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66화 (26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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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뭐가 문제야?

염병할!

붉은빛이 어두운 하늘 위로 솟아오른 것을 본 강찬의 심정이었다.

전설이 어쩌고는 모른다.

다만 왜 낮에 찾아갔을 때는 가만있다가 밤에 저 지랄을 떠는지와 이곳에 있는 놈들이 다 봤으니 이제 저걸 어떻게 할 거냐는 걱정이 먼저 달려들었다.

“대장.”

제라르가 시선을 붉은빛에 둔 채로 슬쩍 강찬을 불렀다.

“그냥 앞을 보십쇼.”

이 새끼가 이런 머리를 써?

하긴 다예가 생각을 하고 머리를 굴리는 세상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들 그게 신기하겠나?

“나오기 직전에 노인이 했던 말이, 저 불빛이 대장을 부르는 거라고 했답니다. 막사를 나오는 순간에 로베르가 제게 먼저 알려줬습니다. 안드레이 새끼가 알면 곤란할 것 같아서 모른 척하라고 했습니다.”

제라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드레이가 강찬의 옆으로 다가왔다.

“아는 게 있소?”

“다 같이 들은 건 있지. 수르드카드 산이 주인이 어쩌고 하면 산이 붉게 물드네 하는 헛소리.”

“정말이오?”

그런데 이 개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강찬의 눈빛을 본 안드레이가 얼른 불빛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강찬이 벤치로 움직일 때였다.

“확인하러 안 갑니까?”

안드레이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불빛을 보고는 다시 막사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가고는 싶은데 노인과 아이를 두고 가기는 걸리는 표정이었다.

“제라르! 대원들 몇 명하고 가서 확인하고 와!”

“위!”

“다예! 적당한 인원 추려서 함께 가.”

“알았소.”

강찬의 프랑스 말을 안드레이도 들었고, 석강호가 몸을 움직이는 것도 보았다.

“나도 가겠소.”

에라! 이 단순한 놈아!

“가고 싶으면 다녀와.”

제라르가 대원들을 추렸고, 석강호가 통역 대원과 대원들을 챙겼다.

안드레이가 막사 안쪽을 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을 때, 뜻밖에도 타일러가 SBS 대원 둘과 무기를 들고 벤치 앞으로 나섰다.

“우리도 가보겠소.”

“그건 알아서 해! 그리고 로베르! 노인네와 아이를 이리 데려와.”

강찬은 대놓고 로베르에게 노인과 아이를 데려오라고 말했다.

“저기 두 명은 내가 온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

안드레이가 강찬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소.”

그리고 그 순간에 제라르와 석강호가 바로 입구를 향해 움직였고, 타일러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안드레이가 예술작품에서나 봄 직한 고뇌하는 눈빛을 보이다가 훌쩍 입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속을지 모를 통역을 듣느니 직접 확인하는 쪽을 택한 모양이었다.

남은 지휘자는 로버트뿐이었는데 그는 이런 대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로베르가 언질을 주었는지 노인은 강찬을 보고서도 더는 ‘수르드카드’라 부르지 않았다.

“저녁은 먹었는지 물어봐.”

로베르의 질문에 노인이 빠르게 답을 하고는 강찬을 향해 쭈그러진 얼굴을 돌렸다.

“아이에게 약이 필요하답니다.”

“그럼 아이를 먼저 의료팀에 보여. 같이 가서 통역해 주고.”

“알겠습니다.”

강찬의 지시에 로베르가 노인과 아이를 데리고 의료실이 있는 지휘부 막사로 향했다.

계획한 건 아닌데 하여간 무슨 말을 하나 지켜보던 놈들이 맥 빠질 만한 전개였다.

“담배 하겠소?”

강찬이 멀뚱히 붉은빛이 나는 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로버트가 다가와 담배를 내밀었다.

강찬은 군소리 않고 담배를 받아 불을 붙였다.

“혹시 이번 파병에 다른 임무가 있었던 건 아니오?”

강찬은 피식 웃으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궁금하면 산에 가는 대원들과 합류하든가, 아니면 부족민과 나눌 대화를 끝까지 들어보든가 해. 난 UN이 왜 이 지랄 같은 파병을 결정했는지와 어제 우리를 습격하라고 명령을 내린 놈이 누군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니까.”

로버트가 벤치 바로 앞에 담배를 던지고는 발로 밟았다. 하여간 이곳에 있는 놈들은 이상하게 담배꽁초를 제대로 버리는 법이 없다.

“갓 오브 블랙필드. 부상당한 채 목이 잘린 대원들의 얼굴이 떠올라 내가 서 있는 곳이 지옥 같소. 혹시 이곳의 복수를 할 기회를 얻거든 꼭 연락해 주셨으면 싶소. 필요하다면 군복을 벗고 개인적으로라도 합류하겠소.”

로버트가 제법 진지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우리 팀은 가족들끼리도 모두 아는 사이요. 이대로 돌아가서 난 하루도 제대로 살지 못할 거요. 부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고맙소.”

확답을 한 것도 아닌데 로버트는 아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노인과 아이가 오면 대화를 들어야지?”

“저런 빛 따윈 관심도 없소. 내가 원하는 건 이번의 더러운 습격을 지시한 놈이오.”

그런 다음 강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버트는 바로 막사로 향해 걸었다.

저 심정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나?

억울하고 분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저 심정을 말이다.

강찬이 담배를 다 피우고서 10분쯤 지나서야 로베르가 노인과 품에 약병을 가득 안은 알비노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약은?”

“영양실조 같답니다. 급하게 주사를 맞았고, 영양제도 받았습니다.”

강찬이 팔에 들린 약병을 힐끔 보자 아이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살폈다.

“이름이 뭐래?”

로베르가 이름을 물었고, 아이가 부끄러운 기색으로 ‘아크리온(Akrion)’이라고 답을 했다.

“이름 멋진데?”

강찬이 웃자 아크리온이 또 고개를 숙이며 부끄럽게 웃었다.

“대장.”

로베르가 강찬의 맞은 편에 있는 놈들이 얼굴을 볼 수 없게 자리를 잡고서 입을 열었다.

“붉은빛이 나오는 동굴이 있답니다. 그곳에는 수르드카드만 갈 수 있다고, 대장과 함께 가고 싶답니다. 다른 사람들 있는 곳에서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말해 두었습니다. 안 그러면 대장이 위험하다고도 했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수르드카드란 증명이 없잖아?”

“산이 붉어진 게 답이랍니다. 부족을 구할 수르드카드가 오면 산이 붉어진다고.”

“빌어먹을! 이렇게 두 사람 남기고 다 죽었다. 그러니까 산에 갈 때 가더라도 내가 수르드카드가 아닐 거라고 분명하게 말해.”

로베르가 노인에게 말을 건네자 노인이 입을 열심히 놀리며 바람 빠지는 소리로 답을 했다.

“부족의 사명이 수르드카드를 그 동굴로 안내하는 일이랍니다. 그걸 완수하면 부족민들 모두 천국에 간다는데요?”

지랄!

한꺼번에 죽어서 쿠드스와 함께 구덩이에 떨어지는 게 천국에 갈 일이면 곱게 죽어서 장례 잘 치른 사람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냐?

강찬의 표정을 살핀 노인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그 전에 구해서 산으로 데려다 주신 걸로 역할을 다하셨답니다. 이 노인은 처음에 누가 다가와서 손자를 노리는 줄 알고 피했다가 살았다고……, 부탁이 있답니다.”

강찬이 시선을 주자 노인네가 혀가 없어 무너지는 입을 움직여가며 말을 쏟아냈다.

“아이를 지켜달랍니다. 알비노라 살해당하지 않을 곳에서 살 수 있게 도와달랍니다.”

강찬이 시선을 돌렸을 때 아크리온은 노인을 보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원하면 두 사람 모두 아프리카를 떠날 수 있도록 알아보겠다고 해.”

로베르의 말을 들은 노인이 갈퀴처럼 굽은 손을 연신 코앞에 가져갔다.

전에 외인부대 구대장을 할 때는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리고 600명까지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두 사람 정도라면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프랑스 정보총국 부총국장의 직위를 팔든, 한국 국가정보원 부원장의 직위를 팔아먹든 간에 말이다.

그따위 직위가 지금 눈앞에서 영양제 몇 병에 부끄럽게 웃다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우는 이 아이의 앞날 보다 중요할 수 있겠나.

눈물을 주렁주렁 달았던 아이가 강찬의 말을 전해 듣고는 할아버지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그나저나 이곳에 있는 대원들이 달려갔는데 빛이 나오는 동굴이 발견되지 않을까?”

노인이 정신을 번쩍 차린 얼굴로 답을 했다.

“빛은 나무에서 나와서 동굴은 절대 못 찾을 거랍니다.”

“나무?”

로베르가 두 번이나 확인한 다음 고개를 돌렸다.

“분명 나무랍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일단 두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비밀로 하라고 하고, 내가 그 동굴에 못 가게 되더라도 이곳을 떠날 때는 함께 갈 거라고 해. 말이 통하니까 오늘은 그쪽 막사에서 자게 하고.”

“알겠습니다.”

로베르가 답을 하고는 두 사람을 데리고 막사로 움직였다.

노인과 아크리온이 프랑스 막사로 향하자 움찔했던 스페츠나츠 대원이 강찬의 눈치를 살피고는 움직이는 길에 벤치에 앉았다.

강찬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저건 분명 블랙헤드다.

그런데 왜 아까는 괜찮다가 이 밤에, 그것도 이제껏 단 한 번 불을 켰다는 소리조차 없었던 블랙헤드가 왜 밤이 깊어서 정육점 흉내를 내고 지랄인지를 알기 어려웠다.

에너지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때 영국의 시멘트 건물 지하에서 뿜어지던 붉은색 빛줄기와 비슷한 걸 보면.

세상 참!

가뜩이나 힘들게 사는데 돌멩이가 밤에 특수팀 몇 명을 불러들여서 약을 올리는 건지…….

답답한 것도 있었다.

분명 안드레이 놈이 무언가 냄새를 맡은 것 같은데 그 새끼의 눈초리에서 어떻게 저 둘을 지켜내는가 하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찬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안쪽에서 우희승이 걸어 나왔다.

“어? 아까 안 갔어?”

“정원에서 밀렸습니다. 커피 한잔 타다 드릴까요?”

“놔둬. 지금 여기서 커피 들고 있으면 1분 안에 벌레탕 된다.”

우희승이 입술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대원들 말입니다.”

강찬이 힐끔 시선을 주는 앞에서 우희승은 덤덤하게 말을 잇고 있었다.

“이제 정말 세계적인 팀이 된 거겠지요?”

뭔 특별한 말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강찬은 피식 웃으며 시선을 입구 쪽으로 돌렸다.

“저희 훈련할 때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어제 최종일 조장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런 팀과 함께 작전 뛸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요.”

“헛소리하지 말고 살아. 살아 있는 게 영광이야.”

강찬이 툴툴거리며 우희승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제법 보내고 난 뒤였다.

입구가 시끌시끌한 후에 나갔던 대원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석강호와 제라르, 그리고 안드레이가 함께 강찬의 앞으로 다가왔다.

“나무에서 빛이 납니다. 신기해서 나무 몇 그루를 통째로 날려봤는데 바닥은 멀쩡하고 잘려나간 나무는 빛을 안 뿜습니다.”

제라르가 답을 했고 통역을 통해 들은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안드레이가 끼어들었다.

“노인하고 애는 어디 있소?”

“프랑스 막사에 두었다. 애가 영양실조 걸린 데다 많이 놀랐으니까 내일 만나.”

“대장이라고 아무렇게나 약속을 어겨도 되는 건 아니잖소?”

“안드레이. 내가 말했지. 한번 대장이라고 불렀으면 처먹으랄 때 처먹고…….”

“그건 한국 팀에서나 통하는 말 아니오?”

강찬은 고개를 좌우로 틀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앞에 안드레이의 얼굴이 있었다.

“대원을 잃은 다음에 이렇게 오래 참아본 적이 없다.”

안드레이가 이를 깨무는지 볼을 씰룩였다.

“난 저 개 같은 빛 따위 별 관심 없어. 도대체 여기서 왜 부족민 600명과 나를 믿고 따라준 대원들이 죽어야 했는지, 어떤 개새끼가 기습 명령을 내렸는지가 더 중요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다시는 내가 말하는데 나서지 마라.”

강찬의 눈빛을 안드레이가 악착스럽게 견디고 있었다.

“한 가지 더! 여기 있는 지휘관들이, 그리고 동료를 잃은 대원들이 다 나와 같은 심정일 거라고 믿고 참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손을 쓰게 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정말 널 죽여버리게 될 테니까. 알았어?”

안드레이가 마른침을 삼켰다.

“안드레이?”

“알았습니다.”

안드레이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제라르는 분명히 보았다.

강찬은 천천히 숨을 가라앉혔다.

정말이지 여기서 안드레이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이나 표정, 또는 행동을 보이면 결과를 장담하지 못할 것 같았다.

개새끼가 한번 받아주니까!

대장이라고 부르지를 말던가?

입으론 대장이라고 부르고, 하는 짓은 동네 만만한 형 취급을 해?

갑자기 와락 화가 치밀어서 입술 끝이 올라간 순간이었다.

안드레이가 시선을 뚝 떨어트렸다.

“가! 그리고 내일 만나서 궁금한 걸 물어봐.”

“알겠습니다.”

안드레이가 나직하게 답을 하고 돌아섰다.

“그 새끼! 용케 매를 피하는 재주가 있네.”

석강호가 안드레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쩔컹! 치이익!

제라르가 담배 세 개에 불을 붙여 강찬과 석강호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후우!”

“점점 인내가 느는 것 같소? 표시 내지 않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 했더니 참고 있었던거구려?”

“뭘?”

“뭐긴 뭐요? 병아리랑 프랑스 애들, 그리고 우리 애들 죽은 것 때문 아뇨? 어쩐지 대원들을 잃고도 잘 참는다 했더니!”

“그만해라.”

“후우!”

석강호가 대답 대신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저 새끼 그렇지 않아도 산에 가서 내내 저 지랄이었습니다. 뭔가에 쫓기는 것 같던데요?”

“러시아 정보국에서 블랙헤드의 에너지에 대해 언질을 준 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렇게 설치는 거겠지. 아까 보니까 동굴이 따로 있다고 하더라. 나중에 가보자고 하던데 쉽지 않겠다.”

제라르가 고개를 끄덕인 다음이었다.

“내가 오늘 밤이나 내일, 정보총국에 알아서 전화할 테니까 당분간 저 두 사람은 네가 알아서 지켜. 문제 생기면 내 이름하고 직책 팔고 내 지시 사항이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분명하게 지시를 내리는 강찬의 표정과 말투에 제라르가 단단하게 답을 했다.

대강 자리를 정리한 강찬은 제라르와 헤어져 막사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석강호와 방에 앉아 아까 로베르가 전해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럼 나무에서 빛이 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소리요?”

“분명하게 그렇게 말하더라니까!”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강찬이 멍한 눈으로 석강호를 보았다.

이런 생각을 해내다니!

“어허! 또 그런 눈을! 그나저나 그럼 에너지를 가진 블랙헤드가 그 산 어딘가에 있다는 거 아뇨? 그것도 동굴 속에?”

“그렇지.”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지만, 강찬은 순순히 답을 했다.

“대장이 수르드카드여서 산이 빛을 뿜는 거고?”

“노인 말에 따르면.”

“흠.”

석강호가 주둥이를 내밀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가 또 뭔가를 생각해낸 건가?

“그럼 역시 동굴을 빨리 찾아가 봐야겠소.”

“뭐?”

“그렇잖아요? 얼른 동굴에 가서 블랙헤드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가져가면 다 끝나는 거 아뇨?”

“그게 다야?”

“그럼 거길 안 가고 가져갈 방법이 있소?”

그럼 그렇지!

자꾸만 헛된 걸 바라면 안 되는 건데…….

“안드레이 새끼가 뭔가 냄새를 맡은 것 같으니까 상황 봤다가 나중에 가보는 한이 있더라도 헤어진 다음에 움직이기로 하자.”

“그전에 다른 놈들이 냄새 맡지는 않겠소?”

“그럴 거면 이미 냄새 맡은 거다. 그런 상황은 우리 인원만 가지고 감당하기 어려워.”

“알았소.”

“대원들한테 긴장 풀지 말라고 얘기해 둬. 그리고 블랙헤드고 지랄이고 간에 저기 노인과 애를 챙기는 게 먼저니까 그거 잊지 말고.”

“대장하고 관련 없다면 나도 욕심 없소.”

석강호가 툴툴거리는 답을 한 것으로 중요한 대화가 끝났다.

함께 거실로 나온 강찬은 위성전화를 들어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김형정입니다.”]

“이곳에 UN 지휘부가 도착했습니다.”

[“이미 공식발표가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도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을 받았고, 현재 후송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강 뒷정리가 끝난 거다.

몇 가지 형식적인 이야기를 마친 강찬은 라노크의 번호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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