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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14화 (21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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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늘 꿈꿔왔던 일이다.

오산을 출발한 군용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영내로 들어섰다.

강찬은 윤상기가 건네준 군복과 군화, 두건, 그리고 헬멧을 착용했다.

군복은 물 빠진 회백색이었는데 작전에 나서며 처음으로 왼팔 위쪽에 태극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다음은 무장이다.

대원들이 역할을 나누어서 중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강찬과 석강호는 평소와 다름없이 MP5SD 소총, 두 자루 권총, 그리고 단검과 여분의 탄창을 챙겼고, 특별하게 수류탄 두 개를 따로 윗옷에 걸었다.

철컥. 철컥.

강찬과 석강호가 소총의 노리쇠를 확인하자 새로운 긴장감이 비행기 안을 떠돌았다.

“모여봐.”

강찬의 지시에 대원들이 중앙으로 움직였다.

처음 프랑스로 작전 나갈 때와는 달리 대원들의 눈빛과 동작에 여유가 보여서 강찬은 남모르게 웃었다.

“우리의 목표는 이곳 상가르 지역이다. 이것이 상가르 지역의 전체 사진, 그리고 이 사진이 인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다.”

대원들은 강찬이 보여주는 지도와 사진을 집중해서 보았다.

강찬은 새로운 지도를 꺼내서 검지를 찍었다.

“이 비행기는 여기, 카불 공항에 내린다. 여기에서부터 이곳 가즈니까지 헬기로 이동하고, 다시 가즈니에서 상가르까지는 현지 안내인의 도움을 받아 트럭으로 이동할 거다. 이곳을 알파, 이곳을 베타로 하겠다.”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원들은 척척 알아들었다.

“내가 1조, 부조장 우희승.”

우희승이 시선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2조는 석강호가 지휘하고, 부조장은 곽철호로 한다.”

“알겠습니다.”

강찬은 대원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지하드는 시아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믿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자살 폭탄, 그리고 인질을 이용한 부비트랩이다.”

석강호가 나직하게 숨을 토해냈다.

“인질을 발견해도 함부로 다가서지 마라. 다예!”

“예.”

“인질을 발견하면 대원들 잘 인솔해.”

“알았소.”

강찬이 날카롭게 대원들을 보았다.

이제는 강찬의 일거수일투족에 대원들도 긴장을 조율할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았다.

“너희는 병아리가 아니다. 솔직히 말할까? 내 기준으로 중닭은 넘었다.”

곽철호와 대원들이 이를 꽉 깨물며 강찬에게 집중했다.

“지금 이 비행기에 타고 있는 너희를 데리고 처음 실탄 연습하던 너희 50명을 상대하라고 하면 나는 다섯 명만 데리고 간다.”

대원들의 눈에 자부심이 가득 쌓이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경고하는데 어설프게 나서지 마라. 너희 중 누구 하나가 오바해서 뛰어 나가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대신 동료의 이마가 뚫린다.”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강찬과 대원들을 쭉 훑어보았다. 강찬이 이렇게 주절주절 떠드는 것도 처음 보았고, 그의 말에 대원들의 눈빛과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인질의 전원 구출이다. 질문?”

강찬이 곽철호를 시작으로 대원들과 천천히 시선을 마주치는 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럼 도착할 때까지 각자 편하게 휴식이다.”

강찬의 말에 대원들이 다시 비행기의 벽에 붙어 앉았다.

“커피 한잔 하실라우?”

“그러자.”

석강호가 몸을 일으키자 대원 하나가 빠르게 움직였다.

“앉아 계십시오. 제가 타겠습니다.”

“그럴래?”

기다렸던 것처럼 석강호가 다시 강찬의 곁에 앉았다.

“애들 눈빛이 제법이오.”

긴장을 처먹어서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하는 말이다.

강찬이 힐끔 바라볼 때 석강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중닭쯤은 된 것 같소.”

그리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원이 봉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와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강찬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석강호에게도 내밀었다.

“여깄소.”

찰칵.

두 사람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커피를 받은 대원들이 담배를 피워물기 시작했다.

“푸흐흐흐.”

“왜?”

“대장 눈빛이 또 달라졌소.”

강찬이 피식 웃자 석강호가 히죽 웃었다.

이런 거, 둘이서 수도 없이 했던 일이다.

***

7시간을 곧장 날아가서 도착한 카불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수송기가 공항 한쪽에 정지하자 강찬은 대원들과 함께 곧바로 헬리콥터로 움직였다.

두두두두두두두.

살을 파고드는 겨울바람, 흙먼지와 곳곳에 부서지고 깨진 건물들이 강찬과 대원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었다.

3시간쯤 잤고, 컵라면과 시레이션을 먹은 후다.

가즈니까지 헬기로 한 시간, 그곳에서 안내원과 접선해서 인질이 있는 장소로 움직인다.

강찬은 왼쪽 다리를 세우고 헬기에 기대앉았다.

지금은 중닭처럼 보이는 앞의 대원들이 프랑스 외인부대 대원들과 다른 점, 강찬은 그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저놈들은 전부 가슴에 담긴다. 그리고 턱없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데 그것이 또 강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눈에서 올라오는 독기를 강찬도 느꼈다.

작전지가 가까워지고 새로운 전투가 시작되고 있음을 몸이 알고 있다는 신호.

어떤 작전이든 지랄 같기는 마찬가지다.

지옥이다. 그것도 그냥 생지옥.

배경이 그림 같은 프랑스의 숲이라든가, 최신 시설의 공항, 아니면 황량한 북한의 바위산이라는 것에 상관없이 아차 하는 순간에 이마, 목, 가슴이 뚫리면 그 한방으로 죽는다.

살려면?

악착같이 죽여야 한다.

적의 이마에서 피어난 피보라.

그걸 그려내지 못하는 순간에 곁의 동료가 죽고, 강찬이 죽는 거다.

눈앞에 있는 대원들에게도 이유슬처럼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할 가족들이 있을 거다. 그리고 이제는 강찬에게도 생살을 찢는 것보다 더한 고통으로 강찬의 죽음을 받아들일 강대경과 유혜숙이 있다.

“아빠가 초밥 사왔는데…….”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나갔던 아들이 며칠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전화를 했을 때, 강대경이 던진 한 마디는 그랬다.

웃으려고, 농담처럼 말하려고 애쓰는 것을 알았고, 그 안에 담긴 걱정과 염려, 그리고 불안함도 느꼈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는 일이다.

눈앞의 대원들만 보내면? 석강호만 보낸다고?

피식.

강찬은 그냥 고개를 저었다.

살린다.

악착같이 살려서 돌아올 거다.

강찬이 빠르게 시선을 돌렸을 때 대원들은 제법 경험이 쌓인 얼굴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밤 9시쯤 되었다.

거친 언덕과 황량한 벌판 위를 날고 있는 동안 강찬은 날이 날카롭게 서기 시작했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아프리카에서 지겹게 상대해 봤던 적이기도 하다. 거기에 언제 어디서 이스트라나 이글라가 날아올지 모르는 땅이다.

이 중에는 강찬과 석강호만 안다.

그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말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눈망울이 커다란 9살짜리 아이가 이글라를 갈기고, 6살짜리 어린 여자아이의 가슴에 다이너마이트가 주르륵 감겨 있기도 했었다.

그 눈망울을 보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

지옥은 그렇게 펼쳐진다.

그때였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느닷없이 커다랗게 뛰었다.

빌어먹을!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왜 항상 헬리콥터로 목표 지점에 가까워질 때면 갑자기 이렇게 불안해지는 거지?

강찬의 날이 바짝 서자 석강호가 빠르게 시선을 주었다.

‘위험한 거요?“

강찬은 고개를 짧게 저었다.

‘아직은 모르겠다.’

이글라 한 방이면 깨끗하게 끝이다.

뭐지? 도대체 또 뭐가 있는 거지?

강찬은 빠르게 헬기 바깥을 훑었다.

10분? 아니 5분만 날아가면 되는 거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에서 접선자 없이 목표를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쿵. 쿵. 쿵. 쿵.

강찬은 이를 악물고 주변을 계속해서 훑었다.

가자! 간다!

5분만 이대로 간다!

***

바실리가 뱀처럼 차가운 눈빛을 하고 콘크리트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이튼이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능글맞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바실리, 오해다. 그때는…….”

“이튼.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

“차도 한 잔 안 주나?”

바실리가 옆으로 이튼을 노려본 다음, 천천히 몸을 돌려 작은 잔에 보드카를 채워 내밀었다.

“무슈 강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것은 알고 있지?”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때 잃은 스페츠나츠 세 개 구대가 우리 최정예라는 것만은 잊지 않는 게 좋아.”

이튼이 손가락으로 굴리던 보드카 잔에서 시선을 들었다.

“프랑스 정보총국은 두 사람이 몹시 못마땅하지. 어떠냐? 이번에 힘을 실어준다면 지층충격기를 러시아에 설치해 주겠다.”

바실리의 의심스러운 눈빛 앞에서도 이튼은 꿋꿋했다.

“자네만 도와준다면 프랑스 정보총국은 안느를 제거할 거다.”

바실리가 픽 하고 웃은 다음이었다.

“다음 목표는 라노크다. 그렇게 된다면 유럽 통합 정보위원장은 바실리, 자네가 하게 되겠지.”

“계속해 봐.”

“아프리카에 있는 외인부대 특수팀이 한국으로 출발하게 된다. 목표는 당연히 라노크다. 대사관으로 바로 가서 5분이면 끝난다.”

바실리가 눈매를 좁히자 이튼은 바로 말을 덧붙였다.

“정보총국에서 암살자가 움직이면 라노크가 모를 수 없어. 그래서 생각해 낸 대안이 외인부대 특수팀이지.”

“무슈 강은?”

“미국에서 프레데터 3대와 위성 3기를 움직여서 무슈 강의 활약을 생중계해줄 거다. 보도는 CNN에서 하겠지만, 그걸 탈레반도 보겠지?”

“전 세계에 생중계하겠다는 건가?”

“TV에 무슈 강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나오는 거다. 그렇게 되면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오지 못한다.”

바실리가 입술을 길게 하고 웃은 다음 이튼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지금 들은 말을 라노크에게 전하면 몹시 곤란해질 것 같은데?”

말을 하는 동안, 바실리의 파란 눈이 뱀처럼 날카롭게 변해서 이튼은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 같으면 절대로 무슈 강을 그런 식으로 건드리지 않는다. 이튼, 너의 부족한 특수팀 경력이 단점을 너무 자주 드러나게 해.”

바실리가 보드카를 한 번에 털어 넣고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렸다.

“스페츠나츠 3개 구대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중계를 하더라도 빠져나오지. 그런 스페츠나츠를 혼자 궤멸시키다시피 했던 사람이 무슈 강이다. 그가 고작 비정규군과 싸워서 죽을 거라고 기대하다니? 후후.”

“바실리…….”

“너는 늦었다, 이튼. 네가 도착하기 전에 라노크가 전화를 했더군. 외인부대 특수팀? 후후후.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갓 오브 블랙필드인 건 알고 있나?”

“함께 했던 작전이라고 해야 고작 한 건뿐이다.”

“멍청이!”

이튼은 얼이 반쯤 빠진 얼굴로 바실리를 보았다.

“외인부대는 두 가지밖에 없어. 돈! 그리고 명예! 그들이 생각하는 명예는 스페츠나츠나 SBS와 또 달라! 뛰어난 지휘자를 향한 한없는 존경이 그 바탕이다. 외인부대 설립 이래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 지휘자를 그들이 배신할 것 같은가?”

바실리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현재 외인부대 제13연대 특수팀 최고참 지휘관이 누군지는 아나?”

질문을 던진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불쌍한 이튼, 그러니까 정보국장을 제대로 해 먹으려면 특수팀에서 잔뼈가 굵어야 한다고 하는 거다. 제라르 드 메르미에다. 이제 이해가 되나?”

이튼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후후. 기가 막히는군. 프랑스 귀족 혈통에 갓 오브 블랙필드 때문에 전역을 신청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프랑스 외인 부대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존경받는 특수팀 지휘관인 거다. 그러니까 네놈의 그 멍청한 계획은 이미 정보총국에서 라노크에게 다 보고를 하고 있었다는 거지! 알겠나?”

달칵.

바실리가 헛웃음을 웃으며 이튼이 떨어트린 보드카 잔을 보았다.

“나 같으면 얼른 달려가서 미국의 정찰기와 위성을 막아볼 것 같은데?”

“늦었다. 미국은 별도의 계획을 가지고 이번 일을 움직이고 있어.”

“쯧쯧쯧. 그렇다면 얼른 가서 유언장을 제대로 작성해 두는 것이 좋겠어. 그리고 혹시 운이 좋아서 살아나게 된다면 앞으로 한 가지는 명심해.”

이튼은 제대로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의 뒤에 무슈 강이 있는 한, 앞으로 라노크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 것. 이해가 가나? 무슈 강은 프랑스 정보총국의 차장이고, 한국 국가정보원의 부원장이다. 더 무서운 게 뭔 줄 아나?”

바보처럼 고개를 젓는 이튼을 바실리가 불쌍하다는 투로 보았다.

“한국의 저 무시무시한 특수팀과 프랑스 제13연대 특수팀이 갓 오브 블랙필드의 말 한마디에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 거라는 거지. 너의 이 멍청한 계획 때문에 대원을 잃게 되면 무슈 강이 과연 어떻게 할까?”

“그가 아무리 강해도 영국을 들어오지는 못해!”

“얼마 전에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 북한의 장광택이 바로 그런 말을 하고 여기.”

바실리가 검지로 이튼의 이마를 콕 찍었다.

“그리고 여기, 여기.”

당연하게 바실리는 이튼의 목과 심장을 차례로 찍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여기를 뚫렸지.”

몸을 돌린 바실리가 보드카를 잔에 채웠다.

“동양에서는 무슈 강과 같은 사람을 드라쿤(дракон)이라고 한다더군. 그리고 그 드라쿤의 거꾸로 난 비늘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충고도 있지. 넌 무슈 강의 거꾸로 난 비늘을 제대로 잡은 거야.”

바실리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보드카를 목에 부어 넣었다. 시선은 끝까지 이튼을 바라본 채로, 경멸한다는 듯 의미를 가득 담아서 말이다.

***

“안느! 당장 외인부대 특수팀을 소집해라!”

[“알겠습니다.”]

라노크는 전에 없이 날카로운 음성이었다.

“이번 작전의 주도자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나?”

[“DIA가 가장 유력해요. 지난번에 라파엘이란 정보원을 사살한 것에 앙심을 품은 것도 있다는 분석인데, CIA도 배제할 수 없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무슈 강과의 연락은?”

[“정보원과 접선해서 출발했어요. 정보총국이 DIA의 내부 자료를 확인하는데 20시간이 필요하답니다.”]

라노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튼의 위치는?”

시계를 들여다보는 동안 안느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라노크가 가면을 뒤집어쓴 것처럼 소리 없는 미소를 지었다.

“감히 내 앞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정보원이 또 있을 줄은 몰랐군. 안느.”

[“예.”]

“지금 루이와 함께 니아플르로 이동해서 피에르와 함께 있는다.”

[“알겠습니다.”]

안느의 답이 떨어진 직후였다.

“사랑한다.”

라노크의 가면의 끝에 진심이 담긴 웃음을 보이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예, 대사님.”]

“대사관의 경계를 1급으로 높인다.”

[“알겠습니다.”]

답을 들은 라노크가 버튼에서 손을 떼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밤이 꽤 길겠군.”

라노크는 책상 위의 리모컨을 들어 전원버튼을 눌렀다.

정면의 벽이 올라가고 TV가 나왔는데 채널은 CNN이었다.

***

덜컹. 덜커덩.

트럭의 진동에 따라 몸이 좌우로 흔들렸는데 라이트까지 끈 들판을 운전기사는 잘도 달렸다.

운전석 지붕에 소총을 건 강찬, 좌측에 곽철호, 우측을 석강호가 맡았다.

대원들 역시 좌우로 나뉘어서 총구를 겨누고 있었는데 워낙 캄캄한 밤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2시간을 달려야 한다.

밤인데도 트럭의 뒤로 피어나는 먼지만큼은 확실하게 보였다.

쿵. 쿵. 쿵. 쿵.

강찬의 심장이 계속해서 위험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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