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59화 (259/520)

0259 / 0419 ----------------------------------------------

14-3 적응해야 되겠지?

프랑스 특수팀은 사망 5명에 부상 3명이 되었다.

지켜보던 대원 둘이서 병아리의 상의 단추를 풀어내 얼굴을 감싸 주고, 두 손을 겹쳐 가슴에 올려주었다.

이 상태에서 들것이 생기면 허리띠로 손을 묶고, 군화 끈을 마주 묶는 것이 외인부대의 전통이었다.

강찬은 담배를 바닥에 끄고 몸을 일으켰다.

산의 뒤편으로 가자 각국의 전사자를 그쪽에 눕혀 두었다.

“세 명이 전사, 부상 셋입니다. 그리고…….”

차동균의 보고대로 소매를 잘라 코와 귀를 막고, 두 손을 가슴에 교차해 놓은 대원 셋이 바로 앞에 있었다.

“기지에 왔던 여자 역시 이리로 후퇴하는 도중에 총에 맞아서 사망했습니다.”

염병할!

기습도 기습이지만, 숫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짐작조차 못 했다.

“고생했다. 경계 늦추지 말고 돌아가면서 쉬어.”

“알겠습니다.”

차동균이 몸을 돌리자 곁에 있던 안드레이가 강찬의 앞으로 왔다.

“사망 넷에 부상 한 명이오.”

“실탄은?”

“한 사람당 탄창 두 개 정도밖에 없소.”

“우선 쉬고 있어.”

“야간 작전에 나간다면 꼭 함께 나갔으면 좋겠소.”

안드레이가 으르렁거리는 음성으로 청을 하고는 몸을 돌렸다.

가장 처참한 것은 그린베레였다.

부대에 부상자 다섯을 남겨두고 왔는데 살아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린베레 지휘자 로버트요. 우리 팀은 사망 셋에 부상이 총 아홉인데 그중 다섯은 기지에 있소.”

서양놈 특유의 각진 얼굴에 위로 치솟은 눈썹, 그리고 날카로운 눈을 가진 사내가 강찬에게 상황을 알려주었다.

“도와준다고 나왔는데 미안하게 됐어.”

“갓 오브 블랙필드.”

로버트가 나직하게 강찬을 불렀다.

“우리 대원들 모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활약을 본 이후로 당신과 함께 싸우고 싶어 했소. 지휘부의 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작전에 나온 것이 문제 될 수는 있겠지만, 죽거나 다친 대원 누구도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을 거요.”

강찬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을 마친 로버트가 몸을 돌려 걸어갔다.

구름이 기다랗게 찢어낸 솜사탕처럼 늘어져 있는 사이로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 저벅. 부스스슷! 부스스!

강찬은 산을 돌아 앞쪽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경계를 서고 있던 석강호의 옆에 섰다.

“기도하는 모양이오.”

“이 개새끼들이 갑자기 왜 튀어나왔냐 이거지.”

강찬의 엉뚱한 대꾸에 석강호가 힐끔 시선을 주었다가 앞에 펼쳐진 부족민의 마을로 고개를 돌렸다.

“앞과 뒤를 합치면 600명이 넘소. 저렇게 많은 쿠드스를 보냈을 때는 우리를 전부 죽이겠다는 것 말고 다른 게 있을 리가 없잖소?”

“그렇지?”

석강호가 히죽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지랄을 떠냐는 거지. 그것도 UN까지 움직여 가면서.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다. 우리나라 빼고 만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나라의 특수팀을 죽여서 저 새끼들이 얻으려는 게 뭘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있소?”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이 있을 만한 곳을 노려보았다.

“그래! 일단 저것들부터 치우고 보자. 그럼 자연히 알게 되겠지.”

말을 마친 강찬은 고개를 돌려 차동균을 보았다.

“위성 전화 누가 가지고 있지?”

“뒤쪽에 있습니다.”

산의 뒤쪽으로 움직인 차동균이 잠시 후에 전화기를 들고 왔다.

산이라고 허리만 한 초목들이 전부다.

물결치는 듯한 능선이 여러 겹으로 겹쳐 있어 참호를 파 놓은 것처럼 몸을 숨기기 좋았고, 앞에서 다가오는 적들이 몸을 숨길 곳이 없어서 방어하기도 그만이었다.

저격수가 적의 박격포와 미사일, 그리고 기관총만 제대로 막아준다면 버티는 것은 그럭저럭 할 만했다.

강찬은 우선 전화기의 전원을 켰다.

띠루루룩!

전자음과 함께 파란색이 섞인 불이 들어왔고, 번호가 붙은 패드가 밝게 빛났다.

강찬이 번호를 누르고 신호가 두 번쯤 울린 다음이었다.

[“안느입니다.”]

곧바로 답이 있었다.

“이곳 상황은 알고 있지?”

[“위성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강찬은 산 바로 앞에 놓인 부족민들의 집과 그곳으로 연결된 외길의 능선으로 시선을 주었다.

“프랑스 외인부대를 요청할 수 있나?”

[“적이 아프리카의 반군이 아닐 때는 정보총국장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안느. 적이 쿠드스인 건 정보총국에서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 총국장의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말보다 더 기분 나쁜 말이야.”

[“절차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출발 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대략 4시간 이후에 도착하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안느는 절차에 관해서 이야기했을 뿐인 거다.

“시간을 빠르게, 그리고 이곳에 있는 쿠드스를 완전히 포위할 수 있는 병력이 와주었으면 싶다.”

[“알겠습니다.”]

“고맙다. 안느.”

차동균에게 전화를 건네준 강찬은 무전을 통해 각 팀의 지휘자를 불러모았다.

“다들 알다시피 이곳을 둘러싼 쿠드스의 숫자는 500명을 훨씬 넘는다.”

앞의 교전에서 파악한 적의 숫자와 트럭을 타고 온 숫자에서 죽은 놈들을 빼면 대강 답이 나온다.

“기도가 끝나면 적은 무조건 달려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탄을 계산한 것도 있을 테고, 저렇게까지 몰려들었을 때는 외부에서 도움이 오기 전에 우리 모두를 죽이고 싶어 할 게 당연하다.”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이었다.

“가장 가까운 외인부대가 오는데 4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들었다. 이제부터 최대한 총알을 아낀다. 그리고 특수팀별로 세 명을 추려 놔.”

“어떤 임무입니까?”

“백병전이 벌어지면 선두에 서는 인원들.”

타일러가 신음처럼 숨을 뱉어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도가 거의 끝났을 거다. 악착같이 견뎌.”

“외인부대가 올 때까지만 견디면 됩니까?”

로버트의 질문에 지휘관들의 시선이 강찬에게 몰려들었다.

“뭔가 잘 못 생각한 것 같은데…….”

강찬은 지휘관들을 주르륵 둘러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적을 전부 죽일 때까지 견디라는 거다.”

로버트는 말귀를 못 알아먹은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

“당신 뭐하는 거야?”

“이거?”

소파에서 경제 잡지를 보던 강대경의 질문에 유혜숙이 배시시 웃었다.

“혹시 또 찬이한테 편지 써?”

“또는? 이게 두 번째야.”

강대경은 자리에서 일어서 식탁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라고 쓰는데? 나도 한 통 써볼까?”

“당신이?”

강대경이 고개를 비틀어 편지지를 보려 하자 유혜숙이 얼른 손으로 가렸다.

“어? 뭔데 가리지? 당신 혹시 내 흉보는 거냐?”

“이이는! 얼른 저리 가!”

“뭔데 그래?”

강대경이 억지로 고개를 디밀었으나 가장 위편에 적힌 ‘보고 싶은 아들에게’ 외에는 아무것도 읽지 못했다.

“치사하게, 안 본다! 안 봐.”

장난투로 말을 던진 강대경이 유혜숙의 맞은 편에 앉아서 잡지를 펼쳤을 때였다.

“거기는 많이 춥다는데 잘 지내겠지?”

유혜숙의 걱정 담긴 질문이 날아왔다.

“국가에서 해준 시설이라 난방이 제대로 돼서 덥게 지낼지도 몰라.”

“당신 말대로 그렇게 따듯한 곳에서 내가 보낸 편지 읽었으면 좋겠다.”

유혜숙의 바람이 식탁을 타고 집 어딘가로 사라졌다.

***

기도가 끝날 시간이 다 되자 산에서 대기하는 특수팀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철컥! 철커덕!

여기저기서 무기를 점검하는 소리가 들릴 때였다.

갑자기 상처가 욱신거려서 시선을 내린 강찬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러쇼?”

“이게……!”

강찬이 조심스럽게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손에 피에 흠뻑 젖었다가 말라붙은 편지가 들려 있었다.

이런 걸 억지로 뜯어봐야 읽기는 다 틀린 거고, 물에 담가 놓으면 피야 녹겠지만, 글씨까지 함께 번져서 어차피 읽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아직 안 읽었었소?”

강찬은 말없이 편지를 들여다보았다.

태어나서 처음 받은 손으로 쓴 편지가 피에 절어서 겉봉에 쓰인 이름조차 알아보기 어렵게 돼 버렸다.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지 말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후우.”

지금은 우선 눈앞의 적과 싸울 때다.

바지 주머니에 굳어버린 편지를 넣은 강찬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이 가장 무서운데 분명 적도 알고 있어서 그 방법을 택할 거였다.

백병전에 대비한 인원을 선발하라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한꺼번에 달려들면 총으로 빵빵 쏴 죽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된다.

앞에서 백 명만 AK 소총을 갈겨대도 이쪽은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는데 60명도 안 되는 인원에 500명이 일제히 달려드는 거다.

거리가 200m쯤 된다면 그나마 해볼 만하겠지만, 부족의 흙집에서 강찬이 몸을 숨긴 곳까지 고작 30m가 조금 넘는다.

열 놈만 능선을 넘으면 이쪽도 그에 맞춰 싸워야 하고, 곧바로 몇백 명이 60명을 덮치는 상황이 벌어진다.

수백 명에게 둘러싸이면 경험이 부족한 놈은 몸이 굳어 버린다.

총구, 번득이는 칼날, 시커먼 복면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핏발 선 눈, 고함 따위에 질려버리면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다.

부스스! 부스스스슷!

앞쪽에서 흙이 부서지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기도가 끝난 거다.

후덥지근한 날씨, 젖은 염소를 근처에 둔 것처럼 부족의 집에서 풍겨오는 노린내를 배경으로 흙이 부서지는 소리가 점점 더 확실하게 들려왔다.

강찬은 헬멧에 손을 올렸다.

치잇. “적이 움직인다. 저격수는 내가 신호할 때까지 박격포와 미사일을 막아라.”

강찬의 말을 통역 대원들이 각국의 말로 번역해서 무전으로 전했다.

치잇. “내 코드명 갓 오브 블랙필드는 적이 붙여준 거다. 적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신이란 뜻이다.”

부스스스슷! 부스슷!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능선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치이잇. “오늘 적은 한 놈도 빠짐없이 죽음의 신을 만난다. 세계적인 특수팀답게 냉정하게 버텨라. 갓 오브 블랙필드가 가장 앞에 있겠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제라르가 볼의 흉터를 꿈틀했고, 코드명만 알아들은 석강호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히죽 웃었다.

강찬은 다시 한 번 헬멧에 손을 올렸다.

치잇.“한국의 특수팀에게 알린다! 우린 이 싸움에서도 살아서 돌아간다. 그래서 이곳에서 얻은 경험까지 후배에게 물려준다. 언젠가 우리의 후배가 작전에 나설 때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볼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무전을 끝낸 강찬이 상체를 천천히 뒤로 돌려 차동균을 보았다. 그런 다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처억! 척!

차동균이 뒤로 몸을 돌리고 능선에 몸을 숨긴 대원들을 향해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지금부터 우리의 각오를 최 장군님과 세계의 특수팀! 그리고 적에게 들려준다!”

악에 받친 고함이 피를 끓게 만들었다.

“우리의 구호!”

“나의 피로!”

부서지는 산에서 피어난 메아리가 아프리카의 땅을 타고 달려나갔다.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외국의 특수팀이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차동균을 바라보는 앞이다.

“나는 행복하다!”

대원들의 구호가 끝난 순간이었다.

“후아(Hua)!”

그린베레가 독특한 기합을 질렀고,

“아레이!”

러시아 팀이 그들만의 악을 썼으며,

“우아!”

SBS가 고함을 질렀다.

제라르가 주변을 돌아보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석강호가 궁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끔 보았을 때였다.

앞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철컥! 푸슝!

강찬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시작이었다.

타다당! 타앙! 투두둑! 피이융! 퍼벅!

“우아-아!”

흙이 튀었고, 달려들던 적들이 픽픽 넘어갔지만, 그 짧은 순간에 부족들의 집까지 달려들었다.

투두둑! 푸슝! 푸슝! 타다당! 타앙! 타앙! 투둑!

“우아-아!”

총소리에 적들의 고함이 섞이자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었다.

적은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었다.

타다당! 타다당! 타다당! 투두두둑! 털썩! 투두둑!

아군 한 명이 옆으로 고꾸라지는 순간,

푸슝! 털썩! 푸슝! 털썩! 푸슝! 털썩!

적들은 10m 앞에서 쓰러지고 있었다.

이마를 뚫려 넘어지는 적의 바로 뒤에서 새로운 놈이 달려 나왔다.

투두둑! 투두두두둑!

그리고 적이 내민 총구에서 불이 뿜어질 때마다 앞쪽의 흙이 터져나갔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철컥!

강찬은 탄창을 갈아가며 연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타앙! 투두둑! 털썩! 투둑! 털썩! 투두둑!

10m다.

아군 역시 쓰러지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불꽃이 눈앞에서 튀었다.

이건 피하고 자시고가 없이 누가 빨리, 누가 정확하게 갈기느냐의 싸움이었고, 저 10m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의 싸움이었다.

10분쯤 처절한 싸움이 벌어진 뒤에 부족의 움막에 몸을 숨긴 적은 더 이상 달려들지 않았다.

철컥! 철커덕! 철컥! 지이이이익!

무기를 점검하는 소리, 탄창을 확인하는 소리, 그리고 부상자들을 끌어당기는 소리가 바쁘게 들려왔다.

“후우. 후우.”

바로 옆에 있던 대원의 거친 숨소리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휴식이었다.

부스스스! 부스슷!

적들이 다시 움직이는지 흙이 부서지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

날카로운 새끼들!

대열이 무너진 채로 달려들면 훨씬 쉬운데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줄도 알고, 제법이다.

그렇게 잘 아는 놈들이니까 그만큼 열심히 죽여주마!

철컥! 철커덕! 철컥!

강찬이 소총을 들어 겨누자, 사방에서 소총을 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기를 타고 피비린내와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스쳐가는 순간이었다.

투두두둑! 투두둑! 투두두두둑!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AK 소총 소리와 불꽃이 강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타다당! 타당! 타다당! 투두둑! 투둑! 투두둑!

다시 10m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투두둑! 피이잉! 퍼벅! 퍼버벅! 털썩!

대원 한 명이 또 뒤로 튕겨 나갔다.

투두두두둑!

빌어먹을!

소말리아의 시장에서 생선처럼 진열해놓고 파는 게 AK소총이고 RPG다.

푸슝! 푸슝! 푸슝!

방아쇠를 당기며 강찬은 문득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투두둑! 투둑! 투두두두둑!

저 빌어먹을 총소리에 담긴 것을 말이다.

퍼억!

그 순간, 제라르의 몸이 휘청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강찬은 제라르의 앞을 막아서며 방아쇠를 당겼다.

지금은 눈앞에 벌어진 싸움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괜찮습니다!”

타다당! 타당! 타당! 타당!

이런 싸움에서는 뒤를 봐 줄 틈이 없다.

저 10m를 일단 지키는 게 그만큼 중요했다.

달빛 아래로 적이 뿌려대는 피와 부서진 흙이 흩어졌고, 화약, 피, 역겨운 죽음의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다.

터얼써억!

그린베레 한 명이 커다랗게 뒤로 밀려난 후에 바닥에 고꾸라졌다.

옆에 있던 대원이 그를 당기며 외친 고함이 총소리를 뚫고 들려왔는데 당장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을 멈출 수는 없었다.

퍼어억! 터얼썩!

또 한 명의 대원이 넘어갔다.

제라르는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탄창을 갈면서 커다랗게 욕을 뱉어냈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은 악착같이 적의 이마를 뚫었다.

이기고 본다.

용병 때와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우선 이겨야 산다는 것만은 그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콰아악! 퍼억!

달빛 사이로 선명하게 피를 뿜어낸 적이 강찬의 앞을 무너트리며 엎어졌다.

푸슝! 타앙! 타앙! 타앙! 투두둑! 투둑! 퍼억! 퍽!

적은 이미 코앞에 있었다.

콰악!

강찬은 이마를 뚫은 적의 멱살을 당겼다.

푸슝! 퍼억!

그리고 방아쇠를 당겨 놈의 가슴을 뚫었고,

푸슝!

또 가슴을 뚫었다.

멱살을 잡힌 놈 뒤에서 달려들던 적이 흔들리는 것처럼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