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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미안하다, 아들아.
“찬이가 진짜 하는 일은 뭐야?”
“알면 다친다.”
미쉘이 파랗게 빛나는 커다란 눈으로 웃었다.
“갑자기 바뀌어서 온 거야. 어느 날 갑자기 훌쩍 성장한 느낌인 거 알아? 나보다 어렸던 사람이 같은 나이처럼 느껴지다가 지금은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보여.”
미쉘이 담배를 집어서 입에 물었다.
찰칵.
강찬이 라이터를 켜주자 고개를 숙인 미쉘의 기다란 속눈썹이 매력적으로 깜박였다.
“이해가 안 되는 남자는 정말 매력 있어. 내 것이 안 될 것 같아서 더 끌리기도 하고. 거기에 차니는 처음부터 미영이라는 여자에게 집중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일 수도 있지.”
강찬이 픽 하고 웃으며 커피잔을 들었을 때였다.
“내가 이렇게 매달리는 것을 받아주는 것도 고마워. 하지만 한 가지 바람은 있어.”
“그게 뭔데?”
“그걸 몰라?”
“모르겠는데?”
정말 몰라서 물어본 거다.
“가끔은 좀 뜨거워져도 돼. 그게 나든, 미영이든.”
“어휴!”
미쉘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뭐가 문제야?”
“네가 문제다.”
이번엔 소리까지 내면서 웃었다.
역시나 주변에 있던 사내놈들이 힐끔거리면서 미쉘의 얼굴과 가슴을 힐끔거렸다.
“왜 결정적인 때 도망가?”
“도망은 누가 도망을 가?”
“그렇잖아? 나한테는 미영이가 걸린다고 하고, 미영이는 어려서 그런다, 감정이 정리되질 않는다, 그렇게 핑계만 대고 있잖아?”
“야, 그럼 고등어를 어떻게 하라고?”
“누가 들으면 30대 아저씨가 하는 소린 줄 알겠어.”
당장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강찬은 미쉘을 빤히 보았다.
“솔직해도 돼. 감정이 이끄는 대로, 몸이 원하는 대로 해도 돼. 나랑은 부담 갖지 않아도 되는 거고, 미영이는 정말 사랑하는 거니까 괜찮은 거고. 나중에 미영이가 후회할 거라는 핑계로 도망 다니는 건, 지금 미영이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야.”
강찬이 고개를 갸웃하자 미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미영이가 차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알지?”
그런가?
질문을 받고 보니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알고 있잖아? 차니 말대로 아직 고등어인 애가 차니 전화만 기다리고 있는 거야. 걔가 싫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언제고 전화하면 반갑게 받아주는 것도 알면서 왜 그 친구한테도 솔직하지 못해?”
“그건…….”
분명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당장 어떤 이유인지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차니. 난 언제고 괜찮아. 이런 사랑을 처음 해보는 거라서 지금 이런 순간이 진심으로 행복하고 감사해. 하지만 미영이는 달라.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잖아? 내가 보기에 부모님 두 분도 서로 사랑하고 계시는 거 같은데 도대체 무슨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렇게 겁내?”
“겁을 낸다고?”
“그렇잖아?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겁을 내잖아? 누군가 가슴에 담기는 것이 무서운 사람처럼.”
커다랗고 파란 눈을 한 미쉘이 강찬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랑 자는 것은 감정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쳐. 그리고 난 차니의 그런 모습에 이렇게 빠져든 거고. 그럼 미영인? 자는 게 아닌데, 감정만으로 충분히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건 뭐가 겁나? 고등학생이라서? 그건 너무 비겁한 변명인 거잖아? 만약 미영이가 차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지금 차니는 미영이에게 너무 잔인한 거야. 기약 없는 기다림을 주는 거니까.”
이게 오늘 왜 이렇게까지 나오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강찬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
“답을 모르겠으면 그냥 내 얘기대로 해.”
“어떻게?”
“나랑 시원하게 하루 자고!”
“야!”
미쉘이 깔깔대며 웃었다.
“내일 출국하기 전에 미영이 만나서 조금은 진심을 전해 줘. 차니가 누구에게도 비겁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차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나직하게 숨을 들이마셨고, 그보다 길게 내쉬었다.
지금의 감정들을 어떻게 다 이해시킬 수 있을까?
“내 생일 다음 달이다.”
“뭐?”
“생일 선물 잊지 않았지?”
강찬이 픽 하고 웃자 미쉘이 눈과 입술을 길게 늘이며 미소 지었다.
“프랑스 여자는 프랑스식으로, 한국 여자는 한국식으로 만나라고.”
“그런 거 안 되는 거 알지?”
“난 생일 선물만 받으면 돼.”
강찬이 웃자 미쉘이 따라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2시쯤이었다.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프랑스 대사관 요원 한 명이 찾아와서 우희승과 함께 올라왔다.
“정보국에서 보낸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요원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45㎝가량 되는 네모난 상자들 가져왔다. 두께는 20㎝쯤 되었다.
수령증에 강찬의 사인을 받은 요원은 곧바로 돌아갔다.
누런 종이상자다.
우희승이 커터칼을 가져와 테이프를 잘라내자 가로, 세로 30㎝의 정사각형 평면 모니터가 나왔다.
전기 코드가 3선이라 당장 쓰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강찬은 내용물을 확인하고 안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느입니다, 무슈 강.”]
“모니터를 보냈던데 이게 뭐지?”
[“위성에서 포착한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수신기입니다. 전원을 연결하면 세 대의 위성이 오른쪽에 표시되고 터치한 위성이 잡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원이 안 맞는데?”
[“한국의 경우는 가운데 접지선을 잘라내시면 아무런 지장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몽골에서는 UPS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지금도 작동되나?”
[“몽골 현지 위성 하나, 아프리카 위성 두 대가 자동으로 연결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분실이나 탈취되었을 경우, 정보총국에서 파괴할 수 있습니다.”]
“좋은데? 고마워, 안느.”
[“무슈 강, 정보총국의 부총국장인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또 연락하지.”
전화를 끊은 강찬은 우희승에게 접지선을 자르게 하고 전원을 연결했다.
대략 2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실제로 오른쪽에 얇은 세 개의 칸이 표시되었고, 나머지 화면에는 강찬이 있는 건물이 비쳤다.
“뭐야? 이 정도면 오늘 내가 뭘 먹었는지도 알겠는데?”
“이건 정말 굉장합니다.”
최종일과 우희승, 이두희도 감탄하며 시선을 빼앗길 정도였다.
모니터는 손가락을 이용해 화면을 움직일 수도 있었고, 축소와 확대가 가능했다.
“염병할.”
강찬은 나직하게 욕을 뱉어냈다.
이런 첨단 기구를 이용하는 나라를 상대해야 하는 거다. 모르긴 몰라도 전화 한 통만 해도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영국, 미국, 러시아, 독일도 거의 이 정도 수준이라고 봐야 하는 게 맞다.
강찬은 새삼 정보전의 능력 차이를 실감하고 있었다.
모니터에 표시된 다른 위성을 선택하자 아프리카와 몽골 지역으로 보이는 평야가 나왔다.
이것도 신기하다.
“이거 김 팀장님께 전해 드려.”
“그래도 되겠습니까?”
“내가 들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쓸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최종일이 전원을 뽑아서 상자에 정리할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강찬의 전화가 울렸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일은 드물다. 가끔 엉뚱한 광고 전화가 오기는 하는데 개인 번호가 이렇게 뜨지는 않아서 강찬은 일단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박철수 대령입니다. 혹시 강찬 부원장님 되십니까?”]
“예, 제가 강찬입니다.”
[“갑자기 전화 드려서 죄송합니다. 괜찮으시면 잠깐 뵙고 싶습니다. 시간 어떠십니까?”]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대뜸 전화를 걸었다. 쇳소리가 섞여서 시간을 안 내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지금 어디신데요?”
[“삼성동입니다.”]
“김형정 팀장님과 같이 계신가요?”
[“그렇습니다. 김 팀장님께서 전화하겠다는 걸 제가 직접 했습니다.”]
이 남자도 참 직선으로만 살았구나 싶은 음성이었다.
“그렇다면 함께 와 주실 수 있나요? 마침 김 팀장님께 전해드릴 것도 있어서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각이 딱 선 답이 있고 나서 잠시 틈이 있었다. 아마도 김형정에게 시간이 어떤지를 묻고 있는 듯싶었다.
[“지금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웃음이 먼저 나왔다.
“박철수 대령이 이리 온다는데? 김 팀장님과 함께 온다니까 그건 이따가 바로 전해드리면 되겠다.”
“알겠습니다.”
우희승이 안쪽에서 적당한 가방을 가져와 모니터 상자를 안에 담았다.
***
“그냥 형님이라고 부릅시다.”
오광택의 사무실이다.
강철규는 힐끔 시선만 주었을 뿐 대답이 없었다.
“나이가 많아서 기분 나쁘신 거면 그런 건 죄송합니다. 그런데 워낙 이렇게 살아와서 이사님 소리가 입에 안 붙는 걸 어쩝니까? 눈빛도 그렇고, 그냥 형님이라고 합시다.”
피식.
강철규는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형님은 얼굴은 전혀 다른데 이상하게 표정하고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 그 웃음이 정말 강찬이하고 똑같습니다. 나중에 정말 한번 따져봅시다. 혹시 먼 친척 아니요?”
“나는 몰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어야지?”
“희한하지. 저 말투도 그렇다니까.”
“태진이도 그러던데, 그 친구가 그렇게 나하고 닮았나? 아직 20살이 안 되었다던데?”
“말도 마십쇼. 숫제 괴물입니다, 괴물. 그런 놈이 깡패 했다면 난 더 빨리 은퇴했을 겁니다. 괜히 그놈한테 잡아 먹혀서 망신당하느니 얼른 물러나는 게 좋지요. 주차장 박기범이를 혼자 주저앉혔을 때도 놀라기는 했지만, 이 정도 괴물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강철규의 눈을 본 오광택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형님. 목도 깔깔한데……, 아! 술을 안 한다고 하셨지? 그럼 시원한 거 한잔 마시면서 그 얘기나 좀 들려드릴까?”
강철규가 픽 하고 웃자 오광택이 고개를 저으며 인터폰을 들었다.
“야! 여기 맥주 500 한잔하고, 주스도 500잔에 하나 가져와.”
강철규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오광택을 보았다.
***
“박철수 대령입니다.”
“강찬입니다.”
레슬링선수 출신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다부진 체형이었는데 키는 175 정도였다. 무엇보다 완전하게 무너져서 흔적만 남은 왼쪽 귀가 레슬링선수라는 확신이 들게 했다.
강찬에게 경례를 먼저 한 박철수는 답례를 하기도 전에 손을 내밀었다.
꽈악.
악력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강찬의 손을 잡은 박철수의 눈가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앉으시죠.”
“사무실이 좋습니다.”
뻥 뚫린 공간에 여기 탁자 하나, 그리고 구석에 책상과 별도의 탁자 하나가 전부인 공간이다.
검은색 진 바지에 폴라티, 항공점퍼를 입은 박철수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탁자에 앉았다.
이두희가 차를 가져다주자 박철수가 힐끔 보고는 짧게 눈인사를 했다.
“바쁘실 줄 알면서도 몽골로 출국하시기 전에 뵙고 싶어서 제가 여기 김 팀장님께 졸랐습니다.”
“제가 증평에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갔습니다.”
“아닙니다.”
마치 갓 입대한 신병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박철수는 행동과 말이 딱딱 부러졌다.
“담배 하시나요?”
“이런 사무실에서 피워도 됩니까?”
“안 피우시면 서운했을 것 같은데요?”
입술을 길게 쭉 늘여서 웃어 보인 박철수가 점퍼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이 양반은 웃는 것도 각이 있다.
“여기 있습니다.”
국산 담배다.
그것도 가격이 가장 싼 담배.
강찬은 두말하지 않고 박철수가 건넨 담배를 받고 박철수와 김형정에게 라이터를 켜주었다.
“박 대령이 부원장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저도 뵙고 싶었었는데요.”
차를 마시고 담배를 물자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박철수가 재떨이에 담배를 확실하게 꺾어서 끈 후에 입을 열었다.
“제가 증평의 특수팀을 맡기로 한 것은 최성곤 장군님의 뜻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모르지만, 아직 본론이 나오지 않아서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었다.
“군에서 내려오는 부당한 지시는 제가 다 막아내겠습니다. 대신 특수팀은 지금처럼 부원장님께서 관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강찬의 의아한 시선을 받은 박철수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3공수 시절에 예편하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최 장군께서 저를 붙잡으셨습니다. 저 같은 군인이 필요한 때가 반드시 온다고, 그때 저 같은 군인이 없어서 이 나라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지 못한다면 최 장군이나 저나, 증평의 특수팀 모두 나라에 죄를 짓는 거라고, 이제 제가 할 일을 찾았습니다. 제가 증평의 특수팀을 맡은 이유입니다.”
뒤통수로, 귀뒤로, 그리고 목을 타고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박철수의 표정, 음성, 눈빛은 강렬했다.
“최성곤 장군의 뜻을 저만큼 잘 아는 후임도 없을 겁니다. 그동안 세 번쯤 저를 데려오시려고 했는데 상부에서 반대가 워낙 심했습니다. 최 장군님 밑에 저까지 있으면 아예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었을 겁니다. 지금은 맡을 사람이 없으니까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껏 최 장군님이 하셨던 것처럼 방패막이가 되겠습니다. 대신 특수팀은 부원장님이 계속 지휘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말을 마친 박철수가 담배를 들었을 때, 강찬은 마법에서 깨어난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웃음이 나왔다.
이놈의 나라엔 왜 이렇게 멋진 남자가 많은 거지?
어쩌면 받아들이는 감정이 달라서일지도 모른다.
“박 대령님.”
“말씀하십쇼.”
박철수가 담배를 얼른 탁자 아래로 내렸다.
완벽하게 상관을 대하는 자세였는데 부원장이란 직급을 챙긴 건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존경심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최 장군님이 안 계셨다면 그동안의 작전은 없었을 겁니다.”
이번에는 박철수가 의아한 눈빛으로 강찬을 보았다.
“대원들을 그렇게 꽁꽁 하나로 묶어놓은 분이 안 계셨다면 아무리 기회가 되었더라도 작전에 나서지 못했을 겁니다.”
생으로 타는 담배 연기가 탁자를 타고 올라와 천장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언젠가는 특수팀이 홀로 움직여야 할 때가 생길 겁니다. 이번에 아프리카도 어쩌면 끝까지 제가 합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대령님이 한발 빠지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면 대원들은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같이 가실 거면 끝까지 같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겁니다. 저는 최 장군님이 그런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박철수가 씨익 웃으면서 담배를 껐다.
“부원장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주십시오.”
지금껏 듣고만 있던 김형정이 가장 만족한 웃음을 보였다.
***
“정말 이걸 못 보셨단 말씀입니까?”
“의도적으로 군과 관련된 건 피하고 있었다니까. 오죽하면 집에 TV가 없었겠나?”
김태진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강철규는 한쪽 벽에 걸린 대형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하는 한국 특수팀의 모습이 찍힌 화면이었다.
“저 친구가 강찬이라는 거지?”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강철규는 피식 웃으면서도 화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움찔!
강찬이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강철규의 몸이 금방에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움직였다.
김태진은 강철규의 번들거리는 눈빛, 한쪽 끝이 슬쩍 올라간 입술, 그리고 꽉 쥔 두 주먹만 보았다.
재활만 3년을 매달렸다고 했다.
아직도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눈빛이 번들거릴 때, 악착같이 다진 체형만 봐서는 지금껏 현역에서 생활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저 친구는 감을 아는군.”
김태진이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저런 건 느낌으로 아는 거다. 심장이 알려주지. 그리고 호흡을 셀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완벽한 살인 병기가 되는 거지.”
말을 마친 강철규가 이를 꽉 깨물면서 화면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