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15화 (21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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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제가 같이 있었습니다.

부서지는 돌 언덕 뒤에 차를 세운 안내인은 프랑스 말보다 다예루가 지껄이는 아랍어를 제대로 알아들었다.

대원들의 놀란 시선 앞에서 다예루가 손가락으로 지도에서 두 지점을 가리키며 유창한 아랍어를 쏟아낸 다음, 강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곳에서 저 앞의 언덕을 넘으면 작전 지역이라고, 얘들은 여기 숨어 있어야 한다는데요.”

강찬은 외우고 있던 지도와 사진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 정보총국에서 소개한 안내인이다.

중국에서의 실수가 있었던 참이라 이번만큼은 믿어도 될 거라는 안느의 확인도 받았다.

“알라 히유바레이 쿠레카(الله يبارك لك).”

“알라신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는 뜻이오.”

급하게 트럭에 올라타는 안내인의 말을 다예루가 나직하게 전해주었다.

부르릉.

트럭이 언덕의 길을 타고 나가자 먼지와 적막, 그리고 추위가 강찬을 향해 훅하고 달려들었다.

강찬은 석강호가 건네준 지도를 받아 대원들 가운데 펼쳤다.

“여기서 목표지점까지 대략 1㎞다. 우희승, 1조를 둘로 나눠서 목표에 도착하면 이쪽을 확보해.”

강찬이 이번엔 사진에 보이는 건물 잔해를 가리켰다.

“곽철호, 너는 이쪽을 맡고.”

“알겠습니다.”

우희승과 반대쪽을 확인한 곽철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격수 배치가 끝나면 나하고 석강호가 들어간다. 질문?”

이렇게 몇 번씩이나 확인하고 들어가도 양쪽에 나누었던 놈들이 위치를 잘못 확인해서 한쪽에 몰려 있을 때도 있다.

강찬을 시작으로 복면을 내려서 얼굴을 가렸다.

당연하게 강찬이 가장 선두에 섰고, 좌측이 곽철호, 우측을 석강호가 맡았다.

자박. 자박.

작은 돌들이 ‘여기 사람 지나가요!’ 하고 외치는 것처럼 발아래에서 소리를 질렀다.

강찬은 석강호와 시선을 맞춘 다음, 검지와 중지를 들어 오른쪽 언덕을 가리켰다.

자박. 자박. 자박. 자박.

거점을 확보하면 이동이 빨라진다.

납치되고 벌써 10시간이 흘렀다.

문명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황량한 땅, 칠흑처럼 깊은 밤, 숨소리와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석강호가 검지를 높게 세워 세 바퀴를 돌렸다.

강찬은 곽철호에게 석강호의 왼편 위쪽 언덕을 가리켰다.

자박. 자박. 자박. 자박.

곽철호와 남은 2조 대원 4명이 함께 움직인다.

후욱. 후욱.

강찬은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호흡을 느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무겁게 뛰고 있었지만, 당장 피부에 느껴지는 위험은 없었다.

목표를 확보한 곽철호가 검지를 들어 세 바퀴를 돌렸다.

한 바퀴는 전방 확인 불가, X자 표시는 예상하지 못했던 적이나 엄폐물이 있다는 것, 세 바퀴는 현재까지 이상 없다는 의미다.

신호를 확인한 강찬은 대원들과 앞으로 나아갔다.

부스럭. 부스슥.

석강호가 확보한 위치를 지나 곽철호가 있는 곳에 도착한 강찬은 빠르게 전방을 보았다.

평지의 왼편으로 구릉이 길게 이어진 풍광이었다.

저 구릉의 중간에 굴이 파여 있고, 누군가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게 가장 무섭다.

쿵. 쿵. 쿵. 쿵.

강찬이 앞으로 나가자 곽철호와 석강호가 따라 붙었고, 대원들이 뒤를 따랐다.

자박. 부스럭. 자가락.

심장의 울림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도는 느낌,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이 한 올 한 올 눈과 귀 그리고 뇌로 이어진 것 같은 상태에서 걸음을 옮긴다.

후욱. 후욱.

기괴하게 생긴 바위, 길게 떨어지는 유성에도 솜털 전부가 쭈뼛하고 곤두선다. 그리고 그때마다 방아쇠를 당겨야 할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는 걸음이다.

자그락.

누군가 돌을 밟으면 대번에 시선 서너 개가 날아가고,

휘이익!

바람이 불어도 날카롭게 눈빛이 꽂힌다.

후욱. 후욱.

강찬은 평소보다 날카롭게 주변을 살피며 움직였다.

얼추 한 시간쯤 움직이자 사진에서 보았던 장소가 나타났다.

벽만 남기고 부서진 건물 잔해 틈에서 드문드문 그나마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 건물들이 있었고, 그것들 뒤로 언덕이 보였다.

저 언덕을 올라서 돌아가면 커다란 굴이 나오고 인질들은 그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

강찬은 우희승과 곽철호에게 지정해 주었던 위치를 가리켰다.

단층 건물이다.

흙을 빚어서 올린 벽 안쪽에 경계 병력이 있어야 맞으니까 틀림없이 저 안에 자빠져 자고 있을 거다.

강찬의 지시가 있고, 이두희와 다른 저격수 한 명이 위치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잠시 후다.

치잇치잇치잇, 치잇칫치잇.

무전기의 버튼을 이용한 모르스부호가 들렸다.

‘OK!'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모르스부호가 전해졌다.

경계 병력이 잠들고 있는 두 곳이 확보되었다.

강찬은 석강호에게 눈짓을 하고 검지와 중지로 눈을 가리킨 다음, 윤상기와 대원 한 명을 지정했다.

확보된 거점에서 튀어나오는 적이 있다면 무조건 죽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동굴 안에 있는 적이다.

강찬은 조심스럽게 동굴을 향해 움직였다.

후욱. 후욱.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적이 가장 피곤하고,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는 시간.

언덕을 돌아간 강찬은 급하게 왼손을 들었다.

동굴의 앞에 터번을 두른 경계병 둘이 있었다.

두 발을 앞에 세운 M240 기관총 앞에 한 명, 그리고 L85A2를 가슴에 든 한 명.

개새끼들이 나무로 만든 동굴의 문 양쪽에 서 있었다.

자칫 소리가 나면 인질들을 향해 총을 난사할 가능성이 높다.

강찬은 자세를 낮추고 발목에 걸어두었던 보위 나이프를 꺼냈다.

후욱. 후욱.

석강호가 강찬의 뜻을 알고 나이프를 꺼내는 동안, 따라오던 윤상기가 알아서 뒤편을 지켰다.

벽을 타고 가면 M240 앞의 보초는 자연스럽게 잡는다.

문제는 반대편 입구에 있는 놈이다.

강찬과 석강호는 조심스럽게 벽을 타고 최대한 적 가까이 접근했다.

강찬은 보위 나이프를 거꾸로 들고 석강호를 보았다.

하나, 둘!

휘익! 와락! 바사삭!

강찬이 보위나이프를 던진 순간, 석강호가 번개같이 앉아 있는 적에게 달려들었다.

서거억!

석강호가 적의 목을 깊게 가를 때, 강찬은 목을 부여잡고 버둥대는 적의 입을 틀어쥐었다.

으드득!

목을 세차게 돌리자 놈의 몸이 축 늘어졌다. 물론 “꾸륵”하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안에서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적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놓은 강찬은 목에서 대검을 뽑아 시체의 옷에 닦았다.

나무문이다.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자 구석에 황폐한 얼굴로 우르르 앉아 있는 인질들이 보였다.

강찬은 윤상기를 향해 검지와 중지로 동굴의 입구를 가리켰다.

지금부턴 한 방이다.

뛰어들어서 있는 적을 무조건 사살하는 것이 최선이다.

전기가 아니라 석유에 붙인 것 같은 불빛이 동굴을 비추고 있었다.

석강호만 있으면 된다.

뛰어드는 방향에서부터 적을 맡으면 그만인 거다.

강찬은 소총을 앞에 들고 석강호와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헬멧의 무전기 버튼을 연속해서 눌렀다.

칫칫칫치잇치잇, 칫칫치잇치잇치잇.

‘3, 2.’

강찬과 석강호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이다.

석강호가 오른발을 커다랗게 들어 동굴의 문을 세차게 걷어찼다.

콰앙!

와락!

나무 의자에 앉아 있던 적이 벌떡 일어섰다.

푸슝! 푸슝! 푸슝!

세 놈이었다.

“꺄아악!”

기괴하게 몸을 비틀며 쓰러지는 적을 보고 여자들이 얼굴을 파묻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정신 차려! 몸에 폭탄 묶인 사람!”

인질 중 서너 명의 고개가 불쑥 올라왔다.

“한국! 한국 사람입니까?”

동굴 바깥에서 “푸슝! 푸슝!” 하는 총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한국 특수팀입니다. 몸에 폭탄 장치나 그런 거 있는 분 있어요?”

“없습니다! 없어요!”

강찬은 빠르게 인질들의 주변을 훑었다.

“이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심하게 대하지 않았어요!”

세 명 있는 남자 중 한 명이 죽은 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확 쏴 버릴까?

강찬은 알지 못하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밖에서 급하게 울리던 총성이 멎었다.

치잇. “1조 거점 확보!”

치잇. “2조 거점 확보! 현재 상황 이상 없음!”

“지금 빨리 이동해야 합니다.”

강찬이 다급하게 외친 말에 인질들이 어수선하게 일어섰다.

“갑시다! 다예 뒤를 맡아!”

“알았소.”

동굴 밖으로 나오자 대원들이 앞을 둥그렇게 경계하고 있었다.

“따라오세요! 서둘러요!”

“차가 없습니까?”

궁금한 게 더럽게 많은 새끼다!

“1㎞는 가야 합니다!”

강찬이 선두에 섰고, 곽철호가 왼편, 석강호가 오른편을 맡았다.

자작. 자각. 자각. 자각.

“어머!”

“조심해! 내 손잡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그나마 젊은 여자들이라는 게 다행이었다.

“어디 소속입니까?”

저 씨발 놈을 진짜!

강찬은 대꾸하지 않았다.

여자들이 최선을 다해 달리고는 있지만, 강찬의 입장에선 빠르게 걷는 수준이었다.

자각. 자작. 자작. 자각.

“헉헉! 헉헉!”

“아!”

게다가 거친 숨소리, 발을 잘못 디딜 때마다 터져 나오는 비명, “조심해!”, “여길 잡아.” 하는 말소리까지, 한 마디로 ‘우리 여기 있어요.’ 하고 광고를 하는 꼴이어서 그야말로 최악의 이동이었다.

“아야!”

철푸덕!

그리고 끝내 여자 한 명이 엎어지더니 발목을 부여잡았다.

“아아!”

강찬은 달려가서 여자를 일으켜 세웠다.

“업혀!”

강찬의 말에 대원 둘이 달려들어서 여자를 번쩍 들어 등에 올려주었다.

“1㎞라면서요?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이 개새끼는 인솔자가 틀림없다. 이 급한 와중에 그걸 드러내고 싶어서 역겨울 정도로 버둥대는 거다.

강찬은 대꾸 없이 앞으로 달렸다.

그때였다.

멀리서 자동차 불빛이 거칠게 흔들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500m쯤 남았다.

“서둘러!”

강찬이 고함을 질렀는데 불빛을 보자 인질들이 확실히 좀 더 빠르게 달렸다.

***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일요일.

모든 정규 프로그램이 중단된 뒤에 놀랍고 충격적인 장면이 방송되고 있어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람이 TV에 매달려 있었다.

“다시 말씀 드립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장면은 알자리라 방송이 전송한 것을 미국의 CNN을 통해 보고 계시기 때문에 현장 상황보다 1분 정도 뒤에 보시는 것입니다.”

앵커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로 말을 이었다.

“그렇더라도 실제 상황이며, 지금 인질들과 함께 언덕에 고립되어 있는 대원들이 대한민국 특수팀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사건 개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늘 오전이면 보도 방송을 보던 강대경이다.

당연하게 유혜숙과 함께 TV 보도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는 유혜숙의 떨리는 손을 보며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대한민국 특수팀이라고 하지 않았나?

강찬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저런 곳에까지 갈 리는 없는 거다.

그러면서도 강대경은 승합차 옆을 악착같이 달리던 강찬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떨렸다.

“우리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먼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질들의 영상이 발표되었습니다.”

TV 화면에 긴장을 감추지 못한 젊은 여자가 또박또박 영어로 ‘살려달라.’와 ‘이들의 요구조건을 들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나왔다.

다음은 남자 한 명이 비슷한 모습으로 협조를 당부하고 구출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보시는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특수팀이 어떻게 아프가니스탄 현지로 가서 인질들을 구출했는지, 그리고 지금 보시는 영상처럼 누가 현장 상공에서 화면을 촬영하는지, 마지막으로 왜 이런 영상을 방송하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앵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혜숙이 “어머!” 하면서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적이 쏜 총알을 피하기 위해 대원들이 고개를 처박고 있는 장면이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총알이 박힌 땅에서 먼지가 연속으로 피어올랐는데 현장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고 있었다.

그때였다.

“와-아!”

월드컵 한국 경기에서 골을 넣은 것처럼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총탄이 빗발치는 틈이다.

상체를 세운 대원 한 명이 총구를 향하는 곳마다 적들이 픽픽 넘어지는 장면이 나왔다.

가까이 다가온 적들이 고꾸라지고 몇 명이 빠르게 트럭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자 또다시 커다랗게 “와-아!” 하는 함성이 아파트 단지 전체에 맴돌았다.

유혜숙은 계속해서 손을 떨었다.

***

적을 쓰러트린 대원이 다른 대원들에게 위치를 지시하는 장면이 화면 가득히 잡히는 순간, TV 앞에 있던 이유슬의 엄마는 입을 틀어막았다.

남편이 저렇게 싸웠을 거다.

- “제가 같이 있었습니다.” -

-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유슬이 아버님이 아니셨다면 여기 누구도 살아있지 못했을 만큼 위급한 순간이었습니다.” -

- “누구보다 용감했고, 끝까지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

그 사람일 거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깊은 눈을 가졌고, 대원들이 군소리 없이 따르던 사람.

이유슬을 안은 채로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전해주던 사람.

“살아오세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입을 가린 이유슬 엄마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

제라르는 비상대기를 한 채로 TV를 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갓 오브 블랙필드다.

그가 대원들에게 지시할 때 보이는 특유의 동작이 지금 화면에 잡힌 지휘자의 손짓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막사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볼에 깊게 파인 제라르의 상처가 꿈틀거릴 때마다 막내 대원이 빠르게 눈치를 살피고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갓 오브 블랙필드가 맞느냐고 물을까 했지만, 제라르의 번들거리는 눈빛과 꿈틀거리는 상처가 이미 답이었다.

순간, 대원들 전체가 놀란 눈을 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번쩍 상체를 든 지휘자가 연달아 적을 쓰러트렸고, 곧바로 따라 일어난 대원 한 명이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엄호하는 것도 보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들이 보면 엉뚱한 곳에 총을 쏘는 것 같지만 저런 엄호가 없다면, 지휘자도 마음 놓고 총을 쏘지는 못한다.

“다예…….”

제라르가 신음처럼 뱉어낸 이름을 들으며 대원들은 이를 악물었다.

이건 특수팀을 모욕하는 것과 같은 행위다. 영웅을 한낱 구경거리로 만드는 거다.

적과 싸워서 죽을 수는 있다.

하지만 특수팀의 숙명을 적어도 이런 식의 어릿광대 쇼처럼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다.

***

“개새끼들. 더럽게 많네.”

낮은 바위에 고개를 처박은 석강호가 거칠게 투덜거렸다.

정말 야트막한 언덕이다.

인질들을 가운데 넣었고, 대원들이 빙 둘러싸서 지켜주고 있는데 당장 다른 방법은 없었다.

강찬은 거친 숨을 내쉬며 바깥을 힐끔 보았다.

어쩐지 저 개새끼들이 이쪽의 움직임을 훤히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예.”

석강호가 빠르게 강찬을 보았다.

투두둑! 투두두둑!

앞쪽에서 기관총 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왔다.

“트럭을 뺏자!”

석강호가 아래쪽을 힐끔 본 다음, 다시 인질들을 보았다. 뺏는다고 해도 인질들이 저기까지 빠르게 달려가 줄 수 있겠느냐는 의미였다.

“한 명씩 업어. 남자들은 그냥 달리게 하고.”

그때였다.

“아무 대책도 없는 거요!”

구해낸 사내가 따지는 것처럼 지른 소리가 들렸다.

“아 거, 씨발!”

석강호의 욕이 들리자 사내가 얼른 고개를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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