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80화 (280/520)

0280 / 0419 ----------------------------------------------

15-4 만만치 않구나.

셔먼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올라오는 화를 누르려 애썼다.

한국은 늘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줄다리기를 잘하며 견뎌온 나라다.

느닷없이 운이 터져서, 그리고 갓 오브 블랙필드라는 괴물이 불쑥 튀어나와서 프랑스와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미국을 배제하고 당장 홀로 선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는 일인 거다.

“Mr. President. 지금의 발언이 한국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황기현의 날카로운 시선을 외면한 채로 셔먼은 문재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국과 대통령님은 단기적인 이익에 현혹돼서 전통적인 우방의 손을 뿌리치는 것입니다. 과연 미국을 배제하고도 국민적 단합이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지금처럼 아랍의 원유와 유대계의 자금을 무시하고도 차세대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 차세대 에너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인간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지?

“석유 엔진이 전기 엔진으로 변하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일입니다.”

그건 분명한 일이지!

이번엔 셔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미국이 이런 기득권을 손에 쥐었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면 공동 개발 제안에 사인을 해주겠습니까?”

셔먼은 반대쪽 따귀를 얻어맞은 듯한 눈으로 문재현을 보았다.

“산업 전반이 바뀝니다. 엔진과 그에 따른 사소한 부품 하나까지, 대한민국이 만드는 모든 기술과 제품이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산업의 시작점, 유라시아 철도의 출발점에서 국장이 내민 조건을 다시 살펴봅시다. 원유 개발, 대한민국의 제한 없는 채권 발행, 1조 달러의 통화 스와프. 공동 개발 조건을 수락하더라도 결국은 모두 우리가 갚아야 할 비용입니다.”

셔먼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장거리 미사일? 그건 의미 없습니다. F22? 우리가 요구하면 일본은 50대든, 100대든 당장 사서 우리에게 전해 줄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하나 묻겠습니다. 차세대 에너지 개발 사업을 민영화해서 지분을 팔겠습니다. 우리의 가장 우방인 미국이니 내가 나중에 매국노 소리를 듣더라도 미국에는 30%의 지분을 제시하겠습니다. 얼마를 내시겠습니까?”

셔먼은 정신이 아득했다.

정신 차리자!

그나저나 이게 진심인가?

지분의 30%?

얼마를 내야 하는 거지?

당최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내가 조건을 말해 볼까요?”

아차차! 또 선수를 뺏겼다.

“유전 공동 개발과 원유의 공급, 채권 발행, 1조 원대 통화 스와프,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F22 구매.”

문재현의 입 끝에 걸린 웃음을 보면서 셔먼은 자신이 제시한 조건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깨달았다.

“국장. 가장 믿을 수 있는 우방이라면, 이럴 때는 솔직하게 터놓고 그에 맞는 조건을 제시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프랑스를 배제하지 않는 조건으로 우리의 입장을 고려해주고, 일본과의 관계를 확고히 정리해서 우리 국민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어야 하며, 원하는 지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말을 마친 문재현이 다 식은 차를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달칵.

찻잔이 놓이는 소리를 듣는 순간, 셔먼은 최면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문재현에게 시선을 맞췄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전에 리비아와 이집트에 나가 있던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 13명이 살해되었습니다. 국장도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알다 뿐이냐?

누구 소행인지도 대강 알고 있다.

“그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보내준 정보는 두 가지였습니다.”

이런 걸 입 밖에 낸다고?

“하나는 나에 대한 암살 계획, 또 하나는 삼성동의 인터내셔널 빌딩의 폭파입니다.”

문재현의 눈빛이 강렬하게 변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요원들 13명이 오늘 오전에 이름없는 별이 되었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더불어 우리 요원들의 죽음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잘못 건드렸구나!

셔먼이 생각을 마무리하기도 전이었다.

“정당하게 임무를 수행하던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을 살해한 무리를 반드시 응징할 것입니다. 미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에 따라서 다음 회담이 이루어질지 아닐지도 결정될 것입니다.”

문재현은 말을 끝내고도 셔먼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가지고 가서 충분히 논의한 후에 답을 드리겠습니다.”

어색하게 답을 한 셔먼이 접견실을 나섰다.

배웅을 마친 황기현이 돌아왔을 때 문재현은 의자에 등을 기댄 자세로 있었다.

“왜 그러고 있습니까? 앉으세요.”

황기현이 원래 있던 자리로 움직여 소파에 앉았다.

“원장.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상상하던 모습을 오늘 이루었는데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문재현의 복잡한 심경이 그의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희생된 우리 요원들 때문에 가슴 아프고, 미국에 큰소리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 자랑스럽고, 이런 모든 것을 이뤄준 강찬 학생이 보고 싶고 그렇습니다.”

황기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문재현은 손을 뻗어 담배를 집었다.

찰칵.

“후우. 우리 강찬 학생, 아니 부원장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가평에서 경호 요원들과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평? 그쪽에 임무가 생긴 건가요?”

“요원들과 점심으로 닭백숙을 먹었답니다. 지금 다 같이 족구라는 운동을 즐긴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문재현이 먼저 웃었고, 황기현이 비슷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지는 편이 식사비용을 지불하겠군요.”

“성격으로 봐서 요원들이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담배를 재떨이에 끈 문재현이 물티슈를 꺼내 손을 닦을 때였다.

“대통령님.”

황기현이 나직하게 문재현을 불렀다.

“진심으로 이번에 희생된 요원들에 대한 응징을 가하실 계획이십니까?”

문재현은 먼저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가 완전히 바뀌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런 위험을 계산해서 우리에게 먼저 전기 발전 시설을 만들라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우리는 이 기회를 버릴 수 없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분명 테러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테러에 굴복한 나라가 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이 있습니다. 미국이 저자세로 나오고, 프랑스와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우리를 응원하는 이때 고개를 숙이면 우리에게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강찬 부원장이 대테러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부원장의 지휘하에 작전을 꾸미게 되어 있습니다.”

문재현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프리카에서 저렇게 무사히 돌아와 준 것도 감사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이런 일까지 부원장을 보내게 되면 앞으로 부원장을 노리고 싶어서라도 우리 요원들을 살해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황기현이 무겁게 답을 했다.

***

투웅!

딱딱하게 굳은 땅이다.

거기에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이따금씩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공이 튀었다.

터억!

중간 서 있던 요원이 허공에 눕다시피 한 동작으로 공을 튕겨주었다.

투웅!

네트 근처에서 튀어 오른 공을 석강호가 발로 내리찍었다.

“우-와!”

불행하게 공이 네트에 걸려 떨어지는 것으로 경기가 끝났다.

중간 평상에 앉아서 구경하던 강찬이 피식 웃었을 때였다.

“한 판 더 해!”

석강호가 네트를 만지며 툴툴거렸다.

“그만하고 커피 마시자!”

그러나 석강호는 강찬의 한 마디에 곧장 평상으로 움직였다.

“에이, 씨! 커피나 한잔 타와라.”

“알겠습니다.”

중간에서 멋진 동작으로 공을 살렸던 요원이 씩씩하게 답을 하고 가게 안으로 움직였다.

“저놈은 몸놀림이 거의 동물 수준이요.”

“그렇더라.”

강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족구 세 게임 동안 지켜보았는데 상황에 따라 몸이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저런 요원들이 칼을 들고 마주쳤을 때 가장 무섭다.

“아깝소.”

“뭐가?”

“저런 놈들이 좀 더 설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석강호가 두 팔을 뒤로 뻗으며 상체를 젖힐 때였다.

동그란 알루미늄 쟁반에 종이컵을 잔뜩 올린 요원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이름이 뭐냐?”

“예! 엄지환입니다.”

질문은 석강호가 했다.

그런데도 엄지환은 답을 하고는 쑥스러운 듯 강찬을 보았다.

“잘 마실게.”

“감사합니다.”

엉뚱한 답이어서 종이컵을 들던 강찬은 픽 하고 웃고 말았다.

“뭐가 고맙다는 거냐?”

이번 질문도 석강호가 했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부원장님께서 그동안 쌓아주신 업적에 감사드리는 겁니다.”

“나는?”

“역시 감사드립니다.”

석강호가 종이컵을 들고나자 엄지환이 쟁반을 들고 요원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날씨는 정말 기가 막히네! 오늘은 완전히 초봄 같소.”

“그러게.”

강찬이 종이컵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였다.

“졸업식은 어떻게 할 거요?”

“가면 안 될 것 같지 않냐?”

“아무래도 그렇지요?”

“UIS라면 그런 자리를 노릴 텐데, 나 하나 맘 편하자고 졸업식장을 위험에 빠트리기는 좀 그렇잖아.”

“흠.”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테러의 기본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다.

목표물을 제거하지 못해도 많은 사상자가 나와야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때 강찬의 전화가 울렸다.

“예, 팀장님.”

[“언제 올라오십니까?”]

김형정의 음성이 밝지 않았다.

“조금 뒤에 출발할 생각인데, 무슨 일이 있나요?”

[“그러시면 삼성동으로 나와주실 수 있습니까?”]

“예, 그리로 가죠.”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석강호에게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얼굴 볼 때도 됐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요? 그럼 출발합시다.”

“계산했어?”

“얼른 하고 올 테니 기다리쇼.”

석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갈 준비 하자!” 라고 외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제법 시간을 보냈는데도 아직 오후 3시가 안 된 시간이었고, 한적한 길을 달려 삼성동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자 김형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예. 우리만 다녀와서 죄송합니다.”

“들어가시죠.”

전화 음성만큼이나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어서,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음료수를 앞에 놓아준 김형정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담배부터 집어 들었다.

“우리 시각으로 오늘 오전에 UIS가 대통령님의 암살과 삼성동 인터내셔날 빌딩 폭파를 준비한다는 정보가 두 곳에서 동시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에 리비아와 이집트에 있던 우리 요원 13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형정이 강찬과 석강호에게 담배를 권하고 자신도 입에 물었다.

“대통령님의 일정을 급하게 변경, 취소했고, 다음으로 인터내셔날 빌딩에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이었다.

“그리고 오전 11시 30분에 미국 CIA 국장 셔먼이 대통령님과 비공식 회담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우리나라, 이렇게 3개국이 차세대 에너지 협약을 맺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결론은 나중에 좀 더 의논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요원들을 살해한 범인은요?”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이번엔 대통령님께서도 응징을 지시하셨습니다. 현재 원장님의 지시로 요원들을 선발하고 있고, 조만간 희생된 13명의 요원을 대신할 요원들과 범인 색출과 응징을 가할 요원들이 출국하게 될 겁니다.”

강찬은 담배를 재떨이에 껐다.

“오전에 있었던 일이고, 이미 방침까지 다 정한 일을 이제야 제게 말씀해주시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혹시 대사님과 통화하실 때 알고 계셨으면 싶었고, 다음으로 대테러 팀장께 보고드려야 할 사안입니다.”

강찬은 말없이 음료수를 들이켰다.

13명이나 죽었다.

그렇다면 적은 최소한 13명, 혹은 그 이상이라는 뜻이다.

“팀장님. 우리와 리비와, 이집트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두 나라 모두 북한과 먼저 수교했고, 리비아와는 2006년부터 교류, 이집트는 올해로 수교 15주년입니다.”

“리비아는 시아파고, 이집트는 수니파가 득세하는 지역입니다. 이 두 곳이 동시에 공격당했다는 것은 이슬람연합이 움직였다는 뜻이겠네요.”

“국가정보원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형정이 약간은 놀라는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리비아와 이집트의 집권 이슬람 세력을 툭툭 꿰뚫는 것이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팀장님. 국가정보원이 더 정확하게 알겠지만, 시아파와 수니파는 쉽게 손을 잡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 두 세력이 연합해서 한 가지 목적을 이뤘다면 반드시 둘 중 하나는 움직였어야 맞습니다.”

김형정이 눈빛을 반짝이며 강찬의 말에 집중했다.

“시아파로 수니파 거물이 움직였던가, 아니면 수니파로 시아파 거물이 움직인 사실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봐 주세요. 또 있습니다.”

놀라는 것은 나중이다.

김형정은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꼼짝도 않고 있었다.

“UIS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핵심 간부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그중에 분명 누군가가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아파든, 수니파든, 이슬람 연합은 차세대 에너지 때문에 우리나라에 테러를 저지른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내세울 명분이 필요한데…….”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전사를 욕보인 데 대한 응징이라는 정보는 있었습니다.”

김형정이 빠르게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그 정보가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를 최대한 빨리 찾아보세요. 이슬람 특징상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 성전은 없습니다. 그리고 성전을 일으키기 전에 반드시 선전포고와 비슷하게 어떤 이유로 우리를 모욕했다고 발표합니다. 누가, 어디서 발표하는지를 알아내는 게 가장 빠르고 급합니다.”

김형정이 메모지에 핵심 단어들을 적었다.

“발표자를 알아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계보를 뒤져서 바로 위와 아래의 라인이 누군지를 파악해야죠.”

답을 듣고 보니 김형정도 빤히 짐작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강찬처럼 이슬람 세력에 익숙하지 못한 것만은 분명했다.

“부원장님.”

강찬의 얼굴을 본 김형정이 얼른 “강찬 씨.”하고 이름을 불렀다.

“이슬람 계보라는 것이 원래 끝없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범인을 밝혀낸다면, 범인까지만 응징하는 게 맞습니까, 아니면 명령을 내린 명령권자까지 응징 대상에 넣는 게 맞습니까?”

어차피 강찬이 하는 말을 황기현에게 보고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김형정은 강찬의 판단을 확실하게 알고, 또 듣고 싶었다.

“셋 중 하나를 택해야죠.”

“범인이냐, 명령권자냐, 이 두 가지는 알겠는데 나머지 하나는 모르겠습니다.”

강찬이 피식 웃으며 김형정을 보았다.

“다시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하게 범인을 해치우느냐,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최고 명령권자를 해치우느냐, 두 가지를 동시에 처리하느냐,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만약 명령권자가 지도자여서 그쪽 세력 전체가 들고일어나면 어떻게 합니까?”

강찬은 나직하게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우리 요원 13명이 억울하게 죽은 것은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거야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범인이나 명령권자를 사살할 생각이신 거죠?”

“예.”

표현이 좋아 응징이지 사실은 사살을 계획하고 있는 거 맞다.

“그런데 뒤가 커질 것을 염려하면서 어떻게 응징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응징이란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것을 보복하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들이 더 세게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앞서면 절대로 우리는 보복을 하지 못합니다.”

김형정이 얼이 빠진 눈으로 강찬을 보았을 때였다.

“뒷일을 걱정했었다면 북한의 장광택이 아직 살아서 우리에게 소중한 누군가를 또 죽였겠지요.”

강찬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뜻을 밝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