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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내가 선택한 것 맞다.
커피를 마신 강찬은 요원에게 위성 영상 수신 모니터를 찾아달라고 했다.
잠시 후, 요원이 모니터를 들고왔다.
“대표님. 이걸 켜면 이 근방의 위치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강찬은 간이 배터리에 연결해서 모니터를 켰고, 간단한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이건 굉장하군.”
“우아!”
김태진과 오광택이 각자의 방식으로 감탄사를 털어놓았다.
“대신 지금 보이는 영상이 1분 전의 상황이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아까 같은 상황에서 1분이면 이곳이 전부 날아갑니다.”
“그렇다면 최소 1분 거리 바깥을 볼 수 있도록 화면을 확대하면 되잖나?”
“그렇게 하면 위장 상태에서 다가오는 적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참고는 하지만 이걸 믿고 경계를 늦추는 건 위험하지요.”
“그건 그렇군.”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치잇. “식사하십시오!”
하는 무전이 들렸다.
강찬은 김태진, 오광택, 그리고 요원과 함께 막사를 나섰다.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았는데 바람만 좀 없어도 훨씬 덜 춥게 느껴질 것 같았다.
식당으로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음식냄새가 훅하고 달려들었다.
우리 쪽 숫자만큼이나 비슷한 몽골 수비대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게걸스럽게 밥을 먹고 있었다.
식탁에 기본 반찬을 깔았고, 밥과 국은 각자 알아서 식판에 담는 형태였다.
강찬은 식판에 밥과 국을 퍼서 적당한 자리로 움직였다.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서인지 식판에는 비닐이 씌워 있었다. 물을 아끼려니까 별짓을 다 한다.
솔직히 강철규를 만날까 봐 부담스러웠는데 어쩐 일인지 식당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디 있냐고 묻기도 그렇고.
강찬이 앉은 맞은편에 김태진과 오광택이 앉았고, 옆으로 요원이 자리했다.
“맛있게 드세요.”
“자네도 많이 먹어.”
오광택의 동생 놈들이 거추장스럽게 인사를 했지만, 저 짓을 하지 말라고 할 놈은 오광택밖에 없는 거다.
강찬은 모른 척하고 밥을 먹었다.
점심을 라면 하나로 부실하게 먹었던 탓도 있겠지만, 그걸 따지지 않더라도 밥은 먹을 만했다.
“아무래도 한 번쯤 더 오겠지?”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조금 뒤에 러시아 쪽으로 전화를 한번 해볼 참입니다.”
“마피아에 아는 사람이 있나?”
“러시아 정보국에 부탁을 해볼까 하는데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군.”
식사를 하면서 나눈 영양가 있는 대화는 이게 전부였다.
밥을 다 먹는데 대략 15분쯤 걸렸다.
잔반을 모으고, 비닐을 벗겨 옆의 쓰레기통에 담고는 밖으로 나왔다.
날씨도 그렇고, 매서운 바람 때문에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것도 적응이 될까?
강찬은 몸서리를 치며 막사로 향하면서도 짧은 순간에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일종의 버릇이고, 습관이었다.
그런데 막사 위에 소총을 오른팔에 걸치고 서 있는 강철규가 있었다. 어쩐지 안 보인다 했더니 가장 먼저 경계를 섰던 모양이었다.
“본인이 첫 번째로 하겠다고 나섰어.”
강찬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김태진이 얼른 입을 열었다.
멀리서 어둠이 서서히 내리고 있었다.
“오 사장 쪽은 아직 경계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서 경계는 일단 요원들끼리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저도 끼우세요.”
“그럴 필요가 있나?”
“지금부터 돌아도 12시간이면 12명이 필요한데요. 첫날 이 정도로 과감하게 달려드는 놈들이라면 우선 적응할 때까지 사양할 것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말을 하는 동안 막사로 들어왔다.
주철범이 소총을 들고 따라와서 다섯이 막사의 소파에 앉았다.
이왕 말이 나온 김이다.
강찬은 모양이 빠지긴 하지만, 일단 바실리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
전화기를 가져와 번호를 찾았고,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린 뒤에 바실리의 음성이 들렸다.
[“요란하게 환영 인사를 마쳤더군.”]
“도대체 모르는 게 없네?”
[“그런 농담을 하려고 전화한 건 아닐 테고, 내가 다음 일정이 바빠서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이 새끼가?
강찬은 강철규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바실리, 불편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마피아를 물려줬으면 좋겠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군.”]
김태진과 오광택이 빤히 바라보는 앞이다. 수화기 너머에서 바실리는 불편하게 말을 지껄였다.
[“그쪽에 있는 마피아는 모스크바와 또 달라. 우리가 데나다이트를 욕심낸 건 맞지만, 새로운 영웅과 총질을 하면서까지 달려들 마음도 없고.”]
최소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가 일을 의뢰했던 놈들은 모두 손을 뗐어. 오늘 방문했던 놈들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놈들이지. 그놈들을 처리하려면 나도 부대를 따로 보내야 돼. 그러니 그걸 원한다면 따로 의논하기로 하지.”]
이게 정말일까?
강찬은 오광택을 잠시 보았다.
아서라, 아무리 오광택이 강남을 잡아먹은 깡패라고 해도 러시아 마피아의 계보를 알기는 어려울 거다.
“그렇다면 이곳을 정리하는 것으로 바실리의 감정을 건드릴 일은 없는 거겠군.”
[“후후후.”]
특별할 것이 없는 대화였는데 바실리는 자존심을 다친 사람처럼 웃었다.
[“러시아 마피아에서 가장 악착같은 놈들을 상대하는 거다. 환경이 그래서 그놈들이 먹고살 것이 광물밖에 없거든. 한 가지만 충고를 해주지. 자네의 능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가고 난 다음에도 오늘처럼 넘길 거라는 기대는 버려라. 스페츠나츠 출신 마피아들이 그쪽으로 옮겨갔다는 정보가 있다.”]
강찬은 전화기에 들리지 않게 숨을 내쉬었다.
전직 스페츠나츠면 지금 있는 요원들로 상대하기는 버거운 적이 분명했다.
[“내가 끼어들 수는 있지. 대신 우리가 손대면 반드시 우리 군이 그곳에 주둔하게 돼.”]
“알았다, 바실리. 도움 줘서 고맙다.”
[“후우!”]
뜻 모를 한숨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건너온 다음이었다.
[“적당히 실력을 보이고, 어지간하면 흥정을 해라. 국경수비대장 바트라면 충분히 중재할 능력이 있다. 차라리 1년에 얼마를 주겠다고 하는 게 서로 좋을 거다.”]
“바실리.”
강찬이 불렀는데도 바실리는 답을 하지 않았다.
“고맙다.”
[“흥!”]
코웃음 소리가 들리고는 전화가 뚝 끊겼다.
이 새끼도 전화 매너를 배울 필요가 있다.
강찬은 전화를 끊고 통화 내용을 김태진과 오광택에게 알려주었다.
“나쁘지는 않군.”
우선 김태진의 반응이 있었고,
“이거 오광택이 상납금을 바치게 생겼네!”
하는 오광택의 투덜거림이 있었다.
당장 결정하기는 어려워서 침묵이 흐를 때였다.
덜컹.
문이 열리고 요원 한 명이 상체를 안으로 넣었다.
“미스트랄 설치가 끝났다고 확인해 달랍니다.”
“알았어. 지금 갈게.”
강찬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해가 기울어서 피처럼 붉은 노을이 황량한 대지를 뒤덮은 시간이었다.
막사 위로 올라갔을 때는 요원 두 명과 국경 수비대원 셋, 바트, 그리고 강철규가 있었다.
늙은이가 이렇게 오래 밖에 있어도 되나?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강찬은 최대한 시선을 주지 않은 채로 미스트랄을 살핀 후에 요원들을 보았다.
“제가 두 번 확인했는데 부착은 제대로 됐습니다. 다만, 기온이 더 떨어졌을 때 작동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 준 후에 철제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왔다.
“비용을 줘.”
“저, 바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답니다.”
통역이 강찬을 붙들 때 바트가 앞으로 나섰다.
이 새끼들은 안 추운가?
시커먼 얼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콧수염을 단 바트가 빠르게 몽골말을 지껄였다.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는데 한국으로 유학 보내달랍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주면 러시아 마피아가 한 달가량 다가오지 못하게 하겠답니다.”
“내일까지 여기 김 대표님과 오 사장과 의논해서 알려준다고 해.”
요원이 빠르게 말을 전하자 바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돌아나갔다.
도대체 국경수비대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직책을 저 새끼에게 맡긴 놈은 누군지 면상을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이나 중국의 정보국에서 기회를 엿보는 한국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보는 시선이 이렇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덜컹.
강찬의 막사로 김태진과 오광택, 요원, 그리고 주철범이 다시 들어왔다.
“2009년에 야당인 민주당이 최초로 대통령을 배출해서 장관과 굵직한 자리가 모두 교체되는 분위기라고 하더군. 물러나기 전에 한몫 챙겨야 한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하고.”
강찬의 표정을 읽었는지 김태진이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할 때 바트의 뒤를 좀 긁어주고, 러시아 마피아와 손잡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저는 여길 떠날 사람입니다. 대표님이 광택이와 상의해서 결정하시면 반대하지는 않겠습니다.”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 거지?”
강찬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상납금이든, 관리비든, 한번 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또 여기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점점 더 요구가 커지지 않을까요?”
“우리 규모가 커지면 저들도 함부로 달려들지 못할 게 아닌가?”
“글쎄요?”
강찬은 오광택을 슬쩍 보았다.
“나중에는 반드시 요구가 더 커질 겁니다. 받아먹던 버릇에 공장설비까지 해야 하니까요. 또 돈이 나오는 곳이란 인식이 박히면 그땐 정말 죽기 살기로 덤벼들 게 됩니다. 그 돈으로 유지되던 것들을 지키려면 저놈들도 어쩔 수 없지요.”
“그건 그렇지.”
오광택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찬의 말을 받았다.
“상납금이라는 게 한번 받으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건 찬이 말이 맞습니다.”
“흠. 그렇다고 자네가 빠져나간 상태에서 저들하고 싸우기도 그렇고.”
“2진은 언제 옵니까?”
“아무리 빨라도 3주는 걸린다고 봐야지.”
“그중 전투 인원은요?”
“전에 비무장지대 출신 선후배들이 있어서 상현이와 함께 들어올 거야. 출국에 제한이 걸린 친구들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렸어.”
강찬의 시선을 받은 김태진이 입맛을 다셨다.
“뭐, 제대하고 밖에서 살다가 이런저런 죄를 지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강찬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
강쳘규는 소총의 감촉을 느끼며 어둠이 깔리는 황야를 살폈다.
살면서 다시 방아쇠를 당길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피처럼 붉은 노을 보며 어쩌면 소원이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이곳에서 죽는다.
김태진이 아들의 유품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고, 무엇보다 강찬이란 인물이 아들을 알고 있다고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마터면 강철규는 강찬에게 매달릴 뻔했다.
녀석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평소에는, 그리고 전투에서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버지?
개뿔이 아버지다.
강철규더러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고 해도 당장 달려들어 멱살을 쥐고 바닥에 패대기치고 말았을 거다.
강찬이 고맙기까지 했다.
아들을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었다는 것이.
아직 스물이 되지 않았……, 이제 스물이 된 그의 눈빛을 보면서 젊었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면 그가 믿을까?
개처럼 짖으라면 짖을 거고, 매일 밤 이렇게 경계를 서라면 또 그럴 거다.
아들?
사진을 보고 봐도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그저 그 생각만 들었다.
죽은 아들이다.
이런 감정이나 미안함, 그리고 뒤늦은 후회를 아들은 알지 못한다. 죽었으니까.
나이를 먹었다.
그래서 지금은 아들을 생각하면 울컥 눈물이 올라올 때가 있다.
미안하다, 아들아!
소리라도 크게 질러보고 싶었다.
커다랗게 울면서 후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아들을 욕보이는 짓처럼 느껴졌다.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게 죽게 만들어 놓고 죽은 다음에 혼자 마음 편하자고 소리 지르고 울부짖어?
울 자격도 없는 몸이 그렇게 하는 건, 개만도 못한 짓이다.
이곳이라면, 지금의 몸 상태라면, 금방 갈 것 같다.
그때는 네 마음대로 욕하고 침 뱉고, 주먹질해라. 그렇게 해서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라.
너무 지옥 밑바닥에 떨어져서 그게 힘들다면 아득바득 위로 올라가마.
강철규는 어둠에 거의 잡아먹힌 땅끝을 보았다.
찌이잉.
뒤통수에서 갑자기 끔찍한 고통이 올라왔다.
그래서 강철규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 끝으로 웃었다.
이 고통이 아들을 죽게 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이 고통의 끝에 죽음이 있기를 바란다.
만약 적의 손에 죽는다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었으면 싶다.
고통을 못 이겨 발버둥 치는 것으로 죄를 조금이나마 대신하고 싶었다.
조국을 위해 살았다.
대원들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살았다.
선택은 강철규가 한 것 맞다. 그러니 그에 대한 대가도 본인이 치르는 것이 맞다.
철컥!
강철규는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여서 빠르게 소총을 어깨에 걸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다.
특히나 강찬은.
아들 일에 분노해 주는 남자를 건드리게 하지는 않을 거다.
비무장왕.
너희는 이 이름의 무게를 모른다.
강찬은 내 손으로 지킨다.
그래서 그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게 할 거다.
강철규의 눈빛을 봤을까?
늑대 몇 마리가 이쪽을 향해 머리를 들고 꼼짝도 않고 있었다.
철커덕.
강철규는 소총을 다시 오른팔에 걸었다.
***
“알았소. 이쪽은 나흘 뒤에 출발할 거요.”
[“그렇게 빨리?”]
“내일 국회 동의를 통과하면 바로 출국할 거라는 통지가 있었소.”
석강호가 시선을 돌려서 힐끔 차동균을 보았다.
“그나저나 밤에 괜찮겠소? 낮에 왔던 놈들이 모조리 죽어 자빠졌으니까 아무래도 복수 같은 거 하려고 들 거 아니오?”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국경 수비대가 있으니까 그럭저럭 넘어갈 것 같은데 내일이 문제지.”]
“전기는요? 전화기 충전이나 할 수 있겠소?”
[“휘발유로 도는 발전기가 따로 있어.”]
“어지간한 시설은 다 있는 거네!”
[“확!”]
석강호가 킬킬거리면서 웃었다.
“이쪽은 걱정하지 말고 잘 있다가 넘어오쇼. 그나저나 대장이 넘어오면 거기가 걱정이오.”
[“그러게. 그렇다고 2진이 3주 뒤에나 온다는데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고, 영 지랄 같다.”]
“상황 봐서 움직여요.”
[“알았다. 하여간 조심해라.”]
“알았소.”
전화를 끊은 석강호가 담배를 집어 들었다.
찰칵.
“저쪽이……. 후우. 상황이 별로 안 좋은 모양인데? 오늘 벌써 마피아와 한판 해서 여섯 잡고 미스트랄까지 뺏었다는데.”
“러시아 마피아라고 말만 들었는데 그 정도 무기를 들고 나타날 정도인가 보군요.”
“아흐! 남 걱정할 때 아니다. 피워.”
석강호가 담배를 건네자 차동균이 받아들었다.
“통역은?”
“아까 들어가는 거 같던데요? 처음 손발을 맞추려니까 아예 죽을 맛인 모양입니다.”
“푸흐흐흐.”
석강호가 잔인하게 웃었다.
“사무실에서 통역이나 하던 놈을 데려다가 냅다 실탄을 갈겨댔으니 오줌 안 싼 게 장하다.”
차동균이 소리도 내지 못하고 흐느끼듯 웃었다.
“그 새끼들 내일 안 나오는 거 아니냐?”
“그래도 군인들인데요.”
차동균은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