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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 하고 싶은 일
석강호와 함께 아침을 먹고 난 다음이다.
유헌우가 기다렸다는 것처럼 들어와 상처를 소독한 후에 붕대를 갈아주었다.
“퇴원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제가 못하게 하면 안 하기는 합니까?”
유헌우가 붕대의 끝을 반창고로 붙여가며 강찬의 질문을 받았다.
“총상입니다.”
그리고는 상처에서 고개를 들면서 말을 이었다.
“어깨에 있는 상처는 수술을 고민할 정도로 위험합니다. 강찬 씨의 특이 체질을 몰랐다면 난 분명 수술대에 강찬 씨를 올렸을 겁니다.”
유헌우가 나직하게 말을 건네고는 수술용 장갑을 새것으로 바꿔 끼었다.
“석 선생의 상처도 비슷하기는 한데, 이 쪽은 상처가 굳어가는 모양이 다릅니다.”
서걱. 서걱.
그는 대화를 하면서도 능숙하게 석강호의 붕대를 가위로 잘라냈다.
“강찬 씨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대강은 알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지금 상태에서 더 무리하면 수술을 하더라도, 평생 어깨를 제대로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구렁이의 표정이나 말로 봐서 당분간 퇴원은 물 건너간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럼 저는 어떻습니까?”
“수술하기 딱 좋지요.”
음성은 부드러웠으나 석강호가 입을 꽉 닫을 정도로 단호한 답이었다.
“강찬 씨.”
“예.”
석강호의 어깨에 붕대를 감으며 유헌우가 강찬을 불렀다.
“총상의 의미 정도는 압니다.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으리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이런 일이 생기면 최소한 몸을 아끼는 노력 정도는 해줍시다.”
유헌우가 붕대의 끝에 꼼꼼하게 반창고를 붙이며 강찬을 힐끔 보았다.
“흙이 가득한 상처를 그대로 두지는 말아 달라는 뜻입니다. 석 선생도 아시겠지요?”
강찬도, 석강호도 얌전하게 “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당부였다.
“퇴원은 사흘 뒤에 하는 것으로 합시다.”
“사흘이요?”
“최소한 벌어진 곳이 제대로 붙은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만에 왔으면 병원 수입을 배려해 주는 미덕이 필요합니다.”
강찬이 픽 하고 웃자, 장갑을 벗어 수거함에 던진 유헌우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대로 무거운 것을 들지 마세요.”
“예.”
강찬이 답을 듣고 나서야 유헌우는 병실을 나섰다.
“대장은 심각한가 보우?”
“너도 그렇다잖아.”
“나야 뭐 대장 때문에 함께 벼락 맞은 거고. 대장은 그때 구덩이에서 동균이 붙잡느라 그런 모양이오.”
석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타러 움직였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김형정이 들어섰다.
“마침 딱 맞춰오셨네. 커피?”
“좋지요. 제가 타겠습니다.”
“이미 숟가락 담갔는데요. 앉으세요. 이 정도는 충분히 할 만합니다.”
“그럼 오랜만에 석 선생이 타주는 커피 한 잔 마셔볼까요?”
테이블에 앉은 김형정은 전화기 두 대를 꺼내 그중 하나를 강찬의 앞에 놓아주었다.
석강호가 종이컵 네 개를 작은 쟁반에 올려 탁자로 가져왔다. 당연히 하나는 물이 반쯤 들어 있는 재떨이 대용인 거다.
“전화기를 가져오셨네!”
석강호가 반가운 말을 쏟아낼 때, 김형정은 종이컵을 들여다보며 실없는 웃음을 웃었다.
뭐라고 해도 봉지 커피에는 담배인 거다.
김형정이 얼른 창문을 활짝 열었고, 셋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강찬 씨. 강 선배는 어제 출국했습니다.”
석강호가 힐끔 강찬을 본 다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요원을 통해 강찬 씨가 아프리카에 파병 갔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셨던 모양입니다. 귀국 소식을 들으셨기 때문에 병원에 있는 것을 적어도 아버님께만은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전화 드리죠.”
강찬이 답을 한 다음이다.
“유라시아 철도 담당 팀 구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할 테니 다 같이 인사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 그렇게 할게요.”
김형정의 제안에 답을 한 강찬은 궁금했던 것을 묻기로 했다.
“팀장님.”
“예.”
“이번 파병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알고 계신가요?”
의심하거나 추궁하겠다는 게 아니라 알고 있는 대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던진 질문이었다.
“파병을 전후로 국가정보원에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김형정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분명 무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도 파병에 감춰진 것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 외에…….”
김형정은 이어서 바실리의 방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에 대해 있는 대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솔직하게 원장님께서도 강찬 씨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실리 국장의 말대로 정보 세계의 중심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현재의 국가정보원이 그 뒷받침을 못 하고 있습니다.”
바실리가 다녀간 줄은 몰랐다.
러시아가 아무 조건 없이 한국을 도와줘?
북극곰이 펩시콜라 사 마시며 웃을 소리다.
“그래서 결정은 어떻게 났나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양쪽 모두에게 결정을 뒤로 미루겠다고 통보해놓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나마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어차피 이번 파병과 원유 공동 개발 제안에 숨겨진 내막을 알아낼 수 있는 분이 강찬 씨밖에 없어서 그렇습니다.”
“시간이 급한 거네요?”
“그렇게 됐습니다.”
김형정이 무겁게 답을 했다.
부족한 국가정보원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그리고 그런 이유로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강찬에게 곧바로 짐을 지우는 것이 못내 미안한 얼굴이었다.
“몽골은요?”
“그곳은 제법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몽골 국경 수비대에서 경비에 관한 위임까지 받아서 근처를 지나려면 모두 오 대표가 사인한 통행증이 있어야 한답니다.”
강찬과 석강호가 웃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팀장님. 오후에 움직이게 되면 혹시 차량 지원이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지금도 밖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하면 라노크와 통화를 마치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옷도 좀 필요한데요.”
“석 선생 옷까지 준비해 놓았습니다.”
김형정은 확실히 무엇을 준비하던 꼼꼼한 느낌이었다.
대답을 듣고 난 강찬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참! 팀장님. 아프리카에 편지가 왔던데 그건 어떻게 된 건지 아세요?”
“아! 그거요!”
김형정이 웃는 낯으로 강찬을 보았다.
“어머님은 재단 일로 총리실과 연락을 하시다가 편지를 전해줄 수 있는지 물으셨고, 김미영 학생은 아버님을 통해, 그리고 이유슬은 증평의 부대에서 전해주었습니다.”
강찬은 멍한 얼굴로 김형정을 보았다.
유혜숙과 이유슬은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김미영의 편지가 아버지를 통해 전달되었다는 말뜻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혹시 김미영 학생 편지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예. 아버님을 통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요.”
석강호도 궁금한 얼굴로 김형정을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유라시아 철도 법률 담당관이 김미영의 아버님, 김관식 법관입니다.”
강찬은 뒤통수를 세차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대한민국에 법관이 딱 한 명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좀 아니다.
만약 사전에 알았다면 절대로 막았을 일이기도 했다.
이제야 김미영이 아버지에게서 들었다는 말이 왜 그랬는지도 알 것 같았다.
“세상 참…….”
석강호의 말이 강찬의 심정을 정확하게 대변해주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인사하는 자리에 미영이 아버님도 나오시는 거겠네요?”
“그렇습니다.”
기가 막혀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제가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계시구요?”
“몽골까지는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연속해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답이 나왔다.
“많이 불편하신가요? 그렇지 않아도 말이 좀 있었는데 워낙 평이 좋은 법관인 데다, 본인이 자원했던 일이라 결재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유라시아 담당이라는 것을 모르고 신청하셨었을 거 아닙니까?”
“짐작하고 계셨습니다.”
그렇다면 강찬이 유라시아 총책임자라는 것을 알고도 자원했다는 말이 된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원!
머리를 긁으려고 팔을 들던 강찬은 어깨의 통증 때문에 인상을 버럭 썼다.
“담배나 하나씩 피우면서 생각합시다.”
강찬이 석강호가 건네준 담배에 불을 붙였을 때였다.
“아프리카에서 습격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김형정이 궁금해하던 질문을 꺼내 들었다.
“쿠드스던데요.”
“확실한가요?”
“거의 맞을 겁니다.”
어차피 증평에 있는 대원들을 통해 보고받을 이야기였지만, 강찬은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일들과 분위기에 대해 들려주었다. 물론 비밀로 하기로 했던 블랙헤드에 관한 이야기는 제외했다.
“확실히 UN이 누구에겐가 협조를 한 것 같군요.”
김형정이 궁금증을 풀었을 때쯤은 점심시간이었다.
셋이서 낙지 볶음을 시켜서 점심을 먹었고, 차를 한잔 마신 다음에 김형정은 병실을 나섰다.
“미영이 아버님이 왜 그러셨지? 대장은 짐작 가는 거 없소? 혹시……?”
“혹시 뭐?”
“대장을 사윗감으로 콱 찍어놓으신 거 아니오?”
“야! 너 같으면 딸 나 주겠냐?”
석강호가 고개를 비틀고 심오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고민할 게 뭐 있냐?”
“욕심은 나우.”
“매일 전쟁터 뛰어다니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놈한테 딸을 주게?”
“나한테 아버님이라고 부를 거 아니오?”
말을 말아야지.
강찬은 고개를 저으며 김미영 아버지의 일을 털어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거다.
“우선 전화부터 하자.”
강찬은 가장 먼저 라노크의 번호를 눌렀다.
[“강찬 씨.”]
“대사님. 강찬입니다. 어제 병원에 도착했는데 전화기를 지금 찾아서 전화가 늦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상처는 좀 어떻습니까?”]
이렇게 깨끗한 음질로 통화하자 한국에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실감 났다.
“오후나 저녁에 시간 되시면 찾아뵐 정도는 됩니다.”
[“그렇다면 저녁을 함께 먹을까요?”]
“그러시죠. 어디로 갈까요?”
[“6시쯤 대사관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사님. 그때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석강호에게 지금의 통화를 알려주었다.
“블랙헤드 말이야. 그거 대사님께 선물로 드릴까 하는데?”
“알아서 하쇼.”
석강호가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답을 했다.
“왜요?”
“함께 고생해서 얻은 건데 아깝지 않냐?”
“그깟 거 욕심낼 새끼가 거기 누가 있소? 나는 대장하고 함께 있을 사무실이면 충분하고, 애들은 지난번에 대장이 알아서 챙겨줬잖소. 솔직히 우리가 이만큼 날뛰는데 라노크 그 양반 힘이 컸던 거 아니오? 그러니 그거 선물한다고 해도 서운해할 새끼 아무도 없을 거요.”
“알았다. 그럼 이왕 선물하는 거니까 포장이라도 좀 하자.”
“그럽시다.”
석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의 요원에게 포장용 상자와 포장지, 그리고 종이백을 구해달라고 말을 했다.
“이상한데?”
“뭐가?”
병실 문을 닫고 테이블로 걸어온 석강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밖에 너무 많소. 이건 전에 호텔에 몸을 숨겼을 때 수준인데요?”
“그래?”
강찬이 문을 보았는데 그런다고 밖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잠깐 있어봐. 아버지께 전화도 드릴 겸 해서 바람 좀 쐬고 올 테니까.”
“밖에 춥소.”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병실을 나섰다.
아닌 게 아니라, 복도며 엘리베이터, 심지어 계단 쪽까지 요원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 있었다.
확실히 경호 상태가 예사롭지는 않았다.
“지시할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 옆 방 비었지?”
“예.”
강찬은 우선 석강호라고 적힌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디 앉을까 하다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아서 창가의 침대에 걸터앉아 전화를 바라보았다.
우선 잘 있다고 말하고, 묻는 것에 솔직하게 답하면 되는 건데, 강대경이 아프리카 파병을 알고 있다는 말에 자꾸만 생각이 많아졌다.
강찬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꼭 두 번 울린 다음이었다.
[“여보세요? 찬이냐?”]
“예, 아버지.”
[“어디냐?”]
“병원이에요. 어제 들어왔는데 전화기를 오늘 찾아서 이제 전화드리게 됐어요.”
예상 밖으로 강대경의 음성은 덤덤했다.
[“엄마에겐 전화했어?”]
“아버지께 먼저 드렸어요.”
[“잘했다. 엄마는 너 아직 몽골에 있는 줄 아니까 적당하게 그렇게 말해라. 퇴원은 언제냐?”]
“사흘 뒤에 하면 된대요.”
[“많이 다쳤어?”]
태연한 척했지만, 강대경의 음성에 담긴 염려와 걱정이 창을 타고 들어온 햇살처럼 고스란히 강찬에게 전달되었다.
“라노크 대사님과 저녁 약속에 갈 정도로 멀쩡해요. 의사 선생님이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있으라고 해서 있는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퇴원하면 집으로 오는 거고?”]
“예. 그럴려구요.”
[“아버지가 초밥 사갈까?”]
초밥이 이렇게 따듯하게 느껴지는 음식인 줄은 몰랐다.
“예.”
[“이 녀석이 왜 이렇게 얌전하게 굴어? 정말 많이 다친 거 아니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버지.”
강찬이 답을 하자 건너편에서 나직한 한숨 소리가 먼저 들렸다.
[“내일 점심때 가도 되겠니?”]
“아버지. 여기 인원수가 엄청나요.”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아들이 먹고 싶다는데 그깟 인원수가 문제냐? 전부 몇 분인데?”]
“스무 명쯤 되는 거 같은데요?”
“많긴 많구나.”
기분 좋은 강대경의 웃음이 전화기를 타고 건너왔다.
[“아버지가 내일 점심때 갈게. 밥 먹지 말고 기다려.”]
“예.”
[“찬아.”]
“예?”
강찬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전화해줘서 고맙다. 이제 얼른 엄마한테도 전화드려. 내일 보자.”]
“예, 아버지. 내일 뵐게요.”
전화를 끊은 강찬은 잠시 창밖을 보았다.
엉뚱한 곳에서 태어나 걷잡을 수 없는 싸움을 하더라도 이런 아버지와 유혜숙 같은 어머니를 얻은 것이라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찬은 이어서 전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도 신호대기음은 두 번을 넘지 않았다.
[“아들!”]
유혜숙의 반가운 음성에 벌써 눈물이 묻어 있었다.
“어머니! 저예요!”
[“아들! 괜찮아? 건강한 거야? 밥은 잘 먹고?”]
“예. 전 잘 지내요. 어머니는요?”
[“응. 아들 보고 싶은 거 빼면 엄마도 잘 지내. 우리 아들, 정말 어디 다치거나 아픈 데 없는 거지?”]
“예. 정말 잘 있어요.”
빤한 통화다.
그런데도 강찬은 유혜숙과 20분 가까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제 살 것 같다. 요 며칠 꿈에 아들이 자꾸 아파 보여서 걱정했었거든. 사흘 동안 건강하게 잘 있다가 들어와. 엄마가 공항에 갈까?”]
“그날 다른 분들이 오신대요. 그분들 뵙고 바로 갈게요.”
[“그래, 아들. 사랑해.”]
“저두요.”
통화를 끊자 가슴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다시 병실로 돌아가서 블랙헤드를 포장하고, 석강호와 시간을 보내다가 라노크를 만나러 가면 된다.
강찬은 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김미영의 번호를 찾았다.
왜 자꾸 주저하는 거지?
보고 싶으면서.
강찬이 통화 버튼을 만지작거릴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예상하지 못했던 전화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