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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먼저 보내자.
“제라르.”
“Oui(위)!”
강찬의 부름에 제라르가 다가왔다.
누가 보아도 지휘관을 대하는 대원의 자세였는데 프랑스 특수팀은 오히려 그 점이 자랑스럽다는 태도였다.
강찬은 지도를 펼쳐놓았다.
“이 길은 반드시 저 능선의 끝을 타고 돌아야 한다. 달리는 트럭에서 이글라를 막기는 어려워.”
제라르가 시선을 들어 강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트럭은 세 대로 간다. 그리고 이곳에 세 명이 남아서 이글라를 방어하고 나중에 빠져나가겠다.”
“그렇다면 다예와 제가 남으면 되겠군요.”
강찬과 석강호가 예상했던 꼭 그 답이었다.
“트럭의 지휘는 무슈 꽉이 하면 되지 않습니까?”
“무슈 꽉?”
강찬은 제라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곽철호가 무슨 일인가 하는 눈으로 이쪽을 살폈다.
“대장.”
“왜?”
“그러지 말고 이쪽에 우리 저격수 애 둘하고 대원 다섯을 더 남깁시다. 그래서 출발할 때 저격수는 이곳에 남겨 두고, 일곱이 저쪽을 덮치는 게 어떻습니까?”
이 새끼가 왜 이렇게 간이 부어서 이러지?
“이왕 지켜줄 거라면 제대로 지켜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빠져나가려고 해도 저놈들이 멀쩡한 상태에서는 어려울 것 같구요.”
답을 들은 강찬의 눈이 느닷없이 번들거렸다.
“이 개새끼가?”
강찬의 느닷없는 한국말 욕에도 제라르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용을 모르는 석강호가 강찬과 제라르를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폈다.
“제라르.”
“Oui.”
강찬의 음성이 바뀌자 제라르가 공손하게 답을 했다.
“내 앞에서 잔머리 굴리지 마라.”
“대장. 대장은 할 만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우리 애들에게 맡기고 대장은 빠져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강찬이 피식 웃었는데도 제라르는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인원을 늘리자고 했을 때 강찬이 짐작했던 이유가 맞았다. 프랑스 특수팀이 막는 동안 강찬을 보내려고 했던 거다.
“제13연대 규칙에 따라 빠지고 싶은 놈들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여기 어떤 놈도 대장을 두고 맘 편히 달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탈출할 쪽은 반드시 지휘관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강찬의 눈빛을 본 제라르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닫았다.
“뭐라는 거요?”
대신 석강호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프랑스 대원들은 제라르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그래서 강찬은 석강호와 대원들이 들을 수 있도록 제라르의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애새끼가 중닭이 되더니 그래도 대가리가 도네.”
이 새끼는 또 뭐라는 거야?
“그렇지 않소? 탈출하는 쪽을 철호에게 맡기면 프랑스 애들 통역은 누가 할 거요?”
강찬은 기가 막혀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좋아!”
제라르와 석강호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원이 강찬에게 시선을 주었다.
강찬은 먼저 프랑스 말로 입을 열었다.
“프랑스 팀을 반으로 나눈다. 그리고 나, 석강호, 너와 프랑스 팀 절반이 적진으로, 나머지는 탈출하는 것으로 하자.”
“준비하겠습니다.”
제라르가 만족한 듯한 대답과 함께 대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곽철호!”
강찬은 곽철호를 불러 지도 앞으로 오게 했다.
“프랑스 팀 절반이 한 차, 인질과 부상 대원들, 한 차 해서 이 길을 따라 달려. 한 시간쯤 가면 우리가 헬기에서 내린 상가르가 있다. 내가 이곳에서 위성 전화를 해 놓을 테니까 거기까지만 가라.”
“제가 남겠다고 해도 됩니까?”
“안 돼.”
곽철호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는 않았다.
“곽철호. 지금은 감정적으로 움직일 때가 아냐. 저 대원들의 구심점이 필요한데 그걸 너 말고 누가 해?”
“저는 프랑스 말도 할 줄 모릅니다.”
“간단한 영어로 해도 알아들어.”
강찬의 시선을 받은 곽철호가 눈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안다.
지금 곽철호의 속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이 새끼들은 전부 가슴에 담긴다.
“명령이다. 인질들과 부상병을 인솔해서 상가르로 가라.”
곽철호는 더럽게 억울한 눈빛이었다.
“곽철호?”
“알겠습니다.”
곽철호가 소총 소리를 내며 일어서자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지도를 살폈다.
“그럼 뒤쪽 트럭 두 대하고, M60 매단 트럭 쓰면 되겠다.”
“애들 시켜서 뒤에 트럭부터 가져오라고 하겠소. M60은 실탄이 얼마 안 남았소.”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도를 접어 넣었다.
“위성전화!”
대원 한 명이 빠르게 달려와서 전화기 버튼을 누른 다음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신호음이 울린 다음이다.
[“베이스입니다.”]
김형정의 음성이 달려들었다.
“베이스, 배달부와 화물이 이동한다. 헬기를 대기시켜라.”
[“알겠습니다.”]
“화면이 실시간으로 보이는 건가?”
[“대략 1분쯤 뒤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강찬은 우선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1분 안에 트럭에 오를 수 있다면 적들 모르게 움직이겠지만, 부상자와 인질들이 트럭에 오르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하긴 어차피 폐가를 돌아나가면 적들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부상자 중 4명의 상태가 위독하다. 의료진 부탁한다. 이상이다.”
[“조치하겠습니다.”]
답이 있었으니 다른 말을 지껄일 필요는 없었다.
강찬이 전화기를 끄고 대원에게 건네줄 때 트럭 두 대가 뒤쪽으로 다가왔다.
“부상 대원 먼저 옮겨!”
팽팽한 긴장감이 폐가를 덮쳤다.
프랑스 팀에게 경계를 맡긴 대원들이 부상당한 대원들을 트럭으로 옮겼다.
강찬은 인질들을 향해 움직였다.
“대원들을 다 옮기고 나면 저 트럭에 타세요.”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말도 없었다.
전투, 그것도 칼로 싸우는 전투가 있고 나서 인질들은 완전히 질린 얼굴들이었다.
***
“아! 부상자로 보이는 대원들과 인질들이 트럭에 오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특수팀의 지원을 받아 탈출할 예정으로 보입니다. 제발 무사히 탈출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본 광경 중에서 가장 희망적인 모습이어서 앵커의 음성에 힘이 담겼고, 아파트 여기저기에서 박수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도 했다.
강대경은 울음을 그쳤다.
끔찍한 전투를 볼 때까지 철부지처럼 울어댔는데 지금은 멍한 상태지만 꿋꿋하게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죽는 대신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숨도 쉬지 않고 바로 아파트 난간으로 뛰어내릴 정도로 사랑하는 아들이다.
그 아들이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데 아버지라는 사람이 징징거리며 울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함께 견딘다.
그 끔찍한 전투에서도 아들은 칼을 휘두르고 수류탄 던져가며 끝내 견뎌냈다.
지금부턴 아버지도 당당하게 버틴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이 저 지옥에서 나오는 모습을 지켜봐 준다.
강대경은 그래서 울음을 그쳤다.
“당신 괜찮아?”
유혜숙의 질문에 울컥 가슴이 울렁였지만, 강대경은 이를 악물며 견뎌냈다.
“물 좀 마셔. 나중에 머리 아파.”
“그래.”
유혜숙이 건네준 물을 강대경은 조심스럽게 두어 모금 마셨다.
아들아, 아버지는 이렇게 견디고 있으마.
그러니까 너도 잘 견뎌서 꼭 나와라.
“당신 뭐 있지?”
유혜숙이 퉁퉁 부은 눈을 보며 강대경은 고개를 저었다.
“군대 생각이 나서 그랬다니까.”
“당신은 그냥 눈만 쓸다 제대했다며?”
“당신 걱정할까 봐 그랬지. 우리도 저런 훈련 다 받았어.”
“정말 군대 가면 저런 훈련 다 받아? 그럼 우리 찬이도 나중에 저런 훈련을 받아야 하는 거야?”
유혜숙의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보며 강대경은 슬프게 웃었다.
아마 아들은 교관을 하면 했지, 저런 훈련을 받지는 않을 것 같았다.
“현재 지휘관과 십여 명의 대원들은 트럭에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 앵커의 멘트가 들려서 강대경은 얼른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
화면을 지켜보던 DIA 국장 브랜든은 앞에 놓인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작전의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되나?”
[“갓 오브 블랙필드의 지휘 능력과 프랑스 특수팀의 전투 능력을 감안하면 인질 탈출 성공률은 75%, 갓 오브 블랙필드의 탈출은 55%가 예상됩니다.”]
“God damn it! Shit!”
인터폰의 스위치를 누른 상태에서 브랜든은 거친 말을 쏟아냈다.
잠시 거친 숨을 내쉰 브랜든은 버튼을 누르지 않은 왼손으로 입술을 양쪽을 아래로 닦아냈다.
“아파치 도달 가능 시간은?”
[“명령 후 10분 이내입니다.”]
답을 들은 브랜든은 앞쪽의 화면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이튼은?”
[“한국으로 이동 중입니다.”]
“멍청이!”
[“예?”]
브랜든이 확 인상을 찌푸리며 버튼에서 손을 뗐다.
“그냥 한국의 국가정보원 부원장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아파치로 쓸어버리면 되는 건데, 역시 라노크는 빈틈이 없군.”
브랜든은 검지로 책상을 천천히 찍어댔다.
“기가 막히는군. 프랑스 부총국장에 한국 국가정보원의 부원장, 그것도 모자라 블랙헤드의 에너지를 처리한 놈이 한국인이라니. 빌어먹을 갓 오브 블랙필드!”
고민이 생기면 혼잣말을 하는 버릇대로 브랜든은 검지로 책상을 찍어가며 말을 뱉어냈다.
***
대원들이 트럭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난 다음이었다.
강찬은 우선 프랑스 특수팀이 타고 있는 차량으로 움직였다.
“질문?”
“없습니다!”
강찬의 능숙한 불어는 어딜 가든지 시선을 끈다.
인질들이 힐끔거리면 강찬을 살폈다.
강찬은 다시 한국의 특수팀이 타고 있는 트럭으로 옮겨왔다.
“곽철호! 질문?”
“없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트럭의 뒤를 돌아보았다.
“적들은 우리가 트럭에 탄 것을 모두 안다. 각오 단단히 하고 M60 총성이 들리면 출발해!”
강찬이 피식 웃으면서 곽철호의 헬멧을 툭 친 다음이었다.
“돌아오시면 그때 답하겠습니다.”
곽철호의 단단한 음성과 독이 잔뜩 오른 눈빛이 돌아왔다.
이런 새끼들이 바글거리는 특수팀이 있다니.
강찬은 곧바로 몸을 돌려 폐가로 들어갔다.
“저격수! 이글라만 노려!”
“맡겨주십시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강찬은 프랑스 특수팀을 돌아보다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찬이 건네준 황토색 두건을 쓴 병아리가 당찬 시선으로 서 있는 것을 본 직후였다.
“마지막이다. 이 작전에서 빠지고 싶은 대원?”
철커덕!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것처럼 병아리가 거칠게 노리쇠를 당겼다 놓았다.
“준비해!”
철컥! 철커덕! 철컥! 철컥!
대원들이 무기를 점검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권총, 대검, 소총. 수류탄.
강찬을 시작으로 대원들 전체가 폐가의 가장 왼쪽 담벼락에 붙었다.
“가자!”
와락!
이미 반쯤 무너진 담을 타고 강찬이 앞으로 나갔고, 그 뒤를 석강호와 제라르가 따랐다.
투두두둑! 투두둑! 푸슝! 투두두둑! 푸슝! 푸슝!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총을 쏘며 달리는 거다.
발 앞에서 흙이 튀는 공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그 사이를 달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퍼억!
요란한 소리와 함께 프랑스 대원 하나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카가강! 카강! 피이융! 타다다다당!
강찬이 도착한 트럭의 앞쪽이 적의 총알에 맞아 요란하게 튀었다.
부르르릉!
대원 하나가 시동을 걸었고, 바쁘게 뒤로 올라탔다.
철커덕! 철컥! 철컥! 푸슝! 푸슝! 타다다당!
석강호가 M60을 장전했고, 강찬과 제라르가 앞쪽에 총을 걸쳤으며, 나머지 대원들이 거침없이 총을 쏘았다.
부우우웅!
트럭이 앞으로 달린 직후다!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
석강호가 잡은 M60이 거칠게 총탄을 쏘아냈다.
이제는 돌이키지 못한다.
강찬과 제라르, 대원들이 적이 있는 구릉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동안 트럭이 계속해서 앞으로 달렸다.
그때였다.
퍼썩! 퍼썩!
섬뜩한 소리와 함께 트럭의 방향이 휘청했다.
강찬은 이를 악물고 제라르를 본 다음, 짐칸의 벽을 타고 트럭의 운전석으로 몸을 움직였다.
투타타타타! 투타타타! 투타타타탁!
그리고 그때 M60의 탄알이 끝을 알렸다.
강찬은 운전석의 문에 매달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대원은 이미 핸들에 몸을 기댄 채로 의식이 없었다.
씨발!
카아앙! 카앙! 카아앙!
유리 앞쪽이 사정없이 튀었다.
강찬은 총에 맞은 대원을 조수석 쪽으로 밀고 고개를 처박은 채로 악셀을 세게 밟았다.
부우우웅!
기어변속이고 지랄이고 지금은 그런 게 필요한 게 아니다.
카아앙! 카앙! 퍽! 퍼억!
차량의 앞쪽에서 불꽃이 튀었고, 유리를 뚫고 온 총알이 사정없이 안쪽에 박혔다.
부우우웅!
타다다당! 타당! 투두두둑! 투둑! 타다다당!
인질들 쪽에 있던 프랑스 대원들이 사격을 시작하자 조금은 견디기가 수월했다.
그래도 100m는 너끈히 남았다.
부아아아아앙!
엔진이 악을 썼지만, 이 트럭을 또 쓸건 아니니까.
투다당! 투다다다당! 투두둑! 투둑! 푸슝! 푸슝!
엔진 소리, 총소리, 디젤유 타는 냄새, 화약냄새.
조수석으로 몸을 기울인 강찬의 눈에 파랗고 높다란 하늘이 들어왔다.
카아앙! 퍼억! 퍽!
그 순간, 정신 차리라는 것처럼 총알이 운전석 안으로 파고들었다.
후욱. 후욱.
숨소리가 들렸다.
부아아아앙!
엔진의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피이잉! 퍼억! 투다다당! 투두둑! 투둑!
총에서 뿜어지는 요란한 소리, 날아든 총알이 꽂힌 곳까지 확실하게 알았다.
힐끔.
강찬은 짧게 고개를 들어 위치를 확인했다.
구릉 앞까지 30m!
부아아앙!
투두둑! 카앙! 카카카앙! 퍽! 퍽! 퍽!
적들의 반격이 엄청났다.
저격수가 없었다면 벌써 이글라 한 방에 끝장났을 거다.
끼이익!
강찬은 브레이크를 밟고 곧바로 운전석 문으로 몸을 굴렸다.
푸슝! 푸슝! 투다당! 투다다당! 투다다당! 푸슝!
구릉 앞쪽에 숨을 곳은 없었다.
이글라를 쏘려고 해도 언덕에 올라서야 하는 거다.
구릉 저쪽 끝에서 인질을 태운 트럭이 길을 타고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됐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보인다.
총을 겨눈 적의 이마가 말이다.
강찬은 빠르게 몸을 일으켜 구릉의 위로 달렸다.
옆구리, 오른발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후욱. 후욱.
그렇지만 여기서 멈추면 내 사람이 죽는다.
푸슝! 투다다당! 푸슝! 투다다당! 투다당!
왼쪽 석강호, 오른쪽 제라르가 엄호사격을 하는 앞이다.
정규군과 비정규군의 차이가 뭔지 알려줄까?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죽이는지 제대로 배운 것과 잔인하게 죽이는 법만 배운 것의 차이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투두둑! 타다다당! 푸슝! 투둑! 타다다다당!
씨발 놈들아!
그 고사리손으로 먹을 것 좀 받았다고!
누가 주는 건 줄도 모르고 받은 건데!
하늘에 어떤 새끼가 살고, 이 땅을 어떤 놈이 만든 게 뭐가 중요한 건데!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이마를 뚫어 줄 테니까!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가서 내가 죽였다고 일러!
강찬은 구릉의 위에서 곧바로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후욱. 후욱.
병신들!
이따위 것도 기지라고!
남은 새끼도 몇 놈 없었으면서!
푸슝! 푸슝! 털썩! 퍼억!
타다다당! 타다다다당! 타당! 타다다당!
사기가 꺾인 적들이 강찬과 대원들이 쏘는 총에 몸을 떨어가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마도 일행을 노리고 급하게 달려와서 그런지 구릉 너머는 정말이지 별것 없었다.
강찬은 빠르게 쓰러져가는 움막의 뒤로 몸을 움직였다.
철커덕!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여자아이다.
강찬은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다닥! 와다다닥!
석강호와 제라르, 그리고 대원들이 강찬을 감싸며 주변으로 총구를 향했다.
후욱. 후욱.
왜 울어?
후욱. 후욱.
울고 있으면 어떡해?
후욱. 후욱.
“제라르! 대원 둘과 주변을 살펴!”
와다닥!
“다예. 얘한테 절대로 스위치 누르지 말라고 해!”
강찬은 여자아이의 고사리손을 노려보았다.
엄지만 누르면 폭탄이 터진다.
후욱. 후욱.
이런 거?
아프리카에서 정말 많이 해봤다.
그러니까 울지 마.
후욱. 후욱.
다예루가 급하게 아랍어를 쏟아내었다.
그런데도 거짓말처럼 기다란 속눈썹을 달고 있는 커다란 눈에서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