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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휘이이잉! 휘이잉!
털이 달린 챙이 사정없이 날리는 동안 강찬은 꼼짝도 않고 강철규의 눈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왜 이래?
왜 고분고분한 척하는 건데?
그때였다.
철계단을 타고 김태진과 요원들이 올라와서 강찬은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은 미스트랄을 맡아!”
“알았습니다.”
요원 한 명이 레이저 유도기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강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야에 덩그러니 놓인 기지다.
거기에 요원들 숫자를 다 합쳐도 고작 열 명 남짓이었다.
“여기서 포위당하면 답이 없다. 우선 오광택과 그쪽 식구들을 식당에 대기시킨다.”
“포위할 거라고 보는 건가?”
김태진이 나름 번들거리는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달려오는 차량으로 보아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어차피 기지라고 우리뿐이고, 무엇보다 이동 기지국을 가져간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강찬은 빠르게 답을 하고 요원들을 둘러보았다.
“저 안에 전직 스페츠나츠 대원들이 섞여 있다는 정보다. 무엇보다 저격을 철저하게 경계한다. 주변 막사 위로 두 명씩 올라가되 함부로 머리 들지 마라. 다음은 최악의 상황에서 백병전이 벌어지더라도 내 명령이 없이는 절대로 막사에서 내려오지 마라. 이상!”
강찬은 막사 네 곳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지정해 주었다.
그 사이 흙먼지가 2㎞ 근처로 다가와 있었다.
“영감! 여기 김 대표님을 책임질 수 있어?”
“알았소.”
“그럼 대표님과 이 막사를 맡아.”
강철규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여길 뺏기면 정말 다 죽습니다.”
“알았다.”
김태진의 단단한 답을 들은 강찬은 기지의 중앙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막사의 중앙 공터에서 요원 둘이 만류하고 있는데도 오광택은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강찬은 빠르게 막사를 내려왔다.
“오광택! 동생들하고 식당에서 대기해.”
오광택이 단박에 눈알을 부라렸다.
휘이이잉! 후우욱! 휘이잉!
“지금 달려오는 놈들은 스페츠나츠라고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특수팀 출신이다. 그러니 지금은 참아라. 네가 흥분하면 여기 동생들은 방아쇠 한 번 당겨보지 못하고 머리가 뚫린다.”
저러다 이 부러지지 싶을 만큼 오광택은 이를 북북 갈아댔다. 강찬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그만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거다.
“오광택! 시간이 없어!”
“으아아!”
바닥을 향해 고개를 휘저으며 악을 쓴 오광택이 시뻘겋게 변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빨리 가르쳐다오. 죽어도 좋으니 최소한 싸울 수 있는 실력만이라도 갖게 해다오.”
“알았다. 그러니 지금은 살아 있자.”
오광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당을 향해 몸을 돌렸다.
요원 둘이 맡기로 했던 막사로 기어 올라가는 것을 본 강찬은 김태진이 서 있는 막사를 돌아 앞으로 움직였다.
철커덕!
그리고는 소총을 오른쪽 어깨에 걸었다.
적들은 이미 1㎞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휘이이잉! 휘이이이잉!
막사 위에서 강찬을 바라보던 김태진은 시선을 들다가 강철규와 눈이 마주쳤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강찬의 반말에 꼬박꼬박 존대하던 강철규가 마음에 걸렸고, 다음으론 부상을 입은 몸이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뜻밖에도 강철규는 웃고 있었다. 아련하게.
“지휘자가 정말 대단하군.”
“예?”
아직은 소총을 팔에 걸고 있는 강철규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기 혼자 아래에 있다. 백병전이 벌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고, 우리가 위에서 엄호만 제대로 해준다면 저놈들 전체를 혼자 상대하겠다는 의미가 되지.”
이 인간들은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그걸 알아보았다는 건가?
김태진이 흘깃 아래쪽을 내려다보았을 때였다.
“다가오는 차에는 중화기가 실려있지 않다. 저놈들이 우리 인원수, 구성을 다 알고 있다는 의미고, 어제의 일을 잔인하게 복수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겠지.”
중화기가 없다면 그런 뜻이라는 것은 김태진도 너끈히 짐작하고 남았다.
“아직 5분쯤 시간이 있군. 잠시 여길 맡아주겠나?”
“알겠습니다.”
김태진은 눈빛을 빛내며 답을 했다.
세월을 훌쩍 30년 전으로 당겨놓은 느낌이었다.
비무장왕이 돌아왔다.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빛, 말투, 표정, 그리고 오만하게 주변을 돌아보는 시선까지, 옆집을 지키라는 듯 툭 던지는 말을 들으며 병아리 김태진은 비무장왕이 다시 깨어났음을 알았다.
강철규는 무겁게 철제 계단을 내려갔다.
강찬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적은 1㎞ 안쪽에 들어서서는 걷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트럭 3대, 지프 3대, 그리고 승용차가 두 대다.
압도적인 인원 차이를 인식시키며 저렇게 다가오면 저항군은 서서히 겁에 질린다.
피식.
그건 그냥 일반 군인을 상대할 때나 먹히는 거지.
강찬은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에 뒤로 시선을 돌렸다.
강철규가 소총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팔로 총구를 누른 채로 다가서고 있었다.
강찬과 강철규의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부탁이 있어서 왔소.”
강찬은 묵묵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람이 바뀌었다.
지금껏 알고 있던 강철규가 아니다.
그만큼 달라진 눈빛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인간이 정말 비무장왕이 맞았던 건가?
“백병전을 각오한 거라면 나도 이곳에 있게 해주시오. 위에는 김태진과 요원 한 명이 있으니 둘이서 충분할 거요.”
말을 마친 강철규가 자세를 낮춰 방한복 바지를 걷어 올렸다.
스으응.
그리고는 대검을 뽑아 날을 잡은 채로 강찬에게 디밀었다.
“날을 갈아둔 거요.”
이런 인간이 왜? 이런 멋진 눈빛을 가진 군인이 도대체 왜?
강철규가 고개를 슬쩍 들어 강찬의 뒤쪽을 살핀 후에 들고 있는 대검을 앞으로 한 번 더 밀었다.
받으라는 뜻이다.
“날을 갈아둔 게 하나 더 있소. 그러니 이걸 사용하시오.”
적을 앞에 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검의 날이 무딘 게 걱정되던 참이라 강찬은 두말하지 않고 대검의 손잡이를 잡아 왼쪽 소매에 거꾸로 찔러넣었다.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강철규가 강찬의 옆으로 다가와 고개를 기울이며 앞을 보았다.
거리는 대략 900m쯤 되었다.
휘이이이잉! 휘잉! 휘이잉!
더럽게 서먹했다. 그래서 그런지 바람이 달려왔다가 “에이!” 하고 짜증을 내듯 사라졌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를 어떻게 대했을까?
강찬이 힐끔 보았을 때였다.
이를 악문 채로 인상을 찌푸리던 강철규가 웃는 것처럼 입 끝을 살짝 들었다. 그리고는 강찬을 힐끔 보는 바람에 시선이 또 마주쳤다.
“뒤통수에 파편이 박혀서 가끔 통증이 몰려올 때가 있소.”
누가 물어봤어?
영감이 틈을 주니까 말이 많아진다.
피식.
강철규가 강찬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웃었다.
얼굴은 확실히 다르다. 그런데 웃는 느낌은 거울을 본 것처럼 익숙한 것이었다.
적과의 거리는 800m쯤 되었다.
500m 안쪽으로 들어오면 사격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직 300m쯤 여유가 있었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왜 이렇게 멍청한 질문을 던진 거지?
강찬도 피식 웃었다.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눈만 보였을 텐데도 느낌은 분명하게 전달되었을 거다.
“무슨 염치가 있어서 할 말이 있겠소? 다만…….”
적들에게 시선을 주고 있던 강철규가 빠르게 강찬을 보았다.
“그냥 꼭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영감이 시간 더럽게 끈다.
강찬은 확 짜증이 올라왔다.
“할 말 없는데 억지로 만들지 말고.”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빌어먹을! 그런다고 또 도로 입을 다무는 건 뭐야!
강찬이 짜증을 털어내며 적을 향해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소.”
강철규가 툭 하고 말을 던졌다.
휘이이잉! 휘이잉!
엉뚱한 질문과 묘한 대답에 어색함만 짙어졌다.
강찬은 내심 비웃는 심정으로 적들을 노려보았다.
미안할 짓을 하지 말던가! 조국을 선택하고 대원을 선택하더라도 최소한 가족에게 그따위 개 같은 짓을 하지 말던가!
적들은 600m 앞에 있었다.
“고맙소.”
그때 강철규가 짧은 인사를 던졌다.
“뭐가?”
“이런 곳에서 죽을 기회를 준 것 말이오.”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김 대표님이 선택한 거지.”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놈을 기억해 준 것도 고맙소.”
이제 50m만 더 다가오면 방아쇠를 당겨야 하고 그때부터 늘 겪어왔던 지옥문이 활짝 열리는 거다.
그런데도 강찬은 강철규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정말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해?”
강철규가 아픈 웃음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미소 지었다.
“그럼 왜 그렇게 때렸는지 변명해봐.”
여유가 30m밖에 없었다.
“할 말 없어?”
“미안하오.”
“그런 거 말고, 왜 그랬는지 말해 보라고.”
강철규가 입술에 힘을 꾹 준 채로 잠자코 있었다.
“왜 그렇게! 씨발! 뭘 잘못했다고! 잘해보려고 했던 아들을 왜 그렇게 대했냐고!”
“미안…….”
“죽고 싶다고? 그럼 죽고 싶어서 프랑스에 갔던 아들 심정은 알겠어? 살고 싶었던 대로 살았으니까 여한은 없을 것 아냐! 그럼 아들은? 죄 없는 마누라는? 그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는데?”
적이 500m 안쪽으로 들어섰다.
강찬도 강철규도 이를 악물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여기까지다.
강찬은 시선을 돌려 적을 노려보았다.
철컥.
이제부터 지옥이 열린다.
휘이이이잉! 휘이잉!
자욱한 먼지가 바람을 타고 일어나고, 그 너머에서 적이 다가오고 있었다.
강찬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미안하다, 아들아.”
강철규가 혼잣말처럼 지껄이는 소리가 들렸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는 누구든 저렇게 혼잣말을 지껄일 수가 있는 거다.
피식.
그렇더라도 무슨 비무장왕이 저따위 구질구질한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이름이 아깝다.
강찬은 일단 트럭의 운전석을 확실하게 노렸다.
타아아앙!
트럭이 미끄러지는 것처럼 천천히 멈춰서는 순간이었다.
타아아앙! 타아아앙! 타다당! 타다다다당!
아군과 적이 동시에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타아아앙! 타다다다당! 까가가강! 타다당! 까아앙!
적이 쏜 총알이 막사에 맞으며 불똥과 듣기 거북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소총을 들고 싸우는 전투의 적정 거리는 50m 안팎이다. 그걸 벗어나서 100m 근처가 되면 엄호나 위협 외에 사격의 의미는 거의 없다. 물론 눈먼 총알에 목숨을 잃는 일은 있지만, 저격수가 아니라면 전투에서는 노리기 어려운 거리인 거다.
막말로 빤히 얼굴이 들여다보이는 거리에서 방아쇠를 당겨도 적을 쓰러트리지 못하는 게 전투다.
그럴 것 같지 않다고?
상대가 손을 위로 들고 표적처럼 제 자리에 서 있을 것 같은가?
적도 악착같이 대가리 감춘 채로 달리고 틈만 보이면 방아쇠를 당긴다. 벌떡 상체를 바깥으로 내보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방아쇠를 당기고 다시 몸을 감추는 상황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전투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 짧은 순간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생전 처음 결승전에서 페널티킥을 차거나, 처음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허둥지둥하는 것은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목숨이 날아가는 탓이다.
타다다당! 카가아앙! 타아앙! 피잉! 타다다다앙!
적이 쏘아대는 총알이 막사의 여기저기에 사정없이 박혔다.
이런 전투에 오광택과 동생 놈들을 풀어놓으면 완벽한 표적이 되어서 열이면 아홉은 죽어 자빠진다.
타아아앙!
강찬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트럭의 옆에 붙어 있던 적 한 명이 나무토막처럼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타아아앙!
강철규의 총이 불을 뿜는 순간, 그 옆에 있던 놈 하나가 다시 커다랗게 휘청이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적은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강찬은 빠르게 무전기를 들었다.
치잇. “사격 중지. 반복한다. 사격 중지.”
타다다당! 타다당!
몇 차례의 총소리가 울리고 난 후에, 침묵이 막사 주변을 감쌌다.
적의 반응을 본 강찬은 입술에 힘을 준 채로 앞을 노려보았다.
무기와 실탄을 국경 수비대가 조달해주었다. 그러니 저놈들은 이쪽이 가지고 있는 실탄 숫자까지 대략 파악하고 있는 게 맞다.
이곳에서 도움을 청해봐야 달려올 놈들이 바로 국경수비대다. 중국에 전화하면 강찬이 달려온 이유가 없어지고, 러시아에 손을 내밀면 바실리의 조건이 달린다.
적들이 트럭 너머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였다.
치잇. “미스트랄을 이용하는 건 어떤가?”
무전기에서 김태진의 음성이 들려서 강찬은 바로 무전기를 들었다.
치잇. “우리가 먼저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저놈들이 가져온 중화기를 막을 방법이 없거든요.”
강찬이 답을 하자 김태진은 다른 말이 없었다.
저 새끼들이 원하는 게 뭐지?
가장 간단한 답은 밤을 노리는 거고, 다음은 후속 부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거다.
하나씩 짚자.
식량은 여유가 있고, 최악의 상황에서 강찬이 중국에 도움을 청할 것을 감안하면 적에게도 그리 많은 시간이 있는 건 아닌데?
뭐지?
강찬은 다시 날카롭게 적이 있는 곳과 그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감.”
강철규가 강찬에게 빠르게 시선을 주었다.
“위쪽에 올라가서 저격을 막아줄 수 있어?”
“알았소.”
늙은이가 이런 추위에 오래 견디기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당장 가장 힘이 되는 것만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적을 쓰러트린 아군은 강찬과 강철규 둘밖에 없었다.
강찬은 무전기를 들었다.
치잇. “대표님. 지금 내려오셔서 위성 영상 모니터를 확인해 주세요. 주변 정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어요.”
치잇. “알았다.”
김태진의 답이 있는 순간에 강철규가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이건 또 아까와 다른 동작이다.
강철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에 가지고 있던 실력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양이었다.
강찬은 날카롭게 강철규가 사라진 곳을 보았다.
저 정도로 소리 없이 움직이는 적이라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푸슝! 카앙!
잠시 후, 저격총 소리가 들렸고, 총알을 얻어맞은 막사가 억울하다고 악을 썼다.
틀림없이 김태진이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방아쇠를 당긴 걸 거다.
타아아아앙!
봐라! 이건 강철규가 대응 사격한 거다.
강찬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비무장왕?
엿이나 먹으라고 악을 썼지만, 직접 본 사격 솜씨, 발목에서 대검을 뽑아내는 동작, 그리고 소리 하나 없이 뒤로 물러나는 것에서 그가 적어도 석강호만큼,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지녔었다는 것만은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위급한 순간에 가장 먼저 찾게 되고, 그가 총을 쏘았을 때 내심 안도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부스럭.
김태진이 강철규와 비교되는 동작으로 강찬에게 다가왔다.
“안으로 들어가지.”
“이쪽에서는 못 보나요?”
“전원을 이용할 방법이 없다.”
염병할! 이런 걸 줄 거면 충전용으로 주던가! 이런 엄청난 걸 만든 놈들이 어떻게 배터리 하나 개발하지 않은 건지?
강찬은 무전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치잇. “잠시 자리를 비운다.”
한마디 말을 뱉은 강찬은 김태진과 적을 번갈아 보고 다시 버튼을 눌렀다.
우선은 대원들을 지키고 보는 게 맞다.
치잇. “내가 돌아올 때까지 지휘는 영감이 맡는다.”
김태진의 놀란 눈앞에서 강찬은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알았소.” 하는 강철규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가시죠.”
“어? 어! 그래!”
김태진이 강찬의 뒤를 따라 움직일 때였다.
타아아앙!
M16 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김태진은 화들짝 뒤를 돌아보았는데 강찬은 그냥 걸었다.
강철규가 쏜 총이다.
아마 강철규도 강찬이 쏘는 총소리를 구별할 거다.
방아쇠를 당길 때의 호흡과 리듬을 이해하면 알게 된다.
강찬은 석강호가 막사 위에 있는 것처럼 든든했다.
“빌어먹을!”
그런데 이상하게 짜증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