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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가슴에 담기는 놈들은.
제일 좋은 방법은 대테러 요원들이 현관과 유리를 부수고 들어가는 거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든 위민국이 죽음을 각오하고 폭탄을 터트리는 것이 가장 무섭다.
안산에서처럼 C4를 터트리면 적어도 담벼락 안에 있는 요원들은 전부 죽은 목숨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거기에 이태원 주택가 한복판이 날아가는 거다.
최성곤, 그리고 이곳의 요원들, 서울 한복판의 주택가 폭발까지, 위민국은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그리고 강찬이 위민국의 입장이라도 분명 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개새끼!
강찬은 확신이 들었다.
이 새끼는 자폭을 결심하고 일을 크게 만들려는 거다. 장광택이 죽은 만큼, 강찬이 중국 공항에서 일을 벌인 것처럼, 화끈하고 시원하게 대한민국을 흔들고 싶은 거다.
“저 새끼. 아무래도 자폭하려는 거 아니오?”
강찬이 시선을 주자 석강호가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렴 저 새끼가 우리가 이렇게 포위하고 있는 걸 모를 리는 없을 테고, 우리라도 그렇지 않겠소?”
“그렇지?”
“그렇지요!”
강찬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왼손 소매를 들어 무전 버튼을 눌렀다.
치잇. “김 팀장님. 이곳에서 C4가 터지면 반경 얼마까지 위험한가요?”
무전은 모든 요원이 다 듣는다.
치잇.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김형정의 답이 있고 1분쯤 지난 후에야 두 번째 무전이 들려왔다.
치잇. “안산에서 터진 C4가 3파운드입니다. 같은 양으로 계산했을 때 반경 30m 안쪽은 위험 지역이고, 100m 안쪽은 영향권에 들어갑니다.”
치잇. “그렇다면 위험지역을 전부 비우세요.”
요원들이 놀란 눈으로 강찬을 다시 보았고, 김형정은 당장 답이 없었다.
치잇. “부원장님. 그렇게 하려면 수도방위사령부와 경찰청의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치잇. “위민국은 반드시 C4를 터트릴 겁니다. 저놈은 지금 우리가 안으로 진입하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이제부터는 진입작전을 펼칠 것처럼 유인해야 하고,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주변을 비워야 합니다.”
치잇. “대테러 팀장님의 직권으로 가능한데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큽니다.”
치잇. “제겐 책임보다 요원 한 명의 목숨이 더 소중합니다. 팀장님도 같은 생각이리라고 믿습니다.”
치잇. “알겠습니다.”
김형정과 무전을 마친 강찬은 석강호와 함께 다시 대테러 팀이 대기 중인 승합차로 걸음을 옮겼다.
“무전은 모두 들었지?”
“그렇습니다.”
복면을 한 대원이 빠르게 답을 했다.
“시간을 끈다. 혹시 바렛이 있나?”
“바렛 M82A3이 있습니다.”
“두 정을 준비해 줘.”
강찬이 막 명령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치잇. “수방사 사령관이 직접 연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김형정의 무전이 들려왔다.
치잇.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강찬은 석강호와 함께 승합차로 자리를 옮겼다.
드르륵.
안으로 들어서자 김형정은 진심으로 난처한 얼굴이었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김형정이 수화기를 건네고 버튼에 손을 올렸다.
“연결해 주세요.”
무언가 말을 하려던 김형정이 곧장 버튼을 눌렀다.
[“수방사요!”]
“국가정보원입니다.”
상대가 이름을 말하지 않아서 강찬도 그에 맞췄다.
[“새로 부원장이 되셨다는데 군과 국정원이 협조할 때는 정태섭 부원장을 통하게 되어 있소.”]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 수방사에서 이번 사건을 맡겠소.”]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확실하게 하시죠. 이곳에서 C4가 무조건 터집니다. 수방사라면 어떻게 대응할 겁니까?”
[“우리는 C4를 터트리기 전에 막을 수 있소!”]
화를 억누르면서 하는 답이었다.
“사령관님. 이쪽도 진압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요원들의 희생과 애꿎은 민간인의 희생이 따르고, 그것이 바로 적이 원하는 일입니다. 상황에 끌려가지 말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저 개새끼들이 맥 빠져서 뒈지게 해서, 우리도 대원들과 요원들에게 자부심 넘치는 작전을 하려는 겁니다! 민간인들만 피하면 됩니다! 그걸 못해서 애꿎은 대원들과 요원들에게 죽으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답이 없고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그래도 원하시면 수방사에 작전을 넘기겠습니다.”
김형정이 빠르게 강찬을 보았고,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번 작전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의 책임이오.”]
“알겠습니다.”
[“35여단이 이미 도착해 있소.”]
“김형정 팀장의 지휘를 받으면 됩니다.”
달칵.
거칠게 전화가 끊겼다.
강찬은 수화기를 김형정에게 넘겨주었다.
“경찰은 어떻게 됐습니까?”
“외곽지역은 이미 강제 대피 중입니다. 워낙 힘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러운 모양입니다.”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힘이 아니라 세상없어도 C4의 위력을 이기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김형정이 35여단에 주변을 대피시키라는 명령을 전달할 때였다.
치잇. “2층 3시 방향 창에 목표물. 저격 가능.”
느닷없는 무전이 들려왔다.
치잇. “반복한다. 2층 3시 방향, 저격 명령 대기.”
“가볼 테니까 주변이 비워지면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찬은 석강호와 함께 대테러 팀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방탄유리요?”
그걸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위민국이 저격을 몰라서, 혹은 대책 없이 창가에 서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은 들었다.
치잇. “오른손에 스위치를 잡고 있습니다.”
이 새끼!
상황을 눈치채고 최대한 끌어들이려는 거다.
혼자 죽지는 않겠다고 이럴 정도라니?
깡다구 하나는 인정이다.
강찬은 빠르게 왼손 소매에 달린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치잇. “저격수 대기.”
치잇. “저격수 대기.”
무전을 마친 강찬은 천천히 담을 타고 걸음을 옮겼다. 당연하게 석강호가 오른편 뒤에서 따라 걸었고, 이곳까지 안내했던 요원이 왼편을 함께 걸었다.
강찬은 담에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옥상이 보이고, 다음은 2층의 창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2층 창은 비행기 캐노피처럼 돌출된 형태였다.
20m쯤 되는 거리다.
‘위민국?’
강찬은 고개를 비스듬하게 틀며 시선을 올렸다.
위민국은 오른손에 기폭장치가 분명한 사각 틀을 쥐고, 왼손 검지와 중지를 편 채로 들어 보였다.
개새끼가 이런 순간에 ‘V자’를 그린 건 아닐 테고?
두 놈? 강찬과 석강호를 들어오라는 건가?
시선이 똑바로 마주친 순간이었다.
‘들어올래? 그럴 수 있어?’
위민국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쩔 거냐는 투로 강찬을 보았다.
완벽한 도발이었다.
피식.
강찬은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거기에 있는 걸 알면 됐다.
이글라 아니라, 세상 없는 걸 가져와서라도 아예 건물째 시원하게 날려주마.
서울 한복판에서 폭발이 있는 것을 잠깐 걱정했었는데, 그거 없던 걸로 한다.
네가 이곳에서 지랄한 만큼 북한 한복판에서 똑같이 해주마!
못할 거라고?
대한민국 특수팀은 그럴 깡이나 실력이 없다고?
그건 얼른 뒈져서 장광택에게 물어봐.
강찬은 위민국을 똑바로 본 채로 소매를 들었다.
치잇. “바렛은?”
치잇. “준비되었습니다.”
이번엔 강찬이 고개를 갸웃하며 위민국을 보았다.
정말 궁금하다.
우리가 복수하지 못할 거라는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기어나는 건지 속을 한번 뒤집어 보고 싶었다.
강찬은 위민국을 똑바로 보며 천천히 말을 뱉었다.
“씨발 놈아. 반드시 평양의 건물 하나를 무너트려 주마. 장광택에게 가서 안부 전해.”
위민국이 강찬의 입과 눈을 번갈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부우우웅! 끼이익!
검은색 승합차가 달려와 서고 요원 넷이 바렛 M82A3 두 정을 승합차의 창문에 고정했다.
바렛은 길이가 1m 50가량 되는 총이다.
박스형 탄창에 10발이 들어가는데 탄알이 귀엽게 생긴 대포알 수준이다.
방탄유리?
방탄조끼나 심지어 어설픈 콘크리트 벽도 뚫는 놈이다.
위민국이 급하게 스위치를 들어 보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럴 줄 몰랐겠지?
협상을 하는 척하면 얼렁뚱땅 의협심에 들어가서 죽어줄 줄 알았겠지?
개새끼야!
이런 거? 매번 얘기하는데 아프리카에서 지겹게 해 봤다.
물론 진심으로 협상을 원할 수도 있다.
다른 속이나 계산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저 개새끼와 협상을 하게 되면 억울하게 죽은 최성곤과 비명과 고통을 참고 참아가며 죽어간 이유슬의 아버지를 팔아야 한다.
위민국의 입이 커다랗게 움직였다.
“나. 를. 보. 내. 주. 면.”
치잇. “조준 완료.”
승합차에 바렛을 설치한 요원의 무전이 들린 직후였다.
“남. 조. 선. 의. 간. 첩. 을. 알. 려. 주. 마.”
감시 카메라와 승합차에서 나온 대원들 모두가 위민국의 입이 말하는 바를 분명하게 알았다.
강찬은 천천히 왼손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치잇. “최성곤 장군을 다들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유슬의 아버지도. 나는 이 자리를 책임지는 대테러 팀장으로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위민국을 사살하겠다.”
대원들이 빠르게 강찬을 보았고, 위민국은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건가?’ 하는 표정이었다.
치잇. “이제부터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과 우리 군 특수팀은 적의 어떤 도발에도 무조건 응징과 그에 상응하는 복수를 기본으로 삼는다.”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바렛의 거대한 총구를 보았을 때였다.
치잇. “반경 30m는 완전히 비웠습니다.”
김형정의 다급한 무전이 들려왔다.
강찬의 눈빛을 본 위민국이 빠르게 입을 움직였다.
“간. 첩. 중. 한. 명. 을. 불. 러. 주. 마!”
“늦었어, 이 개새끼야!
강찬의 고함을 주변의 모든 요원이 똑바로 들었다.
치잇. “전 요원 C4폭발에 대비한다. 바렛 사격을 시작으로 저격수 사격해라. 우리의 목표는 무장간첩 위민국의 확실한 사살이다.”
화다닥!
위민국이 안으로 뛰어드는 순간이었다.
치잇. “사격!”
강찬의 명령이 떨어졌다.
투웅! 퍼억! 투웅! 퍼억!
푸슝! 푸슈슝! 푸슈슝! 푸슝! 푸슝!
대기하고 있던 대테러 팀 요원들이 일제히 사격을 가했고,
투웅! 퍼억! 투웅! 퍼억! 투웅! 퍼억! 투웅! 퍼억!
바렛이 창과 현관, 2층의 베란다 문을 사정없이 부쉈다.
외곽의 담벼락이 워낙 크고 굵어서 당장 C4가 터져도 담 밖으로 충격이 전달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이런 집은 그래서 폭발이 위로 튄다.
투웅! 퍼억! 투웅! 퍼억!
조용한 주택가라 그런지 바렛의 발사음이 대포 소리를 멀리서 듣는 것처럼 들렸다.
퍼억! 퍼억!
2층 창틀이 완벽하게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콰으으으응! 퍼석! 파자작!
엄청난 굉음과 함께 주택의 잔해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철푸덕! 철퍽!
강찬과 석강호는 누군가 뒤로 던진 것처럼 바닥에 처박혔다.
부스스스!
그리고 시멘트 가루와 흙가루, 그리고 각종 파편이 두 사람을 덮쳤다.
개새끼!
장광택에게 안부 꼭 전해줘.
고개를 털어내면서 강찬은 피식 웃었다.
***
“취소하셔야 합니다!”
국가정보원 부원장 정태섭은 눈과 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고등학생입니다. 괜찮다고 하셨지만, 완벽하게 투항할 의사가 있는 주요 인물을 상대로 서울 한복판을 전쟁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해외 언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당장 우리나라는 전쟁상황에 놓인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황기현은 묵묵하게 듣고만 있었다.
“이걸 쉽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미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러다간 정말 전쟁이 일어납니다. 원장님! 고등학생을 특수요원으로 분류하신 것까지는 참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수도방위사령부를 포함한 군에서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황기현이 계속 듣고만 있어서 부원장 정태섭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닫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황기현의 제1 접견실은 도청을 막기 위해 내부에 세 개의 신호탐지기와 저주파 발사기 2대를 설치해 두었을 뿐, 다른 장식은 전혀 없었다.
“만약 원장님께서 그래도 강찬 부원장을 인정하신다면 저는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이것이 군에서 국가정보원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입니다.”
황기현은 정태섭의 독오른 눈매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하하하!”
라노크의 커다란 웃음이 그의 집무실에 가득했다.
“DIA의 두 번째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구나!”
감탄인지 탄성인지 모를 말을 건넨 라노크는 또다시 통쾌한 웃음을 웃었다.
[“부총국장은 DIA의 음모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렇겠지! 그렇지만, 그 용기와 결단에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이것이 본국에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 이 시간 이후로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제공하던 1급 정보를 차단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총국장에게는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무슈 강에게는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이 그를 외면하더라도 결국 결정은 무슈 강의 몫이지. 무슈 강은 그런 남자다.”
진지한 말을 마친 라노크는 또다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브랜든이 죽을 맛이겠군.”
[“DIA, CIA, 심지어 FBI까지 부총국장에 관한 정보를 다시 수집한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정보국의 모든 라인을 동원해서 그들이 수집하는 정보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전화를 내려놓은 라노크는 다시금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었다.
“바실리가 편치 않겠군. 이대로 무슈 강이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는데.”
라파엘이 조심스럽게 라노크의 잔에 홍차를 채워주었다.
***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병원의 공원 벤치에 앉은 최종일에게 우희승이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요원들과 증평의 대원들이 전폭적으로 부원장님을 지지하는 것도 다른 간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담배 있냐?”
최종일은 엉뚱한 소리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우희승이 담배갑을 디민 다음 라이터를 꺼냈다.
찰칵.
“후우!”
최종일이 뿜은 담배 연기가 겨울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사라졌다.
“우리는 명령만 보면 된다.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마음이 누구에게 쏠리는지는 전혀 고민할 문제가 아닌 거다.”
최종일은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바로 재떨이에 던져버렸다.
무언가 대꾸하려던 우희승이 입을 다문 순간이었다.
“검찰에서 지랄할 때 생각나지?”
“예.”
“우리 임무가 뭐냐?”
“부원장님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곳에 눈 돌릴 시간이 있어?”
우희승은 아차 하는 표정이었다.
“다음 주에 퇴원한다. 그때까지 네가 책임지고 부원장님을 지켜드려라. 우리는 임무만,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명령만 본다.”
만족한 것처럼 우희승이 씨익 웃은 다음이었다.
“더 할 말이 있어?”
“중요한 일을 놔두고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번이라면서?”
“목숨을 건 일이라서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있었습니다. 갑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우희승을 보며 이번엔 최종일이 씨익 웃었다.
***
푸슝! 푸슝! 푸슝!
모형도시에 특수팀의 소총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치잇. “건물 1동 폭파!”
치잇. “건물 2동 폭파!”
진입로에 세워둔 지프에 앉은 차동균이 스톱워치를 꾹 눌렀다.
부관이 고개를 기울여 시간을 확인한 후에 재빨리 훈련일지에 적었다.
치잇. “오전 훈련을 종료한다. 대원들 입구로 집합.”
차동균의 무전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원들이 입구로 모여들었다.
“16분 걸렸다.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했으니 우리 실력이 그 정도인 것은 맞을 거다. 16분이면 세계적인 수준 맞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뛰어난 실력이, 능력이 필요하다.”
차동균의 눈빛만큼이나 대원들의 눈빛도 이글거리고 있었다.
“우리 대신 위민국을 상대하며 했다던 말씀을 잊지 말자. 이제부터 우리 특수팀은 무조건 응징을 첫 번째 목표로 삼는다. 지치고 힘들면 누구든 빠져도 괜찮다. 나를 비롯해 누구도 비웃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이해한다! 우리 목표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차동균이 이를 꽉 깨물고 대원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리고 악을 쓰는 것처럼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특수팀이 세계 최강이 되는 그 날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 그것이! 최성곤 장군님이 바라시던 일이고! 먼저 간 동료들에게! 내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예우이기 때문이다!”
아직 이렇게 악을 쓸 만큼 상처가 낫지 않았다.
그래서 부관은 차동균이 다시 이를 악물고 숨을 들이마실 때, 힐끔 그의 상처를 살폈다.
“빠지고 싶은 대원!”
“없습니다!”
모형도시에 쇳소리 가득한 고함이 쩌렁쩌렁 울려 나왔다.
“지금부터!”
결국, 차동균의 상처를 싸맨 붕대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최성곤 장군님께!”
부관은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바깥쪽으로 돌렸다.
“우리의 각오를 들려드린다!”
대원들이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차동균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우리의 구호!”
“나의 피로! 조국을 지킬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하다!”
대원들의 외침이 아프게 모형도시를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