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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아프리카의 뿔에서.
이틀이 훌쩍 지났다.
평온하다면 평온한 이틀이었다.
멀리 미스트랄을 맞아 뒤집어진 자동차가 보이고, 강철규의 입원, 2진 출발, 특수팀 파병 등의 소식이 있었는데 아무튼 몽골 기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요란한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
치잇. “몽골 국경수비대입니다.”
경계를 섰던 요원의 무전이 들렸다.
얄미운 새끼들, 2진이 도착하는 날, 그것도 아침 식사 시간 바로 전에 들어온다.
“가보자.”
철컥.
강찬은 오광택과 함께 소총을 들고 막사를 나와 기지의 입구로 향했다.
막사 위의 요원들은 물론이고, 김태진과 함께 나온 요원들 역시 모두 소총을 들고 있었다.
덜컹! 덜커덩! 끼이익!
두꺼운 덮개를 씌운 지프에서 내린 바트가 곧바로 강찬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지 물어봐.”
요원의 몽골말에 바트가 뻔뻔스러운 웃음과 함께 답을 했다.
“혹시 문제가 있는지 돌아보러 왔답니다.”
“이동 기지국은?”
다시 질문이 건너갔는데 놈의 표정만으로도 답을 알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답니다.”
강찬이 피식 웃는 것을 보면서 바트는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연기력이 부족한 건지, 아예 숨길 마음이 없는 건지 노골적으로 넘어가자는 표정이었다.
하긴 증거도 없고, 방법도 없다.
바트가 뭐라고 지껄였는데 요원이 기가 막힌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침 안 먹냐고 묻습니다.”
오광택이 나직하게 ‘개새끼!’ 하는 욕을 뱉었는데 바트는 못 들은 척 식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침 먹자고 해.”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강찬이 돌아서자 김태진과 오광택도 함께 그 뒤를 따랐다.
짧은 식사를 마치고 9시까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오전 교육이 시작되었다.
몽골 수비대는 러시아 마피아와 싸웠던 현장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강찬은 요원 한 명과 막사 위로 올라가 경계를 섰다.
교육은 거의 군사훈련과 같았다.
특히 사격과 경계, 그리고 대형과 수신호 따위를 가르쳤는데 오광택부터 악착같이 달려들고 있어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
12시가 다 되어 갈 시간이었다.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한두 대가 아니다.
교육을 마쳤는지 김태진과 오광택이 막사 밖으로 나왔고, 몽골 국경수비대가 우르르 몰려왔다.
강찬은 곧바로 막사를 내려왔다.
“몽골 수비대는 화물에 손 못 대게 해!”
그리고 통역을 맡은 요원에게 지시했다.
강찬의 말을 전해 들은 바트가 불만 가득한 눈을 희번덕거리며 요원에게 말을 쏟아 냈다.
“이런 건 예의가 아니랍니다.”
이 개새끼가!
사람이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거다.
그 사이 헬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얼추 보아도 10대가 넘는다. 화물과 인원을 계산하면 예상보다 엄청난 규모였다.
“국경 수비대는 전부 기지에서 나간다.”
요원의 통역에 바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아예 러시아 마피아와 손을 잡겠다. 그쪽에서 왜 잠잠한지 충분히 알 거라고 믿는다.”
강찬의 말을 전해 들은 바트가 억울하고 아쉬운 표정으로 헬기에 매달린 화물을 힐끔 보았다.
이틀 전이다.
강찬은 오광택에게 국경 수비대와 잘 지내라고 충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잘 지내는 것과 호구가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 새끼가 이동 기지국을 돌려주고 사과한다면 모를까, 이런 식으로 언제고 달려와 밥 내놓으라고 주접떨고, 가지고 싶은 것은 언제고 들고 갈 수 있다고 믿는 건 다른 거다.
솔직히 이 정도로 뻔뻔한 놈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대로 두면 강찬이 없을 때 결국 한번은 부딪친다.
“마지막 경고다. 기지에서 나가.”
강찬의 눈빛을 본 바트가 설마 할 때였다.
철커덕!
강찬이 노리쇠를 당겼다.
요원들과 국경 수비대 사이로 삽시간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바트의 눈가로 후회가 스쳤다. 그럼에도 놈은 마지막까지 김태진과 오광택에게 시선을 던지며 머뭇거렸다.
철컥!
강찬이 소총을 든 직후였다.
양손을 들어 보인 바트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막사 밖으로 걸어나갔다.
지겨운 새끼들.
이렇게 망신을 당했는데도 차량은 그대로 둔 채로 막사 밖에서 기다린다.
두두두두두두두.
고작 사흘 만에 다시 보는 헬기인데도 소름 끼치도록 반갑고 기뻤다. 게다가 엄청나게 매달린 화물을 보자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동 기지국이 무엇보다 기뻤다.
헬기에서 내린 남자들은 눈매며, 다부진 턱까지, 인상부터가 한가락 하게 생겼다.
인원도 30명이 넘는다.
그리고 그중에 서상현이 있었다.
군인 출신은 확실히 다르다.
김태진의 선배인지 후배인지가 행동 하나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오광택을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예의를 갖춘다.
분위기는 죽여줬다.
화물을 하나씩 옮기며 다들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산더미 같은 김치, 오광택이 그렇게 아쉬워하던 소주, 그리고 대형 박스로 다섯 개가 넘는 삼겹살도 들어왔다.
“사람 사는 게 별거 없다! 씨발, 삼겹살을 보고 눈물이 날 줄 누가 알았겠냐? 이거 완전히 고물상에 탱크 들어오는 기분인데?”
오광택은 감동한 얼굴이었다.
바트가 탐욕스러운 눈빛을 지을 때였다.
묵직한 나무상자를 열자 강찬이 바라던 무기들과 탄약, 탄창이 가득 담겨있었다.
K2 소총, 개량형 K3 기관총, HK PSG 저격용 총, 수류탄, 심지어 기다란 상자에서는 이글라까지 나왔다.
속이 다 후련했다.
철컥! 철커덕! 철커덕!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무기를 다루는 남자들의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강찬의 지시대로 막사 위에 설치하는데 한마디로 마음에 꼭 들었다.
우선은 기존의 요원들이 기관총과 저격용 총을 맡았고, 이글라까지 들었다.
속이 다 후련했고 기지 바깥으로 벽을 두른 것처럼 든든했다.
마지막으로 작은 수레를 이용해서 석유가 연달아 들어왔다.
“어떻습니까?”
서상현이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 정도면 어설픈 마피아는 명함이 안 나온다.
“상상했던 것 이상입니다. 그런데 왜 저런 베테랑들이 군복을 벗은 거죠?”
“실전이 줄어드니까 작전 장교 위주로 승진하게 되지. 결국, 야전과 전투 장교는 진급에 한계가 있어서 일찍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
김태진의 답이었다.
강찬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 옮겼고, 설치 마쳤습니다.”
“그래? 그럼 다 같이 인사도 해야 하고, 모처럼 푸짐하게 점심을 먹어 볼까?”
“알겠습니다.”
새로 합류한 남자의 대답과 행동을 보고 있자니 몽골 기지가 완벽하게 군 기지처럼 보였다.
강찬이 김태진, 오광택과 함께 걸음을 옮길 때였다.
통역하는 요원이 빠르게 달려왔다.
“바트가 이동 기지국이 생각났답니다. 자기네 건 줄 알고 가져갔답니다.”
“이쯤에서 적당히 용서하지?”
김태진이 거들고 나섰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부터 광택이가 결정해야죠.”
“야! 왜 그래?”
오광택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급하게 결정한 거 맞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아프리카로 날아가야 할 참이라, 처음부터 오광택이 맡는 게 좋다.
“오광택. 지금부터 네 책임이다. 대표님과 서 이사님, 그리고 오늘 와주신 분들이라면 난 안심하고 아프리카 간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모두 네가 결정해. 안전은 당분간 대표님이 맡아주실 거고, 그 외에 일도 네가 대표님과 의논해서 결정해.”
식당으로 걸어가는 길이다.
강찬의 말을 기존의 요원, 새로 합류한 모두가 듣고 있었다.
“바로 가냐?”
“그쪽도 급하니까.”
다 같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오광택은 김태진과 의논해서 바깥에 불을 피우고 국경 수비대에게 고기를 먹게 하기로 했다. 내일까지 이동 기지국을 가져오는 조건을 달았다.
식당이 꽉 찼다.
새로 온 인원들의 눈빛에서 사명감과 의지가 번들거렸다. 작전에 나서기를 고대하고 고대했었던 증평의 특수팀과 같은 눈빛이었다. 이렇게나마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왜 이런 사람들을 엉뚱하게 썩히는 걸까?
군인으로의 자존심과 무기를 다루는 능력은 사회에서 배달만큼도 가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평생을 군에 몸담았고, 무기와 전투를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이들이 사회에서 구박을 받으며 산다.
정작 위급한 순간이 오면 저들에게 매달릴 거면서 말이다.
돌아가면서 이름과 나이, 그리고 특기, 마지막으로 각오를 밝혔다.
이쪽도 마찬가지다.
김태진이 일어서서 “환영한다.”라고 하자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오광택이 나서서 인사하고, 다음으로 오광택의 동생들과 요원들이 순서대로 인사했다. 새로 합류한 인원과 친분이 있는 요원들도 있어서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강찬의 순서였다.
모두 강찬에 대해 대강은 알고 있는 눈치였다.
“환영합니다.”
강찬은 뜨거운 사내들의 시선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곳을 우리가 맡기까지 현직 특수팀이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군인이다. 그것도 비무장지대에서 활동하던.
강찬의 한마디 말에도 피가 끓어오르는 눈치였다.
“러시아, 중국을 상대하는 일이고 목숨과 피를 대가로 지불해야 할지 모릅니다. 나는 반드시 이곳에 철도를 끌어오겠습니다. 그때까지, 그리고 이후로, 이곳 동북아의 중심에 이 기지가 남아있게 지켜주십시오.”
짝. 짝. 짝. 짝.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곧바로 우렁찬 박수 소리가 식당을 가득 메웠다.
강찬이 시선을 돌린 곳에서 오광택이 눈빛을 번들거리고 있었다.
***
가라라라라랑!
수송기가 커다랗게 몸을 틀었다.
두바이에서 잠시 쉬었던 것을 포함해서 13시간의 비행이다.
띵. 띵. 띵.
도착 1시간 전이라는 신호가 울리자, 대원들 사이에서 작은 흥분이 감돌았다.
태극기를 달고 하는 두 번째 출동이고, 가장 합법적인 파병이다.
모든 지휘를 석강호와 차동균에게 맡겨 놓고 한쪽에 늘어져 있는 박철수 대령조차도 얼굴에 설레는 기색을 띄우고 있었다.
현지 시각 20시 40분.
실컷 자고 일어난 석강호는 곽철호가 부어주는 생수로 세수를 하고 벌컥거리며 물을 마셨다.
“어흐!”
특유의 깔깔한 소리로 잠을 털어낸 석강호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받았다.
아프리카다.
삶이 끝나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 땅.
석강호는 새삼 강찬의 빈자리를 느꼈다.
“담배 드릴까요?”
“좋지.”
곽철호가 담배를 건네주고 라이터를 켜주었다.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그래?”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어흑!”
그리고 몸을 비틀었다.
곽철호가 웃고 난 다음이었다.
“잘 들어.”
석강호가 전에 없이 진지한 얼굴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다른 팀하고 싸움이 나면, 밀리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다부지게 붙어. 그리고 여기 박 대령이나 나한테 알려주기만 하면 돼. 대검을 사용해도 괜찮다. 하지만 죽이거나, 절대로 권총을 비롯해 총기류를 들지 마라.”
외국팀과 합동훈련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런 조언은 처음 듣는다.
박철수도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석강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쿠우우우웅.
비행기의 바닥에 무언가 닿은 것처럼 작은 진동이 있었고, 이어서 ‘카라라라랑’하는 엔진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나왔다.
“아프가니스탄 작전을 모두 보았을 거다. 반드시 기를 꺾고 싶어 하는 놈들이 나온다. 어제 통화할 때 대장도 그 점을 걱정했었다.”
“정말 대검을 사용할 정도로 싸움이 있습니까?”
“그 싸움에서 밀리면 가장 위험한 작전을 우리가 떠맡는다.”
“지휘본부가 있는데도 그렇습니까?”
마지막 질문은 박철수가 했다.
“UN 지휘부는 행정적인 면만 지원할 거요. 작전은 이번 파병팀이 모여서 결정하는 거요. 그래서 대장이 없는 게 더 아쉽소. 그 양반만 있었다면 한 방에 끝나는 건데.”
“석 선생의 경험으로도 부족합니까?”
석강호가 히죽 웃었다.
“그런 자리에서 팀 챙기는 걸로 그 양반 따를 사람 없소.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나중에 보면 알 거요.”
차동균은 중국의 공항에서 항공유를 퍼붓던 강찬의 모습이 떠올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찬이 다른 팀에 눌려서 위험한 작전을 떠맡아?
어림없는 소리다.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경계를 늦추지 마라. 대장이 없다. 이동하는 동안, 화장실에 가는 한순간에 죽을 수도 있다. 소말리아는 수니파의 세상이다. SSIS, SISS가 동시에 활동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아차 하는 순간에 목숨이 날아간다.”
커피를 다 마신 석강호가 종이컵을 내려놓고 곽철호를 보았다.
무장을 할 시간이었다.
드르르르륵!
무기를 담은 트레일러가 나오자 다들 일어서서 필요한 무기들을 챙겼다.
석강호는 발목에 대검을 걸며 안쪽에 걸린 군복으로 시선을 주었다.
강찬과 함께 무기를 챙길 때 느끼던 흥분이 느껴지질 않았다. 평소라면 긴장을 퍼먹어서 번들거려야 할 눈빛이 지금은 긴장으로 번들거린다.
석강호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찬은 도대체 혼자서 얼마나 큰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던 걸까?
프랑스로 날아갈 때는 헬기에서 내리라고 했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트럭의 방향을 폐가로 바꾸기도 했었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놓쳤다면 앞에 보이는 놈들의 절반 이상이 죽었을 거다.
히죽.
석강호는 생각을 털어내고 권총을 허리와 발목에 걸었다.
처컥!
그리고 조끼를 착용하고, 주머니마다 탄창을 꽂았다.
‘얼른 오쇼!’
특수팀만 아니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몽골에 따라갔을 거다. 그러니 강찬이 오기 전까지 특수팀을 지켜낸다.
무장을 끝내자 대원들의 눈빛도 번들거리고 있었다.
특히나 부상으로 누워있던 차동균은 아예 눈에서 빛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띵. 띵. 띵. 띵. 카라라라라랑!
비행기가 뚝 떨어지는 것처럼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콰가가가가강. 드드드드드!
활주로를 거칠게 달렸다.
우우웅!
마침내 수송기가 멈춰 섰고,
그으으으응!
문이 열렸다.
훅하고 더운 바람과 역겨운 냄새가 달려들었다.
“가자!”
이곳에서 다시 헬기로 이동한다.
공항 한쪽에서 붉은색 등을 껌벅이는 치누크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건 UN이 제공하는 헬기다.
통역병이 무전기로 탑승을 확인했고, 곧바로 올라탔다.
“곽철호!”
석강호는 곽철호를 불러 헬기의 앞쪽이 경계를 맡겼다. 그리고는 대원들이 올라타는 앞에서 소총을 앞으로 겨누고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공항이다.
그럭저럭 안심할 수 있지만, 이 빌어먹을 아프리카는 한순간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는 곳이다.
“서둘러!”
석강호가 악을 썼고, 대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냥 올라타기만 하면 벌써 끝났을 거다.
하지만 여분의 무기와 몇 가지 장비들은 반드시 이렇게 가지고 움직이는 게 맞다.
대원들이 모두 올라탔고, 차동균이 입구에서 소총을 바깥으로 겨누며 엄지로 입구를 가리켰다.
곽철호, 석강호가 헬기에 올라탔고 마지막으로 차동균이 몸을 실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헬기가 묵직하게 몸을 띄웠다.
모가디슈 공항을 이륙한 지 고작 20분밖에 안 되었는데 바로 사방이 컴컴하게 변했다.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했는데 다른 것이 있다면, 바람이 뜨겁다는 것 정도였다.
대원 둘이 입구에 매달려 아래쪽을 겨눴다.
석강호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바깥쪽을 살폈다.
답답했다.
눈을 감고 적진에 뛰어든 느낌도 들었다.
귀청을 울리는 헬기 소리, 뜨겁게 달려드는 바람, 비 맞은 동물에게서 나는 듯한 노린내, 다 좋다. 충분히 견딜만하다.
하지만 강찬이 없는 자리를 메울 자신은 없었다.
그때였다.
석강호는 문득 자신을 향해 피식 웃는 강찬의 얼굴이 떠올랐다.
두두두두두두두.
“씨발! 대장이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거잖아!”
히죽.
한순간 석강호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밖을 노려보았다.
마침내 긴장을 꿀꺽 먹어버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