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62화 (26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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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너 기다리고 있어!

번득!

한순간, 괴물의 눈이 부서지는 흙과 시쳇더미 속으로 사라졌다.

부스스스스!

그리고 더는 흘러들어 갈 흙이 없는지 시체들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영국의 어처구니없는 기지에서 느꼈던 섬뜩한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블랙헤드!

마치 그놈이 되살아나서 이번에는 반드시 목덜미를 물어뜯겠다고 으르렁대는 느낌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멀리서 헬기 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뿐, 누구도 움직이거나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피식!

고작 돌멩이 주제에!

모두가 시선을 돌리며 강찬의 지시를 기다렸다.

이 새끼들은 붉은빛을 못 본 건가?

명령을 기다리는 눈빛으로 봐서 붉은빛을 본 놈은 없는 모양이었다.

저벅! 저벅! 부스스!

강찬은 구덩이의 왼편을 향해 방어벽을 넘었다.

돌멩이! 너는 나중에 보자!

그리고는 서너 걸음을 걸어가 눈짓으로 제라르를 불렀다.

저벅! 저벅! 부스슷!

방어벽을 넘은 제라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흙이 조금씩 밀렸고, 또 그럴 때마다 시체들이 구덩이로 밀려갔다.

“잡아!”

강찬이 앞에 놓인 시체의 팔을 잡자, 제라르가 다리를 들었다.

하나! 둘!

제라르와는 시선만으로도 이런 타이밍쯤 충분히 알 수 있다.

좌우로 흔들던 시체를 구덩이 앞으로 던진 직후였다.

털썩! 부스스스슷! 부스슷!

근처의 흙과 시체가 다시 구덩이로 빨려 들어갔다.

개새끼!

많으니까 실컷 처먹어라!

됐다.

구덩이로 밀려가는 경계를 알았으니 밖으로 움직일 길을 찾아낸 거다.

강찬이 방어벽 안쪽에 대기하던 대원들에게 고갯짓을 하는 순간이었다.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저격수의 총소리가 연속으로 들렸다.

치잇! “미사일이다! 숫자가 너무 많다!”

다급한 무전이었다.

피이이융! 피이이이융! 피이이이융!

그리고 그와 동시에 RPG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빌어먹을!

저격수로 한계가 있다면 한 명이라도 더 달려가서 지원하는 게 맞다.

“제라르! 가자!”

강찬은 최대한 왼쪽에 붙어서 앞으로 달렸다.

부스슷! 부슷!

강찬이 서너 걸음을 달렸고, 석강호와 대원 서넛이 막 방어벽에 몸을 걸쳤을 때였다.

퍼어엉! 퍼어엉!

헬기 두 대에서 불꽃놀이의 마지막 폭죽처럼 하얀 빛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아아아아앙! 두두두두두!

옆으로 기운 헬기가 곧바로 움막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제라르! 달려!”

강찬은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달렸다.

투타타타타타타타!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앞쪽에서 헬리콥터에서 쏘는 기관총과 저격수의 사격 소리가 요란하게 들릴 때 헬기는 바로 움막 위에 있었다.

그아아아아앙! 투둑투둑투둑투둑!

옆으로 떨어진 헬기가 구덩이에 처박히는 순간이었다.

콰가가가가각! 부스스스스스스!

귀를 찢는 충돌음과 함께 바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달려! 서둘러!”

콰악! 콰악!

강찬은 최대한 구석에 붙어 달려오는 석강호를 비롯한 대원들을 잡아챘다.

어깨가 찢어지는 고통은 나중 이야기였다.

부스스스! 철커덕! 부스스! 철컥!

제라르도 강찬의 옆에서 대원들을 당겼다.

“서두르라고!”

특수팀이다!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그만큼 바닥도 빠르게 가라앉고 있었다.

한국의 특수팀이 가장 뒤였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부스슷! 콰악! 철커덕! 부스스! 콰악! 철컥!

정신이 아득아득해지는 통증이 어깨와 오른팔에서 느껴졌지만, 강찬은 이를 악물며 대원들을 당겼다.

구덩이가 점점 더 아가리를 벌려서 이제는 남은 공간이 없었다.

부스스스스스!

마지막으로 달려오는 차동균과 곽철호는 이미 무너지는 흙에 발등이 파묻힌 상태였다.

“뛰어!”

강찬은 가장 뒤에 남은 차동균과 곽철호를 향해 악을 썼다.

훌쩍! 콰아악!

“끄으으!”

강찬의 양팔에 차동균과 곽철호가 매달렸다.

꽈아악! 부스스스스!

석강호가 강찬의 다리를 붙잡았고, 다시 그 뒤로 줄줄이 대원들이 매달렸다.

“꽉! 꽉!”

제라르가 상체를 구덩이에 넣고 곽철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씨발!”

석강호가 욕을 뱉어내며 한쪽 팔로 제라르의 허리를 잡아 주었다.

휘익! 콱!

곽철호가 제라르의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부스스스! 부스슷!

“끄으으!”

강찬, 제라르, 석강호가 동시에 신음을 터트렸다.

“당겨 좀! 씨발!”

석강호의 욕이 아니어도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당기는 참이다.

부스스! 부스스스!

그럼에도 매달린 대원 전체가 조금씩 구덩이로 끌려가고 있었다.

부스스! 부스스스슷!

강찬의 허리가 완전히 구덩이로 밀려들어 간 순간이었다.

강찬은 독이 잔뜩 오른 눈으로 차동균을 노려보았다.

“야, 이 개새끼야!”

부스슷! 부스스스!

“이러다 다 죽습니다! 놓으십시오!”

차동균이 강찬을 향해 악을 썼다.

이 개새끼가 사람을 어떻게 보고!

“지랄하지 말고 꽉 잡고 있어!”

차동균이 강찬을 뿌리치려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아악!”

강찬이 이를 악물고 왼팔에 매달린 차동균을 들어 올렸다.

터억!

그리고 차동균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았다.

“어깨 잡아! 이 개새끼야! 넌 뒈졌어! 으아아아아!”

강찬이 다시 악을 쓰며 팔을 당겼다.

어깨뼈와 근육이 생으로 뜯겨나가는 통증이었다.

독이 바짝 오른 강찬의 눈을 보며 차동균이 악착같이 왼손을 위로 뻗었다.

콰아악!

차동균이 강찬의 어깨를 잡았다.

“끄아아아!”

제라르가 악을 써서 곽철호를 당길 때,

부스스! 부스스슷!

강찬은 허벅지까지 구덩이 안으로 빨려들어 있었다.

번득!

시커먼 구덩이 안에서 분명 붉은빛이 번쩍였다.

개새끼! 이 엿 같은 돌멩이 새끼!

기다려! 너 기다리고 있어!

콰악! 콰아악!

차동균이 강찬의 허리를 잡고 올라갔을 때 곽철호가 제라르의 어깨를 잡으며 구덩이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당겨! 당겨!”

부슥! 부스슥!

둘이 빠져나가자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대원들이 강찬과 제라르를 구덩이에서 당겨냈다.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차동균의 앞으로 갔다.

퍼억!

그리고 대뜸 차동균의 얼굴을 세차게 갈겼다.

한국 팀만이 아니라 모두가 숨을 죽이고 강찬의 눈치를 살폈다.

“개새끼야! 특수팀의 선임이라는 새끼가 죽을 생각을 해? 너를 믿고 뛰어야 할 대원들은 생각 안 해?”

“죄송합니다.”

코밑을 팔등으로 닦는 차동균이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히죽 웃었다.

이 새끼는 석강호와 확실히 갈라놓을 필요가 있었다.

제라르와 곽철호가 손을 올려서 마주 잡고 어깨를 부딪쳤다.

지랄은!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쇼맨십만 늘어간다.

툭툭!

석강호가 차동균의 등을 두드려 주는 것으로 상황이 끝났다.

방어벽까지 구덩이에 빨려 들어가서 당장 돌아가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부상 대원들이 저 뒤편에 있어서 일단 구조헬기만 오면 모두를 꺼낼 조건은 갖췄다. 대신 구조헬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남은 적을 해치울 필요가 있었다.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구덩이에 빠진 헬기에서 연기가 올라오는데 당장 저곳에 내려갈 방법은 없었다.

“다들 무기 확인해!”

강찬은 우선 명령을 내리고 시선을 돌렸다.

“제라르! 저 헬기에 무전 해보고, 건너편에 추락한 헬기 구조해야 하는지 알아봐!”

철컥! 철커덕!

대원들이 무기를 점검하는 동안 강찬은 자세를 낮추고 저격수들이 몸을 숨긴 곳으로 움직였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헬기 소리와 바람이 요란하게 강찬은 맞았다.

부스럭!

통역 대원이 겁을 이기지 못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저격수는 주변을 경계해줄 대원이 필요한데 당장 인원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이라 저격수 옆에 붙여준 모양이었다.

이놈은 어쩌면 프랑스 말을 잊어버리거나 못하게 될지 모른다.

하늘에 떠 있는 헬기 저편으로 추락해 있는 또 다른 헬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찬은 이두희의 옆으로 다가가 자세를 낮췄다.

“어때?”

“아직 RPG가 남은 것 같습니다.”

이두희는 시선을 앞에 둔 채로 빠르게 답을 했다.

“안쪽이 무너졌어. 어쨌든 저놈들을 모조리 잡아야 구조 헬기가 무사할 수 있으니까 구조대 상황 봐서 공격할 거다.”

“알았습니다!”

툭툭!

이두희의 헬멧을 두드려 주던 강찬은 혼자 피식 웃었다. 군데군데 파이고 베인 상처가 가득한 데다, 피와 흙이 엉겨서 깨끗한 이두희의 헬멧에 손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치잇. “대장. 건너편 헬기는 알아서 탈출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지원군이 10분쯤 뒤에 도착한답니다.”

제라르의 무전이 들어왔다.

치잇. “구덩이에 빠진 헬기는?”

치잇. “응답이 없습니다. 지원군이 와봐야 손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찬은 이두희에게서 물러나 능선의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적들은 50m쯤 앞에 트럭을 방어벽처럼 쌓아놓고 그 뒤에 대기하고 있었다.

치잇. “지원군이 도착하는 순간 밀고 내려간다. 헬기에게 우리가 사격하면 지원하라고 하고, 지원군에게도 지금 작전을 알려주라고 해.”

치잇. “알았습니다.”

강찬은 몸을 돌려 바위에 기대앉았다.

꾸물거리던 달이 어느새 뒤통수 쪽에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며 감시하는 아래에서 아군과 적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개새끼들!

특수부대 600명이면 넘칠 거라고 여겼던 거겠지?

전투나 작전에서 대가리 수 많은 것이 유리한 거야 당연한 일인데 꼭 거기에 맞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란 것만은 잊으면 안 되는 거다.

부스럭! 부스럭!

제라르와 석강호, 그리고 차동균이 허리를 숙인 채로 강찬에게 다가왔다.

아래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던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강찬의 옆에 앉았다.

“저 새끼들 갑갑하겠소!”

헬리콥터의 소리 때문에 석강호가 악을 쓰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갈 곳이 없는 놈들이라 반항이 만만치 않을 거다! 각오 단단히 해야 돼!”

강찬이 비슷하게 악을 쓰며 답을 했을 때였다.

제라르가 이어 셋을 손으로 누른 채로 고개를 돌렸다가 입을 열었다.

“대장! 지원군 도착입니다! 불빛이 보일 거랍니다!”

“알았다! 대기하는 인원 전부 이쪽으로 오라고 하고! 구조 헬기는 뒤편에서 곧바로 부상자 태워서 이송하라고 해!”

“알았습니다!”

답을 한 제라르가 무전하기 좀 더 편한 곳으로 옮겨가 연신 악을 써댔다.

철커덕!

이놈의 실탄을 몇 번째 확인하는 건지 모르지만, 그게 백 번이든, 천 번이든 전투에 나서기 전에는 반드시 확인하는 게 맞다.

강찬이 몸을 돌려 능선 아래의 적에게 시선을 두었을 때 대원들이 다가왔다.

적의 뒤편 먼 곳에서 차량 라이트가 분명한 불빛이 보였다.

일단 숫자는 마음에 들었다.

“제라르!”

강찬은 제라르를 커다랗게 불렀다.

“차 세우고 내리라고 해! 저대로 오면 미사일에 끝난다! 중화기 가진 거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고!”

악을 쓴 강찬은 뒤에 대기하고 있던 대원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준비됐으면 내려가자!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지켜줘야지!”

대원들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강찬의 다음 신호를 기다릴 때였다.

“대장! 지원군이 잠시만 기다려 달랍니다!”

제라르가 다가와 고함을 질렀다.

차에서 내리고 중화기 제대로 갖추려면 시간도 걸릴 거다.

일방적으로 맞은 복수를 하러 나서는 길이다.

개새끼들!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숫자로 밀고 왔으니 똑같이 당해 봐라!

강찬부터 석강호, 제라르, 차동균, 안드레이, 누구 한 사람 빠지지 않고 눈이 번들거렸다.

제라르가 이어 셋을 손으로 누른 채 고개를 기울였다가 몇 차례 악을 쓴 다음 강찬을 보았다.

“준비가 끝났답니다!”

피식! 히죽! 꿈틀!

몸 전체에서 후끈한 열기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치잇. “저격수! 미사일을 부탁한다!”

치잇. “맡겨주십시오!”

헬리콥터 소리가 시끄럽긴 했지만 알아듣는 데 지장은 없었다.

철컥! 철커덕! 철커덕!

강찬이 소총을 드는 것을 신호로 모두가 소총을 겨눴다.

푸슝! 푸슝!

두 발이다!

그 두 번의 사격에 트럭의 뒤에서 얼쩡거리던 놈 두 놈이 그대로 넘어갔다.

피이이이융! 피이이이융!

기다렸다는 것처럼 헬기에서 미사일을 날렸다.

쿠으으으응! 쿠아아아아앙!

화끈한 화염이 올라오면서 삽시간에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가자!”

강찬이 달려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투타타타타타타타타!

헬리콥터에서 기관총을 제대로 갈겨주었다.

푸슝! 푸슝! 투두두둑! 타다다당! 타당! 타다당!

방아쇠를 당겨가며 내려갈 때였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맞은 편에서 20밀리 벌컨포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분당 천 발이다.

하얗게 뭉친 탄알이 줄지어 적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것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던 모양인데 속이, 속이 이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크르르릉! 크르르릉! 부으으으응!

그리고 맞은 편에서 트럭이 달려오는 것도 보였다.

강찬은 적의 트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총구를 들이밀었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이 개새끼들!

병아리를 그렇게 했으면!

숫자로 아군을 그렇게 죽였으면!

이제 계산서대로 값을 치러줘야지!

투두두두둑! 투두두두두둑! 투두두두둑!

안드레이가 미친놈처럼 AK 소총을 좌우로 흔들었고,

타다당! 타당! 타다다당! 타다다다당!

제라르와 외인부대 대원들이 연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티잉! 티잉! 휘이이익!

콰으으응! 콰아아앙!

맞은 편에서도 줄기찬 사격이 있어졌다.

가운데 이 백에 가까운 적을 몰아놓았다.

발칸으로 찢어발기고 미사일에 수류탄을 퍼붓는 데다, 공중에서 헬리콥터가 마지막 한 발까지 기관총을 쏘아댄다.

이것도 지옥이다.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면 적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게 맞지, 이렇게 몰아넣고 죽여대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헬기는 헬기대로 동료를 잃었고, 특수팀은 특수팀대로 피를 나눈 것 같은 대원들을 떠나 보냈다.

지금은 이 상황을 말릴 수도, 말릴 사람도 없었다.

적은 방아쇠 서너 번 당기다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목에서, 이마에서, 그리고 몸뚱이에서 수도 없이 피가 튀었는데 조금도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늘 이렇게 잔인하게 결말을 맺는다.

보는 놈 없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전투들이 부족 간에, 그리고 부대 간에 벌어지고 결말은 늘 지금과 비슷했다.

이런 삶을 살다가 고등학교를 갔는데 어설픈 일진이 달려들었을 때의 기막힘이라니!

적당하게 응징을 한다는 것이 팔을 부러트리는 정도인데 정말이지 그건 애교에 속하는 거다.

목에 칼을 박아서 쭉 당기는 것과 비교해 보면 간단한 답이 되지 않을까?

투두두둑! 투둑! 투둑! 투둑! 타다당! 타당!

총소리가 잦아들었다.

강찬은 앞에 놓인 트럭의 운전석 발판을 밟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철컥! 철커덕! 철커덕!

대원들이 총을 겨누며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총구를 이리저리 돌렸는데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다.

불에 탄 트럭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라 아프리카의 하늘로 올라갔다.

투두두둑!

안드레이가 꿈틀대는 적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잔인한 새끼!

적의 시체를 살피던 대원들이 소총을 겨눈 채 각자 맡은 자리에 섰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멀리서 치누크가 불을 훤하게 밝히며 부상자를 실어 올리고 있었다.

길었던 하루가 마감되는 순간이다.

철컹! 치이익!

제라르가 담배에 불을 붙여 강찬에게 올려주었다.

“후우!”

담배 연기가 날아가는 순간에 이곳저곳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해 켜는 불꽃이 보였다.

특수팀이 둘러싼 가운데 지원군이 다시 시체들을 확인했다.

타다당! 타당! 타다다당!

애새끼들이 꼼꼼하기도 하다.

죽은 놈 중에는 꼭 꿈틀대는 놈이 있다.

살아 있는 게 아니라 근육이 뒤틀리는 건데 지원군들은 그런 놈들에게도 확실하게 총알을 박아 넣었다.

“보이시(Voici)!”

제라르가 손을 들고 외치자 HK417을 철컥거리며 지원군 지휘자가 다가왔다.

경례를 주고받은 다음이다.

“제13 외인 여단 소령 블랑쉐입니다!”

“제라르다!”

블랑쉐가 시선을 들어 운전석 지붕 위의 강찬을 보았을 때였다.

“저분이 이곳의 지휘자다.”

“혹시 부총국장님이십니까?”

제라르가 볼의 상처를 꿈틀거리며 웃는 것을 본 블랑쉐가 바로 몸을 돌렸다.

척!

“제13 외인 여단 소령 블랑쉐입니다!”

강찬은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블랑쉐!”

“위!”

“뒤처리를 맡겨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씩씩한 답을 들은 강찬이 피식 웃으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후우”

아프리카는 아직 어둠을 덮어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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