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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빈틈을 노린다.
피식!
“그것까지는 우린 정말 모릅니다! 여기 보도 지침까지만 받아서 되돌아오게 된 겁니다! 이곳에 있는 분들을 귀국시키는 것까지가 저희 임무입니다!”
강찬이 웃는 순간에 UN 직원 한 명이 다급하게 앞에 놓인 서류를 들어 보였다.
강찬은 심오한 시선으로 UN 직원을 바라보았다.
나름 아프리카의 전쟁터를 돌아다닌 모양인데 실제로 교전을 했었다기보다는 서류 작업을 주로 했던 직원들처럼 보였다.
사실 저들이 알면 얼마나 알겠나?
강찬은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 다른 팀의 지휘자들을 보았다.
“질문 있는 사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 귀국 일정은?”
“우선 공식 발표 후 수일 내로 수송기가 준비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곳을 떠날 일이 생길 때는 반드시 내 허락을 받도록.”
“알겠습니다.”
강찬은 천천히 권총을 허리에 걸었다.
이럴 줄은 몰랐을 거다.
그래도 UN 직원이니까 적당히 말려주는 놈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믿었을 거다.
만약 누군가 나서서 강찬을 막아섰다면……?
그런 끔찍한 일은 상상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
지휘부를 나온 강찬은 막사로 가서 반바지와 면티로 갈아입었다.
“얼굴이 많이 안 좋소. 피를 많이 흘려서 그런가? 링거를 맞읍시다.”
아닌 게 아니라, 몸이 무거웠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그러자. 연락 좀 해라.”
그렇지 않아도 대원 몇 명이 거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던 참이다. 석강호가 밖에 대고 소리치자 통역이 커다랗게 답을 했다.
“누워 있을 테니까 급한 일 생기면 불러.”
“다 끝났는데 급한 일 생길 게 뭐 있소?”
대원 한 명이 링거를 들고 와서 벽의 옷걸이에 걸고, 강찬의 팔에 연결해 주었다.
“한숨 자요.”
강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석강호와 대원이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힌 다음, 강찬은 고개를 돌려 침대 옆의 탁자를 보았다.
저 안에 읽지 못한 편지가 들었다.
이유슬, 유혜숙, 김미영이 보내준 편지.
강찬은 이제야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CIA 국장 셔먼은 대기하던 차에 올라탔다. 그가 탄 승용차가 백악관 뒤편의 바리케이드를 통과한 다음이었다.
셔먼은 품에서 구형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대기 중입니다.”]
짤막한 답이었다.
“처리하도록.”
[“알겠습니다.”]
통화는 정말 간단해서 셔먼은 고작 한마디만 했다.
‘멍청한 놈.’
셔먼은 창밖으로 시선을 둔 채 브랜든을 떠올렸다.
아랍과 손을 잡을 수도 있고, 타국의 특수팀을 노리는 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아군의 그린베레가 포함되는 것만은 막았어야 했다.
거기에 브랜든은 아비브에게서 뒷돈을 받은 정황까지 포착되었다.
DIA 국장 정도면 숨겨진 돈쯤 필요하기도 했을 거다.
‘확실하게 감추거나 아니라면 제대로 일을 처리했어야지.’
브랜든은 두 번이나 커다란 실수를 범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위성 중계, 그리고 아프리카에서의 기습.
어느 것 하나라도 결과가 좋았다면 브랜든의 오늘도 나쁘지만은 않았을 거다.
이로써 미국은 브랜든의 개인적인 행동 때문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당분간 프랑스와 한국에 저자세로 나서야 한다.
두르르르. 두르르르.
셔먼은 반으로 접혀 있는 전화기를 펴서 귀에 가져갔다.
[“타겟이 제거되었습니다.”]
원하는 답이다.
셔먼은 대답조차 않고 전화기를 접었다.
갓 오브 블랙필드.
CIA가 전력을 다해 그의 모든 것을 조사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베일에 가려진 인물은 또 처음이었다.
아직 졸업도 안 한 고등학생이다.
느닷없이 정보 세계에 등장해 날고 긴다는 세계적인 특수팀을 손에 넣었다.
CIA 분석관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영상을 보며 짐작했던 사안들을 짚어보면 더욱 기가 차다.
거의 완벽한 프랑스어, 사격과 근접 격투술, 아프리카에서 전사한 외인부대 특수팀의 갓 오브 블랙필드라는 닉네임이 아니더라도, 그는 분명 프랑스 외인부대원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전부 지녔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브랜든이 어떡해서든 이번 기회에 그를 죽여 없앴어야 했다.
두르르르. 두르르르.
셔먼의 생각을 끊고 전화가 또 울렸다.
그가 전화기를 귀에 댄 순간이었다.
[“한국을 향하던 이슬람 전사 20명이 중국에서 모두 제거되었습니다. 중국의 협조하에 프랑스 정보총국과 러시아의 정보국이 움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달칵!
셔먼은 역시 대답 한마디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정체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한국의 고등학생이 유라시아 철도는 물론이고, 라노크와 바실리가 뒤를 받쳐줄 정도로 차세대 에너지에 근접해 있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는 이튼마저도 어떻게 강찬이 지층충격기를 제어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셔먼은 입맛을 다셨다.
프랑스 정보총국의 부총국장, 그리고 한국의 국가정보원 부원장, 거기에 러시아의 바실리가 직접 나서 싸고도는 강찬이다.
그것뿐이냐?
잠에서 깨어난 호랑이 중국의 양범이 정보국장의 자리를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제거가 아니라 그의 눈에 들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라노크나 바실리처럼 직접 찾아가 봐야 하나?’
“미치겠군.”
셔먼은 손을 들어 이마를 문질렀다.
한국의 고등학생을 만나기 위해 CIA 국장이 움직이다니!
값비싼 장난감을 들고 가서 엉덩이춤이라도 추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셔먼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라노크나 바실리의 이름값이 절대로 셔먼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서였다.
지금껏 셔먼의 인생에서 이토록 정체가 궁금한 인물은 처음이었고, CIA가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내지 못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
“선배님!”
의식을 차린 지 고작 사흘이고, 일반 병실로 내려온 당일이다. 그런 강철규가 침대 옆에서 걷는 것을 보자 김형정은 덜컥 음성이 높아졌다.
“왔나?”
강철규가 힘겹게 침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왜 이러십니까? 지금은 최대한 안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몸이라는 게 그렇더라구.”
강철규가 인상을 찌푸려가며 침대에 앉았다.
“한번 쉬면 그게 버릇이 돼.”
“머리는 좀 어떠십니까?”
“몽롱한 기운은 남았는데 지금 정도만 해도 사는 것 같아.”
말을 마친 강철규가 김형정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몽골 기지에 다른 일은?”
“다들 잘 있답니다. 선배님 들어오실 때 삼겹살과 김치 좀 많이 가져다 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열흘 정도만 지나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열흘이면 기본 검사도 안 끝납니다.”
김형정의 대꾸에 강철규가 힘겹게 웃었다.
“가야 할 이유가 있거든.”
“지금은 몽골 기지가 평화로우니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네는 잘 모르는 게 있어.”
김형정의 시선을 받으며 강철규가 말을 이었다.
“어쩌면 용서받을지도 모를 기회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두고 이렇게 있으려니까 1초가 1년쯤 되는 것 같아서 그래.”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김형정의 얼굴을 보며 강철규가 피식 웃었다.
***
강찬은 열이 올라 완전히 땀 범벅이었다.
그런데도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서 이불을 덮어쓰고 있었다.
통역대원이 의료실에 가서 내용을 설명하고 주사약을 서너 개 넣었지만, 당장 별다른 차도는 없었다.
“좀 더 주무쇼. 저녁은 이따가 죽을 좀 끓이는 걸로 합시다.”
강찬은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의 삶에도, 새롭게 태어나서도 부상을 당한 적은 많았다. 의식을 잃은 적도 몇 번 있었지만, 지금처럼 몸살 기운에 이토록 고통스러워 본 적은 없었다.
너무 괴롭혔나?
몸뚱이가 하다 하다 안 되니까 별짓을 다 한다.
주사약의 기운에 잠이 든 강찬을 두고 석강호가 밖으로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이 풀리면서 이곳에 있는 대원들도 힘겨워하는 얼굴이었다. 당장 석강호만 해도 어깨의 통증이 오전보다 더 심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적당하게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온 석강호에게 제라르가 다가왔다.
“통역!”
석강호가 걸걸한 음성으로 부르자 통역 대원이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석강호와 제라르에게 건네주었다.
“대장은?”
“지휘부에서 나오자마자 상태가 안 좋아.”
“피를 너무 흘렸지. 부상도 심하고. 나 같았으면 벌써 쓰러졌을 거다. 여기.”
제라르가 건네준 담배에 불을 붙인 석강호가 스페츠나츠의 막사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저 새끼들은 왜 저렇게 조용해?”
“지휘부 회의 끝나고 얼마 안 있다가 나가서 아직 안 왔다.”
“어딜 간 거지?”
“우리가 다녀온 거 알 테니까 구덩이에 가보지 않았을까? 거기 말고는 특별하게 갈 곳도 없잖아?”
제라르가 피식거리며 답을 했을 때였다.
입구 쪽에서 거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왔나 보다.”
제라르가 고개를 돌린 곳에서 실제로 안드레이와 대원 네놈이 들어서고 있었다.
“어?”
석강호가 놀란 소리를 내며 고개를 비틀었다.
스페츠나츠 대원 틈에 부족 노인 한 명과 온몸이 하얀 어린아이가 있었다.
절컥. 절커덕.
안드레이는 곧바로 석강호와 제라르의 앞으로 왔다.
“대장을 불러.”
통역을 통해 들은 석강호가 안 된다고 답을 했다.
“내가 너한테 허락받을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무엇 때문인지 안드레이는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통역이 적당한 수준에서 안드레이의 말을 전했는데 제라르는 말뜻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석강호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 다른 말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제라르에게 안드레이가 말을 던졌다.
“가서 현지인 통역을 불러다 주겠나?”
“부상이 심해. 특별히 급한 게 아니라면 오늘은 쉬고 내일 대장이 있을 때 함께 듣자.”
“불러다 주겠나?”
“내일 대장이 있을 때 하겠다.”
“제라르?”
볼의 상처를 꿈틀거리며 제라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삽시간에 벤치 앞이 침묵에 휩싸였다.
“대원을 잃은 지휘관은 너 하나만이 아니다. 적당히 해라.”
무식하고 단순한 안드레이와 풍부한 경험에서 오는 관록이 있는 제라르였다.
붙으면 누가 이길까?
석강호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커피를 마시는 앞이다.
한 치도 피하지 않고 시선을 마주하던 두 사람 중 안드레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녁 먹고 오겠다. 그때는 통역과 함께 있는 게 좋겠다.”
“대장이 판단한다.”
볼을 한번 씰룩인 안드레이가 소총을 철컥거리며 막사로 몸을 돌렸다.
“저 둘을 어디서 찾았지?”
“그보다는 저 새끼가 왜 거길 다녀왔는지가 더 궁금하다.”
제라르가 자리에 앉으면서 석강호의 질문에 대꾸했다.
“어떻게 달랑 둘만 살았을까?”
“대장 일어나면 다 같이 있는 데서 알아보면 된다.”
“저녁은?”
“UN에서 준비하는 모양이다.”
“나는 막사에서 라면 먹을란다.”
제라르가 마음대로 하라는 투로 어깨를 들썩였다.
“저 새끼, 저녁 먹고 또 지랄하겠지?”
“흥! 아프리카 뛰면서 저런 놈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정말 못 참겠으면 밟아놓고 보는 거지.”
“잘해라.”
석강호가 푸흐흐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저녁 먹을 시간이야. 대장도 살펴봐야 하고.”
제라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석강호가 들어섰을 때 강찬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어후! 뭔 땀을……!”
창으로 들어온 빛 아래에서 강찬은 얼굴과 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좀 더 자요.”
“이젠 좀 살 것 같다. 푹 잤고.”
강찬이 힐끔 링거를 보았다.
“뺍시다.”
“그래.”
석강호가 다가가서 밴드와 거즈를 떼어낸 다음 바늘을 뽑았다. 이어서 능숙하게 떼어냈던 거즈와 밴드를 이용해 바늘 자리를 눌러주었다.
“안드레이가 구덩이에 다녀왔던 모양이오.”
강찬은 바로 픽 하고 웃음을 웃었다.
“뭐 알고 있는 게 있소?”
“내가 약 올려놨거든. 그 구덩이 안에서 블랙헤드를 본 거 같다고.”
“그럼 저 새끼 그 안을 뒤지다 온 건가? 그래서 그렇게 독이 올랐던 거요?”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 시쳇더미를 뒤졌다면 고생 꽤나 하지 않았겠냐?”
석강호가 히죽거리며 웃다가 퍼뜩 표정을 바꾸며 입을 열었다.
“참! 노인네 하나랑 알비노가 숨어 있었던 모양입디다! 안드레이 새끼가 대장 부르라고 했다가 안 된다고 했더니 제라르에게 현지어 통역하는 놈 부르라고 주접떨다가 들어갔소.”
“둘이 붙었냐?”
“아슬아슬하게 안드레이가 그냥 돌아섭디다. 그 새끼는 아무래도 단단히 버릇을 고쳐줄 필요는 있소.”
“배고프다. 밥 먹자.”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찬은 반바지와 면티를 하나 챙겨서 샤워실로 들어갔다.
어차피 붕대를 전부 다시 감아야 할 판이다.
물이 튀기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샤워를 하고 나오자 대원들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붕대 좀 갈고 올게.”
“라면 곧 집어넣을 거요. 얼른 오쇼.”
저 새끼는 물리지도 않나?
강찬은 막사를 나서 지휘부를 향해 걸었다.
별다른 이야기를 할 것 없이 상처를 꼼꼼하게 다시 소독하고 새로 붕대를 갈았다.
“다른 약을 쓴 게 있습니까?”
“아니.”
치료하던 의료팀 요원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런 때는 모르는 척하는 게 제일이었다.
진료실을 나온 강찬은 석강호가 준비한 라면과 즉석밥, 김치로 저녁을 먹었다.
“정말 괜찮소?”
“땀 흘리고 났더니 살 것 같은데?”
“그럼 됐소. 나갑시다. 내가 맛있는 커피를…….”
“네가 직접 타는 거 맞냐?”
“어허! 이번은 내가 타는 거요!”
“제라르 것도 아예 같이 타.”
“안 그래도 그럴 참이오.”
석강호의 답을 들은 강찬은 느긋하게 막사를 나섰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쳤는지 각 팀의 대원들이 공터의 벤치에 나와서 담배와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몸은 괜찮습니까?”
그리고 가장 먼저 제라르가 다가왔다.
“잠이 부족했었나 봐. 실컷 자고 났더니 살 것 같다.”
“다행입니다.”
“안드레이가 지랄했다면서?”
제라르가 볼의 흉터를 꿈틀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이 새끼는 왜 안 나타나?
강찬이 힐끔 스페츠나츠의 막사 쪽을 바라볼 때 석강호가 손가락에 머그잔 세 개를 끼워서 밖으로 나왔다.
“한국 커피!”
제라르가 나서서 받았고, 강찬도 하나를 손에 쥐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막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이었다.
안드레이가 막사를 나와 곧바로 강찬에게 다가왔다.
“낮에 구덩이에 다녀왔었소.”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는 시간이어서 날벌레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뜨겁지만 커피를 빨리 마셔줘야 할 시간이기도 했다.
후루룩!
석강호를 힐끔 노려본 안드레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없었소.”
안드레이가 억울하고 약 오른다는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강찬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서야 안드레이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처음 전투가 벌어졌던 부족민 움막 아래 능선에서 둘을 발견했소. 소말리어 통역 데리고 함께 가 봅시다.”
“커피 마시고 가는 걸로 하자. 그쪽으로 가면 되나?”
“그럽시다.”
“부족민 둘은 저녁 먹였어?”
“그 정도는 합니다.”
강찬은 피식 웃으며 안드레이를 보았다.
사람 감정은 눈빛과 표정, 몸짓으로 얼마든지 전달된다. 이 새끼는 듬직할 것도 같은데 참 끝없이 매를 갈구하는 스타일이다.
강찬의 웃음을 본 안드레이가 쓱 몸을 돌려 막사로 걸어갔다. 분명 조심하긴 하는데 꼭 경계선을 밟아보는 저 용기라니!
해가 기울어진 만큼 어둠이 거의 내려앉았다.
서둘러 커피를 마신 강찬은 프랑스 대원 로베르를 불러 석강호, 제라르와 함께 스페츠나츠 막사로 움직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파에 노인과 알비노가 있다가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수르드카드!”
이가 위에 두 개, 밑에 한 개만 남은 노인이 완전히 새는 발음으로 강찬을 향해 외친 말이었다.
지겹다!
왜 사람을 자꾸 어색하게 만들지?
노인이 무언가를 지껄일 때였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탄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막사의 문이 열렸다.
“빨리 나와보십쇼!”
뭔데?
우르르르!
강찬과 석강호, 제라르, 그리고 안드레이와 스페츠나츠 대원들이 재빨리 막사를 뛰쳐나갔다.
거의 모든 대원이 밖으로 나와 한쪽을 보았고, 몇 놈은 벤치에 올라가서도 고개를 들고 있었다.
“저기입니다!”
프랑스 대원이 가리킨 곳으로 강찬도 시선을 돌렸다.
“뭐야?”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한쪽이 피처럼 붉은빛에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