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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74화 (27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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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내게 주는 선물 맞습니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강찬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바실리다.”]

이 인간이 어쩐 일이지?

강찬은 전화기를 내려서 발신번호를 잠시 보았다.

[“내가 한국에 다녀갔었다는 건 들었겠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바실리.”

전화기 너머에서 바실리 특유의 웃음이 들렸다.

[“라노크와 약속은 잡았나?”]

“오늘 저녁을 함께 먹기로 약속했는데 무슨 일이지?”

바실리를 속일 수도 없거니와, 저녁 먹는 걸 굳이 감출 이유도 없어서 강찬은 순순히 답을 했다.

[“무슈 강. UIS가 자네와 라노크를 노리고 있다. 한국은 경험이 부족해서 테러에 대해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가 자네에게 제대로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알려주는 거다.”]

“바실리. UIS가 대사님과 나를 노리는 이유가 뭐지? 그리고 러시아가 유전을 공동개발하자고 한 이유는?”

[“그런 건 라노크에게 듣는 게 좋아. 이 정도로 힌트를 주었으니까 저녁을 먹으면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말이지, 무슈 강.”]

강찬은 잠자코 바실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국에 인재가 부족하고 국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쯤은 안다. 그렇더라도 몽골과 아프리카를 모두 뛰어다니는 것은 좋지 않아. 그건 오히려 적에게 무슈 강을 노리려면 몽골이든, 아프리카든 아무 곳이나 찌르면 된다고 알려주는 것과 같아.”]

그게 그렇게 받아들여지나?

하여간 생각하는 게 이렇게나 다를까 싶었다.

[“정보전은 처절한 복수를 인정한다. 다시는 비슷한 일로 가까운 이들을 건드리지 못하는 복수. 대신 모든 일에 일일이 개입하면 혼선이 빚어져. 적들이 아무 곳이나 마음 놓고 건드리게 되니까.”]

잘 받아들이던 참이다.

그런데 강찬은 바실리의 마지막 말이 잘 이해되질 않았다.

“바실리. 복수란 건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의미잖아? 그렇다는 건 복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모두를 챙기지는 말라는 뜻인가?”

[“확실히 이해가 빠르군. 만약 자네가 좋아하는 이들이 동시에 위기에 빠진다면 가장 먼저 누굴 구할 생각이지?”]

이런 질문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끼는 사람?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 누구냐, 무슈 강? 적어도 정보 세계에 발을 디뎠다면 그 정도는 생각해 두는 게 좋아. 반드시 한 번은 부딪칠 상황이니까.”]

강찬의 침묵에 바실리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은 모두를 직접 지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지만, 반대로 그 점이 모두를 점점 더 깊은 위험에 빠트린다는 것도 잊지 마라.”]

정말 그런 건가?

강찬이 생각에 잠길 때였다.

[“조만간 조연에게도 시간 한번 내주지?”]

조연? 무슨 조연?

강찬이 고개를 갸웃한 순간에 전화가 뚝 끊겼다.

하여간 정체성이 이렇게 헛갈리는 인간도 드물 거다. 안드레이 새끼도 그렇더니, 바실리도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전화 한 통에 그토록 따사롭게 느껴지던 햇살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강찬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와 담배가 당겨서 천천히 병실을 나와 석강호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석강호는 금방이라도 테이블을 잘라버릴 것처럼 가위를 들고 인상을 긁고 있었다.

“뭐해?”

“야! 이거 쉽지 않소.”

강찬이 커피를 타서 테이블로 움직이자, 석강호가 상자와 포장지를 들어 보였다.

“여기에 맞춰서 잘라야 하는 거 아니오?”

“어디?”

강찬은 옷장으로 가서 군복 바지 옆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블랙헤드를 꺼냈다.

독특한 검붉은 광채를 뿜어내는 것이 이렇게 보니까 돈 좀 되게 생겼다.

둘이서 일단 상자에 종이 자른 것을 쭉 깔아놓은 다음, 어른 주먹만 한 블랙헤드를 담았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다.

그런데 포장지를 잘라 예쁘게 싸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꼭 30분 걸렸는데 무언가 미묘하게 부족한 느낌이었다.

염병! 선물이라는 게 성의가 중요하지, 포장이 중요한 건 아닌 걸 거다.

“됐다! 이게 최선이야.”

강찬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바실리와의 통화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그래서 밖이 저런가?”

“일단 대사님을 만나서 UIS가 왜 대사님과 우리를 노리는지, 그리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왜 되지도 않는 제안을 하는지부터 알아보자.”

“그럽시다. 그럼 저녁은 내가 알아서 먹는 거요.”

“그래.”

강찬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밖에 있는 요원들에게 대사관까지 움직일 승용차와 옷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허! 그것참!”

석강호가 종이백을 들어서 기가 막힌다는 듯 보고는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흔한 선물용 종이백이다.

이 안에 블랙헤드가 있으리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둘이서 웃는 사이 요원이 옷을 가지고 왔다.

양복, 편안한 복장, 그리고 운동복.

강찬은 편한 바지에 셔츠와 정장 재킷을 입었다.

“춥지 않겠소?”

“차 타고 대사관에 바로 들어갔다가 곧장 돌아올 건데 뭘.”

“그렇기도 하우.”

옷을 갖춰 입은 강찬은 종이백을 들고 병실을 나섰다.

요원들이 날카롭게 긴장한 것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삼엄한 경호였다.

1층 엘리베이터를 내렸을 때, 양복 차림의 요원들이 삽시간에 강찬을 싸고 차에 이르렀으며, 근방 10m 이내에는 아예 사람들이 다가올 수 없도록 차단했다.

강찬이 차에 오르자 조수석에 요원 한 명이 더 탔고, 바로 차가 출발했다.

앞과 뒤에 요원들이 탄 차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강찬은 시선을 승용차의 앞유리에 두었다.

각진 턱, 그리고 듬직한 요원들의 어깨 사이로 밖의 풍광이 보였다.

대한민국과 임무에 목숨을 건 요원들이다.

저런 인재들이 있는데 바실리는 대한민국을 얕본다.

“내일 점심은 먹지 말고 있어 봐.”

조수석의 요원이 고개를 돌려 강찬을 보았다.

“아버지께서 초밥 사오신다니까 같이 먹으려고.”

“경호 중에는 자체 조달한 음식 외에는 먹을 수가 없습니다.”

강찬의 표정을 본 요원이 짧게 미소 짓고는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규정이 있어?”

“어떤 이유에서든 음식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 대통령 경호실부터 모든 경호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너무 빡빡한 거 아냐?”

“부원장님을 경호하는 일입니다.”

다부진 답이었는데 밉지 않아서 강찬은 그저 웃기만 했다.

서울의 거리는 평화로웠다.

겨울치고는 따듯한 햇살, 도로를 가득 메운 각종 차량, 그리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랬다.

강찬은 문득 아프리카에 남겨진 제라르와 부대원들, 그리고 노인과 아크리온을 떠올렸다.

이럴 때 가끔은 제라르가 옆에 있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이곳에서도 온갖 일들이 벌어지긴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평화로운 거리 한구석에서 함께 커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스미든, 이 새끼는 그런데 왜 이렇게 연락이 없지?’

그러고 보니 한 새끼를 잊고 살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프랑스 대사관이 눈에 들어왔고, 강찬이 탄 차는 그대로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함께 도착한 요원들이 강찬의 차량을 완전히 둘러싼 데다, 안에서 나온 프랑스 요원들이 가세해서 한 마디로 검은 양복이 프랑스 대사관 주차장에 득실득실한 모양새였다.

이틀 전까지 아프리카에서 대원들을 지키겠다고 처절한 전투를 치르고 온 강찬이다. 이런 모습이 불편하고 거북스러웠지만, 요원들의 사명감 넘치는 표정을 보고 나자 다른 말을 하기 어려웠다.

“무슈 강. 오랜만입니다.”

대사관 입구로 들어서자 라파엘이 직접 기다리고 있었다.

“대사님께서 기다리십니다.”

강찬은 종이백을 들고 라파엘을 따라 라노크의 집무실로 향했다.

엔틱풍의 벽과 문, 복도에 깔아놓은 카펫.

프랑스 대사관은 변함이 없었다.

“무슈 강!”

“대사님!”

반가웠다.

냉정한 눈에 뾰족한 코를 가진 라노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은 몰랐다.

커다랗게 포옹을 했고, 프랑스식으로 볼에 소리만 크게 나는 인사를 하면서도 강찬은 반가운 마음이 무엇보다 앞섰다.

“이리 앉읍시다.”

라노크가 기다란 팔로 탁자를 가리켰다.

쪼로록.

라파엘이 홍차와 담배를 준비해주는 것도 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몸은 괜찮습니까?”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는 말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 대사님!”

강찬은 들고 있던 종이백을 내밀었다.

라노크가 얼결에 받고는 의아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아프리카에 다녀온 기념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뜯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강찬이 홍차를 마시는 앞에서 라노크가 포장된 상자를 꺼냈다.

‘이게 뭐지?’

상자를 바라보는 라노크의 표정이 꼭 그랬다.

부스럭. 부스럭.

서양놈들은 참 포장 거칠게 뜯는다.

마침내 포장지를 다 뜯은 라노크가 강찬을 힐끔 본 다음 상자를 열었다.

멈칫!

“강찬 씨……?”

반응이 워낙 당황스러워서 혹시 누가 블랙헤드 대신에 다이너마이트나 C4로 바꿔치기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건……?”

라노크의 음성이 떨리는 것은 처음 들었다.

그리고 당황하고,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것도.

“강찬 씨……?”

“대사님. 너무 그러시니까 당황스럽습니다. 혹시 언짢으셔서 그러신 건 아니지요?”

“그게……. 혹시 강찬 씨, 이게 뭔 줄 모르고 내게 준 건 아닙니까?”

라노크는 아직 상자에서 블랙헤드를 꺼내지도 않았다.

“블랙헤드가 아닌가요?”

라노크가 폐로 웃는 것처럼 이상하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맞습니다. 블랙헤드. 정말 이걸 내게 선물로 주는 거 맞습니까?”

“예.”

라노크가 연달아 폐로 웃었다.

그리고 웃음 끝에 그의 눈이 젖어 있는 것을 강찬은 확실하게 보았다.

“내가 이런 블랙헤드를…….”

라노크가 조심스럽게 상자에서 블랙헤드를 꺼내 내려다보았다.

몇백억도 우습게 아는 양반이 고작 블랙헤드가 비싸서 저러지는 않을 거고.

“정말 내게 주는 선물 맞습니까?”

“대사님께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라노크가 감정을 억누르려는 것처럼 마른 침을 삼킨 다음, 기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이걸 얻는 과정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

“듣고 싶으시면요.”

강찬은 담배를, 라노크는 시가를 든 채로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앞이 없으면 뒤도 설명하기 어렵다.

간단하게 전했지만, 대략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그 뒤로 동굴이 완전히 막혔습니다.”

말을 마친 강찬이 홍차를 한 모금 마셨을 때였다.

라노크가 일어서서 책상 뒤편의 구석으로 가더니 벽에 손바닥을 댔다.

띠루룩.

그러자 전자음이 울렸고,

달칵.

벽에서 액자 크기의 문 한쪽이 툭 튀어나왔다.

문을 연 라노크는 안쪽에 금고문을 열고 블랙헤드를 넣었다.

벽을 밀어서 전혀 알 수 없게 만든 라노크가 표정을 가다듬고 강찬의 앞에 앉았다.

“식사를 하면서 알려줄 것이 있습니다. 그 뒤에도 강찬 씨가 저것을 내게 준다면 그때 받겠습니다.”

라노크는 전에 상상조차 못 했던 모습들을 연달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블랙헤드에 강찬이 모르는 일들이 있다는 의미다.

라노크는 책상으로 움직여서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예. 대사님.”]

“식사를 내방에서 하겠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잠시 후, 라파엘이 커다란 테이블을 밀고 들어와 설치한 다음, 하얀 테이블보를 깔았고, 다시 그릇과 포크, 나이프를 세팅해주었다.

“저리로 옮기지요.”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라노크는 와인을 강찬의 잔에 따라주고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프랑스 식사는 길고 길다.

“강찬 씨를 다시 보게 되어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라노크가 드는 것에 맞춰 강찬도 와인잔을 들어 보인 후에 한 모금 마셨다.

라파엘이 다시 연어, 캐비어, 달팽이 요리로 구성된 오르되브르(hors d‘oeuvres)를 가져다주었다.

작은 포크로 음식을 입에 넣은 라노크가 강찬을 보고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강찬 씨. 사실 블랙헤드의 가장 큰 효용은 그것이 지닌 에너지입니다.”

영국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블랙헤드가 지닌 에너지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던 강찬이다. 그리고 라노크는 영국에서 있었던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거고.

지금은 그저 듣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강찬은 보조를 맞춰서 음식을 입에 넣으며 라노크의 말에 집중했다.

“본국이 강입자 충돌기를 만든 가장 큰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라노크가 와인을 한 모금 삼킨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의 블랙헤드는 에너지를 응축한 보석이어서 그 에너지를 사용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에너지를 밖으로 꺼낼 방법으로 본국은 강입자 충돌기를 개발했던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블랙헤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불균형 상태로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지진을 만들 계획을 세우셨던 건가요?”

강찬이 달팽이를 입에 넣으며 던진 질문에 라노크가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에너지를 밖으로 쏘아내기 위해서였던 것이지, 지진을 구상했던 건 아닙니다. 그걸 영국이 무기로 오판해서 일이 커지게 되었던 겁니다.”

그렇구나.

강찬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문제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블랙헤드는 너무 불안정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튼이 주도한 지층충격기에서 충분히 경험했었으니 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라노크가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강찬 씨가 다녀간 이후로 영국의 블랙헤드가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찬은 어쩐지 새로운 구덩이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영국이 가진 에너지에는 모두 세 가지 에너지 파장이 빠져나가서 강찬 씨가 가진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를 채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강찬 씨의 말대로라면, 조금 전에 내게 준 블랙헤드는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나와 바실리가 목숨을 걸고 고대하던 바로 그 에너지원이 되는 것입니다.”

라노크의 모습이 워낙 비장해서 강찬은 포크를 내려놓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대사님. 도대체 블랙헤드가 가진 에너지가 어느 정도길래 그러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구결과로만 예상한다면, 그리고 데나다이트와 세티늄을 계속 제공할 수 있다면, 저 블랙헤드로 대한민국은 앞으로 오백 년가량 무한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식.

강찬은 단박에 웃음이 나왔다.

이건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놀라거나 최소한 ‘어?’하는 표정이라도 짓지.

“통상 아프리카에서 수십 년에 한 개씩 블랙헤드가 나오고, 이전에 거래되었던 블랙헤드가 있다고 가정하면 공급은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석유는 그 쓰임이 점점 더 없어집니다.”

이건 그나마 좀 이해가 된다.

“그래서 UIS가 대사님과 저를 노리고 있는 건가요?”

“바실리와 로리암에서 만났던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강찬 씨와 대통령, 국가정보원장 정도가 그 대상일 겁니다.”

솔직히 이런 말을 처음 들으면 누구나 막막하지 않을까?

지금 강찬의 심정이 꼭 그랬다.

“어떻습니까? 한국이 앞으로 오백 년가량 쓸 에너지입니다. 이걸 알고도 제게 선물로 주시겠습니까?”

그런데 그때, 라노크가 가면 같은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강찬은 시선을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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