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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13화 (21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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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늘 꿈꿔왔던 일이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건, 열 살배기 아이라도 알 정도였다.

강찬이 고개를 돌렸을 때, 문재현은 묘한 표정으로 시선을 똑바로 주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이러지?

강찬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김형정을 보았다.

“강찬 씨. 각국의 정보국은 더블 에이전트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규정대로라면 강찬 씨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던 겁니다.”

더블 에이전트?

“이중 첩보원이 됩니다.”

정보를 다뤄야 하는 사람이 다른 나라 정보국 소속이라면?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하면 강찬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웃음이 피식 나왔다.

프랑스의 선방에 멋지게 당한 거다.

이걸 구렁이가 모를 리는 없었을 테고.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건도 프랑스 정보국에서 얻은 정보인가요?”

“그렇습니다.”

황기현의 질문에 강찬은 곧바로 답을 했다.

“강찬 씨는 더블 에이전트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구요?”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째서 그랬지요?”

마지막 질문은 문재현이 했다.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답을 듣고 싶다는 얼굴이었다.

“죄송하지만 우리나라의 국가 정보원 수준이 세계에서 40위 근처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하는 일에는 정보전이 필수라고 느꼈고, 그렇다면 당장은 프랑스 정보총국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여겼습니다.”

문재현의 눈 끝이 보기 좋게 휘었다.

“강찬 학생. 혹시 이번 일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까?”

어차피 해보기로 했던 일이다.

강찬은 숨을 고른 다음 바로 입을 열었다.

“프랑스 정보총국에 연락해서 필리핀 수박기지에 있던 비행기를 오산으로 불렀습니다. 12시간 안에 협박 비디오가 나올 예정이라니 그전에 구출해올 생각이었습니다.”

국가정보원 1차장이 기가 막힌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오산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직항하려면 중국을 거쳐야 합니다. 중국이 군용기를 허가할 리가 없습니다. 만약 돌아간다면 시간을 맞추지 못합니다.”

문재현이 시선을 다시 강찬에게 주었다.

방법은?

그의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중국 정보국의 양범에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입니다. 강찬 학생, 혹시 지금 중국의 정보국과 통화가 가능합니까?”

“해보겠습니다.”

강찬이 전화기를 꺼냈을 때였다.

“다 같이 들어도 되겠습니까?”

문재현은 분명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찬을 본 김형정이 빠르게 강찬에게 엄지손톱만 한 압축기가 달린 선을 전해주었다.

“이걸 전화기 뒷면에 붙이면 됩니다.”

이런 쇼는 번거롭다.

하지만 일단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곤혹스러운 눈빛의 전대극과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려는 김형정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신호음이 울렸다.

두르르륵. 두르르륵. 두르르륵.

[“강찬 씨.”]

한국말로 전화를 받는소리가 책상에서 나오는 것처럼 고스란히 들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

“양범 씨. 강찬입니다. 잠깐 통화가 괜찮습니까?”

[“강찬 씨의 전화보다 중요한 일이 있겠습니까?”]

웃음 담긴 답에 2차장과 3차장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상황이 급해서 내용을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2시간 내로 제가 탄 군용기가 중국을 지나가야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멈칫 한 다음, 답이 나왔다.

[“승객이 강찬 씨뿐이라면 우리 쪽에서 비행편을 제공하겠습니다.”]

“완전 무장한 특수팀이 탑승합니다.”

황기현과 김형정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감정이 스쳐 갔다.

그런 것까지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았던 건가?

하지만 이건 강찬의 방식인 거다.

양범의 다음 질문은 잠시 더 침묵한 다음 나왔다.

[“강찬 씨. 목적지를 알 수 있습니까?”]

강찬이 시선을 들었을 때 황기현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가니스탄입니다.”

[“흠.”]

신음처럼 양범이 탄식을 토해냈다.

[“중국을 가로지르는 일입니다. 그 시간 동안 항공 방위를 해제하다시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1차장의 얼굴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 슬쩍 지나갈 때였다.

[“더 필요한 도움은 없습니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 물론 돌아올 때도 협조를 부탁해야 합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기가 막힌 듯한 웃음이 날아왔다.

[“강찬 씨. 이번 부탁을 들어드리는 대신, 러시아의 바실리와 협상 중재를 신청하고 싶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양범이 제시한 조건이다.

세 명의 차장들은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바실리는 원래 쉬커와 친분이 두터웠습니다. 이 중재를 연결해 줄 사람은 라노크 대사와 강찬 씨밖에 없습니다. 몽골과 러시아, 중국의 국경에 관한 문제라 그렇습니다.”]

강찬이 시선을 들었을 때 황기현은 답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양범 씨. 제가 할 일을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도움을 청하는 부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할 것만은 분명하게 약속합니다.”

[“강찬 씨의 약속은 신뢰할 수 있습니다. 통과 시간을 알려주시면 조치하겠습니다. 강찬 씨가 수행하는 작전에 행운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야릇한 침묵이 회의실에 가득했다.

“강찬 학생.”

“예.”

“대한민국을 사랑합니까?”

며칠 전에도 이런 닭살 돋는 질문을 받았었다.

송창욱 변호사, 독립운동가의 후손.

“대통령님. 전 사실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전대극의 시선이 책상 위로 뚝 떨어진 다음이었다.

“하지만 작전을 나가서 죽은 대원과 남겨진 딸을 보고 결심한 것은 있습니다.”

문재현이 강찬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죽어간 대원들이, 남겨진 딸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헛되이 죽은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희생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이게 전부입니다.”

“그래서 대원들과 대원들의 가족에게 돈을 보냈나요?”

이걸 알고 있다고?

강찬은 의아한 시선으로 문재현을 보았다.

“원장. 강찬 학생이 현재 가진 직위가 어떻게 됩니까?”

“특수팀 특급 요원이고, 직위는 없습니다.”

“프랑스 정보총국의 차장? 그 차장은 어느 정도의 지위인가요?”

“부총국장 바로 아래 직위입니다. 정보총국 분류 2급까지의 암살 명령이 가능합니다.”

“원장은 프랑스 정보총국 분류로 몇 급에 해당합니까?”

“2급입니다.”

문재현의 질문에 황기현이 답을 하면서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강찬 씨를 먼저 선점한 모양새가 되었군요. 그것도 엄청난 권한과 직급을 부여하면서요. 프랑스와 우리가 더블 에이전트를 공유하고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손해인가요?”

“대통령님. 이런 내용은 단순하게 어느 한쪽의 이익과 손해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가요? 나는 어쩐지 프랑스가 손해 보는 일을 한 것 같은데요?”

문재현의 질문은 답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들 입을 다물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인재를 알아보고 권한과 직위를 준 프랑스와 더블 에이전트라고 고민하는 대한민국, 어느 쪽이 손해일까요? 원장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정보원장으로 규정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결정은 최고 통치권자의 고유 권한입니다.”

황기현의 답을 들은 문재현이 강찬을 바라보았다.

“강찬 학생. 내 임기는 2년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강찬 학생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눈과 눈이 똑바로 마주친 상태에서 건넨 말이었다.

이 양반은 눈매가 매섭지 않은 대신 신념이 가득한 것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전대극과 황기현마저 긴장한 시선으로 강찬을 보고 있었다.

“현직 대통령에게 약속해 주겠습니까? 대한민국이 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래서 내가 죽기 전에 유라시아 철도가 연결되고, 지금처럼 우리 국민이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그런 나라, 전 세계 어떤 나라 국민도 부러워하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렇게 약속해 줄 수 있겠습니까?”

의지를 가진 사람은 무섭다.

지금 문재현의 눈빛이 꼭 그랬다.

염병! 다시 태어나고 가슴에 담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런 진심이 담긴 부탁은 거절할 방법이 없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재현이 눈꼬리를 길게 하며 웃었다.

“원장.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우리가 프랑스에 뒤질 수는 없지요. 강찬 학생을 국가정보원 대테러 특수팀 책임자로 하고, 그 직위는 부원장으로 했으면 합니다. 물론 특급 요원의 자격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바로 결재를 올리겠습니다.”

이를 악물었는지 전대극의 볼이 씰룩였다.

“증평의 특수팀 동원 권한도 부여하겠습니다.”

“대통령님!”

“작전의 사전 진행을 인정합니다. 보고는 24시간 내로 원장을 통해서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증평의 특수팀을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부원장의 직급에 대테러 팀장이면 정보원 소속 요원 동원령이 포함되었습니다. 작전만큼은 승인 후 이행하는 것으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문재현이 고개를 돌려 황기현을 보았다.

“증평의 특수팀은 우리 군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군의 반발이 심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하나씩 설명하려면 강찬 학생의 신분만 외부로 드러나게 됩니다.”

나직하게 숨을 내쉰 문재현이 강찬을 향해 시선을 주고는 보기 좋게 웃었다.

“대통령이어도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런 남자들이 대한민국에는 왜 이렇게 많은 건가?

“자! 그럼 대테러 팀장이 이번 아프가니스탄 인질 구출 작전을 지휘해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국민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재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강찬에게 손을 내밀었다.

뭔가 이상하게 엮여간다.

전대극은 조카의 승진을 바라보는 삼촌 같은 얼굴이었다.

***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알로?”

라노크가 책상 위의 전화를 받았다.

[“무슈 강이 중국의 항로를 확보했어요.”]

라노크가 재미있다는 듯 눈가에 웃음을 달았다.

[“그리고 예상하셨던 대로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무슈 강에게 직급을 부여했는데 부원장으로 대테러 팀장을 맡겼구요.”]

“그건 좀 뜻밖인데? 한국은 점점 강해지는구나. 인재를 알아보고 사용할 줄 아는 나라는 그만큼 힘을 얻지.”

[“더블 에이전트 규정 때문에 정보총국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는 건 짐작하셨죠?”]

“각오했던 일이다. 위대한 프랑스를 위해서 지금은 강찬 씨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이기도 하고.”

[“계획하셨던 일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안느.”

라노크가 평소와 다른 부드러운 음성으로 안느를 불렀다.

“냉정함을 유지해라. 약한 모습을 보이면 누구든 그곳을 찔러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하루속히 강찬 씨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라. 그것이 최선이다.”

[“알겠어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승인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연락을 취했는데 정보총국에서 압력을 넣지 않았다면 실패했을 거예요.”]

“아직 그런 부분의 경험이 부족하지. 인질을 포위하고 있는 병력은?”

[“반경 10㎞ 내에 무장한 시아파 250명이 대기 중이에요.”]

“강찬 씨의 성격으로 절대 폭격을 하지는 않을 테니 일이 좀 어렵군. 이번 일은 너에게도 좋은 공부가 될 거다. 잘 해내리라 믿는다.”

[“파파스?”]

안느의 음성을 라노크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정말 괜찮겠지요?”]

“강해져라. 지금은 나약한 감상보다 단호한 행동이 필요한 때다.”

그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문재현, 황기현, 과연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군.”

혼잣말을 중얼거린 라노크가 커다랗게 숨을 들이켰다.

“강찬 씨,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라노크가 시계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

비상대책을 세우자고 부르더니 느닷없이 국가정보원 부원장에 대테러 팀장이 된 거다.

삼성동으로 돌아온 강찬은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었다.

김형정이 아프가니스탄 지도를 펼쳐놓고 아예 지시를 기다리는 얼굴로 있는 것만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전대극은 강찬이 예뻐서 뽀뽀라도 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

“뭐 하세요?”

“인질 구출을 어떻게 하실 건지 계획이 필요합니다. 녹화 시간 전에 구출할 계획이라면 특수팀 동원 명령부터 내려주십시오.”

강찬은 진심으로 짜증이 올라왔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강찬 씨……, 아니 팀장님의 지시가 필요합니다. 이번 일에 프랑스와 중국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직급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그동안 지냈던 것처럼 지내죠. 시간 바쁘고 마음 급한데 다른 것에 신경 써야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래, 그건 찬이 말이 옳다.”

전대극이 돕고 나섰다.

“그럼 우선 특수팀 동원을 신청할까요?”

“그게 좋겠어요.”

그래! 이제 좀 일이 돌아가는 느낌이다.

“인원은 어떻게 합니까?”

“24명으로 하고 중화기를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희승과 이두희를 포함했으면 싶으니까 증평 특수팀에서는 20명을 선발해 주세요.”

김형정이 책상 위의 전화를 들고는 특수팀의 동원을 신청했다.

“직접 인솔할 생각이냐?”

“예.”

“이런 일은 특수팀에 맡기는 게 좋지 않겠어?”

“아직 완벽하게 맡기기는 좀 부족한 것 같아서요. 차동균하고 최종일이 없는 것도 걸리구요.”

전대극은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

전화를 끊은 부관을 석강호와 차동균, 곽철호가 긴장한 표정으로 보았다.

“중무장 20명, 오산으로 출발하랍니다.”

차동균이 침대 옆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곽철호, 명단 작성하고 대원들 무장 시켜.”

“알겠습니다.”

곽철호가 뛰어 나간 다음이었다.

“제 몫까지 부탁드립니다.”

차동균이 아직 하얀 얼굴로 석강호를 보았다.

“반에서 싸움 중간하던 놈이 짱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차동균은 알아듣지 못한 눈빛이었다.

“죽으라고 싸워서 이겨야 된다. 앞으로 이런 작전이 지긋지긋하게 생길 거다. 내가 아는 대장은 어설프게 시작하지도 않고, 대강 마무리하는 법이 없었거든.”

석강호가 주머니를 뒤져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차동균에게 권했다.

찰칵.

“지금은 빨리 낫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다음 작전은 함께 가자.”

“알겠습니다.”

차동균이 한 모금 피운 담배를 곧바로 껐다.

“왜?”

“빨리 나으려면 술, 담배를 멀리하라고 했었습니다.”

석강호가 히죽 웃는 앞에서 차동균은 단단히 결심한 얼굴이었다.

***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전화 한 통으로 작전 승인을 받았고, 프랑스 정보총국이 운영하는 위성을 통해 인질들이 있으리라 추정되는 지역과 억류 장소가 담긴 세세한 사진도 얻었다.

정보총국의 능력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무장한 인원, 소지한 무기의 종류, 납치 주동자와 실제로 행동에 옮긴 인물, 심지어 납치 세력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인근 무장 세력까지, 김형정이 고개를 저을 정도로 자세한 자료가 함께 넘어왔다.

“솔직히 부럽습니다.”

“얼른 이렇게 되면 되지요.”

“이런 능력이 대원의 안전을 좀 더 보장하는 거겠지.”

옆에서 지켜보던 전대극도 부러운 눈빛이었다.

“증평에서 출발했으니까 2시간 30분 뒤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퇴로가 문제 될 확률이 높아요. 미스트라나 이글라가 있다면 헬기는 위험합니다. 어찌 되었건 이번 작전은 최대한 프랑스 정보총국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고, 만약 육로로 이동하게 될 경우를 감안해서 위성 전화와 암호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김형정은 강찬의 요구를 하나씩 체크해가며 꼼꼼하게 챙겼다.

‘다 된 건가?’

지도, 대원, 무기, 위성전화, 퇴로에 대비한 동선, 강찬은 처음부터 지도에 있는 내용을 천천히 다시 살폈다.

사람은 굳이 마주치지 않아도 시선을 느낀다.

강찬이 고개를 돌린 곳에서 전대극이 착잡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늙었나 보다.”

“왜 그러세요?”

“너 작전 나가는 게 불안해서 그렇다.”

강찬이 피식 웃는 것을 본 전대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늘 꿈꿔왔던 일이다. 그런데도 막상 지켜보고 있자니까 최성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멋지게 구출해서 돌아올게요.”

“네가 어련하겠냐? 잘하고 와라.”

강찬은 픽 하고 웃고 말았다.

이상하게 대한민국은 이런 멋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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