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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전설의 시작
“지금이라면 찾을 것도 같은데…….”
“그분을 무슨 염치로 뵙겠나?”
김태진의 대꾸에 김형정이 나직하게 한숨으로 답을 대신했다.
“난 지금도 그분의 눈빛이 생생해. 비무장지대에서 끌려갔던 대원을 찾아온 유일한 분이셨는데…….”
“미국의 압박을 이기기엔 당시 우리의 국력이 워낙 보잘것없는 시기였어.”
“시절을 핑계 대기엔 너무 잔인한 짓이었지. 생사의 기로에 있는 분을 버리다시피 했으니까.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 아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났었을 텐데, 전 실장님도 그렇고, 우리 전부가 이렇게 인재에 매달리는 것도 그분의 모습이 떠올라서 아닌가?”
김태진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양반이 나보고 늘 병아리, 병아리 하셨었는데.”
“자네뿐이 아니잖아? 실장님은 설친다고 나중에 따로 불려가 꾸중도 들었잖나?”
“그렇지.”
김태진이 숨을 들이마시며 표정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상체를 세웠다.
“자네 말은 충분히 알았다. 대신 상현이와 의논하고 우리 직원 중에 적당한 인원을 추려보려면 사나흘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번에 국가정보원 위탁 교육받은 직원들도 있고 해서 기본적인 인원은 갖출 것 같다.”
말을 마친 김태진이 시선을 들어 김형정을 똑바로 보았다.
“비록 군복을 벗었지만, 나는 아직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생각을 버려본 적은 없다. 친구이기 전에 이거 하나는 분명히 하자. 이번 일이 내 직원들의 목숨을 걸 만큼 대한민국의 이익에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거지?”
“적어도 내 목을 걸 만큼은 된다고 확신해.”
“그럼 됐다.”
김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
남산 호텔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렇게 지겹던 로비 라운지가 반갑게 느껴질 정도여서 강찬은 남몰래 피식 웃기까지 했다.
강찬은 유혜숙의 곁에 붙어서 행사가 있다는 3층의 연회장을 향해 걸었다.
치잇. “3층 상황 보고.”
치잇. “이상 없음.”
귀에 건 리시버에서 요원들이 전하는 무전이 고스란히 들렸다.
호텔 직원과 동창회 간부들이 연회장의 입구에 서서 입장하는 이들을 반겼다.
“어서 와!”
유혜숙이 등장하자 한복 차림의 동창이 반갑게 손을 뻗어 유혜숙의 양손을 잡았다.
“오늘도 같이 왔네.”
“안녕하세요?”
“그래! 서울대학교 입학했다면서? 축하해!”
“감사합니다.”
강찬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유혜숙과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유혜숙을 아는 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대개는 모두 다가와서 반드시 강찬에게 얼굴을 디밀었다.
유치한 거 안다.
그렇지만 다시 몽골로 출발해야 할지 몰라서 강찬은 이런 날이라도 유혜숙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대강 인사를 마친 다음이다.
여자 지배인이 빠르게 다가와 강찬과 유혜숙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강 선생님! 오랜만에 뵙네요. 안녕하셨어요? 사모님?”
여자 지배인의 태도와 호칭 탓에 주변에서 힐끔거렸지만, 이런 건 이제 신경도 안 쓰인다.
강찬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입구는 물론이고, 호텔 직원 복장의 요원들이 네 귀퉁이를 지키고 있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이 정도라면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크게 문제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어머니,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래, 아들.”
유혜숙도 동창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할 거다. 강찬은 조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향했다.
이제 어디 가서 담배를 하나 피워주면…….
아직 강대경도 도착하지 않았다. 그런데 호텔의 정문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마주치면?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런데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강찬 씨, 김형정입니다. 혹시 잠시 시간이 되십니까?”]
“지금 호텔에 와 있어요. 오늘은 일단 행사 끝날 때까지 두 분과 함께 있을까 했는데요.”
[“그렇다면 제가 그쪽으로 움직이겠습니다. 그건 괜찮으신가요?”]
“그러세요. 담배도 하나 피우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알겠습니다.”]
웃음이 섞인 듯한 답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강찬은 일단 로비 라운지로 움직였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에 보는 매니저가 세련되게 인사했고, 강찬의 주문을 받고는 몸을 돌렸다.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멀리까지 어둠이 깔렸고, 도로를 따라 자동차의 불빛이 기다랗게 늘어졌다.
고급스러운 옷에 화려한 호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거다. 그런데 사실은 증평에 달려가서 두툼하게 자른 돼지고기를 대원들과 나눠 먹었으면 싶었다.
피식.
자꾸만 마음을 빼앗긴다.
투박하고 단순한 대원들의 모습이 가슴에 담겨서 빠지질 않는 거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이 양반이 벌써 왔나?
강찬은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철범입니다, 형님.”]
깡패 새끼! 그런데 오랜만에 들으니까 지랄 맞은 ‘형님’ 소리가 다 반갑게 들렸다.
[“도석이 형님과 광택이 형님 살펴 주신 일, 평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음성에 담긴 것은 진심이었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당장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맞는 거다.
“고생했다.”
[“나중에 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쉬십시오, 형님.”]
전화를 끊고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을 때였다.
치잇. “강찬 씨. 김형정입니다. 입구에 대기 중입니다.”
하는 무전이 들렸다.
치잇. “바로 나갈게요.”
강찬은 몸을 일으켜서 라운지를 나왔다. 매니저가 간곡하게 말리는 바람에 커피값을 지불하지 못했다.
돈이 없어 보여서 그런 건 정말 아닌 걸 거다.
호텔 입구로 나서자 한쪽에 검은색 승합차가 서 있었다.
드르륵.
강찬이 나서자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김형정이 안쪽에서 기다리다가 강찬이 올라타자 바로 출발했다.
“어딜 가나요?”
“이 앞에 담배 피우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
김형정이 답을 할 때 승합차는 이미 호텔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호텔 앞, 그리고 연결된 도로들이 자동차로 가득했다. 연말이라 그런 모양인데 그림만 봐서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나라처럼 보였다.
승합차는 5분쯤 호텔의 외곽을 돌아서 이태원으로 향하는 도로의 중간에 멈춰 섰다.
“여기 카페가 담배 피우기 좋습니다.”
김형정을 따라 차에서 내린 강찬은 카페에 들어섰다.
뭔 놈의 카페에 신호등이 커다란 게 달려서 파란불, 빨간불을 번갈아 쏘아대고 사람 크기만 한 인형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건지.
2층의 테라스로 나가자 우산처럼 위가 벌어진 가스난로를 켜 놓은 테이블이 나왔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찰칵.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김태진 그 친구와 대강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처음 경비는 유비캅에서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오광택이 만든 회사로 경비 업무를 이관할 예정입니다.”
커피가 나와서 잠시 이야기가 중단됐다.
“문제는 그쪽에서 활약하는 러시아 마피아가 주로 군사훈련을 받았던 전직 대원들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전에 비무장지대에서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퇴역 군인들을 위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아예 오광택의 회사 직원으로 선발할 생각입니다.”
강찬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은 누가 뭐래도 김형정이 전문인 거다.
“강찬 씨.”
김형정이 담배를 끄면서 조용하게 강찬을 불렀다.
“세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많기도 하다.
강찬은 담배를 끄며 김형정을 보았다.
“첫 번째는 사직서를 제출하는 요원들이 잔뜩 나와서 말이 많습니다.”
퇴직금을 갑자기 많이 줘서 그런 건 아닐 거고?
강찬은 잔을 내려놓고 김형정의 설명을 기다렸다.
“유비캅이 이번 일을 맡아서 한다는 말 때문에 이번 기회에 유비캅으로 옮겨가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건 아닌데요?”
김형정은 아직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은 뒤에 있는 건데 주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뭔데요? 이왕 이야기하신 건데 뭘 가릴 게 있나요?”
“그동안 대테러 팀과 군 특수팀은 항상 작전 직전에 눌려왔었습니다. 이번에 이태원 진압이 소문나면서 부원장님을 지지하는 요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강찬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절대로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이랬다.
강찬의 인기가 높아지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시기하는 지휘자가 나온다. 그런 다음, 결과는 끔찍한 작전,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작전에 투입되는 거였다.
결과에 상관없이 대원들이 죽어 나가는 작전 말이다.
“제가 그곳에 계속 있지 않을 건데요?”
“그 일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부원장님을 위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강찬이 픽 하고 웃었는데도 최종일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짐작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모르고 있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강찬은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 하나로 살아왔던 요원들과 특수팀 대원들은 지금 한순간의 결정으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모조리 프랑스 정보총국으로 끌고 갈 수도 없는 거고.
치잇. “대표님 도착하셨습니다.”
치잇. “로비 이상 없음.”
치잇. “행사장 이상 없음.”
강대경이 호텔에 도착했는지 경계 상황을 알리는 무전이 연속해서 들어왔다.
“다른 이야기는 뭔가요?”
“비무장왕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을 오광택의 회사로 모실까 합니다.”
강찬은 궁금한 시선으로 김형정을 보았다.
전설이라는 말은 들었는데 그렇다면 지금 나이가 제법 되었다는 뜻이다. 전투와 작전에서 나이가 많다는 것은 커다란 핸디캡이 된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지휘부서로 빼내는 건데?
“실력도 그렇고, 그 정도 경험이 있는 분이 지휘해 준다면 몽골의 현장에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거야 팀장님이 판단하실 문제인 거잖아요? 오광택이 받아들여야 하구요.”
“오광택 회사의 직원들 교육도 있을 테니까 그 점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뭐 이것도 괜찮은 거다.
이제 마지막 남은 이야기를 들을 차례였다.
그런데 김형정이 담배를 집었다.
앞에 이야기했던 것들보다 더 곤란한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다.
강찬은 김형정이 권한 담배를 받아서 불을 붙였다.
“아프리카의 소말리아로 특수팀 파병 결의가 수일 내로 국회 동의를 통과할 예정입니다.”
퍼뜩!
강찬은 입으로 가져가던 담배를 내려놓으며 김형정을 보았다.
“UN과 미국에서 협조 요청을 해왔습니다. 모두 다섯 개 나라가 참여합니다. 원래는 파병을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야당이 완벽하게 뭉쳐서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고 아마 그렇게 결론이 날 겁니다.”
“지휘관은요? 차동균으로 보내기는 약하잖아요?”
“야전 생활을 오래 한 대령 중에서 한 명을 선발하려고 알아보는 중입니다.”
“막을 방법은 없나요?”
강찬의 반응을 본 김형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팀장님. 아프리카를 만만하게 보시면 안 됩니다. 경험이 없으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난 팀이라도 절대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쌓은 경험이 적지 않잖습니까?”
강찬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이슬람 세력을 제대로 상대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마주쳐야 하는 SSIS에 비교하면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적들은…….”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고 느껴서 강찬은 입을 다물고 우선 주변을 살핀 다음 입을 열었다.
“아예 어린애 수준입니다. SSIS는 시아파도 한 수 접어줄 만큼 지독한 집단입니다.”
“SSIS라고 하셨습니까?”
김형정은 강찬의 말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더라도 분명하게 말할 건 해야 한다.
강찬과 석강호가 죽었던 작전에서 상대했던 적이 SSIS다.
“이슬람 세력 중에서도 가장 극렬한 테러 파벌입니다. 그들의 잔인함을 못 보셔서 그렇습니다. 우리 특수팀 대원들은 아직 다섯 살배기 아이의 이마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걸 망설이는 순간에 모든 것이 끝납니다. 그것도 시체 하나 온전히 남기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프랑스, 러시아, 미국, 그리고 영국이 참여합니다.”
강찬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프랑스는 외인부대 특수팀에 SSIS 전담팀이 있습니다. 미군 특수팀은 지상군보다 주로 아파치 헬기나 폭격기를 이용하고, 러시아 스페츠나츠 역시 이미 수차례 경험이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 특수팀은 가장 앞에서 무조건 전원 사망입니다.”
김형정이 멍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 그리고 정말 그러냐?
그의 표정에 담긴 의문은 그랬다.
“특수팀의 혼합 작전은 경험이 부족한 팀이 가장 앞에 섭니다. 그걸 아세요?”
“그럴 리가요?”
“팀장님. 팀장님 같으면 죽을 자리에 굳이 우리 특수팀을 넣으시겠습니까? 차라리 우리 단일팀이 작전 전체를 맡는다면 모르지만, 지금처럼 몇 개 나라가 한꺼번에 들어가게 되면 무조건 경험 없는 팀이 가장 앞에 섭니다.”
“왜 그렇죠?”
“상황을 모르니까요! 경험이 없으니까 수색을 맡아달라고 할 겁니다. 그런데 경험 없이 그런 곳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 되는 겁니다.”
김형정은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대신 평소와 전혀 다른 강찬의 표정을 보며 일이 생각 밖으로 심각하다는 것만은 알아챈 듯싶었다.
“파병을 취소할 수 있습니까?”
“지금은 어렵습니다. 이틀 안으로 안건이 상정될 테고, 바로 동의안이 통과될 겁니다.”
“후우!”
강찬은 우선 한숨을 쏟아냈다.
“저와 석강호가 함께 갈 수 있나요?”
“그건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몽골의 사업이 뒤로 밀립니다. 솔직히 러시아 정보국을 상대해 줄 분이 강찬 씨 외에는 없습니다.”
젠장할!
강찬은 욕을 삼켰다.
양범과의 약속을 어기기도 어렵다.
“강찬 씨. 그런데 저는 SSIS를 처음 듣습니다.”
“시아파와 수니파 중에서 극렬한 무장 세력이 연합한 이슬람 조직(Islamic State)입니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처음 만들어졌고, 전 세계에 퍼져 있을 만큼 강력한 조직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보망에는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강찬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프랑스 외인부대는 이미 아프리카에서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있던 세력입니다. 미국도 알고, 러시아도 알고, 영국도 알고 있습니다.”
김형정은 질문조차 하지 못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의 능력이 거기까지인 겁니다.”
그리고 강찬의 말을 듣고는 입술에 힘을 꾹 준 채로 나직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동의안이 떨어지면 파병까지 시간이 얼마나 있나요?”
“보름 정도일 겁니다.”
“후우!”
강찬은 또다시 한숨을 팍 털어냈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적응 훈련을 하기에도 부족한 거다.
빌어먹을!
기껏 경험을 쌓아놓았더니 전혀 생소한 곳으로 달려가서 모조리 죽게 생겼다.
물론 반드시 죽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죽을 확률이 80%가 넘는다는데 가진 것 전부를 걸 만큼 확신이 있었다.
30명이 달려가서 10명만 살아와도 성공한 파병이 된다는 뜻이다.
“이게 미국에서 계획한 건가요?”
“그렇게 판단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이 개새끼들이!”
강찬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주쳤던 아파치헬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프랑스 부총국장이 아니었다면 분명 그 헬기에 죽었을 거라는 라노크의 말도 생각났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돌아온 대원들을 지옥으로 밀어버린 거다.
저 멍청할 만큼 우직한 대원들은 그곳에서도 끝까지, 그리고 악착같이 싸울 거다. 서양 놈들처럼 현명하지도 못할 거고, 살아 보겠다고 발을 빼지도 않을 거다.
동료를 살리겠다고, 대한민국 특수팀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악착같이, 전부 죽어 넘어질 때까지 물러서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너희, 정말 두고보자.
어떤 새낀지 모르겠는데, 아파치 헬기 보낸 새끼하고, 이번 계획 짠 새끼, 넌 분명히 죽여준다.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