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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미안하다, 아들아.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석강호가 증평에 내려가 있는 그 일주일 동안, 김태진과 오광택은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몽골에 가겠다는 동생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적어서 직원을 더 보강해야 했고, 그들의 비자발급, 그리고 각종 장비 조달까지, 옆에서 봐도 일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강찬은 오전에 사무실에 나와 인터넷 검색과 전화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오후가 되면 꼬박꼬박 집에 들어갔다.
강찬은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미국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는 것.
그런데 김형정에게 듣고, 정보총국의 안느에게 물어서 알아낸 것들을 종합하면 강찬의 바람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권력에 빌붙어서 부와 힘을 누리는 놈들이 너무 많은 거다. 이 대한민국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부를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쓰는 게 뭐가 나쁜가. 그런데 그렇지 않은 놈들이 너무 많았다.
강찬은 입맛을 다셨다.
이틀 뒤면 몽골로 출발해야 하는데 제대로 갖춘 것은 하나도 없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요. 뭐하쇼?”]
이 새끼 목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독이 올라오는 것처럼 기운이 난다.
[“모레 출발한담서요. 내일 내가 올라갈까 했는데 그러지 말고 특별한 일 없으면 대장이 잠깐 왔다 가면 어떻겠소?”]
“고작 몽골 가는 거야. 갑자기 왜 이래?”
[“이쪽은 아프리카 가잖소? 애들이 출발하기 전에 대장 보고 싶어하는 거 같아서 그렇소. 그냥 한 번 들렀다 갑시다.”]
석강호의 넉살 섞인 말을 들으니까 또 은근히 대원들이 보고 싶기도 했다.
[“어떡할래요?”]
“갈게. 지금이……, 4시 좀 넘었으니까 저녁 같이 먹으면 되겠다.”
[“푸흐흐흐. 얼른 오쇼.”]
“그래.”
강찬은 전화를 끊고 최종일에게 증평에 가겠다는 말을 전했다.
“유슬이 얘기 들으셨습니까?”
“아니. 왜?”
“밥을 많이 먹는답니다.”
최종일이 몸을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여군이 될 거라는데 유슬이 엄마 말로는 돼지가 먼저 될 거 같답니다.”
강찬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늘 묵직한 최종일이 그런 말을 해서 더 웃겼는지 모른다.
***
“이건 정말……?”
“그렇지? 우연의 일치겠지만, 아들을 찾겠다고 결심한 이후에 자네가 찾아왔고, 다음으로 강찬이란 이름이 나온 거다. 그러니 내가 그렇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
김태진은 강철규가 꺼낸 사진 세 장을 번갈아 보았다.
“선배님을 꼭 빼다 박았군요.”
“난 그 녀석 얼굴도 기억이 잘 안 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김태진이 조심스럽게 시선을 들었다.
“심할 때는 머릿속을 꼬챙이로 헤집는 느낌이었고, 그걸 잊을 만큼 약과 술에 취하면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내 목숨을 노리는 것처럼 느껴졌었지.”
강철규는 시간이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보겠다는 듯 사진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그거 이해하나? 아들인 걸 아는데 한편으로는 내 목숨을 노리는 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 미안하고 불쌍하다고 느끼는데도 내 이성과 몸을 어찌하지 못하는 거.”
김태진을 슬쩍 본 강철규가 쓰게 웃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 지금도 끔찍할 정도로 약과 술이 그리워. 불명예제대로 쫓겨났었을 때, 마누라가 그러더군. 약과 술에 의지해서라도 좋으니 살라고. 나라를 위해 악착같았던 만큼 가족에게도 그렇게 악착같으라고. 그런데 약과 술에 손을 대면서 나는 아예 악마가 되어버린 거지.”
강철규가 낡아 버린 내복 상자의 안에서 통장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게 죽은 집사람이 아들 이름으로 적금을 들어둔 통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시키려고 했던 모양인데 아들놈이 먼저 움직인 거지. 그리고 전사 통지서를 받은 다음 날…….”
“병원에는 가 보셨습니까?”
“이쪽 머리에 박힌 파편을 꺼내자고 하던데 위험 부담이 커서 함부로 결정하기는 어려워.”
김태진의 나직한 한숨이 터진 다음이었다.
“이 녀석 이름도 강찬이지. 이 더러운 피를 이어서인지 그래도 용병으로 갔더군. 내가 군인이었던 걸 전혀 몰랐을 텐데.”
강철규가 사진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환갑이 낼모레인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할 테니까 이놈 유골, 아니 유품이라도 하나 찾을 수 있게 도와주게. 그래서 이 녀석 어미 곁에 놓아줄 수 있게 해 줘.”
김태진은 눈만 들어 강철규를 보았다.
‘이 양반은 아들을 찾으면 죽을 결심인 거구나.’
확신처럼 든 생각이었는데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 녀석이 마지막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게 가끔 궁금해.”
그때 강철규의 음성이 나직하게 들려서 김태진은 얼른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이 녀석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강철규가 아프게 웃으며 뒷말을 삼켰다.
***
증평에 도착했을 때 석강호와 대원들은 드럼통을 잘라 만든 화덕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어서 오쇼.”
집게로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은 석강호가 기름기 번들거리는 주둥이로 강찬을 맞았다. 그리고 다가온 대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박 대령은?”
“그 양반 첫날 이후로 한 번도 안 나왔소.”
나무젓가락을 받은 강찬은 궁금한 시선을 들었다.
“이번 아프리카 파병도 자기는 구경만 할 테니까 동균이더러 다 알아서 하라고 했답디다. 뭘 알고 그러는 건지, 게을러서 그러는 건지……?”
“박 대령님은 게을러서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차동균이 고기를 집어서 왼손으로 받치고 입에 넣었다.
“워낙 야전에서 충돌이 많았습니다. 작전 장교분들이 오면 적당히 챙겨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인사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양반들을 개무시 하는 바람에 그런 평판이 생긴 겁니다.”
뜨거운 고기를 입안에 굴려가면서도 차동균은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했다.
“일단 지켜보자. 그리고 이번에 아프리카에 가면 우선 제라르에게 많이 의지하는 게 좋아. 통역은?”
“두 명이 함께 갑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고기 같이 먹고 커피잔 들고 함께 킬킬거린다.
몽골에 들렀다가 아프리카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 지금 이 인원이 모두 살아있다는 보장은 없다.
적당히 먹었고, 배가 뚫린 윤상기와 통화도 했다.
서울로 출발하는 길에 대원들이 우르르 나와 막사 앞에 섰다.
“간다.”
“몸조심하고 아프리카에서 봅시다.”
강찬은 피식 웃어준 다음 승용차에 올랐다.
부대에서 빠져나와 국도에 올라탄 다음이었다.
“몽골에 출발하시면 저희 셋은 이쪽으로 합류해서 아프리카로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최종일이 운전석 뒤에서 강찬을 향해 말을 건넸다.
“이번엔 군 특수팀만 된다면서?”
“석 선생님의 경우와 같습니다. 대 테러 특수팀 신분으로 파병 나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강찬은 픽 하고 웃었는데 내심 든든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어디 가서 이 정도 되는 실력자를 구해오겠나? 게다가 함께 움직인 작전만 해도 적지 않아서 경험도 풍부했다.
강찬이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답이 됐다.
***
새벽에 눈을 뜬 강찬은 달리기를 마치고 샤워를 한 후에 아침을 먹었다.
“내일 출발이지?”
“예.”
“이번엔 위험한 거 없는 거지?”
“여보? 전에 위험한 일이 있었던 적 있어?”
강대경이 아차 하는 얼굴을 했을 때 유혜숙이 두 사람을 번갈아 살폈다.
“유라시아 철도 일은 항상 위험하잖아요. 전에도 발표회장 일도 그렇고, 그래서 그러신 거예요.”
“그럼! 그러엄! 그거 때문에 그런 거지! 이번엔 몽골에 가서 철로 설립 계약만 하고 바로 돌아온다잖아.”
무언가 어설퍼서 강찬은 웃음이 나왔는데 놀라운 것은 저런 변명에 유혜숙이 넘어간다는 거였다.
“이번 일로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다고 신문에 났더라. 함께 가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
강대경의 질문에 강찬은 아는 대로 답을 했다.
강대경도, 유혜숙도, 그리고 어지간한 주변 사람들 모두, 이번 몽골행은 그저 그런 광산 하나 인수하기 위해 출국하는 줄 안다.
이것이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이어진 연결 고리이고, 러시아와 중국이 끼어있다는 것을 짐작하지 못하는 거다.
“옷 두툼하게 챙겨야겠더라.”
“그럴게요.”
강찬은 가장 그리워질 것 중 하나인 김칫국을 입으로 가져갔다.
***
“허억! 허억!”
강철규는 무릎을 세운 자세로 벽에 기대어 손바닥 안쪽으로 양쪽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이었다.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고통은 생생해진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운데 열이 불같이 오르고 그런 순간부터 아침까지 머릿속을 꼬챙이로 헤집는 고통이 밀려온다.
신기하게도 해가 뜨면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의사의 말로는 ‘심리적 위한 효과’라고 했는데 중요한 것은 그런 명칭이 아니라 그나마 조금이라도 고통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후우!”
강철규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들었다.
피식.
그리고 입술 한쪽을 올리며 웃었다.
“몽골에 러시아 마피아라…….”
강철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곱게 죽지 못할 거라는 짐작은 있었다.
비무장지대에서 죽인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았고, 그 때문에 마누라와 자식이 이렇게 되었는지 모른다.
“강철규의 마지막으로 적당한 곳이군.”
강철규는 오른쪽에 두었던 내복 상자를 열었다.
“찬아…….”
얼굴도 생소하다.
이 녀석을 그렇게 두들겨 팼다니…….
이런 눈빛을 가지고 왜 단 한 번도 반항하지 않았을까?
강철규는 강찬의 사진을 들어서 무릎 앞에 두었다.
“아버지는 너 있는 곳에 못 갈 거다.”
피식.
“너도 전쟁터에 있었다니까 어쩌면 지옥에 있을지 모르겠다만, 아버지만큼은 아닐 거다. 아버지는 지옥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떨어질 거 같거든.”
갑자기 관자놀이를 꿰뚫는 고통이 밀려와 강철규는 고개를 비틀며 인상을 찌푸렸다.
“후우.”
잠시 후였다.
환한 햇볕이 방으로 들어왔다.
“살아 있다면……. 죽어서라도 만날 수 있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강철규가 텅 빈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미안하다, 아들아.”
그리고 이를 악문 채로 말을 꺼냈다.
“절대로 용서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맑은 정신으로 하는 사과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싶다.”
잠시 감정을 추스른 강철규가 내복 상자를 들고 천천히 일어났다.
“엄마가 모은 돈은 아이들을 위한 재단에 넣기로 했다. 엉뚱한 놈이 찾아서 술 처먹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렇다.”
강철규는 숫제 옆에 강찬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뱉고 있었다. 며칠 안 됐다. 갑자기 정말 아들이 방 어딘가에서 듣고 있는 것 같았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면 고통도 좀 덜한 느낌이 들곤 했다.
“선배님!”
그리고 그때 밖에서 김태진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강유재단에 도착한 강철규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건물이 너무 새것이라 어딘지 사기꾼 냄새마저 나는 느낌이었다.
“강찬이 그 친구가 임대료를 알아서 줄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님들은 이런 돈에 손대실 분들이 아닙니다.”
강철규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건물이 참 높네.”
그리고 천천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강찬이란 통장 이름 때문에 김형정의 도움을 받아 돈을 아예 찾아왔다.
이제 이 돈을 재단에 기부해서 어린아이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더 바랄 것도, 한이 될 것도 없었다.
***
강찬은 창가에 서서 건물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지? 뭐가 있어서 이렇게 기분이 묘한 거지?’
새해 들어 이런 느낌이 잦았는데 지금처럼 강렬한 적은 없었다.
‘뭔가 있는 건가?’
내일 몽골로 출발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지금껏 처음 느껴보는 거라서 뭐라고 말을 하기 어려웠다.
물론 주변 건물에서 저격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심장이 두근거려야지 이렇게 먹먹한 기분이 들어서는 안 되는 거다.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느낌은 바뀌지 않았다.
강찬은 일단 건물을 나가보기로 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런데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차니! 아버님과 어머님 입주 다 끝나서 오늘부터 정상 업무 시작이야. 나 밥 안 사줘?”]
하긴, 미쉘이 고생 많았다.
어차피 건물에서 나가려던 참이다. 거기에 내일 몽골에 들렀다가 다시 아프리카로 가야 하는 거여서, 이참에 밥 한 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래, 점심? 저녁?”
[“미영이랑 아직 안 만났지?”]
이게 왜 그런 걸 물어보지?
강찬은 대답하지 못했다.
[“점심 먹자. 지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오세요.”]
“그래.”
전화를 끊은 강찬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이상하게 머리가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전용엘리베이터로 1층으로 가서 다시 지하로 가는 일반 엘리베이터를 탄다.
띠잉.
지하 2층에 도착했을 때 미쉘이 차를 입구에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 어떻게 같은 건물에 있는데 전보다 더 보기 힘들어.”
부우웅.
차가 출발하고 미쉘이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을 보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뭐 먹으러 가냐?”
“갈비탕! 정말 맛있어.”
금발에 파란 눈을 한 프랑스 여자애가 갈비탕을 이야기하면서 입맛을 다신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대표님?”
[“응. 자네 지금 어디야?”]
“점심 먹으러 잠깐 나왔어요. 왜 그러시는데요?”
[“아하! 자네 건물에 와 있거든. 점심이나 같이 할까 했지.”]
눈치를 살핀 미쉘이 돌아가도 된다는 눈짓을 했다.
“제가 갈까요? 지금 바로 갈 수 있어요.”
[“아니. 여기 선배님도 계셔서 우린 오광택 사장에게 넘어갈게. 어차피 내일이면 함께 몽골 갈 건데 급할 게 없잖아?”]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나중에 통화하자구.”]
전화를 끊은 강찬은 미쉘에게 고갯짓을 했다.
“안 가봐도 돼?”
“같이 온 분이 있는데 기다리기 어려운 모양이야.”
미쉘은 강찬의 눈치를 살피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갈비탕 집은 꽤 붐볐는데 충분히 그럴만했다.
밥을 다 먹은 후에 미쉘은 남산의 뒤편으로 돌아가 널따란 카페에 들어섰다.
테라스도 있고, 역시나 우산처럼 위가 펼쳐진 가스난로도 있는 카페.
“사무실 안 들어가도 돼?”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어. 아마 앞으로 2주 정도는 이럴 거야.”
미쉘의 답을 들으며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쁠 때와 한가할 때의 차이가 이토록 극명하게 차이 나는 직종이 또 있을까 싶었다.
커피를 주문했고, 편안하게 앉았다.
“몽골은 내일 출발하는 거지? 옷은? 내가 좀 구해 놓을까?”
강찬이 픽 하고 웃는 것을 본 미쉘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어때서 그래? 잠자리도 못 하는데 옷이라도 사면서 기분을 풀게 해 줘야지.”
“미쉘이 생각하는 옷을 사면 거기에선 하나도 못 쓸까 봐 그래. 이번은 베이스 기지를 만들러 가는 거니까 우선 군복처럼 막 입고 튼튼한 옷이 좋아.”
“그런 걸로 구하면 되지.”
“여기까지만.”
강찬의 웃음을 본 미쉘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협상할까?”
“뭐?”
강찬의 시선을 받은 미쉘의 표정이 제법 진지했다.
“나 때문에 미영이한테 제대로 못 가는 거 같으니까 그냥 나는 깨끗하게 차니 아이 하나만 낳을 게. 어때?”
기가 막혀서 웃다가 코가 나올 뻔했다.
“그것도 싫어?”
“까분다.”
“잘 생각해, 차니. 이런 기회 별로 없어.”
이 녀석은 점점 더 편해진다. 만날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