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24화 (22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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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그리운 사람이 서 있던 자리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유혜숙은 요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트에 들렀다.

언젠가 코뼈를 얻어맞으면서 악착같이 지켜주던 모습을 본 뒤로 때론 미안하고, 또 때론 안쓰러운 요원들이다.

여자 요원들은 주로 검은색 정장에 흰색 블라우스나 면티 차림이었다. 그런데 또래의 여성들과 달리 소매가 빵빵해 보일 정도로 팔뚝이 굵고, 어깨와 등이 떡 벌어졌으며, 어떨 때는 건들거리나 싶을 정도로 각이 선 동작을 보인다.

자선 단체를 시작하고 가장 놀란 것은 기부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저 도와 달라는 것이 아니라 거의 협박 수준이었다.

처음에 숨도 못 쉴 정도로 놀랐던 흉측한 문신이나 상처가 지금은 애교 수준이 되었다.

각목, 회칼, 심지어 후크 선장처럼 손목 아래에 갈고리를 달고 나타난 남자들이 책상을 꽝꽝 찍어댈 때면 아예 혼이 나가는 것 같았다.

“아저씨! 잠깐 나와 봐.”

“이것들이 죽을라고!”

“아이, 거! 잠깐 나오라니까!”

“오냐! 너 이 쌍년! 아예 아가리를 찢어주마!”

물론 그렇게 따라 나가고, 다시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 대개 여자 요원들은 소매를 털어가며 실실 웃는 얼굴로 들어왔는데 가끔은 스트레스가 풀린 표정이기도 했었다.

“괜찮아요?”

그래서 놀란 유혜숙이 물어볼라치면,

“쟤들이 운이 좋은 거지요. 만약 사모님 앞에서 이러고 있는데 아드님 들어오시면 어쩔 뻔했습니까?”

하고는 씨익 웃곤 했다.

그 뒤로 유혜숙은 거칠게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유혜숙이라고 아들의 눈빛이 번들거릴 때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나?

어린 아들이 힘에 부쳐서, 제가 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다 보니 악에 받쳐서 눈빛까지 그렇게 된 걸 거다.

새벽에 달리고 들어올 때마다 유혜숙은 아들이 어떡해서든 견디려는 몸부림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변한 아들은, 저렇게 강한 요원들조차 어쩌지 못했던 적의 목을 단숨에 돌려버리고, 한 편으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이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궁금하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이유는 혹시나 그런 일들을 알게 되는 바람에, 아들이 더 위험해지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였다.

꿈자리가 사납거나 혹은 무심코 하루를 보내다 덜컥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먹는 족족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사무실에서 습격당했던 날, 아파트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몸을 피하던 날, 그리고 곧바로 승합차를 따라 달리던 아들을 본 이후로, 유혜숙은 험한 사람이 찾아오면 항상 문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버지나 엄마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유혜숙 앞에서 “씨발!” 이라는 욕을 내뱉고, 책상을 칼로 찍어대는 거친 남자를 본다고 생각해 봐라.

유혜숙은 몸서리를 쳤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에요.”

여자 요원이 놀란 눈으로 주변을 빠르게 훑는 바람에 유혜숙은 얼른 목이버섯으로 눈을 돌렸다.

아들이 오는 날이다.

잡채를 입에 넣어주었을 때 아들의 표정이, 커다랗게 떴던 눈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잡채 하실 건가요?”

“그래요.”

여자 요원이 웃으면서도 또다시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요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유혜숙은 물건을 오래 고르지 못했다.

불편하다. 솔직히 혼자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을 때도 많다.

그렇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요원들이 평범하디 평범한 유혜숙을 지켜주는 것에 고맙고 감사할 일이지, 불평을 털어놓는 것은 도리가 아닌 거다.

“사모님. 저쪽에 있는 게 더 좋아 보이는데요?”

“그렇죠?”

“그런데 왜 이걸 사세요? 저쪽으로 가보시죠?”

“이런 데 오래 있으면 민정 씨와 다른 요원분들이 힘들잖아요.”

차민정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는 투로 웃었다.

“아드님 해 주시려는 거죠?”

“알고 있었어요?”

“예. 일정을 짜게 되니까요. 천천히 고르셔도 됩니다.”

그래도 유혜숙은 미안한 마음을 접지 못했다.

“사모님.”

차민정이 주변을 둘러본 후에 다시 유혜숙에게 시선을 주었다.

“저희에게 미안하다는 생각 때문에 가시고 싶은 곳이나, 하시고 싶은 일을 주저하시면 저희가 제대로 일을 못 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 건 아니에요.”

차민정은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정말 위험하다거나 경호가 힘들 경우에는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그전까지는 편안하게 하시고 싶은 일을 하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정말이다.

이렇게 배려해 주는 것이 고맙고 감사해서 가능하면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조금은 여유를 가졌지만, 유혜숙은 가능한 한 빠르게 물건을 골랐다.

시금치도 샀고, 목이버섯은 그 전에 샀고, 고기 샀고, 그 외에……. 당면! 제일 중요한 당면을 빼놓았다.

유혜숙이 고개를 들어 국수와 면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차민정이 빠르게 위치를 바꾸었다.

그녀는 가끔 무전으로 지시를 한다.

유혜숙이 알지 못하는 곳에 훨씬 더 많은 요원이 배치되어 있다는 뜻이다.

“B-3 구역으로 이동.”

지금도 유헤숙이 걸음을 옮기자 차민정은 빠르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오늘따라 무전이 좀 잦은 것 같아서 유혜숙은 자꾸만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커피 매대를 지나고, 기름 매대를 지난 다음, 라면과 당면을 파는 매대로 돌아들어 갔을 때,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아들!”

유혜숙은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어떻게 된 거야?”

“어머니, 여기 계시다고 해서요!”

차민정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슬쩍 뒤로 빠졌다.

“이리 주세요. 뭐 사시려고요?”

“응, 잡채 하려고.”

“정말요?”

유혜숙은 보듬었던 아들을 놓고, 매대에 있던 당면을 집어 들었다.

“더 사실 건 없어요?”

“응. 다 샀어.”

그런데 막상 아들이 오자 유혜숙은 무언가 서운했다.

“그러지 말고 다른 거 있나 한 번 둘러보죠?”

“아들, 안 피곤해?”

“전혀요!”

강찬은 웃으면서 수레를 밀고 매대를 빠져나갔다.

“저기 한번 가볼까요?”

그리곤 안쪽으로 움직였다.

유혜숙은 세상 모두가 달려들어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불고기, 만두, 우유, 부침개, 심지어 냉면과 육수까지 먹어보고, 맛봐가며 마트를 커다랗게 돌았다.

오렌지를 하나씩 꼼꼼하게 골랐고, 멜론, 고구마, 당근도 천천히 살폈다.

아들이 지겹지 않을까?

고개를 돌린 곳에서 강찬은 웃는 얼굴로 있었다.

“어머니. 죄송한데 잡채 좀 많이 만드실 수 있어요?”

“왜? 얼마나?”

“여기 수고해 주는 요원들이 여섯 명쯤 되나 봐요. 어머니 잡채 자랑하고 싶거든요.”

“맛없으면 어떡하지?”

“괜히 그러신다.”

행복했다.

아들은 요즘 넉살도 늘었다.

“어머! 찬이 엄마!”

“아! 안녕하세요?”

“아휴! 아들이랑 데이트 하나 보네! 이번에 서울 대학 간다면서?”

강찬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하여간 부러워. 나중에 봐요.”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아줌마야. 미영이 사는 동.”

“아!”

강찬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

집으로 돌아온 유혜숙은 차민정과 함께 잡채를 만들었다.

위민국이 있다는 집은 벌써 사흘째 주변을 꽁꽁 싸매다시피 감시 중인데 아직도 드나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밤에 불은 켜진다.

덮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만에 하나 위민국이 그곳에 없을 경우도 계산해야 해서 지금은 기다릴 때였다.

그 바람에 김형정은 사흘째 차에서 먹고 잔다.

잠시 후,

“아들! 저녁 먹어!”

유혜숙의 기쁜 음성이 들려서 강찬은 부엌으로 움직였다.

요원들 숫자만 여섯 명이다.

낮에 병원에 들렀던 강대경이 저녁 약속이 있는 바람에 숫자가 적었지, 하마터면 잔칫집이 될 뻔했다.

식탁에서, 거실에서 편안하게 잡채를 먹었다.

눈물 나는 맛이라는 건 이런 것 아닐까?

살면서 엄마의 손맛이라는 말뜻을 이해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후루룩. 후룩.

김치를 얹은 다음, 볼에 꽉 차도록 먹을 때의 행복이라니.

“밥 비벼 줄까?”

“그럴까요?”

널따란 접시에 밥을 깔고 그 위에 잡채를 올린다.

요원들도 사양하지 않고 먹어서 김치를 벌써 두 번이나 더 꺼냈다.

유혜숙은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었고, 요원들은 뿌듯한 얼굴이었다.

강찬이다.

대한민국 특수팀의 위상을 단숨에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

그의 부모를 지키고, 함께 앉아서 밥을 먹는다. 그것도 이제는 국가정보원 부원장으로 대테러 팀장을 맡고 있는 강찬과 말이다.

함께 잡채를 먹는 이 순간을 팔겠다고 하면 단박에 30명은 달려들 거다.

“더 먹어.”

“많이 먹었습니다.”

차민정은 진짜 많이 먹었다.

“더 먹을 사람?”

다들 차민정과 다르지 않은 얼굴이었다.

여자 요원들이 달려들어 설거지를 도왔고, 다 같이 앉아서 차를 마셨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요원들의 자부심이 아파트에 가득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리고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우희승입니다. 잠깐 시간 되십니까?”]

“응. 왜?”

강찬은 슬쩍 주방의 유혜숙을 보았다.

[“이런 일 말씀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이유슬 때문입니다.”]

“이유슬이? 왜?”

[“자는 줄 알았는데 특수팀 활동 모습을 TV로 봤나 봅니다. 그때 안아주셨던 아저씨 죽은 거 아니냐고 계속 울어서 차동균 중위가 어떻게 방법이 없겠냐고 전화했습니다.”]

“지금 증평에 있어?”

요원들의 시선이 빠르게 강찬에게 달려왔다.

[“예. 증평 시내에 아파트로 이사해서 그곳에 있습니다.”]

“가야지.”

[“죄송합니다.”]

“그게 왜? 마침 저녁 먹었으니까 바로 출발할게. 다예한테 연락 좀 해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주방으로 움직였다.

“어머니.”

“응? 과일 줄까?”

“아뇨. 그게 아니라 지난번에 증평에 병문안 갔던 적 있잖아요?”

“응.”

“오늘도 한번 다녀올까 하구요.”

“왜? 많이 안 좋으시대?”

유혜숙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서 강찬은 보기 좋은 웃음을 달았다.

“좋아졌대요. 한 번 더 가기로 했었는데 마침 시간이 돼서 다녀올까 하구요.”

“힘들어서 어쩌니? 하루쯤이라도 쉬어야 할 텐데.”

“오늘부터 계속 쉴 텐데요. 늦게라도 들어올게요.”

“그래, 아들.”

유혜숙이 강찬을 안으려다가 힐끔 요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모습은 정말 귀엽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강찬은 유혜숙을 안아주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거실로 나왔을 때 요원들은 내용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그들의 눈빛과 태도, 그리고 음성으로 알 수 있었다.

***

강찬과 석강호가 한 차, 뒤편에서 우희승과 이두희가 따랐다.

아직 다리가 완전하게 낫지 않았고, 옆구리에 붕대도 감았다. 석강호는 좀 더 심한 편이었는데 운전을 하기 불편해 보이기까지 했다.

커피를 사서 한 모금씩 마시며 가는 길이다.

“거 애가 안쓰러워서 어쩌우?”

“특수팀의 비애라면 비애인 거지. 사실 이런 건 영웅을 만들어서라도 자부심을 심어줘야 하는데…….”

평일 오후라 고속도로는 그럭저럭 달릴 만했다.

부대에 들어서자 막사에서 차동균과 부관이 먼저 나왔고, 다음으로 대원들이 두 사람을 반겨주었다.

“저녁은 어떡하셨습니까?”

“난 먹었어. 여기는?”

“저희는 시간 밥 먹잖습니까?”

하기야, 군대만큼 제시간에 밥 먹는 곳이 몇 곳이나 되겠나?

“지금 가면 돼?”

“예.”

강찬의 차에 차동균과 곽철호가 탔고, 이번에 대원들은 부대에 남았다.

“이쪽 특수팀 사령관은 아직 안 정해졌어?”

“그런 모양입니다. 드세다는 소문도 있고, 일이 고되다는 말이 돌아서 쉽게 나서기 어렵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염병! 군인이 힘들다고 안 오겠다는 소릴 했다니!

실제로 목숨 걸고 뛰어다니는 놈들은 1년에 3천만 원도 안 되는 봉급에도 기쁘게 죽는다는데, 별을 단 인간들이 힘들어서 안 맡으려 한단다.

“유슬이, 병원에 다니고는 있냐?”

석강호가 힐끔 던진 질문에 차동균이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하는 답을 했다.

차동균이 가리키는 대로 증평 시내로 들어오자 제법 높아 보이는 아파트가 눈에 띄었다.

“이리 이사 왔습니다. 한동안 잘 지냈는데 TV를 보고 놀란 모양입니다.”

“저 앞에 제과점에 잠깐 세워 봐.”

강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할 때였다.

“저기 나와 있나 봅니다.”

차동균이 뒤에서 손을 뻗어 놀이터 한쪽을 가리켰다.

차가 섰고, 강찬과 차동균, 곽철호가 내렸다.

이유슬은 막상 강찬이 다가서자 얼른 엄마의 허리를 붙잡고 등 뒤로 숨었다.

“뭐야? 나, 보고 싶다고 그랬던 거 아냐?”

빼꼼.

이유슬이 눈만 내밀어 쪼그려 앉은 강찬을 보았다.

“빨리 와! 얼른 케이크 사러 가자.”

이유슬의 엄마가 입을 가리고 억지로 울음을 삼키는 앞이다.

“어? 정말 안 오면 갈 거다.”

“아저씨. 다친 거 아니에요?”

“다 나았어.”

“그럼 이제 괜찮아요?”

“응! 그러니까 얼른 케이크 사러 가자니까!”

이유슬이 강찬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였다.

“하늘에서 아빠가 보고 계시다가 이번에도 우릴 다 살려주셨어. 유슬이 잘 부탁한다고 말씀도 하셨고.”

“정말 그런 말을 했어요?”

“노래도 잘 들었다고 하시던데?”

“아빠가 나 보고 싶지는 않대요?”

이유슬의 눈과 입이 가로로 길게 늘어졌다.

“매일 보고 있기는 한데 너무 안아보고 싶으니까 아저씨더러 대신 안아 달라고 하시던데?”

쭈뼛. 쭈뼛.

이유슬이 강찬을 향해 움직였다.

“이리와.”

“으아앙!”

이유슬을 안은 강찬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빠아! 나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이런 상처는 하루아침에 낫지 않는다.

세상 전부를 지켜주던 아빠가 한순간에 죽고 없다는 걸 어떻게 쉽게 털어낼 수 있겠나?

강찬은 이유슬을 안고 서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10분쯤 지나자 울음을 그쳤다.

“밥은 먹었어?”

이유슬이 고개를 저었다.

“뭐 먹고 싶어?”

이번엔 아이의 시선이 엄마를 찾았다.

“왜? 뭔데?”

“아빠하고 먹던 치킨 먹고 싶댔어요.”

엄마가 답을 대신했다.

“치킨이구나! 가자!”

이유슬이 울음을 터트리면서 강찬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아파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힐끔거리다가 차동균과 곽철호를 보고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몸을 돌려 걸을 때였다.

눈물을 닦아낸 이유슬의 엄마가 강찬의 곁에서 “도움 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조용하게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어요.”

“아니요!”

이유슬의 엄마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돈도 중요하지만, 우리 그이가 헛되이 죽지 않았다는 걸 알고 나서 용기가 생겼어요. 유슬이 정말 잘 키울게요. 어쩐지 애 아빠가 정말 보고 있을 것 같아요.”

엄마가 말을 건네자 이유슬은 울음을 그쳤다.

치킨집에 들어간 강찬은 한쪽을 차지하고 종류별로 시켰다.

“먹자!”

일부러 씩씩하게들 먹었다.

“건배!”

콜라를 든 이유슬 모녀와 시원하게 잔도 부딪혔다.

“아빠가 너 씩씩했으면 좋겠대.”

강찬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건넸다.

“정말요?”

곧바로 눈물이 달렸는데 울음이 터지지는 않았다.

우걱. 우걱.

닭 다리를 커다랗게 베어 문 강찬은 이유슬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너 자꾸 울면 아빠가 위에서 힘들어. 다른 아저씨들이 놀리기도 하고. 유슬이, 아빠처럼 멋진 군인 안 할래?”

차동균과 곽철호가 화들짝 놀란 눈으로 강찬을 볼 때였다.

“할래요!”

이유슬이 고개까지 끄덕이며 답을 했다.

“그래! 그럼 씩씩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울지 말고, 억울한 일 생기면 아저씨한테 바로 전화하는 거야. 할 수 있겠어?”

“그럼 군인이 돼요?”

“응. 아빠 기억하잖아? 아빠 우는 거 봤어?”

이유슬이 고개를 저었다.

“아빠 밥 싫다는 거 봤어?”

또다시 고개를 젓는 이유슬의 머리를 강찬이 쓰다듬어 주었다.

동료를 잃은 병아리 대원들이 꼭 이랬다.

“너 특수팀에 들어와라.”

이 말을 던지면 열이면 열, 모두 상처를 털고 일어났다.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운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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