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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28화 (22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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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전설의 시작

오광택은 겨울 미결수 복장인 하늘색 상의에 3동 건물 2층 7번째 방을 의미하는 ‘3상7’과 ‘1768’의 수번을 단 채로 복도 쪽 창 아래에 앉아 있었다.

화장실이 안쪽에 있는 방의 구조상, 구치소와 교도소의 가장 상석은 당연하게 복도 쪽 창가 아랫자리다. 그런데 상석을 차지한 오광택의 맞은 편에 앉은 이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형님.”

그때 복도로 난 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오광택은 고개만 들었다.

“식사하셨습니까? 형님?”

30대 초반의 덩치가 오광택에게 바로 인사하지 못하고 약간 비낀 곳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광택은 시선만 슬쩍 들었는데 방에 있던 어린 깡패 둘이 잽싸게 일어나 창가의 덩치에게 인사했다.

“접견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덩치가 또다시 비슷하게 방향을 틀어서 몸을 숙이고는 계단을 향해 움직였다.

3동 건물 상층에 있는 소위 ‘생활하는 깡패’들은 운동, 접견, 심지어 의무실에 갈 때도 모두 오광택에게 인사를 하고 간다.

그러니 오광택과 같은 방에 있는 이들은 잠시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자칫 자세를 흩트리고 편하게 있다가 지나가던 깡패의 눈에 띄면 운동시간에 불려가서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아야 하는 거다.

물론 대들거나 악을 써서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의 강남을 차지한 오광택과 관련한 일에 덤벼들고 과연 인생이 무사하길 바랄 놈이 몇이나 되겠나?

그것도 이리저리 죄 깡패들과 연결되어서 살아가는 폭력범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구치소의 분류상 오광택이 있는 방은 소위 ‘폭력방’이다. 이곳저곳에서 힘깨나 쓰고 독기 좀 부린다는 놈들이 몰려있는 방인 거다.

그런 놈들이 오광택을 모른다고?

오히려 그들 눈에는 오광택이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인물이었다. 거기에 오광택의 수발을 들기 위해서 방에 들어온 꼬마 조폭 둘이 눈알을 부라리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에는 그럭저럭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저 재판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얼른들 밖으로 나가라고 빗질을 문 쪽으로 하고, 재판받는 날 아침에 국이나 물에 밥만 덜컥 말아 먹지 않으면 크게 문제 될 일도 없었다.

굳이 하나 더 따진다면 드나들 때 문지방을 밟지 않는 것도 있었는데, 검방하러 온 교도관이 문지방을 안 밟으려고 버둥대며 나가는 형편이다. 그러니 감히 누가 있어 오광택이 있는 방의 문지방을 밟겠나.

물론 오광택 덕분에 누리는 혜택도 있었다.

아침과 저녁으로 취사장에서 몰래 보내주는 소 불고기, 시뻘건 돼지 불고기, 짬뽕 국물, 닭백숙, 탕수육, 심지어 수육까지 들어온다.

그 외에 휴일에는 입맛을 잃을까 봐 걱정된다면서 딸기, 족발, 보쌈이 들어오는 방이다.

먹는 것은 숫제 바깥보다 낫단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뿐인가?

다른 방에 있는 깡패들이 오뚝이를 이용해 끓인 찌개, 짜장면, 비빔면, 오징어숙회 등을 보내주는 통에 방에 앉은 이들은 모두 볼에 살이 퉁퉁하게 붙어 있었다.

지금껏 오광택은 방에 있는 이들에게 불편한 말 한마디,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지냈다.

그런 그가 어젯밤부터 매섭게 눈빛을 빛내고 있는 거다.

아침에 근무 들어온 교위가 커피까지 들고 와서 위로했는데도 오광택의 눈빛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형님.”

오광택은 날카로운 시선만 들었다.

역시나 어린 깡패 둘이 일어나 새로 나타난 덩치에게 인사한 다음이었다.

“도석이 형님 병원에 가셨습니다.”

창가에 붙어선 덩치가 조용하게 말을 전했다.

벌떡!

오광택은 정말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철창을 손으로 잡았다.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도석이 형님, 병원에 가셨습니다. 지금 의무과에서 확인하고 온 길입니다.”

오광택의 눈이 붉게 물든 것을 본 덩치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강찬 형님이 힘을 쓰셨나 봅니다. 의무과 소지 애들이 그 형님 이름을 들었다고 전해줬습니다.”

“그 개새끼……!”

“이제 안심하십시오, 형님.”

“도석이 상태는?”

“나갈 때 형님께 죄송해서 어떻게 하냐고 하셨답니다.”

“니미! 병신같은 새끼! 그럴 거면 처 아프질 말던가!”

바깥의 덩치는 대꾸할 말이 없는지 고개만 숙였다. 왼쪽 팔에 ‘총반장’이라고 쓰인 완장을 차고 있었다.

“형님, 다른 거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됐다. 고생했다.”

“그럼 쉬십시오, 형님.”

총반장이 고개를 깊게 숙이고 사라진 뒤에도 오광택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밖에 누구 있냐?”

오광택이 나직하게 입을 열자 휴게실에 있던 소지 두 놈이 축지법을 쓴 것처럼 창가에 나타났다.

“커피 한잔 마실 테니까 물 좀 가져와라.”

“예, 형님!”

오광택이 자리에 앉고 대신 어린 깡패 둘이 창가로 가서 뜨거운 물을 받았다.

방안에 진한 커피 냄새가 가득 찼을 때였다.

“오광택, 접견.”

3동 상층을 책임진 교위가 창가에서 오광택을 불렀다.

“장소이동접견, 강찬이라는데?”

이틀 만에 처음으로 오광택의 눈빛이 풀렸고, 어린 깡패 둘이 얼른 커피를 치웠다.

***

변호인 접견실에 들어선 오광택은 곧바로 강찬에게 다가와 맞은 편에 앉았다.

“네가 도석이 병원에 데려갔냐?”

“병원은 교도관이 데려가지.”

“장난하지 말고!”

오광택이 인상을 버럭 썼는데도 강찬은 피식 웃기만 했다.

“너야? 아니야?”

“오광택.”

강찬이 나직하게 부르는 소리가 평소와 달라서 오광택은 더 묻지 못하고 있었다.

“피해자하고 합의하느라고 늦었다. 그전에 도석이 병원에 보내려고 애써봤는데 아무래도 특혜 시비 걸리면 다시 들어와야 한다고 해서 합의 먼저 했다.”

“너, 이 새끼…….”

“철범이하고 도석이는 오늘 중으로 보석 떨어질 거다.”

오광택이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이를 악물었다.

“너는…….”

“나는 됐다. 도석이 병원 보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철범이 보석까지 쳤다니까 나는 더 바라는 거 없다. 고맙다. 이거 죽을 때까지 안 잊으마.”

강찬이 피식 웃는 것을 본 오광택이 “우후!” 하면서 감정을 가라앉힐 때였다.

“오광택.”

“왜 이 새끼야? 고맙다고 했잖아?”

“너는 내일 보석 떨어질 거야.”

오광택은 멍한 얼굴이었다.

“깡패 생활을 계속 하겠다면 난 여기까지다. 대신 네가 말했던 다른 일을 하겠다면 하나 준비하긴 했다. 몽골에 가야 하고 이곳에서 싸웠던 것보다 처절하게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너는?”

“처음엔 같이 있을 생각이다.”

“알았다.”

“뭘?”

“몽골에 가서 싸워야 한다며?”

“잘 생각해. 쉽지 않은 일이야.”

“시끄러, 이 새끼야. 그런 일을 나보다 잘할 새끼가 있어?”

강찬이 픽 하고 웃었고, 오광택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웃었다.

***

연말이어서 그런지 강대경은 강대경대로, 유혜숙은 또 유혜숙대로 정신이 하나도 없이 지냈다.

내일이 2010년의 마지막 날이다.

게다가 새로운 건물을 보고 온 강대경이 전시장을 옮기기로 해서 공연히 마음이 바빴다.

콰앙!

유헤숙은 아예 혼이 쏙 빠졌다.

오전에만 벌써 두 번이나 진상을 보았는데 점심 먹은 것이 채 내려가기도 전에 또 문이 거칠게 열린 거다.

“여기 이사장이 어느 분이요?”

들어설 때 하는 대사를 정해놓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은 말투로 사내가 들어섰다.

혼자도 아니다.

칼자국이 수북한 남자와 눈알을 부라리는 마귀 그림이 손등까지 새겨진 남자 둘을 데리고 들어섰다.

“이사장이……? 아! 아줌마가 이사장이시구만.”

들어선 남자가 소파에 털썩 앉아서 유혜숙을 보았고, 뒤따른 남자 둘이 그 뒤에 섰다.

“나 영동 소진철이요. 동생들이랑 맘 잡고 살아볼라고 애쓰는데 이사장이 한번 도움 줍시다.”

유혜숙의 곁에 있던 차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저씨. 나가서 얘기해.”

소진철은 먼저 상체와 고개를 삐딱하게 틀었다. 그런 다음, 품에서 회칼을 꺼내 들었다.

약속을 하고 들어온 건지, 뒤에 서 있던 두 놈도 품에서 회칼을 꺼내 들었다.

스윽.

차민정의 뒤에 있던 여자 요원 둘이 눈빛을 가라앉히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씨발! 여기 지랄 같은 년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 그래도 내가 소진철인데 나한테까지 이럴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말이야.”

소진철이 유혜숙을 건너다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밖에 애들 다 데리고 왔어. 어이? 이사장 아줌마! 어떡할 거야? 1억만 딱 도와주면 얌전히 가는 거고, 아니면 끝장 보는 거야!”

“나가서 얘기하자니까!”

차민정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뱉은 직후였다.

콰앙!

문이 재차 악을 쓰면서 벌컥 열렸다.

뒤쪽 요원 둘이 빠르게 유혜숙의 앞을 막아섰고, 차민정이 완벽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들어서는 사내들을 보았다.

“너, 소진철이라고 했지?”

“그래, 이 쌍년아!”

소진철이 인상을 완벽하게 구기며 욕을 내뱉는 순간이었다.

퍼억!

차민정이 소진철의 왼쪽 볼을 거칠게 갈겼다.

철퍼덕!

소진철의 상체가 단박에 소파의 오른쪽으로 넘어갔다.

“이 쌍년이!”

부웅!

뒤에 있던 놈이 악을 쓰는 순간이었다.

검은 정장에 흰색 면티를 입은 차민정의 몸이 그대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퍼억! 뻑! 콰당! 콰다당!

두 놈이 차민정의 발에 턱을 얻어맞고 처박혔는데 소파를 넘어간 차민정은 그새 소진철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있었다.

퍼억! 퍼억! 퍼억!

그리고 오른손 손날로 소진철의 목덜미를 세차게 내리찍었다.

분위기라는 게 있다.

밀고 들어왔던 놈들은 차민정의 실력을 보았고, 유혜숙의 앞을 막아선 요원들의 표정에 짓눌렸다.

요원씩이나 되는 차민정이 화를 못 눌러서 이런다고?

처음 두들길 땐 물론 그렇지 않았다.

얼핏 기를 살려줬다가 혹여 잘못 휘두른 회칼이나 몽둥이에 유혜숙이 다칠까를 걱정해서 먼저 나선 거다.

거기에 어설프게 회칼이 날아들면 총을 쏘게 될 수도 있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차민정은 정말 잔인하게 매질을 했다.

강찬이 지금 궁지에 몰린 것을 안다.

요원들과 증평의 대원들 모두 강찬의 결단에 담긴 의지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낼 강찬의 어머님을 이런 놈이 함부로 대하는 것에 화가 치밀었고, 그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말았다.

털썩!

차민정이 손을 놓자 소진철이 흐물거리며 소파에 처박혔다.

“윤영희! 빨리 연락해서 이 새끼들 전부 공갈, 협박으로 처넣어.”

“예.”

유혜숙의 앞을 막았던 윤영희가 전화를 들어서 버튼을 누를 때까지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차민정은 유혜숙이 놀란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고개를 넘겨 유혜숙을 보았다.

그런데 유혜숙뿐만 아니라 전화를 걸던 윤영희가 다급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아차!

차민정은 등골이 시렸다.

화가 치밀어서 방심한 거다.

발로 걷어찼던 놈들이 회칼을 들고 있었는데…….

하도 같잖은 놈들이라 그만!

무언가 다가서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차민정은 빠르게 소파로 날렸다.

콰악! 콱!

그리고는 소파의 탁자를 밟고 유혜숙의 책상 앞에 섰다.

“뭐해?”

차민정은 대답하지 못했다.

언제 들어섰는지 강찬이 쓰러진 소진철과 늘어선 놈들을 오묘한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아들!”

유혜숙이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설 때였다.

강찬이 유혜숙의 곁으로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아들! 이거 정말 아무것도 아냐.”

“알았어요. 어머니, 그런데 정말 괜찮으신 거죠?”

“그러엄!”

파랗게 질린 얼굴로 하는 유혜숙의 답이다.

강찬은 차민정과 요원들을 빠르게 보았다.

“경찰에 연락해 두었습니다. 연말이라 이런 식으로 기부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 다친 곳은 없어?”

“없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머니 지켜주는 거 고마워. 그리고 이런 일에 다치지는 말자. 그렇게 되면 어머니도 나도 너무 미안하잖아.”

차민정이 어색한 미소로 답을 할 때 경찰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윤영희가 나서서 소진철과 함께 왔던 이들을 넘겼고, 잠시 후 재단 사무실은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유혜숙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차마 두들기지 못했다.

강찬이 이런 일로 걱정하게 될 것이 염려돼서였다.

“어머니, 또 소화 안 되시는구나?”

“응?”

소파의 맞은 편에 앉은 강찬은 손을 뻗어 유혜숙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엄지와 검지 사이를 꾹꾹 눌러주었다.

“아! 아파!”

강찬은 웃으면서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아! 아!”

차민정과 윤영희가 웃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이제 괜찮아.”

유혜숙의 표정을 살핀 강찬은 그제야 손을 놓아주었다.

“그런데 아들, 어쩐 일이야?”

“그냥 지나가는 길에 뵙고 싶어서 왔어요. 오늘 저녁에 모임 있다고 하셨잖아요?”

“응.”

“어머니가 총무 되실지 모른다고 하던데요?”

“아빠가 그런 말씀도 하셨어?”

“새 건물 둘러보실 때 말씀하셨어요.”

요원 한 명이 그제야 커피를 들고왔다.

“저녁 혼자 먹어서 어떡해?”

“어? 저도 갈 건데요?”

“아들이?”

유혜숙은 뜻밖에 커다란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호텔에서 하는 거라면서요?”

“응. 정말 시간 돼?”

강찬의 웃는 모습을 본 유혜숙이 정말 기쁜 얼굴로 함께 웃었다.

***

김태진은 따귀라도 얻어맞은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그걸 지금 유비캅에서 맡으라는 거지?”

“내일 오광택이 보석으로 풀려나면 그 친구를 현장 책임자로 임명할 예정인데, 아무래도 전문적인 군사지식을 가진 직원이 필요하니까 도움을 청하는 거지.”

김태진은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를 얼굴이었다.

“러시아 마피아는 자네도 대강 짐작할 것 아닌가?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더라도 소소한 총격전이나 접근전은 수시로 일어날 확률이 높아.”

대신 일을 설명하고 있는 김형정은 굳은 얼굴이었다.

“국가정보원에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어. 현재 강찬 씨를 경계하려는 시선이 팽배해서 함부로 일을 벌이기도 어렵고.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하는 걸세. 전에 비무장지대 출신 중에 전역한 대원들을 중심으로 인원을 추려주었으면 싶어서.”

“쉽지 않겠는데?”

“여차하면 우리 특수팀 요원 중에서 몇 명은 사표를 써서라도 이번 일을 진행할 생각이야. 실장님 쪽에서도 몇 명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도 세웠고.”

김태진은 김형정이 하지 않은 말이 있음을 알았다.

“혹시 증평에서도 전역할 대원들이 있는 건가?”

“이번 일은 우리에게 커다란 기회가 되지. 몽골과 러시아, 중국의 경계점에 유라시아 철로의 한쪽 끝이 연결되는 일이고, 그 지역의 광물을 우리나라가 확보하는 일이어서 그래. 이런 기회를 강찬 씨에 대한 경계심으로 버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거네.”

“후우!”

김태진은 한숨을 내쉬며 김형정이 펼친 지도를 보았다.

“나하고 상현이는 무조건 가야 하는 거고, 그렇더라도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하려면 전문적인 능력을 지닌 직원이 훨씬 많이 필요해. 거기에 오광택이네 애들 교육도 해야 하는데…….”

김태진이 고개를 들었다.

“깡패들이 일반인들보다야 깡이 있겠지만, 총기를 다루거나 근접 격투술을 익힌 건 아니니까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김형정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역시 선배나 후배들을 뒤져보는 게 빠르겠군.”

“그게 가장 현실적이긴 하지.”

김형정의 답을 들은 김태진이 아쉬운 표정으로 창밖을 보았다.

“이럴 때 그분이 계셨다면…….”

“비무장왕 말이지?”

김태진은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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