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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44화 (24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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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함께 싸워보자.

“끄응!”

잠시 후, 강찬은 상체를 일으켰다.

당연하게 김태진의 걱정 가득한 시선이 달려들었다.

“일어나도 되겠어?”

“어흐!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요.”

김태진의 걱정에도 강찬은 몸을 세웠다.

강철규가 팔을 잡아 주었다.

“영감. 주변에 쓸만한 무기 좀 챙겨줘.”

강철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찬을 살폈다.

“왜? 안 죽어서 서운해?”

“그럴 리가 있겠소?”

강철규가 답을 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빌어먹을!

눈을 보는 게 아닌데, 위급한 상황에서 마주했던 강철규의 눈빛이 자꾸만 가슴을 파고들었다.

계산할 줄 모르는 군인, 내 목숨을 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동료가 죽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군인의 눈이었다.

저런 모습 때문에 마누라와 자식이 험하게 죽었을 텐데 강철규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아들의 유품을 찾기 위해서일 거라고?

기가 막힌 핑계이긴 하지만, 그런 조건이 없더라도 강철규는 분명 강찬을 막아섰을 거다.

강찬은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지프를 향해 걸었다.

같은 상황이라면……?

강찬 역시 대원들을 싸 안았을 게 분명했다.

철컥. 철커덕. 철커덕.

그 사이 강철규가 어깨와 팔에 소총과 몇 가지 무기들을 무식할 정도로 감고 나타났다.

“가시죠?”

김태진이 운전석에 올랐고, 강찬과 강철규가 뒤편에 섰다.

부르릉! 부릉. 쩔겅! 부으으응!

삽시간에 끝난 전투다.

지프가 방향을 돌리자 막사 위에 서 있는 요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덜컹! 덜커덩!

강찬의 부상을 염려해서인지 김태진은 그다지 속도를 내지 않았다. 그렇잖아도 등에 느껴지는 통증에 죽을 맛이다. 당장 달려들 적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강찬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영감.”

강철규가 코 아래로 피가 얼어붙은 얼굴을 돌렸다.

“밤에 또 셋이 나갈 생각이야.”

“그 몸으로 되겠소?”

“영감님이나 나나 다를 거 없어.”

부우웅! 덜컹! 덜커덩!

지프가 커다랗게 움직여서 강찬은 인상을 버럭 썼다.

“야간 기습 후에 살아날 자신 있어?”

강철규가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악착스럽게 버텼던 것처럼 앞으로도 살아서 가족에게 지은 죗값을 치러. 그걸 약속하지 못하면 야간 기습에서 영감은 뺄 거야.”

엔진 소리 때문에 김태진은 강찬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강철규가 머뭇거리는 것은 처음 봤다.

공항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 그리고 몽골에서 존댓말을 쓰는 동안에도 지금처럼 망설인 적은 없었다.

“마누라와 아들에게 지은 죄를 갚지 못했소. 무슨 염치로 살아보겠다고 버둥대겠소? 그리고 지금 상태로는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거요. 그러니 밤에도 기회를 주시오.”

이 영감이?

강찬은 강철규의 눈빛이 무언가 바뀌었음을 알았다.

전에 한 번만 이런 눈으로 봐주었다면 프랑스에 안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은 방법을 찾아볼게. 그러니까 남자답게 약속할 수 있으면 말해. 아니면 야간 기습에는 못 나가.”

기지에 거의 다 도착해서인지 지프가 좀 더 속도를 줄였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요?”

그리고 지프가 기지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강찬은 강철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영감의 아들이 그걸 원한다고 생각해.”

마침내 지프가 막사 앞에 멈춰 섰다.

“괜찮냐? 어후! 등이 이게 뭐냐?”

오광택이 달려들어서 강찬의 팔을 잡아주었다.

강찬이 지프에서 내리고, 요원들과 오광택 쪽 인원이 소총들을 내리는 동안에도 강철규는 멍하니 있었다.

김태진이 빠르게 강찬과 강철규를 살폈지만, 당장 알아챈 것은 없었다.

“위성 영상 수신기의 범위를 최대한 넓혀. 그리고 경계 요원을 둘로 줄여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

“알겠습니다.”

요원 한 명이 답을 하고 식당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강찬은 막사로 움직였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온기와 통증이 거의 동시에 달려들었다.

김태진과 오광택이 상의를 벗겨주었고, 요원 한 명이 소독약으로 등을 닦았다.

“파편이 박혔으면 어쩌지?”

“괜찮은 거 같아요. 움직일 때 걸리는 게 없었거든요.”

김태진은 기가 막혔지만 당장은 강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강찬은 소독하고 붕대를 감은 다음,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았다.

“대표님도 좀 쉬세요. 야간에 또 나갈 겁니다.”

”그 몸으로?“

강찬이 피식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하긴 강찬을 누가 말리겠나?

김태진이 고개를 저으며 막사를 나섰다.

“커피 마실래?”

“담배도.”

요원이 주방으로 움직였다.

“그거 내가 할 테니까 가서 좀 쉬어. 야간에 또 싸워야 한다면서? 그러니 얼른 가! 가서 쉬어.”

오광택이 빠르게 움직여 요원을 막아서고는 아예 쫓아내듯이 막사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주전자를 레인지에 올려놓고 다시 와서 강찬에게 담배를 건넸다.

찰칵!

강찬과 오광택이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이었다.

“힘들지?”

“밤에도 식당에 처박아 둘 거냐? 죽어도 좋으니까 싸워보기나 하자.”

오광택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야! 강찬!”

“알았다.”

오광택의 눈이 빛을 뿜는 것처럼 번득였다.

“밤에는 함께 싸워보자.”

“개새끼! 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타주마.”

“봉지 커피잖아?”

오광택이 히죽 웃었다.

***

강철규는 얼굴을 닦은 다음, 막사로 돌아온 김태진과 함께 겉옷을 갈아입었다.

“선배님, 여기 있습니다.”

김태진이 커피를 건네주었고, 그 옆에 담배를 놓아주었다.

강철규가 종이컵을 드는 사이 김태진은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담배는 됐다.”

“예.”

김태진은 라이터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강철규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그럼. 얼른 커피 들어.”

“예.”

김태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였다.

“나 말이지.”

“예, 선배님.”

강철규가 말을 건네서 김태진은 곧바로 시선을 들었다.

“비겁한 말인데…….”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시지?

김태진은 신경을 온통 곤두세우고 강철규에게 집중했다.

“혹시 오늘 야간 작전에서 살아나면 수술받을 병원을 알아봐 줄 수 있겠나?”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어려울까?”

김태진은 어쩐지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됩니다! 제가 무조건 찾아내겠습니다!”

“고맙다.”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내와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지만, 살아 있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고 싶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강철규가 아프게 웃었다.

***

강찬은 위성 전화기를 들어서 ‘0’이 가득한 번호를 눌렀다.

[“안느입니다, 무슈 강.”]

“이곳 상황은 알고 있지?”

[“러시아와 중국, 미국, 영국도 알고 있습니다.”]

개새끼들!

강찬은 몇 방울 남지 않은 커피를 털어 넣고 입을 열었다.

“뒤통수에 수류탄 파편이 박힌 사람이 있는 데 수술이 필요해. 워낙 오래됐고, 위험한 자리여서 어렵다고 했다는데 꼭 살리고 싶다.”

[“준비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답이 쉽게 나왔다.

“안느.”

[“예, 무슈 강.”]

“이곳 기지에 관해서 내가 모르는 게 있나?”

그런데 이번 질문에는 곧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작전에 나서면 감으로 알 수 있는 게 있지. 이게 처음 브리핑을 들었던 그 작전인지, 아니면 뒤에 감춘 것이 있는지. 오늘 전투에서 확실히 알았다. 이건 뒤에 무언가 숨겨져 있어.”

전화기 너머에서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낮에 마주쳤던 적이 너무 쉬웠다. 무언가를 위해서 버린 놈들인 거지. 마피아라고 해도 스페츠나츠를 포함한 놈들이라면 저 정도로는 설명이 되지 않아. 그러니 묻는 거다. 내가 모르는 게 있나? 아니면 안느가 대답하기 곤란한 건가?”

[“무슈 강.”]

“안느, 한마디만 더 하지.”

강찬은 짐작하고 있던 일이 실제로도 그렇다고 확신했다. 안느의 반응이 무엇보다 확실한 답이었다.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답을 하지 못할 거면 모른다고 해라. 적어도 대사님과 안느에게 실망하고 싶지는 않다.”

[“제가 아는 것은 마피아를 보낸 것이 바실리와 관계있다는 것과 러시아와 중국이 모두 무슈 강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 연락을?”

[“무슈 강이 도움을 청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세를 지게 하겠다는 거지?”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안느의 말을 믿어야 한다.

그것이 라노크와 안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고맙다, 안느.”

그래서 먼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내가 가진 지위을 이용해도 좋고, 개인적으로 대사님과 안느의 힘을 빌려도 좋다. 이곳에 있는 환자를 빠르게 옮겨서 수술받을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일은 부총국장님의 명령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부탁하자.”

[“5분 뒤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맙다, 안느.”

전화를 끊은 강찬은 덩그러니 놓인 종이컵과 위성전화기를 노려보았다.

이 새끼들이 사람을 병신 취급해도 정도가 있지!

데나다이트가 어쩌고, 국경이 어쩌고 지랄을 해서 이렇게 보내놓고 뒷구멍으로 엉뚱한 계산을 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갈 때 도움을 받았으니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신 뒤에 감춘 것이 있어서는 곤란한 거다.

이런 건 성격대로 해결하는 게 맞다.

양범? 바실리?

한국의 국력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중국과 러시아 정보국의 수장이라는 건 인정!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데 당해줄 마음은 없다.

무언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런 비겁한 수법을 쓸 만큼 아쉬운 일, 두 나라가 인상만 써도 고개를 떨궈야 할 한국에 아쉽거나, 아니면 강찬에게 아쉬운 일.

그걸 알아야 앞으로 이런 꼴을 당하지 않는다.

띠루룩. 띠루룩. 띠루룩.

그때 위성 전화기가 울었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알로?”

[“안느입니다. 1시간 내로 본국 정보국 헬기가 도착할 겁니다.”]

“고맙다, 안느.”

[“대사님께서 러시아에 도착하셨습니다. 야간 기습은 없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내가 모르는 일과 관련이 있나?”

[“무슈 강. 이 이상은 제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충분히 납득가는 답이었다.

[“환자분은 서울로 이송합니다. 서울대 병원의 김완규 교수는 세계적인 뇌수술 권위자입니다. 스케쥴은 한국 국가정보원에서 조절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고맙다, 안느.”

전화기를 끊은 강찬은 담배를 들었다.

사람이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프랑스 정보국 헬기가 오는 것까지 의심스럽다.

일단 지금 급한 것들을 해결한다.

강찬은 무전기를 들어서 요원을 찾았다.

잠시 후, 강찬과 한 막사에서 생활하던 요원이 막사로 들어왔다.

“김형정 팀장 번호를 알고 있으면 연결해줘.”

요원이 위성 전화를 들어 버튼을 몇 차례 누른 다음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김형정입니다.”]

“팀장님. 강찬입니다.”

[“강찬 씨!”]

“이쪽은 대강 정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강철규란 분을 한국으로 후송할 예정입니다. 한 시간 뒤에 헬기가 이리 올 거고, 비행편은 나중에 확인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상황이 안 좋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면 가능한 한 빨리 서울대 병원의 김완규 교수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잠시만요! 서울대 병원 김완규 교수라고 하셨죠?”]

김형정은 메모를 하는 모양이었다.

[“안심하십시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오늘 밤이면 이곳의 상황이 확실하게 정리될 겁니다. 그때 가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2진이 이틀 뒤에 출발합니다. 그때 이동 기지국과 그 외에 필요한 물품들을 추가로 가지고 갈 겁니다.”]

전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출발이었다. 하긴 김형정이 나서서 그 정도를 못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특수팀 파병은요?”

[“역시 이틀 뒤에 출발합니다.”]

산 넘어 산이다.

그리고 몽골의 기지와 비슷하게 무언가 뒤에 숨겨진 것이 있으리란 짐작이 들었다.

“우선 오늘 밤을 지내고 또 말씀하시죠.”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를 나섰다.

막사와 막사 사이에 뺏어온 트럭과 지프들이 놓여 있어서 완전히 전쟁터 한가운데 있는 기지처럼 보였다.

강찬은 곧바로 김태진이 사용하는 막사로 향했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강철규와 김태진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쩐 일인가?”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요.”

급한 일인가 했던 김태진이 강찬의 답을 듣고는 표정을 풀었다.

“이리 앉아. 커피 한 잔 줄까?”

“마셨어요.”

강찬은 김태진 옆의 1인용 소파에 앉았다.

“한 시간 뒤에 헬기가 도착할 겁니다.”

“응?”

김태진이 눈을 껌벅이며 강찬을 바라보았다.

“서울대 병원에 예약을 해 놓았을 테니까 영감님은 가서 수술받으세요.”

강철규와 김태진은 이마에 ‘뭐라는 거야?’ 하는 글자를 써놓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야간 기습은 지금 러시아 정보국과 협상 중인데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 안심해도 될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영감님은 서울 갈 준비 하세요.”

놀랄만하기는 할 거다.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멍청하고 놀란 표정을 지을 줄은 몰랐다.

“2진은 이틀 뒤에 출발한답니다. 그럼 준비 부탁드려요.”

말을 마친 강찬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철규의 놀라고 당황한 표정을 보는 것이 마음 편치 않았다.

강찬을 따라 강철규가 곧바로 막사를 나왔다.

“잠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

강찬이 고개를 돌린 앞에서 강철규가 복잡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남자답게 답할 수 있소? 오늘 밤 정말 기습이 없는 거요?”

왜 이렇게 불쌍하게 늙어버린 거지?

악마처럼 보여야 할 강철규가 지금은 그저 늙어빠진 군인으로 보였다.

전투 능력이 남아 있는 것과 별개로 힘겹게 살아온 지난 삶이 그의 눈가와 얼굴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영감. 난 적어도 대원들의 안전을 가지고 헛소리를 하지는 않아.”

쭈뼛대며 입을 열지 못하는 강철규다. 그런데 강찬은 그가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수술도 죽은 아들이 원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독하게 마음먹고 살아서 돌아와.”

강철규의 눈이 흔들리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살아. 살아서 돌아오고 그래서 이곳을 지켜줘. 아들이 바라는 건 그거야. 지금 와서 아버지 소리를 듣고 싶은 건 아니잖아? 그렇지? 영감?”

강철규가 이를 꽉 깨무는 순간에 또다시 코피가 흘러나왔다.

“그 빌어먹을 피 흘리는 것도 보기 싫고! 힘 빠진 눈과 얼굴 보는 것도 지겨워! 그러니까 다음에 마주쳤을 때는 좀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 죽은 아들이 바라는 건 그거야! 만약!”

강찬은 달려나간 감정을 붙들기 위해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병원에서 죽어버리면 정말 용서 안 할 거야.”

“알았소.”

“그따위 존댓말도 하지 말고!”

“알았다.”

두 사람은 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로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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