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0 / 0419 ----------------------------------------------
14-4 너는 안 되지.
푸슈웅! 퍼어억!
멱살을 잡힌 놈의 가슴에서 튄 피가 강찬의 얼굴을 덮쳤다.
눈에 피가 들어갔는지 옆에서 피어나는 소총의 불꽃이 붉게 보였다.
푸슈웅! 퍼어억! 푸슈웅! 퍼어억! 푸슈우웅! 터얼썩!
달려드는 적의 이마를 연신 뚫었지만, 그래도 눈앞에 시커먼 두건과 군복을 입은 적들이 가득했다.
투두두두두둑!
방어벽에 올라선 적이 AK 소총을 쏘아대자 밑에 있던 아군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푸슈우웅! 퍼억!
강찬이 놈의 이마를 뚫은 순간이었다.
투두둑! 투두둑! 투두두두둑!
강찬의 앞쪽에서 소총 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퍼버버버벅! 퍼버버벅!
고개를 처박는 순간, 강찬의 앞에 널브러져 있던 적들의 몸이 거칠게 찢겨 나갔다.
개새끼들!
공연히 죽은 놈들을 쌓아 놓는 게 아냐!
푸슝! 푸슝! 푸슝!
석강호가 쏜 총이 적의 목을 뚫는 순간이었다.
콰악!
강찬은 소총을 쏜 놈의 팔을 끌어당겼다.
스으으응! 피이윳! 피윳!
그리고 대검을 뽑아 거의 잘려나갈 정도로 강하게 베었다.
타아앙! 타당! 푸슝! 푸슈웅! 푸슈웅!
석강호, 제라르와 이런 싸움 지겹도록 해봤다.
그래서 강찬이 왜 대검을 드는지, 이럴 때 어떻게 막아줘야 하는지를 두 놈은 제대로 안다.
푸욱! 푹!
뒤엉켰을 때, 누군가가 앞을 정리해줘야 한다.
피이이윳! 푸우욱!
달려드는 적의 숫자가 열을 넘으면 앞에서는 소총을 제대로 돌리지도 못한다.
그때는 한 사람이 이렇게 대검을 들고 싸워야 한다.
푸욱! 크르륵! 푸시시시!
목을 찌른 대검을 빼내는 순간 고무호스가 뚫린 것처럼 허공으로 피가 솟구쳤다.
푹! 푸욱! 푹! 푹!
여름에 물놀이할 때와 다르지 않다.
고무호스로 얼굴에 물을 뿌려대면 어느 틈에 코로 입으로 물이 들어와 있는 것이 말이다.
꿀꺽!
지금 삼킨 피를 이겨내지 못하면 우선 내가 죽고 다음은 나를 믿고 엄호하고 있는 동료가 죽는다.
피이이윳! 피윳! 푸우욱! 푸욱!
왼팔로 적의 멱살을 당기고 목덜미에 칼을 쑤셔 박는다.
겁에 질린 놈, 분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놈, 하다못해 울고 있는 놈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피잇! 푸시시시시!
그리고 그런 놈들이 뿜어낸 피가 얼굴을 덮치면 다음은 코와 입을 통해 목구멍으로 넘어온다.
무슨 눈을 하고 있어도 목을 뚫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타다당! 털썩! 타당! 털썩! 푸슈웅! 푸슝! 푸슝!
그극! 그가각!
목을 찔린 놈이 몸을 비트는 바람에 뼈에 대검이 걸렸다.
“끄아아아아아!”
뿌그그극!
강찬은 그대로 대검을 잡아챘다.
지옥?
여기 있는 대원들을 지켜낸 다음에 천천히 얘기해도 되는 거냐?
부슈우웅! 부슈우우웅! 부슈우우웅!
산 위에서 저격수가 날리는 총소리가 강찬의 귀에 고스란히 들렸다.
이곳보다 더한 지옥이 있다고?
콰악!
적의 멱살을 당겨,
푸욱!
뼈와 근육을 자르다 무뎌진 대검을 목에 쑤셔 박아야 하고,
투두두두두둑! 투두두둑!
적의 소총 아래에서 아군의 몸뚱이가 찢겨 나가는데?
철꺽!
염병!
강찬은 뒤로 물러나며 권총을 뽑았다.
타아앙! 타아앙! 타아앙! 퍼억! 타아앙! 타아앙!
철커덕!
그 사이 석강호가 탄창을 갈았다.
오른쪽 배가 뜨끔했었다.
조금만 중심에 맞았다면 척추를 건드려서 아마 고함을 지르며 쓰러졌을 거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석강호의 총소리를 들으며 대검을 들었을 때였다.
치잇. “실탄이 떨어졌소!”
안드레이의 고함이 무전을 타고 들어왔다.
푸욱!
강찬은 달려드는 놈의 명치에 대검을 꽂고 어깨로 들어 올렸다.
“끄아악! 끄아아아악!”
홰액!
칼을 비틀자 놈의 몸이 축 늘어졌다.
치이잇. “백병전! 잠깐만 버텨!”
길게 말할 틈도 없다.
“이이익!”
어깨에 걸친 놈을 앞으로 밀어낸 강찬은 능선을 타고 오히려 적에게 달려들었다.
“대자-앙!”
제라르의 고함이 들렸고,
“씨이-발!”
석강호의 욕도 분명하게 들었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자칫하면 스페츠나츠가 전멸하는 거다.
치이잇! “저격수! 전부 대장을 엄호해!”
앞을 막아주던 가슴 높이의 흙벽에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적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부슈우웅! 부슈웅! 타다당! 푸슝! 타다당! 푸슝!
엄호 사격이 쏟아진 틈이다.
철커덕!
강찬은 AK 소총을 주워들고 스페츠나츠 앞쪽의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둑! 퍼버버벅! 투두두두둑! 퍼버버버벅!
몸뚱이가 튀고, 그 몸뚱이에서 다시 피가 튄다.
“안드레이!”
투두두둑! 투두둑! 투두두두두둑!
최소한 몸을 뺄 시간을 만들어준 거다.
퍼억! 퍽! 퍽! 퍽!
그 사이 강찬도 다리와 옆구리, 어깨에 총을 맞았다.
피식!
강찬은 휘청이는 몸을 앞으로 던졌다.
철퍽!
그리고는 죽은 놈들 틈에서 AK 소총을 갈겼다.
투두둑! 투두둑! 투두둑! 투두두두둑!
“다예!”
티이잉! 티이잉!
수류탄의 안전핀이 제거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부슈웅! 부슈우웅!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저격수들이 지금처럼 사격하려면 탄알을 장전하는 손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빨리 움직여야 한다.
“대자-앙!”
투두둑! 투두둑! 휘이이익!
강찬은 소총을 갈기다 말고 시체 틈으로 파고들었다.
쿠으으으응! 쿠으으으응!
철퍼덕! 철퍽! 부스스!
흙더미보다 더 많은 팔과 다리, 그리고 몸의 일부분이 날아왔다.
투두두둑! 투두두두둑! 투두두두둑!
스페츠나츠가 AK 소총을 갈기고 있었다.
백병전과 지금의 수류탄으로 여유를 찾았다는 뜻이다.
투두둑! 투두두둑! 투두두둑!
마침내 총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스페츠나츠 쪽이 단단해지자 적이 전열을 갖추기 위해 물러난 거다.
“허억! 허억!”
시체 옆에 쓰러져 있던 강찬에게 제라르와 석강호가 덮치듯이 다가왔다.
“이런, 씨발!”
이 새끼는 총 맞은 것도 억울한데 거기에 대고 욕을 한다.
제 놈 어깨도 뚫린 것 같은데?
“일어납시다!”
석강호와 제라르가 강찬의 양쪽 어깨 부분을 잡아 당겼다.
“끄으응!”
염병할!
몸뚱이가 찢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강찬은 이를 악물며 방어벽을 넘었다.
털썩! 털썩!
남은 대원들이 적의 시체를 방어벽 너머로 던지고,
지이이익!
죽거나 부상당한 대원들을 뒤로 옮기느라 바빴다.
철커더덕! 철커덕!
또 다른 대원들이 적의 AK 소총을 살피고 탄창을 뽑아내 한쪽에 쌓았다.
“일곱이 죽었소. 부상자는 없소.”
피를 온통 뒤집어쓴 안드레이가 피범벅인 몸뚱이를 끌고 강찬 앞으로 왔다.
이런 근접전에서는 부상자가 거의 없다.
당장 이마나 심장에 총을 맞는 데다, 부상을 입으면 반항조차 못 하는 상태에서 적의 총을 또 맞기 때문이다.
“우리 대원 여섯이 죽었소.”
로버트가 참담한 표정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강찬이 시선을 들자 옆에 서 있던 타일러가 “일곱 명이오.” 하고 말을 덧붙였다.
“남은 인원 앞에 배치해. 이런 전투에서 적은 절대 5분 이상 시간을 안 끌어.”
“알았소.”
말을 마친 지휘자들이 빠르게 움직인 다음이다.
강찬은 고개를 돌려 차동균을 보았다.
“사망 다섯입니다.”
숨이 저절로 안으로 들어왔다.
“차동균. 대검이 한 자루 필요해.”
차동균이 짧게 답을 하고 움직였다.
“프랑스 팀은?”
“사망자 셋, 중상 둘입니다.”
강찬의 곁에 있어서 부상자도 나왔다.
“서두릅시다.”
석강호가 다가와 붕대를 대검으로 찢었다.
그리고 잘게 둘둘 말아서 강찬의 어깨 상처에 밀어 넣었다. 이런 상처는 일단 막아놓고 보는 게 맞다.
‘끄으윽!’
검지로 상처에 붕대 조각을 밀어 넣은 석강호가 네 곳의 상처를 묶어 주었다.
감는 게 아니다.
그냥 두 바퀴 정도 돌린 다음 피가 겨우 통할 정도의 강도로 묶는 거 맞다.
이렇게 해 놓으면 묶는 순간에 통증이 끔찍해서 그렇지, 전투가 시작되면 거짓말처럼 별거 아닌 상처처럼 느껴진다.
제라르는 왼쪽 어깨와 겨드랑이에 걸쳐 붕대를 묶었고, 석강호는 오른쪽 어깨를 감았다.
그래 봐야 피가 번져 나와서 흰색은 보이지도 않았다.
차동균이 가져다준 대검을 다리에 꽂았고,
철컥! 철커덕! 처거덕!
AK 소총을 옆에 쌓아두었으며, 탄창을 확인한 소총도 들었다.
“150명에서 200 정도 죽인 거 같소.”
강찬은 피식 웃으며 앞을 보았다.
400명에서 450 정도가 다시 달려들 거라는 이야기다.
“씨발 놈들! 라면 겨우 한번 끓여 먹었는데!”
석강호가 피를 뒤집어쓴 얼굴로 앞을 노려보았다.
눈빛이 전에 없이 번들거렸는데 제라르나 다른 대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달이 이마와 정수리 사이로 떠올라 너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마 하는 것처럼 은은한 빛을 뿌려댔다.
부스스스! 부슷! 부스슷!
씨발!
바퀴벌레 광고도 아니고, 어둠 속에서 시커멓게 입은 놈들이 다가오는 꼴을 봐야 하다니.
철커덕!
강찬이 소총을 들자 남은 대원들이 모두 사격을 준비했다.
반쯤 무너진 부족민의 움막으로 적의 모습이 비쳤을 때였다.
“그린베레!”
“후아!”
악에 받친 함성이 들렸다.
지기 싫은 거다. 겁먹고 싶지 않은 거다.
“스페츠나츠!”
“아레이!”
“SBS!”
“우아!”
제라르가 볼의 흉터를 꿈틀거리며 웃었다.
부스스! 부스스스!
놈들이 부족민의 움막에 뭉쳤을 때였다.
“대장.”
소총을 겨눈 채로 제라르가 빠르게 강찬을 불렀다.
시선을 줄 수도 없었다.
저 상태에서 시커먼 복장의 적이 달려드는 순간, 또다시 지옥이 펼쳐진다.
이 새끼가 사람을 불러놓고……?
“레종 에뜨랑제!(Legion Etrangere)!”
느닷없이 제라르가 거칠게 고함을 질렀다.
“레지오 파트리아 노지타(Legio Patria Nostra)!”
외인부대 특수팀이 있는 대로 악을 쓰며 제라르의 고함을 받았다.
“푸흐흐흐.”
석강호의 잔인한 웃음이 들리는 순간이었다.
“우와-아!”
적들이 달려들었다.
그래!
우리 그렇게 만났었던 거지!
‘부대가 나의 조국’이란 구호를 아침마다 외치면서!
더럽게 외롭던 삶에, 두 놈이 엉기면서 하루를 맞는 의미도 생겼었다.
두 놈을 잃는 게 무서워서 더 그렇게 악착같이 싸웠는지 모른다.
푸슝!
강찬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신호로 또다시 총소리와 불꽃이 양쪽에서 피어났다.
살자! 이렇게 지랄 같이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살아보자!
푸슝! 푸슝! 부슈우웅! 투두두둑! 투두둑!
10m 앞에 적이 있었다.
투두두둑! 퍼버버벅! 피이잉! 퍼버벅!
적의 소총에 눈앞의 방어벽이 터져나갔고, 머리 뒤의 산이 튀었다.
그리고 그 사이 적은 이미 5m 앞에 있었다.
푸슈웅!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투두둑! 투두두두둑!
방어벽을 뛰어넘던 놈이 이마가 뚫린 채로 강찬에게 엎어졌다.
콰악!
강찬은 놈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부슈웅! 부슈웅! 콰으으응!
저격수가 수류탄을 뽑은 적을 맞춘 덕분에 적의 한가운데서 커다란 폭발이 있었다.
털썩! 부스스스스! 투두두둑! 투두둑!
잘린 손목과 흙더미가 날아왔지만, 강찬은 그 잔인한 장면 한가운데에서 또 대검을 뽑아들었다.
피이윳! 푹! 푹!
병아리!
너무 서운하게 생각 하지 마.
투두두둑! 털썩!
옆에 있던 대한민국 특수팀 대원이 뒷벽에 부딪히며 무너졌다.
타앙! 퍼억!
강찬은 방금 대원을 쏘았던 적의 이마를 권총으로 뚫었다.
부슈웅! 부슈웅! 푸슝! 푸슝!
푹! 푹! 피이윳! 피잇!
그리고는 곧바로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너 멋졌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꼭 기억하마.
푸욱! 끄그극!
“끄아아아! 끄아아악!”
콰악! 끄드득!
나머진 여기서 살아 나간 다음에.
알지? 내가 여기 이 개새끼들 다 죽이기 전에는 절대 안 나갈 거라는 거?
퍼억!
느닷없이 왼쪽 어깨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푸욱! 피이윳! 피윳! 쩔꺽!
또 다예의 탄창이 다 됐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강찬이 권총을 쏘며 뒤로 물러날 때였다.
퍼억! 퍼억!
탄창을 갈던 석강호가 뒤로 처박혔다.
타앙! 타앙! 타다다당! 타다다다당! 타다당!
제라르가 먼저 앞을 막았고, 강찬은 권총을 들고 그 옆을 막아섰다.
타다당! 타앙! 타다당! 타앙! 타앙! 타다당!
이렇게 하면 계속 뒤로 밀린다.
“제라르!”
화악!
강찬은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욱! 푹! 푹! 푸욱!
소총을 돌릴 틈도 없이 달려드는 적은 이렇게 대검으로 상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피윳! 피잇! 피이잇! 피이윳!
“씨발!”
신기하게도 총소리, 고함, 그리고 비명이 난무한 사이에서 석강호가 뱉은 욕이 또렷하게 들렸다.
강찬이 싸우는 방식을 보았던 각 팀의 지휘관과 추려놓은 대원들이 적에게 달려들었다.
이럴 때 뒤에 있는 대원들은 엄호하는 느낌으로 사격을 하면 된다.
투두둑! 투둑!
대신 적에게 뛰어든 아군은 저렇게 어이없는 사격에 몸뚱이가 터질 수도 있다.
달은 정수리쯤에 있었다.
빨리 좀 가라!
푸욱!
적의 목에 대검을 찔러 넣은 채 강찬은 앞으로 밀고 나아갔다.
“크르륵! 크르르륵!”
푸쉬이이이이!
대검을 뽑자 피가 얼굴로 뿜어졌지만, 피할 수도,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공간을 만들어줘야 엄호를 하기 때문이다.
투두두둑!
눈 바로 앞에서 소총의 불꽃이 번쩍거렸다.
순간적으로 앞이 거뭇하게 변했는데 고민할 게 없다.
사방이 완벽하게 적이다.
숨소리가 들리는 곳에 대검을 박으면 되는 거다.
푸욱!
“끄윽!”
비명과 함께 붉게 물든 세상이 보였다.
강찬은 적의 뒷덜미에 박힌 대검을 앞으로 잡아당겼다.
부우욱!
“끄아아아아아!”
퍼어억!
그리고는 놈의 가슴을 어깨로 들이박으며 밀고 나갔다.
이럴 때 1m 이상 밀고 나가면 적에게 둘러싸여 죽게 된다. 그러니 지금은 그저 아군이 총을 겨눌 공간만 만들면 되는 거다.
투두두두둑! 투두두두두둑! 투둑! 투두둑!
사방에서 불꽃이 피어올랐고,
털썩!
방호벽 앞에 있던 아군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부슈우웅! 부슈수웅! 부슈우웅! 부슈우웅!
저격수의 총소리가 일정하게 들렸다.
수류탄을 꺼낸다고 생각되는 놈들을 닥치는대로 쏘아대고 있는 거다.
푸슝! 푸슝! 타다당! 푸슝! 푸슝! 타당! 타다당!
석강호가 쏘아대는 총소리와 제라르의 총소리가 뒤엉켜 강찬의 주변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푸욱! 푹! 푹! 퍼억!
강찬이 세 번 칼질을 하고 났을 때 오른쪽 어깨를 제대로 맞았다.
“이익!”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대검을 드는 순간에 어깨가 뜯겨 나가는 것 같은 통증이 달려들었다.
멈출 수가 없어!
내가 멈추면 저 새끼들이 죽거든!
알아?
내가 왜 갓 오브 블랙필드가 됐는지?
푸욱! 푹! 푹!
통증이 너무 심해서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정신이 아득아득했다.
투두둑! 타다당! 투둑! 푸슝! 투두둑! 푸슈웅! 투둑!
총소리가 뒤엉켰을 때였다.
티잉! 티잉!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소리가 들렸다.
적이 모여줘야 효과가 큰 거다.
휘이익!
수류탄이 날아가는 것을 본 강찬은 왼팔로 앞에 있는 적의 멱살을 당겼다.
푸욱!
역시 목을 찔렀고, 수류탄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밀고 나갔다.
“미쳤어!”
제라르의 고함이 들리는 순간이었다.
콰으으응! 콰아앙!
강찬은 하늘을 나는 느낌을 받았다.
철퍼덕!
방어벽 앞에 처박혔을 때였다.
투두두두둑! 투두둑! 투두두둑!
전 대원이 미친놈들처럼 몸을 세우고 모아놓은 AK소총을 갈겨댔다.
퍼버버버벅! 퍼버벅! 퍼버버벅!
몸뚱이가 터지는 곳마다 살과 피가 튀었다.
티잉! 휘이익! 콰으으응!
철퍽! 철푸덕!
강찬의 위로 적의 몸뚱이가 날아왔다.
“허억! 허억!”
시체 틈에 누워서 올려다본 하늘에서 붉은색으로 보이는 달이 강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재밌어?
달은 말을 못한다는 걸 깜박 잊었다.
지금 누군가가 어설프게 입을 열면 곧바로 대검을 꽂아버릴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거나,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싶냐고 물어보면 말이다.
“끄응!”
몸을 일으키던 강찬은 저절로 신음을 터트렸다.
오른쪽 어깨가 심각한 게 분명했다.
어깨에서 시작한 통증이 팔을 타고 내려와 관절까지 찢어놓는 것처럼 아팠다.
“다예!”
석강호가 갑자기 떠오른 강찬이 방어벽을 타고 안으로 넘어서려 할 때였다.
불쑥!
팔 두 개가 넘어와 강찬의 어깨를 쭉 잡아당겼다.
그렇지 않아도 어깨가 찢어져 나가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새끼가…….
“시키는 것은 뭐든 하겠습니다!”
강찬의 얼굴 바로 앞에서 안드레이가 피를 뒤집어쓴 채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니 저 개새끼들 다 죽일 때까지는 지휘해 주십시오!”
이런 무식한 새끼!
잘 모르나 본데 무식한 놈은 다예 하나로 충분하다.
“무슈 강!”
“대장이라고 불러.”
“알았습니다! 대장!”
안드레이가 강찬을 노려본 다음 홱 몸을 돌려서 사라졌다.
강찬은 방어벽에 기댄 채로 걸었다.
제라르가 석강호의 상체를 묶고 있었다.
“다예!”
“씨발! 나는 괜찮소!”
그럼 그렇지!
저 새끼는 최소한 죽지는 않겠다.
강찬은 고통을 무시하고 석강호에게 다가갔다.
“버텨! 알았어?”
“아무렴 라면이랑 김치를 그렇게 두고 죽을 거 같소?”
석강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답을 했다.
시간이 급하다.
저 새끼들은 또 5분 안에 달려들 거고,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했다.
강찬이 몸을 돌렸을 때였다.
두두두두두두두.
지평선을 향해 겹겹이 늘어진 구름 사이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