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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내게 주는 선물 맞습니까?
강찬이 피식 웃는 순간에 라파엘이 스테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커다란 접시가 놓이는 동안, 라노크는 꼼짝도 않고 강찬을 보고 있었다.
“대사님.”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라파엘이 좀 더 빠르게 접시를 놓았다.
“제가 몽골에 보내달라고 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물론입니다.”
“그때부터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셨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블랙헤드가 어느 정도의 에너지인지, 저것의 값어치가 얼마나 될지는 솔직히 감이 안 옵니다.”
라노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라파엘이 빠르게 문밖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저걸 손에 넣었을 때 가장 먼저 대사님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몰랐었던 값어치에 상관없이 저건 제가 대사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동안 저를 가르쳐 주신데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싶습니다.”
라노크의 한쪽 입술이 멋지게 올라왔다.
“강찬 씨는 가끔 사람을 감동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제가요?”
라노크는 가면을 완전히 벗어버린 얼굴이었다.
“저 블랙헤드를 제대로 에너지로 쓰기 위해서는 강찬 씨가 가진 붉은색 파장이 꼭 필요합니다. 더불어 데나다이트와 세티늄도요.”
라노크가 앞에 놓인 와인잔을 들었다.
“커다란 선물을 받았으니 답례를 해야겠지요?”
주인이 제의하는 건배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강찬이 잔을 드는 순간이었다.
“한국에 블랙헤드로 전기를 만드는 발전 시설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물론 강찬 씨의 적극적인 협조와 데나다이트, 그리고 세티늄의 공급이 따라야 합니다.”
뭐를 만들고 뭐를 공급해?
“이 계획이 완성된다면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세계의 초강대국이 될 것입니다.”
말을 마친 라노크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강찬 씨도 놀랄 때가 있습니까?”
“대사님. 말씀하신 대로 하려면 프랑스의 기술과 정보력이 한국에 집중돼야 합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하하하하!”
라노크가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대신 프랑스와 러시아, 그리고 내 친구들의 나라에서 같은 시설을 준비한다면 협조해 주길 부탁합니다.”
“대사님의 계획이 그러시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프랑스의 미래를 돌봐주는 것도요.”
“그건 앞에서 약속드렸던 일입니다.”
라노크가 잔을 내려놓을 때, 식욕을 자극하지 못한 스테이크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유라시아 철도의 완벽한 성공은 아랍권의 석유로부터 자유로워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물류의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의 바실리가 이 계획에 동조했던 것입니다.”
이런 건 제대로 알지 못한다.
대신 스테이크보다는 차라리 커피를 한잔 마셨으면 싶었다.
“무한하게 공급되는 전기 에너지를 통해 기차와 차량의 엔진이 바뀝니다. 미래는 이제 전기 엔진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산업의 핵심에 대한민국이 있게 되는 것이지요.”
설마 라노크가 헛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강찬은 어쩐지 실감 나지 않는 설명이었다.
“인류가 석유 엔진을 발명한 것과 같은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반대로 이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싸움이 일어나겠지요.”
이래서 UIS가 그 지랄을 떨어댔구나.
강찬은 이제야 좀 더 알게 된 느낌이었다.
“이제부터 강찬 씨는 본국과 러시아를 잇는 에너지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몽골에서 공급되는 데나다이트와 세티늄, 그리고 저기 벽장에서 웅크리고 있는 블랙헤드.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강찬 씨의 손으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말을 마치는 라노크의 표정에 비장함과 아쉬움이 스쳐 갔다.
왜?
당연히 함께 해야 할 일인데?
“식사는 틀린 것 같고, 우리 차와 시가를 즐길까요?”
“그러시죠.”
강찬이 밝은 얼굴로 답을 하자 라노크가 웃으며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라파엘이 음식을 치우고, 따듯한 홍차와 시가, 그리고 담배를 탁자에 놓아주었다.
“라파엘.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무슈 강.”
그릇을 치운 라파엘이 작은 도자기 주전자와 잔을 가져와 커피를 가득 따라주었다.
“이런 날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릅니다.”
시가의 연기를 뿜어낸 라노크가 지난날을 떠올리는 투로 말을 건넸다.
“아랍권의 석유와 유대계의 자금을 이겨내고 싶었습니다. 유라시아 철도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싶었지요.”
강찬은 말없이 커피를 마시며 라노크를 바라보았다.
“강찬 씨를 만난 것이 내게는 정말 커다란 행운입니다.”
이 양반이 사람 쑥스럽게!
“대사님. 대사관의 경비를 강화하겠습니다.”
“바실리가 전화를 했던 모양이군요.”
“예.”
구렁이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대사관의 경비는 강찬 씨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지시라뇨? 그저 도움이 되었으면 싶을 뿐입니다.”
“할 일이 많을 겁니다. 지금 나와 의논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도 해야 하고, 다음으로 러시아와 한국의 협약, 그리고 본국과 한국의 협약이 있어야 하는 데다, 그 모든 일을 진행하는데 아랍과 유대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블랙헤드를 선물해 드린 것으로 빠지고 싶은 말씀인데요?”
“하하하!”
두 시간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일, 강찬의 평소 생각,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두서없이 떠들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유쾌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훌쩍 9시를 가리켰다.
“일어날 시간입니다.”
마법처럼 그 말을 뱉으며 라노크는 가면을 뒤집어쓴 얼굴로 바뀌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닙니다. 부탁이 있다면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강찬 씨가 블랙헤드의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고,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 주기를 바랍니다.”
무언가 있는데?
강찬은 라노크의 얼굴에서 그가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이미 가면을 뒤집어쓴 다음이라 지금은 질문해도 알려주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만간 다시 찾아봬서 오늘 못 먹은 스테이크를 마저 먹겠습니다.”
“다음번에는 바실리가 함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라노크와 프랑스식 인사를 마친 강찬은 집무실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대기하고 있던 라파엘, 그리고 복도의 중간과 끝에 서 있는 프랑스 요원들의 눈 끝에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단순히 이게 UIS의 위협 때문일까?
대사관의 주차장으로 나오자 어둠과 추위가 단박에 강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라파엘.”
“예, 무슈 강.”
그 짧은 사이에 불빛에 비친 라파엘이 코가 발갛게 변해 있었다.
“대사님께 내가 알지 못하는 위협이 있나?”
“그런 것은 제가 알지 못합니다.”
외우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나온 답이었다.
“내 번호는 알지?”
“알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말하지. 대사님은 내게 스승 같은 분이다.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든, 대사님께 위협을 가하는 일이 생긴다면 내가 가장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강찬을 바라보는 라파엘의 눈에 물기가 어려있었다.
추위에 약한 프랑스인의 특징일 수도 있고, 지금의 말에 감동했을 수도 있는 건데, 둘 다 일지도 모른다.
“메르시 부끄, 무슈 강(Merci beaucoup, monsieur kang).”
라파엘의 답을 들은 강찬은 요원들이 둘러싸고 있던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제는 몰랐던 휘황한 불빛이 강찬의 시선을 붙들었다.
유리로 된 창 안에서 웃고 떠드는 저들은 전혀 모르는 일을 한다.
불과 며칠 전에 아프리카에서 대원들이 죽었고, 지금도 생사의 기로에서 악착같이 버티는 박철수와 대원들도 있다.
블랙헤드의 에너지로 오백 년 동안 전기를 공급받는다고?
유라시아 철도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그게 죽어간 대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나라를 위해, 사명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군인, 그것도 특수팀 중의 특수팀 대원이었으니까 그냥 받아들이라고?
그렇다면 남은 가족은?
아프리카에서 죽은 누군가의 가족이 이예슬처럼 힘겹고 어려운 환경에 내동댕이쳐지지 않게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피와 목숨값으로 얻은 블랙헤드의 부가 그들에게 좀 더 돌아갈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강찬은 무심히 창밖을 보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고, 혹시 지금 하려는 일로 엉뚱하게 양진우 같은 개새끼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문득 시선을 돌린 강찬에게 조수석에 앉은 요원의 고개가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어떤 것이 최선일까?
생각이 많아서인지 ‘어?’하는 사이에 자동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배가 고팠다.
우르르 에워싼 요원들과 병원에 들어선 강찬은 엘리베이터를 타자 고개를 돌려 요원을 보았다.
“저녁은?”
“올라가면 도시락이 있습니다.”
“여유 좀 있어?”
“식사 못 하셨습니까?”
“응.”
요원 둘이 빠르게 시선을 교환했다.
“필요하시면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럴 게 뭐 있어? 같이 먹자.”
난처한 얼굴로 요원이 강찬을 볼 때였다.
때앵.
벨 소리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복도에 대기하던 요원들이 강찬을 맞았다.
“도시락 어딨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혼자 무슨 맛으로 먹어. 어딨는데?”
강찬이 확실하게 요구하자, 요원이 복도 끝에 있는 방을 보았다.
“가자니까.”
강찬은 복도를 걷다가 석강호가 있는 병실의 문을 열었다.
드르륵.
“어? 왔소?”
TV에서 시선을 돌린 석강호가 상체를 일으키며 강찬을 보았다.
“밥 안 먹어서 요원들하고 도시락 먹고 올게.”
“왜요? 대사님이 밥 안 줍디까?”
“그렇게 됐어. 저녁 먹었지?”
석강호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같이 갑시다. 도시락이라니까 갑자기 입맛이 땡기우.”
강찬이 고개를 돌리자 “여유는 있습니다.”하는 요원이 답이 있었다.
허름한 환자복에 링거대를 끄는 석강호, 강찬, 그리고 함께 대사관에 갔던 요원들이 우르르 끝 방으로 들어섰다.
쉬고 있던 요원들이 벌떡벌떡 일어나 강찬을 맞았다.
“도시락 어딨냐?”
이 새끼는 저녁을 처먹었다면서.
휴게실로 개조한 병실이라 식당에서 씀 직한 커다란 탁자도 있었다.
요원들이 빠르게 도시락과 국물, 그리고 물을 탁자에 올려주었다.
“얼른 앉아.”
도시락을 앞에 둔 강찬의 말에 요원들이 자리에 앉았다.
누구도 숟가락을 들지 못해서 비장한 느낌마저 들었다.
“기도할 건 아니지?‘
“뭔 소리요? 야! 빨리들 좀 먹자!”
석강호의 툴툴대는 소리에 다 같이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하얀 쌀밥, 별도로 담긴 반찬.
나쁘지도, 그렇다고 썩 좋지도 않은 도시락이었다.
강찬은 어쩐지 서운했다.
밥과 반찬, 그리고 국이다.
하지만 전쟁터와 같은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자부심을 느끼기에는 어딘지 소홀한 느낌이었다.
“대사관에 다녀온 일 말인데…….”
강찬이 나무젓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에 넣으며 말을 하자 모두의 시선이 단박에 달려들었다. 심지어 탁자 주변에 앉아 있던 요원들의 시선까지 말이다.
“대한민국을, 아니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국이 될 기회가 있더라구.”
뜬금없는 소릴 거다.
지금 강찬을 보는 석강호의 시선이나 요원들의 시선이 꼭 그랬다.
“몽골에서, 아프리카에서 희생한 대원들만큼이나 이제부터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희생이 따라야 할지 몰라.”
요원 서넛이 젓가락을 멈추고 강찬을 보고 있었다.
“대사관에서 여길 오는 내내 고민했었는데 우습게도 여기 도시락을 보고 나서 결심이 선다. 우리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를 악착같이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어서 우리 뒤에, 그리고 우리 다음에 요원이 되는 놈들은 프랑스, 미국, 러시아와 맞먹는 정보국에서 일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고.”
강찬의 맞은 편 요원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을 때였다.
“궁금한 게 있는데…….”
강찬은 요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지금 우리 수준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요원이 희생될지 나도 감을 못 잡겠다. 정말 죽어서 국가정보원 벽에 이름없는 별 하나 남겨도 후회하지 않겠냐?”
강찬과 함께 조수석에 타고 움직였던 요원과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강찬은 그의 눈에서 손가락이 부러진 채로 죽었던 대원, 배에 총을 맞고도 악착같이 버텨주던 윤상기, 그리고 구덩이에서 손을 뿌리치려고 했던 차동균과 같은 의미의 눈빛을 보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병실이 조용해서 밖에서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오히려 또렷하게 들렸다.
“자신 없어?”
“저희는…….”
대답은 강찬의 맞은 편 왼쪽 구석에서 들렸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사명 하나로 살았습니다. 대한민국이, 우리나라가 빛날 수 있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별이 되더라도 기쁘고 영광스럽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강찬이 피식 웃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에이! 분위기가 이래서 입맛이 주네. 야! 우리 이거 비벼 먹자.”
석강호가 반 이상을 처먹은 도시락을 테이블 안쪽으로 슬쩍 밀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났는데 불행하게 커다란 그릇이 없었다.
“화장실에 봐! 거기 세숫대야 있더라.”
석강호의 말에 요원 하나가 정말 플라스틱 대야를 들고 나왔다.
개새끼! 간호사실에 부탁해도 되는데!
결국, 대야에 밥을 비볐다.
남자 새끼들은 참 희한하다.
깨끗한 도시락 처먹을 때도 서먹하던 분위기가 대야에 밥을 비벼놓자 말끔하게 가셨다.
“역시 우리는 이런 게 적성에 맞아.”
주둥이에 밥을 가득 채운 석강호가 곧바로 수저를 대야에 담그며 뱉은 말이었다.
비벼 놓으니까 양이 엄청났다.
탁자 끝에 있는 요원들이 도시락 용기에 제법 퍼갔는데도 아직 반 이상 남았다.
강찬이 잔뜩 떠서 입에 담는 순간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황기현과 김형정이 들어섰다.
상황을 본 황기현과 김형정, 그리고 두 사람을 맞는 요원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고, 분위기가 삽시간에 서늘해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황기현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탁자로 다가왔다.
“숟가락 하나 여분 없나?”
“여기 있습니다.”
요원이 얼른 플라스틱 숟가락에 싸인 비닐을 뜯었다.
“저도 먹을 수 있습니까?”
이어서 김형정까지 웃는 낯으로 다가섰다.
“놔둬! 비빔밥은 따로 뜨면 맛없어.”
요원 한 명이 도시락 용기에 밥을 덜어주려고 하자 황기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야에 수저를 내밀었다.
우걱. 우걱.
나이 든 양반이다.
그런 양반이 볼에 가득 찰 정도로 밥을 욱여넣고는 곧바로 숟가락을 대야에 뻗었다.
“누가 비볐어?”
“제가 했습니다.”
황기현의 질문에 요원이 빠르게 답을 했다.
“김 팀장. 저 친구는 주방으로 발령을 내지?”
“그래야겠습니다.”
왼손으로 받쳐 든 숟가락을 입에 넣으며 김형정이 장단을 맞췄다.
어색한 것은 잠시였다.
숟가락이 바쁘게 오갔고, 잠시 뒤에 대야가 텅텅 비었다.
종이컵에 담긴 봉지 커피를 하나씩 손에 든 다음이었다.
황기현이 탁자에 앉아 맞은 편에 앉거나 주위에 서 있는 요원들을 주르륵 둘러보았다.
“밥 맛있었다.”
국가정보원 원장이 현장 요원들을 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회사 임원이 편안하게 과장, 대리들을 불러놓은 자리처럼 보였다.
“나는 여러분들처럼 현장에서 목숨을 걸지는 못한다. 하지만 말이다.”
황기현이 날카롭게 변한 눈길로 대원들을 보았다.
“여러분과 똑같이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여러분의 이런 고생과 노고가 헛되지 않는 국가정보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멋진 말이어서 강찬이 피식 웃을 때였다.
“건배합시다!”
석강호가 잔을 높이 들었다.
미친 새끼!
방금 전에 탄 커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