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37화 (237/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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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누구 마음대로?

철컥!

강찬은 M16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전기 있어?”

“있습니다.”

주전자를 들었던 요원이 강찬의 표정을 보고는 빠르게 무전기와 소총을 들었다.

“무전으로 요원들 소집하고, 시간이 걸릴지 모르니까 마스크와 장갑 착용해.”

“알겠습니다.”

강찬의 능력을 잘 아는 요원이다.

명령과 동시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스크를 착용했고, 강찬도 오토바이를 탈 때나 씀 직한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렸다.

끼이익.

문을 열고 나섰을 때였다.

치이잇. “요원들 무장하고 집합해라.”

뒤따라 나서는 요원이 무전기에 대고 명령을 전달했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거칠게 강찬을 쓸고 지났다.

두툼한 바지, 덩치를 반 이상 커 보이게 하는 커다란 방한 점퍼, 마스크에 군밤 장수처럼 보이는 방한화까지! 복장만 보며 괴뢰군이 따로 없다.

바람이 약이 오른 미친년처럼 사방으로 불어닥쳤다.

‘어디지?’

사방이 뻥 뚫린 평야인데 이리저리 놓인 막사가 바깥으로 향한 시야를 가린다. 바람을 막는 구조겠지만, 경계를 감안한다면 이걸 설치한 놈에게 욕을 바가지로 퍼붓고 남았다.

후다다닥! 철컥! 철컥! 철컥!

김태진과 요원들이 비슷한 복장으로 소총 소리를 내며 달려 나왔다.

“무슨 일이야?”

“적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바깥쪽을 볼 수 있는 망루가 있나요?”

강찬의 말에 요원이 몽골 수비대에게 빠르게 말을 건넸다.

“앞쪽 막사에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답니다.”

“가보자!”

우르르!

강찬의 눈빛을 본 요원들이 서둘러 달렸다.

국경 수비대원의 말대로 가장 앞쪽에 있는 막사 뒤편으로 좁은 계단이 있었다.

염병할! 옷이 두꺼워서 동작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강찬은 최선을 다해 위로 올라갔다.

휘이잉! 후아아앙! 휘이이이이!

미친년이 양팔을 휘젓는 것처럼 바람이 달려들었다.

아직 해가 남은 시간이었다.

오른팔에 소총을 걸친 강찬이 사방을 둘러보는 동안, 김태진과 요원들, 그리고 몽골 국경 수비대 한 놈이 위로 올라왔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찬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1월이다.

해가 떨어지는 방향은 당연하게 서쪽에서 북쪽으로 12도 기울어진 방향일 테니까……. 이런 거? 특수팀에 가면 다 배운다. 이런 황량한 곳에서 물 구하는 법, 방향 가늠하는 법, 그리고 비트 파는 법까지.

강찬은 다시 한 번 날카롭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시거리가 상당해서 대략 2㎞ 안쪽까지 충분히 살필 정도였다.

두근두근. 후욱후욱.

심장은 아직 급하게 뛰고 있었고, 호흡 소리도 분명하게 들렸다.

김태진이 궁금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을 때였다.

멀리서 피어오른 흙먼지가 아스라이 보였다. 이 정도면 너끈히 5㎞ 바깥이다.

“저것들을 아느냐고 물어봐!”

요원이 국경 수비대원에게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러시아 마피아랍니다. 차량 세 대로 온답니다.”

차량 숫자를 확인했다고?

이게 무슨 독수리 새끼도 아니고?

강찬이 돌아보았을 때 국경수비대원은 막사를 내려가고 있었다.

흙먼지는 똑바로 막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뭐지?

앞을 노려보던 강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몽골 수비대에 저격용 총이 있나 물어봐. 사거리가 1㎞ 넘는 놈! 서둘러!”

요원이 무전기를 받아서 빠르게 몽골말을 지껄였다.

“무슨 일이야?”

“미스트랄이나 이글라를 갈기면 지금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 총으로 1㎞ 바깥을 잡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강찬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없답니다.”하는 답이 있었다.

이거였구나!

강찬은 입구에 세워진 트럭과 지프를 보았다.

“저 차 키를 받아와! 그리고 운전 한 명, 엄호할 인원 한 명이 필요해!”

“알겠습니다.”

“앞쪽 막사에 있는 사람 있으면 전부 뒤쪽으로 대피하라고 하고, 대표님! 여기서 엄호해주세요!”

“알았다.”

철컥! 철컥!

막사 위의 요원들이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자세를 잡았다.

그 사이 통역을 맡은 요원이 먼저 계단을 내려갔고, 강찬을 따르던 요원이 다른 요원 한 명과 함께 아래로 내려왔다.

“키는?”

“요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미화로 천 불을 달랍니다.”

“이런, 이 씨……!”

지프 앞에 있던 강찬이 이를 악물었는데 방법은 없었다. 잠시 후, 통역하던 요원이 급하게 열쇠를 가지고 왔다.

부르르릉! 부릉! 부르릉!

운전석과 조수석에 요원 둘이 앉았고, 강찬은 뒤편에 서서 안전 바에 소총을 걸었다.

이 개새끼들은 지프에 M60 하나 없이 왔다.

“무전기 챙겼어?”

“여기 있습니다.”

엄호를 맡기로 한 요원이 손에 무전기를 들어 보였다.

“출발해!”

부우우우웅!

지프가 빠르게 막사를 빠져나갔다.

씨발!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눈알이 얼어서 깨지는 것 같았다.

부우우웅! 휘이이잉! 휘이이잉!

“미사일 날릴지 모르니까 최대한 틀어서 움직여!”

지프의 거친 엔진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마스크 때문에 악을 써도 제대로 뜻이 전달되지 않았다.

강찬은 요원을 향해서 왼손을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건 지정된 동작이 아니어서 상황을 보고 이해해야 했다.

“600에서 700m까지 가까이 가야 돼!”

상체를 수그려서 악을 쓰자 운전석의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덜컹! 덜커덩! 휘이이이잉!

거리가 1킬로쯤 되었다.

철커덕!

강찬은 안전바에 왼쪽 팔을 걸치고 소총을 들었다.

후욱후욱.

보인다.

미친년 바람이 파고들어서 눈물이 가득 고인 눈에 적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역시!

몽골 국경 수비대원의 말대로 지프 두 대와 1톤 군용 트럭이었다.

염병할!

그런데 1톤 트럭의 뒤에 장착된 것은 확실히 미스트랄이었다.

아직 멀다.

다행이라면 미스트랄은 차를 세우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였다.

저게 막사 가운데 떨어지면?

타아아아앙! 타아아아앙!

그때였다.

요란한 총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가장 앞에서 달리던 지프가 방향을 잃고 커다랗게 틀어졌다.

누구지?

지금은 뒤를 돌아볼 틈이 없었다.

타아앙! 타아아아앙! 타아앙! 타아아아앙!

이렇게 넓게 펼쳐진 땅에서는 총소리의 길이가 다르게 들린다.

강찬이 두 번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앞에 들렸던 총소리가 또 두 번 섞였다.

남은 지프가 또다시 방향을 커다랗게 틀었고, 미스트랄을 실었던 트럭의 속도가 뚝 떨어졌다.

“가! 가! 똑바로 달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바보다.

강찬은 앞으로 달리라고 악을 썼다.

거리는 어느새 500m 안쪽이었다.

타아앙! 타아앙!

강찬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고,

타아아아앙! 타아아아앙!

멀리서 또다시 두 번의 총소리가 울렸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M16으로 1㎞ 거리의 적을 맞출 수 있는 거지?

부우우우우웅!

기회를 잡았다고 여긴 요원이 속도를 높였다.

타아앙! 타아앙!

강찬은 마지막으로 방아쇠를 당겨 미스트랄을 실은 트럭을 갈겼다.

퍼석! 퍼석!

조수석 유리가 깨지는 것과 타고 있던 적의 몸뚱이가 기울어지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부우우우웅! 끼이이익!

와다닥!

셋이서 급하게 달려나갔다.

강찬은 소총을 겨눈 채로 가장 앞에 있던 지프로 달렸다.

철컥! 휙! 휙!

두 놈 모두 목과 대가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기울어져 있었다.

후욱후욱!

바로 옆의 지프를 확인한 요원이 소총을 겨눈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은 빠르게 마지막 남은 트럭으로 향했다.

털썩!

먼저 달려간 요원이 조수석 문을 열고 죽은 적을 당겨내고 있었다. 이마가 터져서 대가리에서 하얀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철컥! 철컥!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셋이서 트럭의 뒤까지 완벽하게 확인하고 나자 긴장이 풀렸다.

“이걸 끌고 갈 요원 몇 명 더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강찬은 막사를 돌아다보았다.

도대체 누가 이 거리에서 모가지를 뚫은 거지?

하긴 독수리 새끼 같은 눈을 가진 놈들이니까?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눈이 좋은 것과 총의 성능이 좋아지는 건 다른데?

김태진이?

강찬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증평에서 실탄훈련을 할 때 보았던 김태진의 모습으론 기대하기 어려운 실력이었다.

그 사이 요원 두 명은 적의 시체를 차에서 끌어내 바깥에 떨어트렸다.

죽은 적은 확실하게 확인하는 게 맞다.

또 사용료를 내야 해서인지 막사 쪽에서 차가 출발한 건 5분쯤 지나서였다.

휘이이이잉! 휘이잉!

적의 대가리에 묻은 피가 바싹 얼어서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놈들은 이미 동태처럼 딱딱해진 거다.

요원 넷과 국경 수비대원이 트럭으로 달려왔다.

적의 시체를 실으려던 순간이었다.

국경 수비대원이 막아서며 뭐라고 말을 지껄였다.

“이대로 두면 늑대들이 알아서 치운답니다. 시체를 가져가도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하잡니다.”

어차피 이 새끼들에게 처리를 부탁할 참이었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국경 수비대원이 시커먼 얼굴로 씨익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해.”

강찬은 말을 마치고 지프의 뒤에 올라탔다.

아직 요원들은 막사 위에 있었다.

부우우웅. 덜컹! 덜컹! 휘이이잉! 휘이잉!

강찬은 남겨진 시체들을 돌아보며 욕을 삼켰다.

러시아 놈들이다.

하지만 반대로 따지면 아군 중 누군가 죽어도 저렇게 시체를 늑대 밥으로 남길지 모르는 거다.

지긋지긋한 바람을 뚫고 막사로 돌아오자 김태진과 요원들이 몰려왔다.

“미스트랄은 분해해서 막사 위에 설치해.”

“알겠습니다.”

요원 셋이 바로 트럭 뒤로 움직였다.

“총은 누가 쐈습니까?”

“강 선배다.”

그 늙은이가?

강찬은 놀란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 미스트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염병할, 늙은이!

최소한 밥값은 하겠다.

“야! 여기 이거, 정말 살벌한 동네네!”

오광택이 투덜거리며 유리창이 깨진 차들을 살필 때였다.

“몽골 국경수비대가 차량과 무기는 자기들이 가져가야 한다는데요?”

통역하는 요원이 강찬에게 다가와 난처한 기색으로 말을 건넸다.

“여기 최고 책임자가 어떤 새끼야?”

“바트라고 국경수비대장입니다.”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강찬의 말을 들은 요원이 사라졌다가 1분쯤 뒤에 중년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키가 작았고, 두껍게 누빈 공산당 당 간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 말 그대로 통역해.”

“알겠습니다.”

바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강찬을 바라볼 때였다.

“차를 사용할 때 돈을 받은 것까지는 참겠다.”

요원이 빠르게 몽골말을 지껄였다.

“지금부터 헛소리를 한마디라도 지껄이면 중국의 특수팀을 부르던가 돌아가겠다.”

바트가 강찬을 날카롭게 보았다가 통역에게 뭐라고 중얼거렸다.

“오해랍니다. 돈은 돌려주어도 좋은데 국경에서 획득한 무기의 소유권은 원래 국경 수비대에 있는 것이 맞는답니다.”

“이 개새끼가!”

강찬의 욕을 바트는 알아듣는 눈치였다.

“지금 바로 중국에 전화하겠다고 전해. 그래서 중국 정보국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겠다고 하고.”

요원이 뚝딱거리는 몽골말을 쏟아내는 참이다.

“우리가 필요한 무기와 병력 신청할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전하고.”

말을 마친 강찬은 똑바로 바트의 눈을 바라보았다.

씨익.

누렇게 때가 낀 이빨을 드러내며 바트가 웃었다. 그리고는 짧게 몽골말을 지껄였다.

“그럴 필요 없답니다. 원하는 대로 하시랍니다.”

고개를 두어 번 끄덕여 준 강찬은 요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 몇 시야?”

“이곳 시간으로 오후 5시 20분입니다.”

“미스트랄 설치할 수 있겠어?”

“고정하려면 장비도 필요하고 당장 밤에 작업하기는 어렵습니다.”

요원이 답을 한 직후였다.

바트가 또다시 뭐라고 말을 걸었다.

“천 불만 주시면 막사 위에 설치해 주겠답니다.”

하마터면 개머리판으로 바트의 이를 모조리 부술 뻔했다.

이 개새끼는 연장을 빌려달라는데도 돈을 달라고 할 거다.

“당장 설치하는 것으로 하고, 설치된 걸 내가 확인한 뒤에 제대로 됐으면 지불한다고 해.”

요원의 말을 전해 들은 바트가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강찬은 그만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게 너희 사는 방식이겠지!

미스트랄이 설치된 것과 아닌 것의 차이를 계산하면 참을 만한 금액이었다.

강찬은 짧게 바트의 손을 잡아준 뒤에 김태진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무래도 경비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었다.

바트가 또 뭐라고 말을 지껄였다.

이 개새끼가 혹시 한국말을 아는 거 아냐?

이번에는 통역을 맡은 요원도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뭐래? 천 불을 주면 경계도 서 주겠다는 거야?”

“하룻밤에 2천 불 달랍니다.”

강찬과 요원, 심지어 김태진과 주위에 있던 오광택까지 웃었다. 그만큼 기가 막힌 대꾸였고, 또 뻔뻔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경계는 이 새끼들을 믿기 어려워. 그러니까 한 시간씩 교대로 올라가는 걸로 하자. 혹시 모르니까 핫팩 챙겨온 거 있으면 전부 모아 봐.”

“알겠습니다.”

강찬은 일단 경계를 세우기로 했다.

안느에게서 받은 모니터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1분이라는 시간 차이가 마음에 걸렸다. 1분이면 적이 다가와서 미스트랄을 편안하게 갈기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강찬은 일단 막사 안으로 움직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따끈한 온기가 훅하고 달려들었다.

철컥!

소총을 한쪽에 세우고, 마스크를 떼어냈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응, 그러자!”

커피 한잔 마시기 더럽게 힘든 동네다.

요원이 건네준 종이컵을 받고 담배에 불을 붙일 때 김태진과 오광택이 들어섰다.

“그러지 마! 그렇게 하면 내가 불편하다니까!”

강찬이 담배를 끄려 하자 김태진이 손짓까지 하며 말렸다.

“우리도 커피 한 잔 줄 수 있나?”

“알겠습니다.”

이곳의 요원들은 모두 김태진의 명성을 안다. 요원이 공손하게 답을 하고 주방으로 움직였다.

“내일부터 나하고 우리 애들 전부 사격 훈련 하기로 했다.”

강찬이 적당히 담배를 끄는 것을 보며 오광택이 말을 건넸다.

“이야! 오늘 보니까 거, 영감님 솜씨 굉장하더라!”

이 새끼는 무슨 말을 하려고 온 거지?

강찬의 시선을 피한 오광택이 잽싸게 요원이 건네주는 종이컵을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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