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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아프리카의 뿔에서.
정확하게는 33명이 더 들어왔다.
푸짐한 삼겹살과 김치로 점심을 먹었는데 소주는 그대로 두었다.
놀라운 것은 김태진의 선배들이 보인 태도였다.
버티기도 하고 으스대기도 할 것 같은데 모두 지시를 기다렸고, 그건 오광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명감과 다시 불러준 고마움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아무튼, 모처럼 배불리 점심을 먹었다.
모두 식당을 나왔을 때 국경 수비대도 입에 기름을 번지르르하게 묻힌 채로 만족한 얼굴이었다.
인원이 많아졌다.
김태진과 서상현이 강찬의 막사로 옮기기로 했고, 그에 따라서 인원을 배정할 때였다.
“태극기를 달아도 됩니까?”
눈빛이 깊은 남자 한 명이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김태진이 강찬을 보았다.
“그렇게 하시죠.”
강찬의 대답이 떨어지자 사내가 고갯짓을 했다.
미리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세 명이 빠르게 감시하는 막사로 올라가 봉을 세운 다음 아래쪽을 향해 커다랗게 팔을 흔들었다.
“차려엇!”
누군가 커다랗게 고함을 지르자 모두가 막사를 향해 섰다.
“국기에 대해 경례!”
척!
가슴에 손을 올리려던 오광택도 요원들과 새로 온 사내들을 따라 어색하게 거수경례를 올렸다.
점심이 지난 시간이다.
이게 규정에 맞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걸 탓할 사람은 없었다.
천천히 올라가던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군인이 되었다가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사회로 밀려난 사람들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강철규는 그중 가장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도 가장 먼저 태극기를 챙긴다.
경례를 할 때의 태도, 그리고 기지 전체를 감싼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강찬에게 전해졌다.
“바로!”
손을 내리고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볼 때였다.
눈빛이 깊은 사내가 다시 다가왔다.
“강철규 선배를 챙겨주셨단 말씀 들었습니다. 제가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이 기지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말을 마친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빌어먹을!
이런 황야의 한가운데에 던져진 기지에서 또다시 가슴 뜨거운 남자들을 만났다.
다른 사람 아닌 강찬이 벌인 일이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시샘하듯 세차게 불었는데 어쩐지 가슴은 후끈했다.
강찬은 김태진, 오광택과 함께 막사로 들어왔다.
“한 시간 뒤부터 저 친구들이 경계를 맡아줄 거다. 그리고 내일 공장을 세울 실무진이 따로 도착한단다.”
김태진이 보고하듯이 설명하고 오광택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탔다.
“자! 이거 드시면서 하자구요!”
잔을 내려놓는 오광택의 손이 겨울철에 구슬 놀이를 하고 돌아온 아이처럼 터 있었다.
“그럼 저는 그때 들어오는 헬기를 타고 출발할게요.”
“아프리카로 바로 갈 생각인가?”
“팀장님과 의논해서 움직이려구요. 당장 비행편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구요.”
“그건 그렇지. 참! 강 선배는 내일 오전에 수술한다고 연락 왔었다.”
“잘됐네요.”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의논을 마쳤다.
“출발할 때까지 좀 쉬어. 새로 온 직원들이 오 사장 쪽 직원들과 2인 1조로 경계와 교육을 담당하기로 했으니까 이젠 안심해도 될 거야.”
“알겠습니다.”
떠날 사람이 공연히 나설 필요도 없다. 그래서 강찬은 순순히 알았다고 답을 했다.
“밖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씨발, 내가 태극기를 보고 가슴 울렁일 줄은 몰랐다.”
이 새끼랑 석강호랑 누가 더 욕을 잘할까?
강찬은 엉뚱한 생각을 하며 오광택을 보았다.
“아까 식당에서 네 말을 듣는데 피가 끓더라. 열심히 배워서 여기에 반드시 공장을 세울 테니까 다음에 올 때는 철도를 끌고 와라.”
“그때까지 한국에 한 번도 안 가려고?”
“그건 아무래도 좀 그렇지?”
오광택이 한발 물러나는 바람에 강찬과 김태진이 바람 빠지듯이 웃었다.
모처럼 낮에 방에 들어가 쉬었다.
바깥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고, 편하게 전화를 하고 싶기도 했다.
강찬은 가장 먼저 강대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두어 번 울린 다음이다.
[“여보세요? 찬이냐?”]
“예, 아버지.”
[“잘 있는 거지?”]
강대경의 질문이 달려들었다.
“전 잘 있어요. 어머니랑 다른 일은 없으신 거죠?”
[“우린 잘 있다. 엄마가 네 전화가 연결 안 된다고 잔뜩 걱정했었다. 전화할 수 있니?”]
“예. 이 전화 다음에 바로 드릴게요.”
아버지다.
강철규가 나타났다고 해서 강대경에 대한 감정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찬은 5분쯤 통화를 한 후에 바로 유혜숙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아들!”]
“어머니! 무슨 일 있어요?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아냐! 아들 목소리 들으니까 좋아서 그래.”]
“정말이죠? 또 누가 사무실에 와서 괴롭히고 그런 거 아니죠?”
[“아니야! 요즘은 아예 그런 사람도 안 나타나.”]
이런 어머니가 있다.
전화를 통해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어머니.
10분쯤 통화를 하며 유혜숙을 안심시켰다.
[“언제 오니?”]
“봐야 할 것 같아요. 이곳에서 좀 더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아프리카로 바로 가서 오래 있을지도 모른다. 강찬은 아예 몽골에 있을 것처럼 답을 했다. 파병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상태에서 아프리카로 간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유혜숙은 몰라도 강대경은 틀림없이 하루하루 힘겹게 지낼 것이 분명했다.
유혜숙과 통화를 마친 강찬은 침대에 누워 전화기를 들여다보았다.
할까? 말까?
김미영을 공연히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기다리게 만든다.
아프리카에 가기 전에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싶었다.
***
베르카드 기지에 도착했을 때는 현지 시각으로 23시가 다 되었다.
UN에서 파견한 직원과 현지 직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한국의 특수팀을 맞았다.
가운데 공터를 중심으로 막사 아홉 개가 둥그런 형태로 놓였고, UN 깃발과 프랑스, 러시아, 미국, 영국, 그리고 태극기가 막사의 문 위에 판으로 붙어 있었다.
“이곳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식사는 저쪽 막사에서 하고 기본 수칙은 여기 적힌 대로 따르면 됩니다. 오늘은 쉬시고 내일 다른 팀들과 공식적으로 인사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지 직원이 안내문을 건네주고 태극기가 새겨진 막사로 대원들을 안내했다.
불쾌한 기운과 계속해서 코를 간질이는 노린내를 털어내며 대원들이 막사로 움직일 때였다.
“다예!”
제라르가 병아리 대원과 함께 나타났다.
석강호가 통역하는 대원을 찾는 동안 제라르는 차동균, 곽철호와 손을 세워 마주 잡고 어깨를 부딪쳤다.
통역을 맡은 대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대장은?”
“며칠 뒤에 올 거다.”
제라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츠나츠와 SBS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벼르고 있는 눈치니까 당분간은 조심하는 게 좋겠다.”
“씨발 놈들!”
“대원들에게도 알려줘.”
“알았다. 짐 좀 놓고 나오마.”
말을 마친 석강호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막사 안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대원들이 모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거다.
석강호가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박철수가 원인이었다.
그가 언제 준비했는지, 최성곤 장군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막사의 한쪽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었다.
“장군님. 이놈들이 세계적인 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제가 똑똑히 보겠습니다. 혹시 보실 수 있으면 같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칠고, 성격 더럽게 생긴 박철수에게 저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차렷!”
차동균이 나직하게 명령을 던졌다.
“경례!”
척!
석강호는 문득 강찬이 더럽게 그리워졌다.
“바로!”
히죽 웃은 석강호는 바로 밖으로 나왔다.
“필요한 거 있어? 지금 도착했으니까 커피나 이런 거 필요하면 좀 가져다줄게.”
“담배나 하나 줘봐.”
통역 대원이 빠르게 석강호와 제라르의 말을 전했다.
둘이서 막사 앞의 벤치에 앉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스페츠나츠는 안드레이라는 새끼가 인솔했는데 대장을 아는 눈치고, SBS는 전에 헬멧 뺏긴 새끼가 인솔자라고 하더라. 고릴라 같이 생긴 새끼! 타일러라고 하던데 제대로 만난 거지.”
“후우! 어차피 이 정도 수준의 특수팀에서 뛰는 놈들은 서로 빤한 거 아니냐?”
“그렇지. 하여간 조심해라. 그리고 여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뭔데?”
석강호가 다 피운 담배를 발로 밟으며 질문을 던졌다.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뭔가 있어. 대장이 오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알았다. 나머진 내일 이야기 하자.”
석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특수팀 규칙은 알지? 한국팀은 아무래도 처음이라 어설프게 당할지 몰라.”
몸을 일으키며 제라르가 빠르게 말을 던졌다.
통역 대원이 긴장한 얼굴로 석강호의 답을 기다렸다.
“내일 보자.”
“알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석강호는 막사로 들어갔고,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시차가 6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오랜 비행으로 피곤했던 터라 경계병 두 명을 세우고 모두 깊게 잤다.
기상은 6시다.
각국의 특수팀이 중앙의 공터로 나와서 가볍게 몸을 풀거나 담배와 커피를 마셨다.
석강호와 대원들이 나서자 삽시간에 분위기가 싸하게 바뀌었다.
경계하는 눈빛에 가벼운 무시가 묻었다.
거기에 스페츠나츠와 SBS는 당장에라도 시비를 걸 것처럼 번들거리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석강호는 차동균, 곽철호와 벤치에 앉았다.
“아흐!”
석강호가 길게 기지개를 켤 때 안쪽에서 대원 한 명이 머그잔에 커피를 들고 왔다.
봉지 커피의 향은 확실히 원두커피와 다르다.
“다예! 나도 한 잔 줘.”
아침부터 제라르가 볼의 상처를 꿈틀거리며 석강호에게 다가왔다.
대원이 곧바로 머그잔에 커피를 담아 가져다주었다.
“분위기 죽여주네!”
석강호가 이죽거리며 커피를 마셨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전체 브리핑이 있다. 한국팀은 누가 나오지?”
“안에 장교가 따로 있어.”
“혹시 모르니까 듬직한 대원 둘을 함께 보내.”
커피를 마시던 석강호가 힐끔 시선을 들었다.
“그 정도냐?”
“소문을 들으니까 안드레이 저 새끼도 만만치 않더라구. 어설프게 시비 붙었다가 얻어맞고 떨어지면 망신스럽잖아. 복수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한국의 국력이 아직 이런 곳에서 힘을 쓰기에 좀 약하다.”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통역 대원은 여전히 긴장한 얼굴이었다.
식사는 자율 배식이었다.
다섯 나라의 입맛에 맞게 밥과 빵, 그리고 여러 가지 요리가 있었는데 김치는 없었다.
처음이라 어색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색함에 묻은 빈정거리는 시선과 시비조의 표정을 모를 수는 없었다.
달칵. 달까닥.
고요함 속에서 식사가 진행되었다.
아무 일 없이 식사를 마치고 박철수가 브리핑에 참여하기 위해 움직였다. 차동균이 대원 한 명과 함께 갔는데 두 시간 뒤에 아무 일 없이 돌아왔다.
브리핑은 앞으로 있을 작전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어서 다분히 형식적인 것이었다.
며칠 내로 팀별로 작전을 치를지, 통합군을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거라는 통보도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지휘부가 있어야 한다.
그때 목소리를 높일 사람이 필요하다.
하루가 그렇게 지났다.
그러자 분위기가 확실하게 표시 났다.
한국과 프랑스가 함께 움직이고, 러시아와 영국이 벼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관망하는 미국이다.
두 번째 날도 특별할 것이 없이 소말리아의 현재 상태, 수니파의 동향, SISS와 SSIS의 반응 등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이다.
대강 얼굴도 익혔고, 분위기도 알았다.
아침을 먹고 첫 합동 훈련이 있었다.
제대로 된 복장에 헬멧과 조끼, 무전기까지 착용하고 공터에 모이자 묘한 긴장감이 자욱하게 깔렸다.
“뒤편으로 나가서 사격과 기동훈련이 있답니다.”
통역병이 빠르게 UN 직원의 설명을 전해주었다.
“움직이시랍니다.”
“알았다.”
석강호가 먼저 박철수를 보았다.
“석 선생. 우린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마음 놓고 지휘하세요. 책임질 일이 있다면 제가 전부 책임지겠습니다.”
박철수는 완전히 나이 어린 최성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자!”
고개를 끄덕인 석강호가 대원들에게 지시했다.
철꺽. 철꺽.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기와 장비에서 쇳소리가 울렸다.
대원들이 입구로 향할 때였다.
우르르.
스페츠나츠와 SBS가 동시에 끼어들었다.
툭! 철커덕!
그리고 대원들의 어깨를 밀치며 먼저 빠져나갔다.
크게 건드린 것이 아니어서 밀린 대원은 없지만, 순간 당황한 것도 사실이었다.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스페츠나츠와 SBS도 굳이 석강호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두 가지는 확실했다.
하나는 강찬이 없다는 사실에 러시아와 영국이 안심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슬슬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팀별로 허머 한 대와 트럭 한 대가 배정되었다.
“차동균!”
석강호가 허머의 앞에서 손가락으로 지시하자 대원 셋이 차량을 감싸고 주변을 경계했다.
박철수가 허머에, 차동균이 트럭에 올랐다.
각 팀의 경계 태세가 거의 비슷했다.
부르르릉!
석강호가 허머에 올라타자 앞쪽부터 차례로 차가 출발했다.
아침인데도 후끈한 열기가 차 안으로 끼어들었다.
30분쯤 달린 승용차가 황토색과 잿빛이 섞인 황야에 멈춰섰다.
부스스슷.
말라비틀어진 벌판에 앙상한 풀들이 군데군데 박혀 있는 곳이다.
쩔걱. 쩔거덕.
대원들이 내리자 UN 직원이 표적을 알려주었다.
굳이 훈련이랄 것도 없다.
이건 그저 얼굴이나 좀 더 익히고, 적당히 몸이나 풀어두라는 의미로 보면 딱 맞는 거다.
사격이라면 어느 팀도, 누구도 빠지지 않는 실력이다.
돌아가면서 사격을 하는 중간에 석강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스페츠나츠 대원 한 명을 보았다.
이런 경우 총구는 무조건 하늘이나 바닥을 향해야 한다. 그런데 놈이 총구가 애매하게 앞으로 나와 있었다.
‘어쩔 건데?’
놈이 고개를 삐딱하게 틀어 보였고, 옆에 놈들이 킬킬거렸다.
히죽.
석강호는 그냥 웃어주고 말았다.
이런 유치한 싸움에 말릴 생각은 없다. 언제고 걸릴 때 한 놈쯤 죽여주면 되는 거다.
사격과 팀별 기동 훈련을 마치고 막사로 돌아왔을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훈련 나갈 때와 훈련장에서의 모습을 보면 점심때 시비를 걸기 딱 좋아. 저 새끼들이 대장 없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주저할 것도 없다. 각오하고 밀리지 마라.”
장비를 내려놓은 석강호가 대원들에게 나직하게 말을 전했다.
다들 단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으로 들어갔고, 각자 식판을 들어서 음식을 담았다.
우르르.
스페츠나츠 대원들이 들어왔고, 다음으로 SBS, 마지막으로 제라르와 외인부대 특수팀이 들어섰다.
박철수가 샐러드를 담을 때였다.
툭!
스페츠나츠가 박철수의 어깨를 밀치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크크크!”
“푸하하!”
옆에 있던 놈들이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개새끼들이 뭐라는 거야?”
박철수가 적당하게 욕을 하고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화악! 주르르륵!
그의 머리 위에서 스페츠나츠 대원 놈이 식판을 업었다.
퍼억! 퍽! 퍽! 까다당! 콰앙!
곧바로 박철수와 놈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그저 둥그렇게 원을 만들었다.
차동균과 곽철호가 달려들려다가 석강호의 손짓에 이를 악물었다.
빠르게 손과 발이 움직인다.
각자 아는 격투술로 하는 싸움이다.
살벌한 싸움인데 박철수가 조금씩 뒤로 밀렸다.
그 사이 코와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작정하고 박철수를 노렸다.
적어도 상대 팀의 지휘관을 노리지 않는다는 묵시적인 규칙을 완벽하게 무시한 거다.
콰악! 퍼억!
박철수가 볼을 얻어맞았고, 연달아 명치를 맞는 바람에 몸을 구부렸다.
콰직!
스페츠나츠 대원 놈이 무릎을 들어 박철수의 턱을 걷어 올렸다.
와장차앙!
뒤로 밀린 박철수가 후식 테이블과 함께 입구 쪽으로 처박혔다.
그 순간, 숨 막히는 침묵이 식당을 짓눌렀다.
입구를 향했던 제라르의 볼이 꿈틀했다.
달캉!
박철수의 상체를 안아 든 강찬이 그의 가슴에 놓인 접시를 한쪽으로 던지고 있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