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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
어차피 특수팀 대원들과 오광택 쪽 식구들, 그리고 김태진을 비롯한 유비캅 직원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눈빛만으로 뜻이 통하는 석강호가 먼저 아프리카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앞뒤를 가릴 이유는 없었다.
강찬은 창을 바라보며 전화를 꺼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바로 응답이 있었다.
“안느. 미국 DIA 국장의 암살 명령을 내릴 권한이 내게 있나?”
[“가능합니다, 무슈 강.”]
강찬은 입술에 힘을 준 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만, 브랜든에 대한 암살 명령 이후로 대사님과 무슈 강은 물론이고, 한국의 국가정보원 원장과 부원장, 차장들까지 신변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저쪽에서도 반격을 한다는 뜻인가?”
[“DIA와 CIA의 암살조가 모조리 한국으로 향할 겁니다. 더구나 한국에는 그들의 비선 조직이 워낙 많아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됩니다.”]
역시, 만만한 놈들은 아닌 거다.
강찬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더, 내가 원하면 지난번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아프리카에서의 싸움을 중계할 능력이 정보총국에 있나?”
[“당시에 360도 회전 카메라가 이용됐지만, 위성 카메라의 성능은 정보총국이 월등히 뛰어납니다. 아프리카에는 정보총국의 위성 두 대가 별도로 지정되어 있어서 지난번보다 선명한 방송이 가능합니다.”]
“이번 파병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은?”
[“무슈 강, 소말리아는 이탈리아의 식민지배를 받았습니다. 현재 아프리카 내전의 90% 이상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럽 각국의 싸움이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그런데 왜 미국이 나서서 이러냐는 거지?”
[“미국은 무슈 강과 한국의 특수팀을 제거해서 다시 대한민국 내에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철도에 한국이 포함된 이후 미국은 한반도 정책을 급격하게 변화시켰습니다.”]
이러고 있었는데 그동안 미국은 돌아볼 여유도 없이 싸웠다.
“제라르는?”
[“외인부대 특수팀 사령관으로 비상대기 중입니다. 내부적으로 알력싸움이 있지만, 그 부분은 제라르 사령관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이나 석강호도 어차피 거쳤던 싸움인 거다.
제라르라면 그깟 다른 연대 특수팀의 반발쯤 멋지게 해결할 거다.
“알았다. 또 연락하지.”
전화를 끊을 때 우희승이 밖으로 움직였다.
“아래 김태진 대표와 김형정 팀장이 도착했대서 내려가는 거요.”
강찬은 석강호와 탁자에 앉아 방금 통화 내용을 알려주었다.
“쉬운 일이 없소.”
“그러게 말이다.”
잠시 후에 김태진과 김형정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뭐가 이렇게 썰렁해? 화분이라도 좀 사서 보낼까?”
김태진은 먼저 사무실을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예술적 감각이라고 손톱만큼도 없는 누군가가 꾸며서 그래요. 차는 뭐 드실래요?”
“자네랑은 역시 커피 아닌가?”
“저도 커피가 좋겠습니다.”
“이리 앉으세요.”
가릴 사람 없고, 전망 좋고, 담배 연기 잘 빠지는 곳을 두고 뭐하러 답답한 방이나 응접실에 들어가겠나.
강찬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앉아 있던 탁자를 가리켰다.
이두희가 네 잔의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강찬 씨. SSIS에 관해 기본적인 조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몽골에 갈 요원들 여섯 명은 오늘 중으로 사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커피가 나오기 무섭게 김형정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안부 따위를 물어가며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는 거다.
“오광택이 계약할 회사는요?”
“호텔과 그 외 업장을 관리하는 회사에 종목을 광산업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김형정의 대답은 일단 막힘이 없었다.
“그 외에 비무장왕이 합류하기로 해서 그나마 커다란 위안이 됩니다.”
김형정이 시선을 주자 김태진이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군에서 멀리 있던 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거기에 나이도 많으실 텐데?”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야. 그 양반은 그냥 몸 전체가 살인 병기라고 생각하면 돼. 지금껏 비무장지대에 북한과 우리 모두 이름을 떨친 사람들은 많지만, 왕이란 호칭으로 불린 분은 그분뿐이지.”
호칭하고는!
유치찬란하다는 생각에 강찬이 픽 하고 웃었다.
“당시에 북한의 비무장 팀에 우리 대원 다섯이 끌려간 일이 있었지. 그걸 명령도 없이 혼자 달려가서 구해왔던 분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옷을 벗었지.”
“구해 왔다면서요?”
“그 일로 비무장지대 전체에 엄청난 총격전이 벌어졌었거든. 그 바람에 전쟁 직전까지 간 게 문제가 된 거지. 미국 사령부와 북한의 항의를 무마하기 위해서 버려졌다는 게 맞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강찬. 그분은 내가 보증하는 걸로 하면 안 되겠나? 아픈 사연도 있는 분이고, 이번 기회에 도움도 받고, 반대로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그렇게 이해해다오.”
김태진의 단호한 말을 들으며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인원 한 명 느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저 늙어빠진 퇴역 군인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이 어딘지 못마땅했을 뿐이었다.
“참! 석강호가 내일부터 증평에 가서 아프리카에서의 작전에 대비한 훈련을 따로 할 예정이에요.”
“그러면 좋지.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SSIS의 실체와 심지어 그들과의 전투를 사전에 연습할 정도의 지식을 얻은 거지?”
석강호가 히죽 웃는 것을 본 김태진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역시 그냥 모른척해야 하는 거지?”
김태진이 한숨을 내쉬며 커피잔을 잡았을 때였다.
“박철수 대령을 오후에 만날 생각입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김형정이 강찬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공수부대만 돌았던 친구인데 성격이 워낙 강해서 모두 부담스러워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럴 때 지휘관과 불협화음까지 생기면 정말 좋지 않습니다.”
“만나보고 판단하겠습니다. 내일쯤 증평을 방문할 예정이니까 석 선생과는 인사를 나누게 될 겁니다.”
“봐서 저도 내일 함께 가든가 할게요.”
“그러시죠.”
김형정의 대답 이후로, 오광택 회사의 현황, 당장 몽골에 투입해야 하는 인원과 물품 등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점심은 근처에서 주문해서 먹었는데 누군가 밑에 내려가서 받아와야 하는 터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차 심부름이나 밥 심부름을 시키자고 직원을 뽑기는 그렇다.
점심을 먹고 김태진과 김형정이 돌아간 다음이었다.
강찬은 양범에게 전화를 걸어 바실리와의 통화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러시아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나마 강찬 씨이기에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된 거라고 봅니다. 괜찮으시면 광산을 인수할 회사의 증빙서류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이틀 안으로 몽골 자원부에서 계약서 초안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고맙습니다, 강찬 씨.”]
“먼저 도움을 받았는데요.”
강찬은 통화를 마치고 바로 김형정에게 내용을 알려주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어디냐?”]
오광택은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다.
[“호텔에서 잠깐 보자. 시간이 언제 되는지만 말해. 내가 알아서 맞출게. 바쁘면 내가 그쪽으로 움직일 테니까 장소를 정하든가.”]
“지금 어딘데?”
[“호텔에 가는 길이다. 20분이면 도착해.”]
“그 시간에 맞춰 갈게.”
전화를 끊은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
남산호텔에 도착하자 주철범이 달려와서 강찬을 맞았다.
석강호까지 셋이서 방으로 올라갔을 때 오광택은 샤워를 막 마친 얼굴이었다.
“왔냐? 오셨습니까? 이리 앉으시죠.”
오광택이 가리킨 소파의 탁자에는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김태진 대표에게서 대강 들었다. 선고 끝나면 바로 나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될 거 같은데? 그 외에도 특수팀 요원 몇 명과 그 정도 실력을 갖춘 퇴역 군인, 그리고 유비캅 직원들이 함께 나갈 거다. 적어도 자리가 완벽하게 잡힐 때까지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니까.”
“총도 쏘고 그런 거냐?”
강찬이 끄덕이는 것을 본 오광택이 인상을 찌푸렸다.
“거기 더럽게 춥다던데?”
“그래?”
“야! 그것도 모르고 보내려고 그랬냐? 차를 타고 가다가 고장 나면 그냥 얼어 죽는 곳이라던데!”
“차를 안 타면 되겠네!”
“에이, 씨……!”
욕을 뱉다 만 오광택이 커피잔을 들었다.
“애들 정리 중인데 따라가겠다는 놈만 함께 갈 거다.”
“잘 생각해. 기분대로 결정할 일은 아니야.”
“생각은 갇혀 있는 동안 지겹게 했다. 당장은 철범이랑 해서 몇 놈만 가고 나머지는 마음이 서면 오라고 해뒀다. 너도 가는 거 맞지?”
“그러려고.”
“강호 형님은?”
오광택이 시선을 돌려 석강호를 보았다.
“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번엔 못 가겠는데?”
“어? 형님이 어쩐 일로 얘하고 떨어집니까?”
“그렇게 됐어.”
“아쉬운데요?”
오광택은 실제로도 서운한 표정이었다.
“저녁 전에 김태진 대표와 만나기로 했어. 소개해 줄 분이 있다고 하던데, 너도 나오냐?”
“글쎄, 봐서 결정하자.”
“그래.”
오광택이 담배를 들어서 권했고, 셋이서 불을 붙이는 동안, 잠시 대화가 끊겼다.
“후우!”
오광택은 연기를 길게 뿜어낸 다음 강찬을 향해 시선을 들었다.
“이번에 빵 살고 나오면 이민 가려고 했었다.”
그러면서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뭐든 새로 시작하고 싶었는데 여기서는 절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몽골 아니라 정글이라도 갈 판이었는데 기회가 된 거지. 서류 붙들고 지랄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니까 더 마음에 든다.”
“위험한 일인 것만은 확실히 알고 가.”
오광택이 담배를 재떨이에 꽂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일에 매달려서 병신 되는 것보단 낫다.”
오광택이 강찬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할 테니까 걸을 수 있을 때까지만 지켜주라. 러시아 마피아가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나 오광택이다. 독기로 싸우는 건 지지 않을 거다.”
“알았어.”
“고맙다.”
“가서 딴소리나 하지 마.”
오광택이 픽 하고 웃었다.
***
“이제 어디 갈 거요?”
“미사리 가서 차나 한잔 마실까?”
“이 추운 날?”
석강호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담배 피우려면 바깥에 앉아야 하는데 입 돌아가요.”
“그럼 집에 들어갈래?”
“그건 좀 서운하지 않소?”
로비를 나와 호텔의 입구에 선 강찬은 문득 김형정과 함께 갔던 가게가 떠올랐다.
“좋은 데 생각났다. 거기 가자.”
호텔에서 멀지도 않다.
강찬은 석강호와 함께 커다란 인형이 엄지를 세우고 있는 가게로 가서 가스난로를 켜놓은 테이블에 앉았다.
연말이라 그런지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제법 손님이 많았다.
커피를 많이 마셨던 터라 석강호의 뜻에 따라 레몬차를 시켰는데 한 모금을 마셔보고는 바로 몸서리를 쳤다.
“에이!”
“그러게 왜 그런 걸 시켜?”
“이런 거 시키면 어딘지 좀 있어 보이잖소?”
“확!”
이놈하고 있으면 어떤 일과 부딪쳐도 킬킬거리게 된다.
“으히!”
석강호가 한 모금을 더 마셔보고는 곧바로 치를 떨어댔다.
“여깄소.”
그리고는 둘이서 담배를 하나씩 물었다.
“이제 대강 준비는 끝난 거요?”
“이건 급한 불만 끈 거야. 몽골과 아프리카 파병 사이에 일주일 정도 여유가 있으니까 대강 마치고 날아갈 생각이다. 그동안 제라르하고 의논해서 대원들 잘 지키고 있어.”
“알았소.”
“저 새끼들 목적이 우리 특수팀을 제거하려는 거라는 걸 잊지 마. 전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함정에 들어가 모가지하고 이마에 총을 맞았던 거잖아. 지금은 다 아는 일에 들어가는 거다. 어쩌면 이번 파병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을지도 몰라. 잘 판단해서 견디고 있어.”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라르가 외인부대 특수팀 사령관이 되었다니까 하여간 그놈하고 무조건 의논해라.”
“염병!”
“야!”
“알았소! 지금이니까 그런 거지, 아무렴 내가 그놈하고 싸우기라도 하겠소?”
마치 ‘그놈하고 싸울 거요!’ 하는 것처럼 들려서 강찬은 눈매를 날카롭게 하고 석강호를 보았다.
“알았다니까요!”
“당장은 대원들을 지키는 게 제일이야.”
“어허! 걱정하지 마쇼!”
강찬은 커다랗게 숨을 내쉬며 석강호를 보았다. 이건 완전히 물가에 애 내놓는 기분이었다.
“그 표정은 뭐요? 그건 그렇고.”
석강호가 얼른 말을 바꿨다.
“오늘 같은 날, 미영이도 좀 만나고 하지 왜 이러고 있소?”
“그냥. 이상하게 가슴도 답답하고 뭔가 꽉 붙잡힌 느낌도 들고 그래서 그래.”
“안 좋은 일이오?”
“그런 게 아니라, 거 왜 양팔을 꽉 잡힌 것처럼 옴짝달싹 못 하는 기분 있잖냐? 누구도 만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좀 혼자 있고 싶은 거.”
석강호가 고개를 갸웃했는데 강찬도 이유를 모르는 일인 거다.
“우리 술이나 한잔 하러 갈까요?”
“그럴래?”
“그럽시다. 가서 폭탄주 몇 잔 시원하게 들이켜고 올 한 해 털어버립시다.”
“그러자.”
강찬은 석강호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오광택은 방에 들어선 김태진과 강철규를 맞아 안쪽 소파로 안내했다.
“이리 오십시오.”
“누가 다녀갔었나?”
“강찬하고 강호 형님이 좀 전에 갔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전화해서 함께 볼걸. 우선 인사부터 하지. 이분이 내가 말씀드린 강철규 선배님, 선배님, 이쪽이 이번 광산 인수 회사의 대표인 오광택 사장입니다.”
“강철규요.”
“오광택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똑바로 바라본 채로 악수를 나눴다.
“앉으시죠.”
“선배님,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강철규는 김태진이 권한 소파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하시겠습니까?”
김태진이 바라보자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광택이 새로운 잔을 가져와 커피를 따르는 동안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오 사장이 데려가는 직원들의 교육을 맡아주실 거고, 당분간 경계 업무 전반을 여기 강 선배님이 총괄하실 거야. 그렇게 알고 협조했으면 싶어.”
오광택은 힐끔 강철규를 보았을 뿐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알기로 러시아 마피아는 신형 총기로 무장했다고 하니까 처음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거야.”
“알겠습니다.”
김태진의 조언을 오광택이 적당하게 받은 다음이었다.
“오 사장은 총기를 다룰 줄 아시나?”
강철규가 커피잔에서 시선을 들고 오광택을 보았다.
“저는 그냥 깡패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빵에 들락거려서 군대도 안 갔고, 총이라고는 일본 쪽에서 건너온 권총 몇 번 잡아본 거 하고, 얼마 전인가 싸움 끝에 뺏은 거 만져본 게 전부였습니다.”
오광택은 주저하지 않고 답을 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불러 드려야 합니까? 선배님은 좀 그렇고, 그렇다고 형님 소리는 안 나올 거 같고…….”
“적당히 부릅시다.”
강철규의 대꾸가 있은 다음이었다.
“일단 강 이사님이라고 하지. 당장은 우리 유비캅의 이사로 가실 거니까.”
“그러시죠.”
오광택은 짧게 답을 하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김 대표님. 조금 이르긴 한데, 요 앞 백반집이 맛이 제법 괜찮습니다. 가셔서 찌개에 소주나 한잔 안 하시겠습니까? 연말도 됐고 괜찮을 거 같은데요. 뭐 하면 전화해 봐서 강찬이도 부르지요.”
“그 친구가 시간이 되겠나?”
“연말이잖습니까? 바쁘다면 할 수 없는 거고요.”
“나야 괜찮지.”
김태진이 강철규를 보았다.
“나는 술은 됐어. 자네하고 오 사장이 마시기로 하고 난 이제 집에 가봐야겠다.”
“왜? 술을 못하십니까?”
강철규는 입술 끝을 올리는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하기야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럼 강찬이한테 전화해 볼까요?”
오광택은 더 권하지 않고 전화기를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나다! 여기 김태진 대표님과 앞에 백반집에서 소주 한잔 할 건데 올래?”
말을 마친 오광택이 곧바로 김태진을 보며 픽 하고 웃었다.
“나쁜 새끼! 갈 거면 전화를 했어야지. 대표님 모시고 바로 갈 테니까 알탕이나 하나 시켜놔.”
전화를 내려놓은 오광택의 웃음과 통화 내용을 들으면 상황이 대강 짐작이 가는 거다.
“강호 형님하고 마침 거기 있답니다. 가시죠?”
오광택이 웃옷을 들기 위해 몸을 뒤로 돌렸을 때였다.
“그런데 강찬이란 분이 나이가 어떻게 되나?”
강철규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