다르다.

처음엔 김태진, 김형정의 열정을 거절하지 못해서, 다음은 증평 대원들이 가슴에 담겨서, 지금은 눈에 보이는 이들을 외면하지 못해서 달려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최종일. 사무실에 도착하면 여기 요원들 전부 올라오라고 해줘.”

“그러려면 엘리베이터를 멈춰야 합니다.”

“상관없어.”

말을 마친 강찬은 석강호의 차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잘 잤소?”

“갑자기 왜 그래?”

강찬은 문을 닫다가 놀란 눈으로 석강호를 보았다.

양복도 양복이지만, 넥타이까지 맨 건 정말 뜻밖이었다.

“뭔 일 있냐?”

차가 출발하는 순간에 앞으로 요원의 차가 끼어들었다.

“내가 또 원래 양복이 잘 어울리잖소?”

“그건 좀 아니지 않냐?”

“푸흐흐흐.”

이놈이 왜 말을 돌리지?

강찬이 다시 한 번 힐끔 보았음에도 석강호는 모른 척 빌딩을 향해 움직였다.

멀기나 한가?

출발하고 15분 만에 빌딩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고, 우르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너희 세 사람은 입구 지키다가 마지막에 엘리베이터 확보하고 들어와.”

“알겠습니다.”

최종일의 지시를 받은 요원 셋이 빠르게 답을 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이용하지 못하는 엘리베이터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현장 책임자의 지시에 왈가왈부하는 건 또 도리가 아니었다.

모처럼 사무실에 들어섰다.

뻥 뚫린 전망을 보자 마음이 좀 후련한 느낌이었다.

“봉지 커피로 할까요? 아니면 아메리카노로 할까요?”

모처럼 아메리카노를 즐겨 볼…….

“뭔 소리야! 아침 첫 커피는 무조건 봉지 커피를 마셔줘야지! 너는 하여간! 두 봉씩인 거 잊지 말고!”

석강호의 말을 듣고 나니까 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양이 많아서 그런지 좁지 않은 사무실에 커피 향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때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점검한 요원 세 명이 들어섰다.

“어? 엄지환이 왜 안 보여?”

강찬이 머그잔을 받았을 때였다.

석강호가 머그잔을 든 채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거 왜! 짐승 같은 놈 있잖소? 가평에서 커피 탄!”

“아!”

“근데 그놈이 왜 안 보이지?”

강찬이 기억해 내는 순간에 석강호는 최종일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왜 대답을 망설이는 거지?

킬킬거리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고, 요원들은 난처한 얼굴이었다.

“어제저녁에 리비아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최종일이 굳은 얼굴로 답을 했다.

“씨발.”

강찬의 맞은 편에 앉은 석강호가 나직하게 욕을 뱉었다.

“노인네도 모신다는 놈이…….”

“노인네?”

“어머니랑 둘이 산다고 합디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저께 대장 먼저 들어가고, 퇴근한다고 해서 함께 저녁 먹었었소.”

석강호가 잔에서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강찬이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며칠 전에 지원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사망한 13명 중에 동기가 둘이나 있었답니다.”

“몇 살인데?”

“스물아홉입니다.”

그건 이해가 된다.

피가 끓을 나이에, 그런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기가 둘이나 죽은 현장에 가고 싶은 심정 말이다.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강찬이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도록 석강호는 굳은 얼굴을 펴지 않았다.

족구 세 판에 정이 이렇게 깊게 들었다고?

‘쯧!’

강찬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하긴.

달리고 돌아왔을 때 물 한 병 건네준 것으로 병아리를 가슴에 담았었던 강찬이다. 그러니 함께 밥 먹으며 집안 형편까지 들은 석강호야 오죽하겠나.

솔직히 물 한 병이나 밥 한 끼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저 지켜주고 싶은 놈, 이놈이 잘돼서 나중에 구대장이 되고, 베테랑도 되었으면 싶은 놈, 그냥 그렇게 바라게 되는 놈이 있고, 그런 놈은 무슨 짓을 해도 가슴에 담긴다.

어쩌면 외로워 보이는 놈을 본능적으로 찾아내는 건지도 모른다.

석강호가 입맛을 다시더니 고개를 들었다.

“준비한 거 가져와라.”

그리고는 최종일을 보고 말을 건넸다.

뭐야? 오늘 분위기가 왜 이래?

그런데 테이블로 다가오는 우희승을 보며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꽃다발, 앨범, 그리고 졸업장이 담겼을 게 분명한 파란색 판.

우희승이 석강호에게 건넸고, 석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이걸 어떻게 앉아서 받겠나.

강찬이 어색하게 일어나서 손을 내밀 때였다.

짝짝짝짝짝!

지랄!

이것들이 사람을 어색하게 만들어서 죽일 계획인가 싶었다.

“졸업 축하하우.”

이래서 양복에 넥타이를 맸던 모양이다.

“여기에 졸업장과 상장 두 개 들었소. 꽃다발은 내가 산 거고, 이건 얘들이 준비한 거요.”

석강호가 작은 상자를 양복 안 주머니에서 꺼내 주었다.

선물은 열어보는 게 예의인 거다.

강찬이 상자를 열자 안에 제법 비싸 보이는 고급 만년필이 담겨 있었다.

“고맙다.”

강찬이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처럼 한 손에 꽃다발, 그리고 다른 손에 만년필을 들고 상체를 좌우로 돌렸다.

짝짝짝짝짝!

분위기가 조금은 나아졌다.

이어서 전화기를 들어 석강호와 둘이 사진을 찍었고, 최종일, 우희승의 순으로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은 단체 사진이다.

나쁘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도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은 같지만, 아쉬워하는 사람 한 명 없었던 것에 비하면 말이다.

“점심을 사야겠는데.”

“나가면 얘들 힘들 테니까 우리 여기서 먹읍시다.”

“그러자.”

아직 점심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다시 탁자에 앉았고, 요원들도 테이블과 소파에 편하게 자리했다.

석강호가 의자를 틀어 창밖을 향해 앉은 채로 머그잔을 들었다.

주름처럼 접힌 눈꼬리, 각진 턱, 굵은 목.

옆에서 본 석강호의 모습은 그랬다.

“젠장!”

입맛을 다신 석강호가 담배를 꺼내 강찬에게 디밀었다.

찰칵.

“이 몸뚱이로 처음 깨어났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직업이 선생이라는 거였수.”

석강호가 툴툴거리며 말을 할 때마다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애새끼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는 게 처음에는 더럽게 적응 안 됩디다.”

석강호가 강찬을 보고는 히죽 웃었다.

“그런 애들을 괴롭히는 일진 놈들을 보고 나서 준비했던 게 그 가면이었소.”

“가면?”

“거 왜 박기범이 상대할 때 내가 쓰고 갔던 가면 말이오.”

“아! 원숭이!”

미친놈!

그럴 거면 인상을 박박 긁는 고릴라 가면을 사던가, 귀엽게 웃는 원숭이 가면으로…….

“엄지환이 그놈이 밥 먹으면서 그럽디다. 형님 같다고, 그래서 이 경호 업무가 정말 좋다고. 혼자 커서 꼭 나 같은 형님이 한 명 있었으면 싶었다고.”

석강호가 몸을 틀어서 재떨이에 담배를 껐다.

“개새끼! 갈 거면 전화라도 한 통 하던가.”

서운할 만도 하겠다.

석강호가 머그잔에 남은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저거?

“아 뜨거! 에이 씨! ”

바지에 떨어진 커피를 툭툭 쳐내며 석강호가 투덜거렸다.

강찬이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다음이었다.

“이제야 대장 심정이 조금은 이해 되우.”

석강호가 창밖을 향해 혼잣말처럼 말을 던졌다.

둘이서 창밖을 보며 교대로 머그잔을 입으로 가져갔다가는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유라시아 철도, 전기 발전시설의 건설.

그런 것들이 최종일과 이곳에 있는 요원들, 그리고 죽은, 죽어가는 요원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때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를 든 강찬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대사님. 강찬입니다.”

[“강찬 씨. 졸업을 축하합니다.”]

강찬이 웃으며 “고맙습니다.” 하고 답을 한 다음이었다.

“내일 시간 여유가 있습니까?”

라노크의 질문이 전화기 너머에서 건너왔다.

[“괜찮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시겠습니까?”]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강찬의 프랑스 말 대화를 요원들이 석강호만큼이나 편안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대사관에서 점심을 함께하지요. 그 뒤에도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싶습니다.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중요한 약속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11시 30분쯤 갈까요?”

[“적당합니다.”]

라노크와 전화를 끊은 강찬은 통화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라노크가 중요한 약속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점심 먹읍시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였다.

너무 이른 건 아닌가 싶었는데 식당에 다녀올 시간을 계산하면 뭐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지 싶었다.

석강호가 일어서서 인원수 곱하기 3의 양으로 갈비와 등심을 사오라고 주문했다. 공깃밥은 별도다.

다 들고 오는데 세 명은 움직여야 가능할 분량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주문이 마무리될 때 강찬의 전화가 또 울렸다.

발신인은 미쉘이었다.

“여보세요?”

[“차니! 지금 어디야?”]

얘가 나 모르게 다른 CCTV를 설치했나?

강찬이 턱없이 사무실을 둘러볼 때였다.

[“오전에 어머니와 차 마셨거든! 한국에 있다면서! 지금 어디야?”]

한 건물을 사용하니까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강찬은 피식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넌 어딘데?”

[“난 사무실에 있어. 우리 커다란 프로젝트가 두 개나 있거든. 시간 돼?”]

“점심 먹고 잠깐 들를게.”

[“정말이지? 2시쯤? 그쯤이면 돼?”]

“그래.”

오늘은 어차피 특별한 일이 없다.

“어머니나 아버지는 내가 이 건물에 있는 거 모르신다.”

[“그 정도는 알지! 두 분이 사무실에 오시게 되면 내가 먼저 전화할게.”]

전화를 끊자 석강호가 “미쉘이란 아가씨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

“응. 밥 먹고 차나 한잔 마시고 올까 하고.”

“나쁘지 않겠소.”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원 셋이 점심을 가지러 사무실을 나섰다.

“전화로 주문하고 가지.”

“그렇게 되면 음식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는 건가?

최종일의 답을 듣고 보니 그건 또 그렇다.

강찬은 힐끔 석강호를 보았다.

고기를 주문한 후에 어두운 석강호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

“달려! 달려!”

뒤를 맡은 요원이 악을 썼다.

셔츠에 양복을 입은 엄지환은 악착같이 뛰었다.

이슬람 특유의 회백색 벽이 이어진 골목을 벌써 15분째 달리는 길이다.

“헉헉! 헉헉!”

투두둑! 털썩!

악을 썼던 요원이 쓰러지는 소리를 분명하게 들었다.

엄지환은 이를 악물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처럼 울분이 터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지 정보원에게 깨끗하게 속았다.

트리폴리 공항에 내려 알-아지지야(Al-Aziziyah)에 도착하는 순간 기습을 당했고, 벌써 8명이 쓰러졌다.

“헉헉! 헉헉!”

엄지환이 직각으로 꺾이다시피 한 골목을 따라 몸을 트는 순간이었다.

타앙! 타아앙! 투두둑! 투두둑!

총성이 울리고 또다시 요원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달려!”

행여나 다른 생각을 할까 봐 뒤를 맡은 요원이 악을 써댔다.

순서가 정해져 있다.

이렇게 기습을 받게 되면 다음 접선 장소까지 이동해야 하고, 그런 순간에 앞은 누가, 뒤는 누가 어떤 순서로 맡는지를 미리 정해놓은 거다.

총을 쏴도 좋다고 했다.

적의 공격에 대응해도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지금은 아니었다.

꽉 막힌 골목이다.

이런 곳에서 반항해 봐야 2층에서 기관총 한번 긁으면 모두 전멸인 거다.

그러니 지금은 달리고 달려서 어떡해서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고, 그래야 복수라도 할 수 있는 거다.

타아앙! 타아앙! 투두두둑! 투두둑!

이번엔 요원 둘이 무너지는 것처럼 바닥에 고꾸라졌다.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권총을 쏘았다.

하지만 AK 소총의 위력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씨발!”

엄지환은 욕을 뱉으면서 또다시 직각으로 꺾인 골목을 돌기 위해 손으로 벽을 때렸다.

“헉헉! 헉헉!”

어머니!

스치는 것처럼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끝에 석강호의 웃는 얼굴이 따라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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