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69화 (26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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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기회요.

“지금 몇 시지?”

“어, 10시요.”

강찬의 질문에 석강호가 답을 했다.

“노인한테 우선 물어보자.”

강찬은 석강호와 함께 벤치로 향했다.

“까르르르르!”

제라르의 쇼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것을 강찬도 알 정도로 아크리온의 반응은 격정적이었다.

“미친 새끼.”

석강호가 더할 수 없이 적당한 말로 제라르의 쇼를 평가했다.

지금 저놈을 보고 누가 조금 전 안드레이와 싸우던 외인부대 특수팀 사령관이라고 여기겠나?

안드레이는 붉은빛에 미치더니 제라르는 아프리카의 더운 열기에 미친 게 분명해 보였다.

마침내 쇼가 끝났고 아크리온이 열렬한 박수로 제라르의 멋진 공연을 치하했다. 어쩌면 저 아이의 일생에 오래도록 기억될 공연일지도 모를 일이다.

“로베르. 노인에게 지금 그 동굴에 가볼 수 있겠냐고 물어봐.”

“위.”

강찬의 말에 로베르가 곧바로 소말리어를 쏟아냈다.

노인이 강찬을 본 뒤에 무너진 입을 움직이며 로베르에게 답을 했다.

“갈 수 있답니다.”

강찬은 결심을 굳혔다.

“제라르. 무기 가지고 나올 테니까 로베르하고 별도로 대원 두 명 선발해라.”

“알겠습니다.”

제라르와 로베르가 빠르게 막사로 뛰었다.

강찬도 무장은 해야 한다. 그래서 석강호와 함께 막사로 움직였다.

“누구누구 데려갈 거요?”

“종일이하고 동균이만 가지?”

“운전 편하게 하려면 두희가 낫소.”

“그럼 이두희도 같이 가자.”

“그럽시다.”

석강호가 답을 할 때 막사로 들어섰다.

“최종일, 차동균, 이두희, 무장해라.”

대답과 동시에 세 명이 빠르게 움직였다.

“헬멧은 필요 없을 테니까 무전기를 따로 걸고, 시레이션하고 물 좀 넉넉하게 챙겨. 그리고 곽철호!”

“예!”

“외곽 경비는 블랑쉐가 맡고 있으니까 문제 있으면 의논해서 처리해. 여차하면 부족민 마을로 와서 무전해도 되니까 비상시에 이곳을 사수하려고 애쓸 것 없어.”

“알겠습니다. 돌아오실 때까지 저희도 무장하고 있겠습니다.”

강찬은 고개만 끄덕여주었다.

짤깍!

조끼를 채웠고, 마지막으로 무전기 이어셋을 귀에 걸었다.

두건으로 머리를 감싸 뒤로 묶었고, 챙이 둥글게 돌아간 특수팀 모자를 목에 걸치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철컥!

막사를 나서기 전에 강찬은 소총을 확인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알겠습니다.”

지금 정도의 한국팀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현명하고 냉철하게 대처할 능력이 있다.

강찬은 막사를 나섰다.

제라르와 로베르, 그리고 대원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강찬은 일행들과 함께 입구로 향했다.

허머는 두 대면 된다.

차량을 준비하는 동안 블랑쉐가 다가왔다.

“부족민 마을을 다시 살펴보겠다. 경비 방식은 전과 같다.”

“알겠습니다.”

부르릉. 부르르릉.

로베르가 노인을 프랑스 팀 차량에 태웠다.

인원도 그렇고 아무래도 혹시 중간에 방향이 바뀔지 몰라서 뭐라고 해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게 맞는 거다.

그런데 아크리온이 강찬의 눈치를 살피며 쭈뼛댔다.

“이리 올래?”

한국말이다.

그러면서 강찬이 고갯짓으로 허머를 가리키자 아크리온이 바로 걸어왔다.

“타자.”

강찬은 아크리온을 들어서 차에 태웠다.

평생 기억에 남을 쇼를 선보였던 제라르의 표정이 쇼만큼이나 볼만했다.

부르르릉. 부르르르릉!

두 대의 허머는 곧바로 출발했다.

태양이 정수리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었다.

강찬은 목에 걸었던 챙이 둥근 특수팀 모자를 빼서 아크리온에게 씌워주었다. 차가 달리고 있어서 모자 끈을 턱에 걸어주었는데 아크리온이 하얀 팔로 모자를 꼭 눌렀다.

덜컹! 덜커덩!

이게 이렇게 재미있을까?

제라르의 쇼 덕분에 마음이 풀렸던지 아크리온은 차가 흔들릴 때마다 웃음을 터트렸다.

가장 먼저 접한 서구 문물이 무기와 전투용 차량이라는 것이 안쓰러웠지만, 아프리카에서 이런 것들에 가슴이 아리면 하루도 견디기 어렵다.

“대장. 만약 블랙헤드가 정말 있다면 대장에게 위험한 거 아니요?”

“몰라! 가봐야 알 것 같은데?”

“혹시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바로 나옵시다.”

강찬은 짧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레온의 웃음은 산이 가까워지고 그 앞에 떠 있는 독수리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싹 사라졌다.

허머가 산 앞에 다가갔을 때, 이미 고철이 돼버린 트럭들 사이에서 사람의 뼈다귀가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 또한 강찬이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다.

끼이익!

차가 멈춰 섰고 모두 차에서 내렸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래?”

로베르가 노인과 대화를 하고는 강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능선을 그대로 넘어가야 한답니다.”

“다예. 최종일하고 위쪽 확인해.”

“알았소.”

자연스럽게 프랑스 대원 둘과 차동균이 엄호 자세를 취했고, 둘이 빠르게 능선을 올라갔다.

위에 도착한 석강호가 너머로 내려갔다가 잠시 후에 다시 올라왔다.

치잇. “이상 없소.”

“올라가자.”

강찬은 로베르에게 등을 내밀었다.

이런 지역에서 느닷없이 기습이 생기면 아크리온은 그야말로 사자떼에 둘러싸인 누우 새끼와 다를 바 없다.

아이가 업히자 뜨거운 열기가 훅하고 등을 덮치는 느낌이었다. 그렇더라도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저벅. 저벅.

강찬은 소총을 어깨에 걸고 검지를 방아쇠 고리에 댄 채로 능선을 올라갔다.

“로베르! 지금부터 다른 말 하기 전까지 길을 잡아. 제라르! 대원 둘과 로베르가 가리키는 앞쪽을 맡아라.”

“위!”

프랑스 말로 명령을 내린 강찬은 다시 석강호를 보았다.

“다예. 차동균과 뒤를 맡고, 최종일, 왼쪽, 이두희는 오른쪽을 맡아. 위험하다 싶으면 언제고 바로 사격한다.”

“알았습니다.”

“알았소.”

출발이다.

노인이 방향을 알려주었고, 로베르가 가리킨 곳으로 제라르가 대원들과 앞서 나갔다.

미련하고 불편한 방법이지만,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으려면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그다음에도 조심하는 게 현명한 짓이다.

해가 머리 꼭대기쯤 있어서 열기가 대단했다.

능선을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부족민이 있는 마을이고, 왼편으로 가면 그린베레가 전투를 벌이던 곳이다.

노인은 일행을 곧바로 능선 너머 아래로 이끌었다.

내리막이 끝나는 바로 앞에 산이 있었다.

노인이 허리보다 높은 잡목들이 가득한 산의 중간을 가리켜서 일행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부스스! 부스스슷!

빌어먹을 흙이 쓸려 내려가는 소리가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들렸다.

30분쯤 산을 똑바로 올라간 노인은 다시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산의 아래쪽 중간을 커다랗게 돌아간다.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서지는 흙을 밟으며 그저 산을 돌아가는 거다.

“교대하시겠습니까?”

최종일이 조용하게 질문을 던졌는데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지칠 체력이었으면 ‘갓 오브 블랙필드’라는 닉네임은 세상에 없었을 거다.

다시 30분쯤 더 걸은 다음이었다.

치잇. “로베르.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물어봐.”

치잇. “해가 한 뼘 정도 기울만큼 더 가야 한답니다.”

염병!

그게 한 시간이라는 거야? 두 시간이라는 거야?

치잇. “제라르! 앞쪽에 경계하면서 쉴 곳을 찾아!”

치잇. “알겠습니다.”

10분쯤 더 걷자 앞에서 제라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절벽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데다,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잠시 쉬었다 간다.”

강찬은 움푹 팬 안쪽에 아크리온을 내려주었다.

등에 닿았던 아이의 앞쪽이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차동균과 이두희가 배낭에 가져온 물과 시레이션을 꺼내주었다.

미지근한 물인데도 속이 다 후련했다.

“다예. 제라르랑 먼저 식사해.”

“알았소.”

강찬은 차동균과 함께 아래가 좀 더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대원들이 시레이션에 담긴 비스킷, 초콜릿, 그 외에 음식들을 먹었다.

시레이션은 나라마다 내용물이 다르다.

아크리온이 종류별로 펼쳐놓은 음식들을 연속해서 입에 넣고 있었다.

5분쯤 지나서 석강호와 제라르가 일어나 강찬과 차동균을 고대해주었다.

이런 지형, 그리고 이런 임무에서 경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대장이고 지랄이고, 가장 뛰어난 사람이 경계를 서는 게 맞다.

강찬은 시레이션 비닐을 찢은 다음, 초콜릿과 비스킷을 먹었다.

역시 5분쯤 지나자 식사가 끝났다.

물을 마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발한다.”

시간을 길게 끌기 어려웠다.

한국과 프랑스 팀만 기지에 남아 있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강찬은 아크리온을 업었고, 처음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길을 나서도록 지시했다.

노인이 가자고 하는 곳에 무엇이 있을까?

부스스. 부스스슷.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무언가 잘못하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아무것도 없어도 맥 빠지겠지만, 처음 구덩이에서 보고 짐작했던 대로 블랙헤드가 있어도 문제다.

영국에서처럼 느닷없이 강찬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려 한다면 대책이 없는 거다.

30분쯤 더 걸었을 때였다.

쿵. 쿵. 쿵. 쿵.

느닷없이 강찬의 심장이 무겁게 뛰기 시작했다.

염병할!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강찬은 날을 바싹 세웠다.

결국, 오늘도 쉽게 끝나지 않을 거란 뜻이다.

이런 경고는 지랄 같다.

지금 기지가 공격당하고 있다는 건지, 조만간 닥쳐올 위험을 알리는 것인지, 아니면 소중한 누군가가 위험하다는 신호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더 거칠고 무겁게 뛰었다.

강찬은 바로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치잇. “제라르. 경계를 최고로 높인다.”

치잇. “위.”

치잇. “다예. 경계를 최고로 높인다. 수상한 게 보이면 무조건 사격해.”

치잇. “알았소.”

강찬의 눈빛이 사정없이 번들거렸다.

간다. 가보자.

돌멩이!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던 말이 있으니까 가주마.

쿵. 쿵. 쿵. 쿵.

심장이 주는 경고를 억누르며 강찬은 앞을 향해 나아갔다.

강찬의 명령 때문에 속도가 좀 더 느려졌다.

그러나 이런 때 경계를 늦췄다가는 평생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부스스스! 부스스슷!

완벽하게 적진을 수색하는 방식으로 전진했다.

후욱. 후욱.

강찬의 눈에 잡목의 마른 가지 끝과 로베르의 군화에 부서지는 흙의 흐름까지가 고스란히 들어왔다.

20분쯤 나아갔을 때였다.

로베르가 꼭 쥔 주먹을 번쩍 들었다.

곧바로 강찬이 왼손 주먹을 위로 들었고, 대원 전체가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낮췄다.

전방에서 수상한 것을 발견했다는 의미다.

후욱. 후욱.

제라르다.

아프리카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고, 스페츠나츠 지휘자를 두들겨서 이긴 중닭.

강찬은 언제고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뭐냐? 제라르?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1분쯤 지났을 때였다.

로베르가 검지와 중지로 앞을 가리켰다.

전진이다.

이런 거라면 숨어 있던 동물을 발견했을 확률이 가장 높다.

부스스스! 부스스슷!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흙 소리에도 최종일의 소총이 날카롭게 방향을 틀곤 했다.

지겹게 느리고, 소름 끼치게 긴장된 상태에서 전진하는 길이다.

제라르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맡기지 않았을 만큼 선두를 맡은 대원에게는 힘겹고 진 빠지는 전진이었다.

40분쯤 산의 아래쪽을 돌아간 다음이었다.

치잇. “아래로 내려가야 한답니다.”

로베르의 무전이 들렸다.

방향을 잡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고, 다시 이동했다.

아크리온은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숨어다녔던 경험이 있는 것처럼 손과 발을 이용해 강찬의 등에 꼭 달라붙었고,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20분쯤 아래로 내려간 다음이었다.

20m를 내려가면 산이 끝나는데 바로 그곳에 제라르가 있었다.

다시 앞에 있는 산으로 올라가던가 아니면 지금 내려온 산과 앞에 보이는 산의 경계를 따라 걸어야 했다.

치잇. “앞에 보이는 산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야 한답니다.”

그때 로베르의 무전이 들렸다.

강찬은 산을 완전히 내려가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산 위에서 누군가 공격하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

쿵. 쿵. 쿵. 쿵.

게다가 심장은 더욱 무겁게 뛰고, 제라르는 한 시간을 넘게 선두를 지켰다.

이대로 더 맡기기에도, 그리고 모두가 산에서 내려가 함께 걷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강찬이 무전기에 손을 대는 순간이었다.

치잇. “그곳에 서시랍니다.”

로베르의 무전이 먼저 들렸다.

치잇. “제라르! 위쪽을 살펴봐.”

제라르의 답이 있고 나서 강찬은 손짓으로 이두희를 불렀다.

“근처에 저격 가능한 자리 차지해.”

“알았습니다.”

“최종일. 이두희 엄호해 줘.”

“예.”

최종일이 이두희와 함께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강찬은 아직 뒤편에 신호를 주지 않았다.

그 사이 노인과 로베르가 제라르의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치잇. “이곳이랍니다. 마을 앞 구덩이가 원래는 이 동굴의 끝쪽이랍니다.”

로베르의 무전이 들렸다.

치잇. “동굴은?”

치잇. “여기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치잇. “이곳에 있을 테니까 동굴부터 확인하고, 제라르. 수고한 김에 동굴 안전 확보해.”

치잇. “알았습니다.”

강찬이 무전을 끝내자 이두희에게서 저격지점을 확보했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20미터 위에서 내려다보는 참이다.

강찬이 아무리 살펴봐도 제라르가 있는 근처에는 동굴의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노인네가 노망이 났던 건가?

그러기엔 마을 앞 구덩이에 대한 설명이 너무 신빙성이 있었다.

그때였다.

몇 번을 산을 가리켜가며 설명하던 노인이 로베르의 손을 잡고 멀쩡한 산을 향해 걸었다.

어?

강찬은 인상을 찌푸리며 방금 노인이 사라졌던 자리를 노려보았다.

그냥 산으로 들어가?

제라르가 시선을 들어 강찬을 보았다가 다시 산을 보았다.

치잇. “로베르!”

제라르의 무전이다.

그런데 답이 없었다.

치잇. “제라르. 무슨 일이야?”

치잇. “대장. 그냥 산을 뚫고 사라졌습니다.”

제라르도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쿵. 쿵. 쿵. 쿵.

돌아가! 돌아가자고!

심장이 더 뜨겁게 경고하는 순간이었다.

불쑥!

느닷없이 산에서 로베르와 노인이 나타났다.

제라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은 참이었다.

치잇. “신기합니다! 그냥 산인데 노인 말대로 밀고 들어갔더니 다음은 동굴 안에 있었습니다.”

“이런 씨발!”

강찬은 욕이 불쑥 나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치잇. “대장. 어떻게 합니까?”

강찬이 주변을 날카롭게 노려보는 사이, 제라르의 무전이 들렸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염병할!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장이 무겁게 뛰었다.

치잇. “제라르. 대원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서 안전 확보하고, 아무 일 없으면 밖으로 나와서 신호해라.”

치잇. “알겠습니다.”

강찬의 명령을 받은 제라르가 로베르에게 무언가 질문들 던져보고는 대원 둘과 산을 향해 움직였다.

산에 부딪히기 직전에 얼굴을 찌푸린 제라르다.

어?

그런데 또 거짓말처럼 제라르와 대원 둘의 모습이 사라졌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무겁게 뛰는 심장 때문에 가슴이 다 뻐근했다.

잠시 지랄 같은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불쑥.

제라르가 산을 뚫고 나왔다.

치잇. “안쪽은 이상 없습니다.”

오냐!

이렇게까지 나를 부른다면 가 주마!

기다리라고 했었으니까!

강찬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저격팀만 놔두고 들어갔다가, 적의 기습을 받게 되면 그냥 죽으란 소리와 같다.

치잇. “저격팀. 제라르가 있는 곳으로 이동. 다예. 후방 경계하면서 제라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치잇. “알았소.”

이렇게 된 거라면 다같이 들어가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강찬이 주변을 경계하며 내려갔고, 잠시 후에 저격팀과 석강호까지 모두 제라르의 앞에 섰다.

“여깁니다.”

제라르가 손으로 산을 가리키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뭔데 이 난리요?”

“여길 뚫고 들어가는 거다.”

“이걸 언제 파려구요? 장비도 없는데?”

차라리 파고 들어가라면 훨씬 마음이 편할 거다.

“제라르. 들어가.”

“알겠습니다.”

제라르가 산을 향해 휙 달려들었다.

“어!”

석강호가 강찬이 냈던 것과 똑같은 소리를 질렀다.

“뭐요!”

“로베르! 노인하고 들어가!”

“예.”

노인에게 말을 건넨 로베르가 함께 산으로 모습을 감췄다.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뛸 광경이었다.

“다예!”

강찬의 눈짓을 받은 석강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로베르가 사라진 곳을 노려보았다.

“씨발!”

그리곤 확 달려들었다.

이젠 웃음밖에 안 나온다.

이어서 최종일, 차동균, 이두희가 안으로 들어갔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어쩌자고?

다 들어갔는데 여기서 돌아가자고?

강찬은 고개를 돌려 아크리온을 보았다.

지친 얼굴이었다.

어떻게 이런 걸 보고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오냐!

강찬은 산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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