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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61화 (26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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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너는 안 되지.

헬리콥터 소리는 모두가 들었다.

아군의 헬기라면 상황이 뒤집히는 거고, 적이 보낸 헬기라면 끝장나는 상황이었다.

침묵이 주변을 뒤덮었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시선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서둘러! 앞에 무기 쌓아!”

강찬의 지시가 떨어지자 남은 대원들이 더욱 빠르게 소총과 탄창을 챙겼다.

그런데 정작 강찬은 움직이지 못했다.

산으로 기대앉은 박철수의 상처를 차동균과 최종일, 곽철호가 눌러주고 있었다.

박철수의 오른쪽 가슴, 배, 허벅지를 누르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 피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왔다.

“하아. 하아.”

박철수가 강찬을 향해 힘겹게 웃었다.

“강찬 씨……. 하아. 하아.”

강찬은 박철수가 마주 볼 수 있도록 그의 앞에서 자세를 낮췄다.

“고맙습니다.”

염병할!

이런 곳에서 죽게 하는데 다들 뭐가 고맙다고 하는 건지…….

“최 장군님이……, 내 학비를 대주셨었습니다.”

박철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욕도 많이 먹었고, 따귀도 여러 번 맞았었습니다.”

그리고는 안타까운 시선을 돌려 차동균을 보았다.

“이놈들을 부탁드립니다.”

“대령님! 특수팀의 지휘관이라면 버텨주셔야 합니다. 대원들이 의지할 수 있도록 악착같이요.”

강찬이 눈짓을 하자 차동균과 최종일, 곽철호가 달려들어 박철수를 뒤편으로 옮겼다.

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 소리가 좀 더 확실하게 들렸다.

“제라르! 저격수더러 박격포와 미사일 확실히 경계하라고 지시해!”

“알겠습니다.”

제라르가 답을 하고 무전으로 지시할 때였다.

“알라후 아크바르(Allahuh akbar)!”

적이 지른 고함이 부족민의 움막을 거쳐 산으로 달려들었다.

적의 목을 자르거나 달려들기 직전에 외치는 소리다.

후다닥!

강찬은 빠르게 석강호의 앞을 막아섰다.

“모두 제자리로!”

철컥! 철커덕!

제라르가 급하게 달려와서 강찬의 옆에 섰다.

부스슷! 부스스스!

“최종일! 석강호의 옆에서 엄호해!”

“알겠습니다!”

지랄할 줄 알았던 석강호가 인상을 버럭 쓰며 적이 올 방향을 노려보았다. 강찬이 그나마 칼을 휘두를 수 있으려면 이곳에서 제대로 사격을 해줘야 한다.

“차동균! 오른쪽!”

후다닥! 철컥덕!

강찬의 오른쪽 옆으로 차동균이 붙었다.

와라!

헬리콥터 소리만큼이나 부스스하며 흙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알라후 아크바르(Allahuh akbar)!”

“와아-아!”

염병할!

움막에 몸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적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푸슝! 푸슝! 푸슝!

강찬이 방아쇠를 당겼고.

투두둑! 타다당! 피이잉! 퍼버벅! 퍼억! 퍼버벅!

곧바로 지긋지긋한 총소리와 불꽃이 양쪽에서 터져나왔다.

후욱. 후욱.

강찬의 눈에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터얼써억!

달려오던 적이 휘청하면서 고꾸라졌고,

피이이이잉! 퍼어어억!

차동균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퍼벅! 퍼버벅! 퍼버벅!

강찬의 바로 앞 방어벽이 터지며 허공으로 흙이 튄 직후에.

투두둑! 투두두두둑!

불꽃과 총소리가 바로 앞에서 보였다.

셀 수도 없이 달려드는 적은 어느 틈에 방어벽 바로 앞에 있었다.

스으으응!

강찬은 바로 대검을 뽑아들었다.

푸욱! 푹! 푹!

왼손으로 놈들의 소총을 밀쳐가며 왼쪽 놈, 오른쪽 놈, 그 사이로 달려드는 놈의 목을 찔렀다.

푸슝! 푸슝! 타다당! 타당!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저격수의 총소리가 급하게 터져 나오는 사이.

투두둑! 퍼버벅! 투두두둑! 퍼버버벅!

아군 한 명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적의 총 아래에서 몸을 떨어댔다.

투두둑! 퍼버벅!

다른 대원이 놈을 쏘았지만 죽은 대원은 살리지 못한다.

강찬은 방어벽을 타고 넘어온 놈을 어깨로 들어 올렸다.

푹푹! 푹! 피윳! 피이윳!

그리고 놈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찌른 다음 앞에 있던 놈의 겨드랑이와 목을 베었다.

“최종일!”

커다랗게 고함을 지른 강찬이 적의 몸뚱이를 방어벽을 밀어낼 때였다.

티잉! 티이잉!

기다리던 소리가 들려왔다.

푹! 푹!

두 번의 칼질을 더 했을 때였다.

투둑!

허벅지를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휘이이익! 휘이익!

지금이다!

강찬은 이를 악물며 어깨로 적을 밀어냈다.

쿠으으응! 쿠으응!

수류탄이 터지지 않았다면 분명 적의 총에 죽었을 거다.

푸우욱!

“크르르륵!”

칼에 찔린 적이 거품을 입에서 거품을 뿜어냈다.

개새끼야!

나를 죽이려고 했으면 네가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지!

푸욱! 푹! 푸우욱!

강찬이 미친 듯이 칼을 휘둘러 공간을 확보했을 때였다.

화아아아악! 두두두두두두두두!

강찬의 뒤편에서 느닷없이 헬기가 날아들었다.

눈부신 조명이 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프로펠러가 만드는 바람이 흙먼지를 사방으로 뿌려댔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투타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타!

퍼버버버버버벅! 퍼버버버버버벅!

헬리콥터에서 쏘는 중기관총에 적의 몸뚱이가 아예 찢기다시피 사방으로 튀었다.

피이이융! 피이이융! 쿠으으응! 쿠으으응!

속이 후련할 정도이긴 했지만, 강찬은 파편을 피해 급하게 고개를 처박았다.

털썩! 툭! 투욱! 부스스스스!

눈앞에 잘린 적의 몸뚱이가 널브러졌지만, 지금은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투두두두둑! 투두두두둑! 투두두두둑!

스페츠나츠가 AK 소총을 갈겨대는 순간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

두 대의 헬기 또 나타났다.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저격수들이 RPG를 쏘려는 적들을 잡아주었고, 아래에서는 소총으로 적을 쓰러트렸다.

피이이융! 쿠으으응! 피이이융! 쿠으으응!

하늘에 떠 있는 가젤이 아름답고 고귀하게 보였다.

이럴 때는 아래쪽에서 지켜주는 만큼 헬기가 마음 놓고 움직인다.

“제라르! 차동균! 대원들 데리고 따라와!”

강찬은 소총을 들고 제라르와 차동균을 불렀다.

방어벽을 넘어가는 강찬의 곁으로 안드레이가 대원 넷과 함께 달려왔다.

피를 두껍게 덮어써서 눈과 벌린 주둥이가 징그럽게 보였다.

“가자!”

투두두둑! 푸슝! 푸슈웅! 푸슈웅!

후퇴하다 낙오된 적을 상대하는 싸움이다.

강찬을 중심으로 움막에 몸을 숨기며 돌아가는 산까지 달려갔는데 대부분의 적은 능선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허억! 허억!”

두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도 더는 적을 쫓아가지 못한 채로 능선의 위에 떠 있었다.

적의 숫자가 이 백 가까이 되었고, 차량에 어떤 무기가 있을지 몰라 조심하는 눈치였다.

“제라르! 채널을 UHF로 바꿔 봐!”

강찬의 고함에 제라르가 무전기의 버튼을 조작했다.

몇 차례 대화를 주고받던 제라르가 강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쪽에 저격수를 배치해 주면 지원 병력이 올 때까지 교대로 경계를 서주겠답니다!”

헬기 소리와 바람 사이로 제라르가 악을 썼다.

강찬은 능선의 앞쪽에 세 곳을 골라 손가락으로 방향을 알려주었다.

철커덕! 철컥! 철커덕!

무전을 받은 저격수들이 비교적 깨끗한 모습으로 달려왔다.

강찬은 달려가는 이두희의 헬멧을 손으로 때려주었다.

쉬고 싶었다.

무식하게 씩씩거리는 안드레이만큼이나 당장 적을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강찬이나 대원들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한 때였다.

“구조 헬기와 지상군이 올 때까지 20분쯤 걸린답니다!”

“그때까지 휴식을 취한다고 해!”

고개를 끄덕인 제라르가 무전기에 대고 악을 썼다.

UHF 채널은 같은 부대원들의 무전기에 별도로 지정하는 주파수다. 그래서 강찬이 착용한 한국팀의 무전기로는 헬기와 교신이 불가능했다.

헬기가 왜 UHF 채널을 고집하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시체 틈을 걸어 방어벽을 넘자 집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포근했다.

“담배 가진 사람!”

최종일이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주어서 강찬은 두 개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일단 쉬고 있어.”

강찬은 담배를 입에 문 다음 무전기의 버튼에 손을 올렸다.

“구조 헬기와 지원군이 20분 뒤에 도착 예정이다. 부상자를 살핀 이후에 일단 모두 휴식이다!”

대원들이 방어벽 안쪽에 몸을 던지듯이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강찬은 석강호에게 다가가서 입에 담배를 물려준 다음 그 옆의 벽에 기대앉았다.

부스스스! 부스스! 털썩!

석강호가 기분 좋게 연기를 뿜어내는 앞으로 넘어온 제라르가 강찬의 맞은편에 주저앉았다.

셋 다 위장크림을 바른 것처럼 피칠을 해서 눈만 제대로 보였다.

제라르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우!”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리자 온몸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제라르! 담배 하나 더 줘!”

석강호가 분명하게 한국말로 요구했는데도 제라르가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주었다.

쩔껑! 치이익! 치이이익!

오른쪽 어깨에 총을 맞은 석강호가 왼손으로 불편하게 불을 붙였다.

도와주지는 않았다.

솔직히 이런 전투에서 저 정도 부상은 부상이 아닌 거다.

“나도 줘봐.”

강찬이 담배와 라이터를 받아서 하나 더 불을 붙였을 때였다.

안드레이가 부스슥 거리면서 걸어왔다.

“저놈들은 어쩔 겁니까?”

제라르와 석강호의 시선을 완벽하게 무시하는 것처럼 안드레이는 강찬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일단 기다려. 상황 봐서 움직인다.”

“그동안 저놈들이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강찬은 피식 웃으며 시선을 들었는데 전투의 여운이 남아서 필요 이상으로 눈빛이 번들거렸다.

“안드레이! 쉬라고 할 때 쉬고, 처먹으라고 할 때 처먹고, 자라고 할 때 자라! 네놈의 주둥이로 지휘자로 인정했다고 했으면 거기에 맞춰서 행동해!”

안드레이가 심통 맞게 볼을 움직였다.

“안드레이?”

“알겠습니다. 대. 장.”

안드레이가 답을 한 직후에 제라르의 볼이 꿈틀했는데 놈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대장 성격 좋아졌습니다.”

“시끄러워!”

“저 새끼가 뭐라고 하는데 그러쇼?”

하여간 이 두 새끼랑 있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어렵다.

“정말은 어쩌실 겁니까?”

제라르의 질문을 받은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부상자를 먼저 뺀다. 쿠드스는 여길 못 떠나.”

제라르가 눈빛을 번쩍이며 강찬을 보았다.

“저 새끼들. UN 평화 유지군을 공격한 거다. 소총이 AK인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지금 저놈들이 갈 곳이 어디 있겠냐?”

“그렇다면……?”

“우리가 저놈들을 사냥하는 거지. 지원군으로 삥 둘러싸 놓고. 내가 병아리 복수도 안 하고 그냥 보내줄 줄 알았냐?”

제라르가 입을 기다랗게 늘이며 웃은 다음이었다.

강찬은 궁금해하는 석강호에게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더럽게 목이 말랐지만, 불행하게 물을 가진 놈이 하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담배를 하나씩 더 피웠다.

10분쯤 쉰 뒤에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어벽 안쪽에 있던 대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주었다.

치이잇.

강찬은 헬멧에 손을 올려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지원군이 오면 남은 적을 공격하겠다. 팀별로 작전에 참가할 대원들을 선발해서 알려라!”

강찬의 프랑스 말을 통역 대원들이 그 나라 말로 전했다.

저벅저벅!

가장 먼저 안드레이가 달려왔다.

“나와 대원 일곱이 참가합니다!”

“우리는 여섯 명입니다.”

피를 뒤집어쓴 고릴라 같은 모습으로 타일러가 고함을 질렀다.

“그린베레는 모두 넷입니다!”

처참한 수준이었지만, 이걸 탓할 수는 없었다.

철컥!

최종일과 차동균이 다가왔다.

“전부 열세 명입니다.”

특수팀 대원들의 눈빛을 보고 난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제 저놈들은 따로 훈련이 필요 없다.

당장 지난 6개월로만 따지면 아마 이곳에 있는 그 어떤 특수팀보다 혹독한 작전을 수행한 특수팀일 거다.

“복수를 해줘야지?”

차동균이 눈을 번들거리면 웃었다.

석강호랑 더 붙여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 우리는 아홉 명입니다.”

제라르의 보고를 들은 강찬은 다시 헬멧으로 손을 올렸다.

치이잇! “전투에 나설 대원은 무장한다! 5분 뒤 출발하겠다!”

강찬의 명령을 통역 대원이 전달하자 묘한 흥분이 방어벽 안쪽을 넘실거렸다.

“끄으응!”

석강호가 이를 악물며 벽에 등을 의지해 몸을 일으켰다.

“너는 좀 쉬지?”

“뭔 소리요?”

철커덕!

노리쇠를 당기던 석강호가 인상을 버럭 쓰면서도 강찬을 노려보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라면 다섯 개는 먹을 수 있소!”

“적이 라면이나 계란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최종일이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저 새끼를 빼고 어딜 가겠냐?

“탄창 제대로 확인해.”

“알았소.”

말을 마친 강찬은 소총과 권총의 탄창을 새로 채우고, 대검과 예비 탄창도 챙겼다.

철커덕! 철컥! 철커더덕!

가뜩이나 부족민의 움막과 시체에서 썩은 냄새와 노린내가 풍기는 마당이다. 숨을 쉴 때마다 헬멧에서 땀 냄새가 내려와서 강찬은 헬멧을 벗었다.

투두둑!

헬멧 안에 끼워진 무전기를 뽑아 상의 주머니에 걸었고, 이어 셋을 귀에 걸었다.

그리고 두건으로 머리를 감싸 뒤로 묶었다.

제라르와 석강호도 강찬을 따라 헬멧을 벗고 두건을 썼는데 석강호는 완전히 반군 우두머리처럼 보였다.

저벅저벅! 철그덕! 철커덕!

대원들이 하나둘 강찬의 앞으로 모였다.

정말 싫은 새끼는 조용히 처 앉아서 숨 쉬는 것도 미워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새끼인데도 함께 전투에 나갔다가 적에게 죽으면 피가 바글바글 끓는다.

어지간한 훈련이란 훈련은 전부 거치고, 이곳저곳 온갖 작전에 나갔던 특수팀 대원들이다.

일방적으로 당했고, 숫자에 눌렸고, 피를 나눈 것 같은 동료가 죽어 나간 직후라 다들 눈빛이 칼날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누군들 억울하지 않은 대원이 있을까?

제라르가 무전으로 헬리콥터에 작전을 설명했다.

헬기에서 만류하는 느낌이었는데 제라르가 강력하게 뜻을 밝히자 더는 어쩌지 못하는 눈치였다.

철커덕!

개새끼들! 한 새끼도 못 돌아가게 해주마!

강찬이 노리쇠를 당기는 순간이었다.

부스슷! 부스스스슷! 부스스스스!

갑자기 흙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적이 헬기도 모르게 나타난 건가?

철컥! 철커덕! 철컥! 철컥!

강찬이 방어벽 너머를 향해 소총을 겨누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총구를 그쪽으로 돌렸다.

부스스스스! 부스스슷! 부스스스스!

뭐야?

강찬은 온몸에 소름이 쭉 끼쳤다.

“물러나! 뒤로 물러나! 산으로 올라가!”

그리고 있는 대로 프랑스어와 한국말로 악을 썼다.

부스스스스슷! 부스스슷! 부스스스스!

막혔던 하수구가 뚫린 것처럼 움막과 방어벽 사이의 땅속으로 흙과 적의 시체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부스스스스! 부스스슷! 부스스스스!

거대한 괴물이 죽은 사람을 먹어치우는 것처럼, 시커먼 주둥이로 흙과 시체들이 계속 빨려 들어갔다.

대원들이 뒤로 빠르게 움직였다.

부스스스스스슷!

강찬은 방어벽 뒤로 최대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구멍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는데 흙을 타고 그 주위에 있던 적의 시체들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두근두근.

강찬은 구멍을 보며 꼼짝도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괴물이 강찬을 분명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두근두근.

너는 이곳에서 못 나가!

이번엔 절대로 놓치지 않아!

붉은빛이 그렇게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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