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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뭐가 문제야?
[“무슈 강.”]
라노크의 음성을 듣자 마치 몇 년 만에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반가움이 느껴졌다.
“대사님. UN의 변명을 들으셨습니까?”
솔직히 도청하는 놈들이 있다면 들으라는 식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확실히 구렁이는 다르다.
강찬의 말을 듣자 바로 웃는 소리가 들렸다.
[“같이 듣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이 철렁하겠군요.”]
“말 같지 않은 변명이더라도 일단 이곳에선 철수할 예정입니다.”
[“강찬 씨의 판단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모처럼 대사님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정말 좋습니다.”
[“만나면 더 좋겠지요.”]
라노크가 기분 좋게 강찬의 말을 받아주었다.
“도착하는 대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제가 멋진 와인과 식사를 준비하지요.”]
“기대하겠습니다.”
[“나는 강찬 씨가 와인만큼 멋진 마무리를 해주리라 믿습니다.”]
강찬은 순간 묘한 느낌에 눈빛을 번득였다.
다르다! 정말 미묘한 차이지만 억양이나 말투, 음색이 앞과 달랐다.
혹시 블랙헤드를 알고 이러는 건가?
너무 예민한 건가?
[“강찬 씨가 고작 마무리를 잘해 주리라는 말에 긴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럴 리가요? 저는 대사님께서 혹시 선물을 기대하고 계신가 해서 염려했을 뿐입니다.”
[“하하하하!”]
라노크가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진짜 웃음인지 의미가 있는 것인지 신경이 곤두서서 함께 웃을 수가 없었다.
[“끝까지 함께 듣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남기는군요. 나는 늘 그렇듯이 강찬 씨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선물입니다.”]
“알겠습니다, 대사님. 도착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잠시 고민이 생겼다.
라노크는 대놓고 함께 듣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었다.
그가 이렇게 걱정할 정도라면 노인과 아크리온의 문제를 안느와 상의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붉은빛에 대해서는 안드레이와 타일러, 그리고 UN 직원이 이미 보고를 마쳤을 게 분명했고, 이쪽을 노리던 놈들이 있다면 그놈들 역시 대강 눈치는 챘을 거다.
내일 당장 안드레이의 질문에 노인이 엉뚱한 답을 하더라도 로베르가 알아서 말을 돌리면 그만이지만, 대신에 강찬만 노인과 산에 가겠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강찬이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 둘을 데려가겠다고 하면?
과연 이곳에 기습을 지시할 정도로 힘이 있는 놈들이 그 꼴을 얌전히 보고 있을까?
한국과 프랑스 팀만으로 600명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거다.
빌어먹을 돌멩이!
욕심내지 않는다는 생각에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자칫하면 노인과 아크리온을 지켜내는 일에 대원들의 목숨까지 걸게 생겼다. 그것이 어떤 의미로든 강찬이 블랙헤드를 독차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올 거면 좀 부지런하게 움직이지 하필이면 오후에 꾸물거리다가 안드레이 눈에 띄었을까나.
잠시 고민하던 강찬은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사용하는 위성 전화다.
강찬만 전화를 도청당하는 게 아닌 거다.
왜 혼자서 끙끙 앓아야 하는 거지?
어차피 안드레이나, 타일러, UN 직원놈 전화 역시 도청당했을 거고, 그렇다면 기습을 지시한 놈은 당연하게 노인과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을 텐데?
마음을 굳힌 강찬은 바로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린 다음이었다.
[“안느입니다.”]
“하루도 안 쉬어?”
이번에도 안느의 웃음이 먼저 들렸다.
[“제 목소리가 싫으시면 다른 직원으로 바꿔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랬다가 대사님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이번에는 좀 더 커다란 웃음이 들렸다.
[“무슈 강도 무서워하는 분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모르는 소리야. 나도 대사님은 무서울 때가 있어.”
안느의 대꾸가 없었다.
“특히 적을 마주했을 때의 대사님 눈빛은 정말 무섭지.”
[“저는 두 분을 똑같이 그렇게 느껴요.”]
“그건 안느의 오해야. 나는 대사님 정도는 아니라고.”
짧은 웃음소리가 들린 다음이었다.
[“지시 사항을 알려주세요, 부총국장님.”]
안느가 목소리를 바꾸었다.
“안느. 이곳 소말리족 노인 한 명과 알비노 소년 한 명을 프랑스 외인부대를 통해서 데려가게 할 생각이다. 아프리카에서 알비노의 운명이 어떤지는 잘 알 테니까 프랑스에서 두 사람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조치를 부탁한다.”
[“법무부 이민국과 의논해서 방법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워, 안느.”
[“다른 지시사항은 없으신가요?”]
“루이에게 안부 전해줘.”
[“반드시 지시를 이행하겠습니다.”]
안느의 센스있는 답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나머지는 날이 밝으면 부딪쳐가며 해결할 일이지, 이렇게 고민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거다.
잘 수 있을 때 잔다.
강찬은 침대에 누웠다.
***
충격적인 보도가 밤에 있었다.
우선 아프가니스탄의 일을 핑계로 연합이슬람단체(UIS)가 대한민국에 성전을 선포하는 인터넷 동영상을 띄운 것이었다.
앞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처절한 피의 응징을 가할 것이라는 확실한 경고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프리카에 파병되었던 특수팀 대원 11명이 사망하고, 지휘자를 비롯한 부상자 6명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나 10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600명의 반군과 처절한 전투를 벌였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특수팀이 모두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했던 대원들인 것도 밝혀졌는데 전날 있었던 보복 성전의 보도와 맞물려 사망자 개개인의 명단을 밝히지는 않았다.
***
보도는 당연하게 강대경과 유혜숙도 보았다.
아침에 함께 출근하는 길이다.
“이럴 때는 아들이 몽골에 있는 게 오히려 안심이 되네.”
“그렇지?”
“당신 무슨 걱정 있어?”
“걱정은? 당신이 자꾸 체하고 못 자니까 그렇지. 오늘은 오후에 병원에 한번 가보자.”
“아냐. 아들 보고 싶어서 그래. 이러다가 전화 한 통 오면 깨끗이 낫는데 뭘.”
유혜숙과 함께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강대경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함께 움직였던 요원들과 대기하고 있던 요원들이 세련되게 두 사람을 감쌌다.
“여보! 내 걱정하지 말고 오늘 하루도 기운 내!”
“그래, 당신두!”
강대경은 요원들과 함께 2층의 사무실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복도를 걸어 사무실 안쪽의 대표실로 들어갔다.
건물 자체가 전보다 워낙 넓어서 공간도 넉넉했고, 이제는 전무와 상무가 각자 작아도 좋으니 개인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이 만든 대표실이었다.
“김 대리.”
“예, 대표님.”
방에 들어간 강대경은 늘 밀착 경호를 담당하는 김 대리를 불렀다.
“잠시만 시간 돼요?”
“말씀하십시오.”
“거기 좀 앉아요.”
“예.”
강대경은 김 대리의 맞은 편에 앉았다.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겠습니다. 무슨 일이신데요?”
이제는 제법 친해져서 가벼운 농담쯤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강대경은 궁금해하는 김 대리를 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리 찬이 아프리카에 있나요?”
뜻밖이고 황당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강대경은 김 대리의 얼굴을 보며 답을 얻은 느낌이었다.
“혹시 오늘 보도에 나온 그 11명이나 6명에 포함되었습니까?”
강대경의 눈가가 벌게지는 것을 본 김 대리가 나직하게 숨을 내신 뒤에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강대경은 하늘이 무너진 듯한 얼굴이었다.
“이상하게 찬이가 힘들 때면 알게 됩니다. 안식구가 이틀 전부터 먹은 것을 자꾸 체하고, 밤에 자다 깨는 게 수상해서 몽골 쪽 뉴스가 나오는 게 없나 집중하던 참입니다.”
말을 마친 강대경이 고개를 기울이며 김 대리의 답을 기다렸다. 사실 이미 들을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렇더라도 확실한 답을 듣고 싶은 얼굴이었다.
“김 대리?”
“아프리카에 계십니다.”
강대경은 왼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걱정하셨던 일은 없습니다. 무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미안합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인데, 어쩌면 그분들의 희생이 있어서 찬이가 살았을지 모르는데……. 그 안에 안 들어 있느냐고 물어본 것도 미안하고, 내 자식만 살았다고 기뻐하는 것도 미안하고.”
“대표님.”
강대경이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었다.
“부원장님이 계신 덕분에 그 전투에서 우리 특수팀이 가장 많이 살아남았습니다. 들으셨겠지만, 미국은 생존자가 부상자 포함해서 9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강대경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제 동기 둘이 그 작전에 지원했었습니다.”
김 대리는 나직하지만 단단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다들 나라를 위해 앞장서고 싶어 했고, 우리가 늘 부르짖는 구호대로 우리의 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행복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기 위해 강대경이 숨을 토해냈다.
“그런 대원 21명을 아드님께서 지켜주셨습니다.”
강대경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21명이 살았다는데 머릿속과 가슴속에서 죽은 11명이 먼저 떠올랐다.
왜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김 대리 같은 사람들이 계속 죽어야 하는 걸까?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당당하고 자랑스러울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그리고 아들들이 처절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 서럽고 안타까웠다.
“차를 한잔 가져오겠습니다.”
강대경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고맙고 미안했다.
국가를 위해 이렇게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이 있기에 차도 팔아먹고, 돈도 벌고 하는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
강한 볕에 그을리고 거친 바람에 쓸려 푸석푸석한 얼굴을 한 오광택이 밖으로 나왔다.
코 아래쪽이 완전하게 수염으로 뒤덮여서 몽골 국경수비대와 구별이 어려운 몰골이었다.
철컥! 철커덕!
오광택은 능숙하게 소총의 탄창과 노리쇠를 점검한 후, 대기하고 있던 지프에 올라탔다.
“가시죠!”
부르릉! 부르르릉!
지프 두 대가 순서대로 기지를 빠져나갔다.
“오 대표! 이제는 소총이 완전히 몸에 익었습니다!”
오광택이 주변을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대검을 손보다 잘 쓰고, 총을 자유자재로 만지고 쏴댄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이런 사람들이 또 강철규 이름 석 자만 나오면 절로 고개를 숙인다는 거였다.
같이 있으면서 그 양반이 이렇게나 엄청난 인물인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부르르릉! 덜컹! 덜컹!
새로 들어온 33명은 도착한 다음 날부터 지도를 펼쳐놓고 구역을 넷으로 나누었다.
“뭐하는 겁니까?”
오광택이 궁금한 시선을 들이밀었을 때였다.
“강 선배 오시기 전에 이 지역을 완전히 접수해야죠.”
뭐라는 거지?
오광택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마주 앉은 이들을 둘러보았다.
“강 선배를 몰라서 그러시는 겁니다. 그 양반 오기 전에 이 구역 전체를 우리가 먹어두는 게 나중을 위해 좋습니다. 그건 두고 보시면 알 겁니다. 우선, 전체를 이렇게 네 개 구역으로 나누고 여기, 여기, 여기, 이런 식으로 기점을 잡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어디 영업 잘 되는 단란주점 위치를 확인하는 줄 알 정도로 가벼운 설명이었다.
“내일부터 순찰을 돌고, 이곳을 지나는 모든 차량과 인원을 통제하겠습니다. 강 선배가 오시면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일단 우리끼리는 이 정도가 적당합니다.”
오광택은 얼이 빠진 얼굴로 김태진을 보았다.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생각이십니까?”
김태진이 선배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은 채 던진 질문이었다.
“우선 몽골국경수비대에게서 위임장을 받을 계획이니까 우리 허락 없이는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게 할 생각입니다. 물론 이점은 아직 계획이니까 오 대표가 최종적으로 결정하실 사안입니다.”
시선이 달려들었을 때 오광택은 멍한 얼굴이었다.
“우리 후배들이 피로 만들어낸 기지입니다. 적어도 오 대표의 사인이 없이는 이 구역을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통제할 계획입니다.”
사람이 너무 기가 막히면 웃음이 나온다.
지금의 오광택이 꼭 그랬다.
“그리고 강 선배가 오기 전에 이곳과 이곳을 습격할 계획입니다.”
“예에?”
이 사람들이 지금 제정신인가?
“위성 영상 수신기로 확인했는데 아무래도 두 곳에 러시아 마피아의 임시 기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제공격할 예정인데 계획이 서면 오 대표께 결재를 올리겠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 어디에 이런 괴물들이 숨어 있다가 몽골에서 꽃을 피우는 거지?
오광택은 그동안 깡패라고 칼 들고 설쳤던 모습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이래서 강찬이 그 새끼가 깡패들이 그렇게 달려들어도 겁내지 않았구나!’
겁?
러시아 마피아와의 전투를 이렇게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의논하는 인간들이 회칼에 겁을 먹겠나?
오광택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그 정도면 강 이사님이 오셔서 만족해할 수준인가요?”
“글쎄요?”
지도에 손가락을 짚어가며 설명해주던 대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 선배가 오시면 지금 우리가 계획한 반경에서 이 정도는 넓어지지 않을까요?”
“흐! 흐흐흐!”
대원이 손으로 커다랗게 그려낸 구역에는 러시아와 중국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강 선배가 움직이는 걸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물론 정규군을 상대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아무튼, 이 구역 안에 비적이나 마피아는 모조리 없앨 계획입니다.”
“흠! 그렇다면 이쪽에 있는 외국계 회사들과 협조가 있어야겠군요.”
김태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을 본 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이 근처의 모든 경비는 우리가 담당하게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 선배가 오신다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대원이 고개를 들어서 오광택을 똑바로 보았다.
“우리 대표님께서 허락하셔야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씨발!’
오광택은 나직하게 욕을 삼켰다.
부르릉! 덜컹! 덜컹!
그 뒤로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무서운 인간들!
오광택은 두 번의 마피아 임시 기지 습격에 모두 참여했다.
그리고 두 번째 전투가 끝나고 알았다.
이들이 앞에서 달릴 때의 심정이 동생들이 칼 맞기 전에 오광택이 먼저 뛰던 심정과 다르지 않음을!
두 번의 전투에 나설 때마다 지휘자는 꼭 같은 질문을 던졌다.
“꿈자리 사나웠던 사람!”
그리고 1분쯤 시간을 주었다.
무섭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빠지란 뜻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오광택이 데려온 동생들은 선발에서 제외됐다.
손을 들었냐고?
아니! 그 1분 동안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스쳤다는 이유에서였다.
부끄러웠겠지! 얼굴이 후끈했었겠지!
그러니까 아니라고 악악거렸던 거겠지!
지금은?
웃기게도 중국 쪽이나 러시아 국경 순찰을 나갈 때도 눈썹 하나 꿈쩍 않고 지원해 나간다.
끼이익!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언덕 앞에 멈춰 섰다.
후다다닥! 철컥! 철커더덕!
오광택은 곧바로 몸을 날려 가장 앞에 보이는 바위를 향해 달렸다.
철컥!
그리고 소총을 겨눴다.
시선을 돌리자 대원이 검지와 중지로 앞을 세 번 가리켰다.
손가락 하나는 사람, 둘은 차량.
한 번 까닥이는 건 아는 놈, 세 번은 모르는 놈, 돌려서 찍으면 적!
그러니까 검지와 중지로 세 번 가리킨 건, 정체를 알지 못하는 차량이 접근한다는 뜻이다.
씨발! 강찬!
너! 정말 고맙다!
달칵.
오광택은 소총의 안전장치를 제거했다.
사는 건 지랄 같은데, 그래도 조금은 당당한 아빠가 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일단 다가오는 놈들부터 확인하고!
몽골국경수비대에서 위임받은 일이거든!
오광택은 갑자기 강찬이 더럽게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