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76화 (27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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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믿어야지.

병실을 옮긴 강찬은 황기현과 김형정에게 라노크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블랙헤드에 관련된 이야기를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선 차세대 에너지 발전 시설을 한국에 짓고, 그걸 시작으로 유라시아철도를 성공시키려 한다는 식으로 돌려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부원장. 차세대 에너지라는 게 대략이라도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우리나라가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오백 년가량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들었습니다.”

황기현이 뜨아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무슨 소리지?’에 ‘이놈이 지금 제정신인가?’ 싶은 심정을 덧바른 얼굴이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핵을 이용하는 건가요?”

“프랑스와 영국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던데 몽골 기지에서 나오는 데나다이트와 세티늄, 그리고 블랙헤드라는 보석을 원료로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블랙헤드요?”

“보석의 일종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수십 년, 빠른 경우에는 십 년에 한 개 정도 발견되곤 합니다.”

“흠.”

막막하긴 하겠다.

신음처럼 한숨을 내쉰 황기현이 김형정을 힐끔 보았을 때 강찬은 얼른 남은 설명을 덧붙였다.

“시설을 설비하게 될 경우, 기차와 자동차에 사용하는 엔진을 전부 석유엔진에서 전기 엔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원유를 생산하는 아랍과 자금을 굴리는 유대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말도 있었구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이 왜 있었는지를 대강이나마 짐작하겠군요.”

“대장. 말대로라면 유라시아 철도에 전기 기차가 들어선다는 거 아니오?”

“그렇지?”

강찬은 물론이고, 황기현과 김형정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얼굴로 석강호를 보았을 때였다.

“그럼 충전은 무조건 우리나라에서 해야 하는 거요?”

그렇구나!

세 사람이 감탄한 얼굴로 석강호를 보았다.

당장 듣기에는 유라시아 철도의 모든 출발점이 한국이 된다는 의미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부원장.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이 비슷합니다. 둘 중 어느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러시아의 바실리는 프랑스와 뜻을 같이한 거라고 들었습니다. 대사님도 분명 정부와 협약이 있어야 할 거라고는 했지만, 제가 결정할 수 있다면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설이 우리나라에만 있게 됩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추후에 프랑스와 러시아, 그리고 독일과 스위스에도 만들고 싶다고 했었고, 그때 도움을 바란다고 들었습니다.”

황기현이 계산하는 것처럼 허공을 잠시 보았다.

“좋게 본다면 우리가 모든 기득권을 가지는 것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시험무대가 되는 것이겠군요.”

강찬은 잠자코 하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오늘 들은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님께 먼저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혹시 이 건과 관련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습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덜컥 믿자니 터무니없는 소리고, 무시하자니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이 있고.

황기현의 표정이 꼭 그랬다.

“원장님. 프랑스 대사관의 경비를 높였으면 싶습니다.”

“그거야 우리 부원장이 대테러 팀장으로 있으니 여기 김 팀장과 의논해서 얼마든지 조치할 수 있습니다.”

황기현이 김형정을 돌아본 다음 시원하게 답을 했다.

“부원장.”

“예.”

직책을 불리는 게 어색했지만, 황기현에게 다른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아프리카 파병의 이유가 단순히 부원장을 노린 강대국의 농간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점은 오히려 제가 여쭤보고 싶었던 일입니다.”

이건 강찬도 정말 알고 싶었던 일이었다.

“알았습니다. 혹시 대통령님과 함께 자리를 마련할지 모르겠습니다. 수고롭겠지만, 그때도 도움을 부탁합니다.”

황기현이 시계를 힐끔 보았다.

벌써 밤 11시였다.

“늦게까지 시간을 많이 뺏었습니다. 우선 쉬고, 새로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황기현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김형정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

둘만 남았다.

“거, 원장님이 있으니까 담배 피우기가 영 불편하우. 그나저나 블랙헤드를 대사님께 선물로 줬잖소?”

“어차피 에너지를 일으키려면 내가 가진 붉은색 파장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너나 나나 거기까지는 모르는 거니까 일단 말하는 대로 그런가 보다 하고 있자.”

석강호가 종이컵에 물을 따라서 탁자에 놓는 동안, 강찬은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이러다 영국에서 났다는 지진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거 아니오?”

“대사님이 알아서 한다고 믿어야지.”

“위험하긴 하겠소.”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에 앉았다.

석강호가 똑똑해진 것은 알겠는데 당최 말이 많아지니까 그만큼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찰칵.

“후우.”

길었던 하루가 담배 연기와 함께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하여간 대장도 팔자요, 팔자!”

“뭐가 또?”

“어떻게 된 게 잠시도 쉴 날이 없소? 어휴! 그런 거 보면 내가 뱃속은 편한 거지.”

말을 하면서, 고개를 젓는 데다, 담배 연기까지 뿜는 걸 보자니 이놈이 능력은 상당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내일 점심때는 아버지가 초밥 사오신단다.”

“충분히 좀 사오시라고 했소?”

“충분할 거다.”

“푸흐흐흐! 내일 점심이 벌써 기다려지우.”

강찬은 척 늘어져서 석강호와 노닥거리다가 자리에 누웠다.

잘 수 있을 때? 자는 게 최고다.

***

증평은 아침 일찍부터 군용 트럭 소리가 요란했다.

도착하는 날 공항에서, 애로사항을 말하라는 군 장성의 말에 차동균이 덜컥 다음 날이라도 대원 보충을 요구한 덕분이었다.

끼이이익!

트럭이 멈추고, 1공수에서 달려온 대원 10명이 내렸다.

저벅저벅.

강한 눈빛, 검게 탄 피부, 그리고 다부진 어깨를 한 대원들이 막사 앞으로 왔다.

“1공수에서 왔습니다. 신고하겠습니다.”

“그런 건 치우자. 한 시간쯤 쉬고, 모의전투를 치른다. 옆 막사에 3공수와 606에서 온 대원들이 있으니까 인사라도 해 두도록.”

보고를 하던 소위와 함께 온 1공수 대원들이 차동균을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얼굴에 패이고 찢긴 자국,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군복 때문이었다. 아직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고 또 붕대를 그만큼 감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급한 걸까?

대원들의 시선을 바라본 차동균이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아직 1월이라 산속에서 느끼는 아침 기온은 한겨울이라고 할 만큼 춥고 시렸다.

“담배 피울 사람?”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했는데도 차동균은 담배를 디밀었다.

소위를 시작으로 차동균은 옆에 서 있는 대원들 모두에게 담배를 건네주었고, 다시 라이터를 켜주었다.

찰칵.

“후우!”

담배 연기와 입김이 함께 나왔다.

“아프리카에서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잖습니까?”

“이틀 됐다.”

“그런데 이렇게 급하게 인원을 보충할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 또 다른 파병 계획이 있느냐는 의미로 던진 질문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지?”

“소위 한재국입니다.”

차동균이 한재국을 들여다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너는 공수부대원으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뭐냐?”

“저 말입니까?”

“그래.”

한재국이 함께 온 대원들을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군인답게 싸워보고 싶습니다.”

“군인답게라, 그렇다면 죽는 건?”

잠시 멈칫한 다음이다.

“군인과 전투, 그리고 죽음은 늘 함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재국의 다부진 답이 있었다.

차동균은 다 피운 담배의 불꽃을 털어낸 다음, 바로 옆에 있는 낡은 페인트 통에 던져 넣었다.

“난 내 대원 11명을 이번 전투에서 잃었다.”

삽시간에 날씨만큼이나 냉랭한 분위기가 막사 앞을 뒤덮었다.

“악착같이 싸워준 전우들이 내게 경험을 남겨주었다. 이 경험이 조금이라도 퇴색되기 전에 너희에게 넘길 생각이다. 그래서 서둘렀다. 이 종 보이지?”

대원들의 시선이 차동균의 뒤에 걸려 있는 종을 보았다.

기상이나 식사 집합을 알리는 것인 줄 알았더니 다른 의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훈련이 힘들 거나 못 견딜 것 같아서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저 종을 울리면 된다.”

한재국이 도전적인 웃음을 보였다.

‘어디서 미국놈들 흉내를 내? 어디 얼마나 힘든지 두고 보자.’

차동균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한재국을 보고 있는 앞에서 말이다.

***

김 대리의 전화가 있고 나서 30분쯤 있다가 강대경이 병실로 들어섰다.

어색함이 바람처럼 스쳐 갔고, 다음으로 반가움, 그리고 알지 못할 든든함이 차례로 느껴졌다.

“아버지.”

고개를 숙이는 강찬을 강대경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앉아. 아버지가 초밥 사왔다.”

종이봉투를 탁자에 올려놓은 강대경이 서둘러 도시락을 꺼냈다.

“아버지.”

강찬이 두 번째 부를 때였다.

“배고프지? 도시락 먹자.”

겨우 말을 던진 강대경이 고개를 틀었다.

우시는 건가?

이렇게 만났는데?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강대경은 다시 도시락에 손을 뻗었다.

“아버지?”

“무사히……, 왔으니까 됐다.”

코를 훌쩍인 강대경이 두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자꾸 엄마 흉내를 내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 남자는 여성 호르몬이 많아진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보다.”

강찬은 상체를 밑으로 내려 강대경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 녀석이……?”

“아버지가 저 안 보시니까 그렇죠.”

붉게 물든 눈을 한 강대경이 그제야 고개를 들어 강찬을 보았다.

“아버지는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뉴스에서 사망자 소식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부상자 보도를 들을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그냥 네가 이렇게 돌아온 것에 감사하면서도 이번에 희생된 분들의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그래.”

따각.

강대경이 된장 국물 뚜껑을 여는 것을 본 강찬이 얼른 또 다른 것의 뚜껑을 벗길 때였다.

강대경의 시선이 강찬의 손에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몰랐다.

석강호와 함께 지내면서, 병원에 이틀째 있으면서, 이런 상처가 강대경을 슬프게 만드는 것인 줄은 진심으로 알지 못했었다.

패이고, 긁히고.

진심으로 굵직한 딱지들이 앉은 손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먹자.”

“예.”

나무젓가락을 두 쪽으로 가른 강대경이 먹음직스러운 조갯살 초밥을 집어 간장에 찍었다.

“우선 이거 먹어봐.”

쑥스럽다.

정말이지 이런 건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떻게 이걸 거절하겠나?

강찬은 입을 벌려 강대경이 집어준 초밥을 입에 넣었다.

“밖에 있는 분들께는 김 대리가 전해 드렸다.”

“아버지도 좀 드세요.”

“그래.”

감정을 추스른 모양으로 강대경이 초밥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어머니는요?”

“재단 직원들과 점심 함께한다고 들었다. 너 오는 날에 맞춰서 마트 들를 거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으니까 준비 좀 하고 와야 할 거다.”

울먹이다가 눈이 붉어진 채로 초밥 먹는 중년 남자를 본 적이 있나?

자식이 도대체 뭐길래?

강찬은 다시 태어난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걱. 우걱.

그리고는 석강호를 흉내 내는 것처럼 초밥을 욱여넣었다.

“체한다. 천천히 먹어.”

“맛있는데요?”

아직 종이봉투에 도시락 두 개가 더 있는 것을 보았다. 저것은 그저 맛있는 초밥이 아니라 강대경의 사랑일 거고, 아버지의 정인 걸 거다.

고맙고 감사해서, 그리고 지금은 보답할 것이 이것밖에 없어서 강찬은 계속 초밥을 입에 넣었다.

“커헉!”

“으이그! 여기!”

강대경이 웃는 낯으로 된장국을 내밀었다.

웃긴다.

강찬이 아버지 정에 목이 멘다는 것이 말이다.

된장 국물을 마시자 입에 가득했던 초밥과 함께 울렁였던 감정이 저 안으로 들어갔다.

***

1공수, 3공수, 그리고 606대원들이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각각 10명씩 모두 30명이다.

그런데 차동균 포함 10명에게 모의전투에서 전멸을 당했다.

가장 치욕적인 것은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이가 갈리는 것은 차동균이 이끄는 팀을 단 한 명도 사살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이제 여러분의 실력을 제대로 알았나?”

니미!

자기들이 익숙한 기지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한 모의전투 가지고.

30명 중 답을 하는 대원은 없었다.

차동균이 고개를 돌려 곽철호를 보았다.

“방탄복과 헬멧, 실탄을 가져와!”

“예!”

뭐하고 뭐를 가져와?

“의무관은 어떻게 됐어?”

“10분 뒤에 도착이랍니다.”

지랄!

실전 좀 뛰었다고 분위기는 정말 죽이게 잡는다!

새롭게 차출된 30명의 대원들이 ‘어디 실컷 한번 해 봐라!’ 하는 표정으로 차동균과 특수팀 대원들을 바라볼 때였다.

철커덕! 철커덕!

대원들이 양손에 실탄이 담긴 통을 먼저 가져왔고, 이어서 헬멧과 방탄조끼를 가져다 놓았다.

“이제부터 실탄으로 훈련한다! 맞출 수 있는 곳은 방탄조끼와 헬멧뿐이다! 그 외에 부분을 맞춘 대원은 무조건 실격! 끝날 때까지 적을 한 명도 못 잡은 대원도 실격이다! ”

차동균의 쇳소리 가득한 지시가 떨어진 직후였다.

차동균의 뒤에 있던 특수팀 대원들이 능숙한 솜씨로 방탄조끼를 들었고, 이어서 헬멧을 집었다.

“상대방이 부상당하면 사격했던 대원이 구조해서 온다! 질문!”

철컥! 철컥!

헬멧을 당겨 버튼을 채우고, 탄창에 실탄을 넣는 것을 보면서도 30명 중 누구도 움직이는 대원은 없었다.

차동균이 피식 웃는 순간이었다.

“정말 실탄을 사용합니까?”

606 지휘자가 거친 음성으로 질문을 던졌다.

“싫은 대원은 안 하면 된다! 여기 종을 때리고 막사에 들어가 커피 마시면 끝이다! 누구도! 너희에게 이 훈련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런 훈련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이번 질문은 1공수 소위 한재국이 던졌다.

차동균이 시선을 돌렸을 때 30명은 다 같이 그러기로 한 것처럼 반항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너희의 심정을 이해한다! 우리 역시 처음에 그랬다! 하지만 한 가지만 분명히 하자! 너희가 쏜 총에 담긴 실탄으로 나도! 우리 팀 대원들도! 모두 죽거나 다칠 수 있다!”

그건 그러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그런데 내가! 여기 우리 대원들이! 왜 이런 짓을 하겠나! 한재국!”

“소위 한재국!”

차동균을 본 한재국이 저도 모르게 관등성명을 외쳤다. 그만큼 지금 차동균의 눈빛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섬뜩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아프리카에서 대원 11명을 잃었다! 그 순간부터! 자려고 누울 때마다! 그놈들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내가 조금만 더 날카로웠다면! 그놈들이 지금 나와 함께 이 자리에 있었을 거란 생각에 말이다!”

이건 뭐지?

차동균의 뒤에 있던 곽철호와 나머지 대원들의 눈빛도 차동균과 다르지 않았다. 군소리를 지껄이면 당장에라도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 것처럼 번들거리는 눈빛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훈련으로 만족하는 대원들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돌아가라! 난 어떤 경우에도 살아서 돌아올 대원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죽어간 전우들이 전해준 아쉽고! 안타까운 경험을! 아래로 내려줄 대원! 내가 필요한 대원은 바로 그런 놈들이다!”

차가운 냉기와 같은 침묵이 자욱하게 가라앉도록 누구 한 사람 움직이는 대원은 없었다.

잠시 기다리던 차동균이 고개를 돌려 곽철호를 보았다.

“우리끼리 한다! 곽철호! 다섯 명을 데리고 먼저 이동해!”

“알겠…….”

저벅저벅.

곽철호가 답을 하는 순간이었다.

한재국이 방탄조끼와 헬멧을 들면서 차동균을 똑바로 보았다.

“소위 한재국! 실탄 훈련에 자원합니다!”

하얗게 나오는 입김이 뜨거워진 한재국의 심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사 이재호! 실탄 훈련에 자원합니다!”

그의 뒤를 따라서 1공수 대원이 걸어 나오며 악을 썼다.

“606 전원! 실탄 훈련에 자원합니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대원들이 하나둘 나서서 헬멧과 방탄조끼를 집어 들었다.

차동균이 이를 악물고 지켜볼 때였다.

“중위님! 구호 한번 외쳐도 됩니까!”

실탄을 집어 든 한재국이 지지 않겠다는 것처럼 악을 썼다.

어차피 훈련 때면 늘 외치던 구호다.

차동균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재국이 30명을 향해 몸을 돌렸다.

“1공수 소위 한재국이다! 우리 지지 말자! 우리는 대한민국 1공수! 3공수! 606이다! 실력은 몰라도 기개에서는 지지 말자! 전 대원! 우리의 구호!”

“나의 피로!”

우르르릉!

조용하던 산속에서 느닷없이 터져 나온 고함이다.

막사의 유리가 떨었고, 화들짝 놀란 산이 메아리를 토해냈다.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으르르릉!

“나는!”

‘장군님! 보이십니까!’

“행복하다!”

으르르릉!

메아리가 저 멀리서 달려가며 여운을 뿌려댔고, 차동균은 이를 꽉 깨문 채로 대원들을 보았다.

부르르르릉!

그리고 그때 의무대 차량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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