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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만들어 보고 싶었다.
미쉘과 30분쯤 이야기를 나눈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17층으로 올라왔다.
크리스마스다.
강찬은 창가에 앉아서 전화기를 꺼냈다.
번호는 찾았는데 통화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뭘 주저하는 거야?
그냥 만나보는 거다.
강찬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통화 괜찮니?”
[“응! 교육은 잘 받았어?”]
“그래.”
목소리를 듣자 웃음이 나왔고, 환하게 웃는 김미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뭐해?”
[“나? 그냥 책보고 있었어.”]
“크리스마스잖아?”
[“그게 뭐. 나중에 너 오면 둘이 가고 싶은 곳이랑 하고 싶은 일 많이 적어놨으니까 한국에 오면 꼭 같이 가.”]
“첫 번째가 어딘데?”
김미영이 ‘음!’ 하면서 노트를 뒤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성북동에서 조금 더 가면 예쁜 커피숍이 있대. 거기 가서 커피 마시고 뒤쪽 산책로 같이 걷고 싶었어.”]
강찬은 시계를 얼핏 보았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지금 시간 돼?”
[“응?”]
얼핏 대답한 김미영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 안 돼?”
[“지금 어딘데?”]
믿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놀란 질문이 날아왔다.
“집 앞에 도착하는데, 아마 한 30분 걸릴 거야.”
[“정말? 정말 한국에 있어? 진짜 30분이면 집 앞에 와?”]
울 것 같은 목소리라 강찬은 얼른 “응.” 하고 답을 했다.
[“나갈게. 30분 뒤에 나가면 돼?”]
“그래.”
전화를 끊은 강찬은 이두희에게 태워달라고 하고는 건물을 빠져나왔다.
아파트에 도착하는데 꼭 20분이 걸렸다. 그런데 김미영은 벌써 두툼한 잠바를 입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미영아!”
강찬이 손을 들자 벤치에서 일어난 김미영이 빠르게 뛰어왔다. 머리가 제법 길었다.
와락!
아파트 앞이다. 보는 사람이 많은데도 김미영은 덜컥 강찬의 가슴에 안겼다. 비누와 샴푸 냄새가 아련하게 풍겨왔다.
“잘 있었어?”
“응!”
이유슬처럼 품에 안긴 김미영의 머리를 강찬이 쓸어주었다.
“가자. 차 마시러 가고 싶다며?”
“응!”
둘이서 아파트 앞으로 나와 택시를 탔고, 장소는 김미영이 알려줬다.
“언제 왔어?”
“어제.”
“근데 왜 이제 연락해.”
“이거저거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어.”
“흐흐흐흐.”
강찬의 답을 들으며 김미영이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죽음을 느끼는 긴장된 순간에 보고 싶었던 것을 얘가 알 수 있을까?
택시를 타고 가며 오히려 말이 없었다.
그러면서 김미영은 강찬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어?”
“응?”
“교육. 비행기도 오래 타야 하고, 힘들 거나 피곤하면 오늘은 집 앞에서 차 마시고 다음에 가도 돼.”
“괜찮으니까 그냥 같이 다녀오자.”
“응!”
그렇게 종로를 지나 성북동 쪽으로 향한 차가 한적한 길에 멈춰 섰다. 택시에서 내려 김미영이 찾아낸 찻집을 향해 걷는 동안 반갑고 어색한 감정이 동시에 묻어났다.
그래도 숨이 좀 쉬어지는 느낌은 들었다.
“저기야!”
골목길을 15분 이상 걸어서 들어간 다음에 김미영이 손을 들어서 둥그런 간판을 가리켰다.
하여간 이런 곳에 있는 것까지 어떻게 찾는 건지.
둘이서 들어섰을 때 가게 안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반백의 남자가 멋지게 앞치마를 두르고 두 사람을 맞았다.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그 외에 두 가지 케이크를 함께 주문했는데 김미영은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강찬을 보며 웃었다.
주문한 차와 케이크가 나오고 강찬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어?”
“응!”
만나기 전까지는 정보국 이야기, 그리고 더 할 수 있다면 다시 태어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커다랗고 맑은 김미영의 눈을 보자 그런 생각이 싹 가셨다.
조잘조잘.
시험 끝난 이야기, 축제 이야기를 늘어놓는 김미영에게는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프랑스 가려고 그랬어. 그래서 아르바이트 준비했었어.”
“뭐하려고 했는데?”
“과외.”
강찬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모르긴 몰라도 김미영이 과외를 한다면 맡기고 싶은 부모가 한 트럭쯤은 나올 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김미영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강찬은 응어리가 풀려가는 것을 느꼈다.
오는 택시 안에서 손을 잡아줘서 그런가?
젖살이 완전히 빠져서 ‘얘가 이렇게나 예뻤었나?’ 싶을 만큼 매력적인 얼굴, 그런 김미영이 커다란 눈으로 강찬을 바라보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자꾸만 숨이 커다랗게 쉬어졌다.
숨이 뚫려서 그런가?
“나, 시험 만점 맞은 거 같아.”
이건 진짜 좀 놀랐다.
차라리 300발 사격을 모두 명중시키는 거라면 자신 있는데.
“집에서 두 번이나 검토해 봤는데 그랬어.”
강찬의 놀람이 김미영에게는 반가운 모양이었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님이 두 팀 더 들어왔다. 가격이 좀 비싼 대신에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는 적당한 곳처럼 보였다.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니?”
“전에, 1년 전인가 발행된 잡지에 나왔던 곳이야. 사진 보고 내가 적어놨었어. 잘했지?”
이런 영양가 없는 대화도 자연스럽다.
둘이서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보고 싶었다는 간절한 이야기도, 사랑한다는 뜨거운 말도 없이 그저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말이다.
김미영이 이야기 중간에 강찬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우리 걸어도 돼?”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온 다음, 들어왔던 골목을 따라 계속 안쪽으로 들어갔다.
김미영은 강찬의 손을 잡고 조금씩 앞뒤로 흔들었다.
반갑고 기쁜 마음이 그 행동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비겁한 생각이지만, 남겨진 대원의 아내와 어린 딸의 모습이 강찬의 머리에서 계속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총, 칼, 죽음이 계속될 삶에 김미영을 끼워 넣는 것이 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차피 대학을 가면 바뀔지 모른다.
당분간은 지켜보자.
가끔, 아주 가끔, 보고 싶어서 견디기 어려울 때, 누군가 이렇게 위로해 주었으면 싶을 때 만나자.
강찬은 처음 김미영을 보았을 때 떠올렸던 생각을 들춰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골목을 한참 빠져나가자 커다란 레스토랑이 나왔고, 잘 꾸며진 산책로가 나왔다.
“저녁 먹을래?”
“저기 비쌀 거 같은데?”
레스토랑을 사달라는 게 아니라면 뭐?
“우리 저기까지 걷고 와서 먹어도 돼?”
“그래.”
둘이서 걷는 동안 김미영은 함께 학교 다닐 수 있게 되어서 무엇보다 기쁘다는 이야기, 외교관이 되면 강찬과 세계 각국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 따위를 늘어놓았다.
산책로의 끝에는 몇 개의 운동기구가 덩그러니 있었고, 한쪽으로 서울이 내려다보였다.
김미영은 언덕을 향해 있는 벤치에 앉아서 강찬에게 고개를 기댔다.
겨울이라 일찍 기울은 해가 저 멀리에서 넘어가고 있었다.
“이것도 해보고 싶었던 거야?”
“응!”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답을 하는 목소리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있잖아!”
그러다가 김미영이 불쑥 몸을 세우고 강찬을 빤히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어.”
숨이 콱 막힐 만큼 커다랗고 맑은 눈이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정말이지?”
“응.”
“흐흐흐.”
프랑스의 산속에서, 북한의 골짜기에서 이 웃음이 그렇게 듣고 싶었었다.
강찬이 손을 들어서 김미영의 머리를 쓸어줄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전화기가 울렸다.
하여간 분위기 깨는데는 전화만한 것도 없다.
김미영이 궁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앞에서 강찬은 전화기를 꺼냈다.
안느였다.
“알로?”
[“차장님. 아프카니스탄 상가르 지역에서 대한민국 국민 16명이 납치되었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일은 한국의 국가정보원에게 먼저 알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해당 지역의 국제 분쟁은 대사님과 차장님께 가장 먼저 알려드립니다.”]
안느는 강찬의 궁금함을 짐작한 모양이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아차! 김미영이 이 말을 알아들었으면 어쩌지?
워낙 빠른 말이었고, 특별한 단어여서 김미영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얼굴이었다.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아파 소행입니다. 앞으로 12시간 안에 비디오 녹화를 마치면 요구 조건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알자리라 방송이 유일하게 정보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워낙 보았던 조직이라 강찬은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나 시아파라면…….
[“위민국은 2일 안에 확실한 소재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외에 제라르는 한국 발령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지시를 기다립니다.”]
“이쪽 상황을 보고 연락할게. 대사님께는 보고했나?”
[“라인이 달라서 이미 보고가 들어갔습니다.”]
프랑스 정보총국이 이렇게나 활동 범위가 넓은 줄은 몰랐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태연한 척 김미영을 보았다.
“우리 가. 바쁠 거잖아?”
그런데 김미영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하지?
저녁 먹을 시간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신 다음에 맛있는 거 사줘.”
“그래.”
강찬은 김미영을 따라 산책로를 걸어 나왔다.
“아빠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몇 명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셨었어.”
“누가? 내가?”
“응! 그래서 찬이가 바쁘거나 힘들 때 귀찮게 하면 안 된다고 계속 그러셨어.”
“그동안 만나지도 못했는데?”
“아빠는 프랑스 연수 갔다는 말을 듣고도 고개만 끄덕이시던데?”
그 양반이 나를 아는 건가?
차를 마셨던 가게에서 좀 더 걸어 내려오자 택시가 있었다. 둘이서 함께 타고 집으로 오는 동안, 김미영은 또 강찬의 손을 깍지 끼듯 꼭 잡아 주었다.
아파트 앞에 내린 시간은 오후 6시가 조금 넘었다.
“이제 전화해도 되는 거지?”
“그럼.”
“갈게. 몸조심해.”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다른 말을 하지는 못했다. 손을 흔든 김미영이 곧바로 집을 향해 달려갔기 때문이다.
쟤가 혹시 뭔가를 아는 건가?
생각은 그랬지만, 지금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다.
강찬은 곧바로 이두희를 불렀고, 삼성동으로 향했다.
[“강찬 씨. 김형정입니다.”]
전화를 걸자 김형정이 곧바로 받았다.
“팀장님. 아프카니스탄에서 우리나라 국민 16명이 인질로 잡혔답니다. 12시간 안에 요구조건이 있을 거라던데요.”
이두희의 고개가 홱 돌아왔다.
[“강찬 씨! 그 정보를 어디서 얻었습니까?”]
“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가겠습니다. 어디 계세요?”]
질문이 연달아 오간 다음이었다.
삼성동에서 만나기로 하고 통화를 끝냈다. 강찬은 곧바로 석강호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나요!”]
“옆에 차동균이나 곽철호 있어?”
[“철호랑 같이 다닙니다. 무슨 일이오?”]
“혹시 모르니까 특수팀 전원 비상 대기하라고 알려둬. 정식 명령이 아니니까 참고하라고 하고.”
[“푸흐흐흐. 알았소.”]
이 새끼는 비상대기라는데 웃음이 나오나?
전화를 끊은 강찬은 곧바로 안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말씀하세요.”]
“오산에 비행기를 대기시키는 데 얼마나 걸리지?”
[“필리핀 수박기지에서 출발하면 대략……, 6시간 안에 도착합니다.”]
“동원해 줘.”
[“지시대로 이행하겠습니다. 다른 지시 사항 있으세요?”]
“24시간 대기가 가능한가?”
[“무슈 강은 차장 지위에 계십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됩니다.”]
“고마워.”
강찬은 기본적인 전화를 모두 끝내고 앞을 노려보았다.
인질이 16명이나 되는 게 나빴다.
시아파라면 시범 케이스로 몇 명쯤은 참수를 하고 남을 조직인 거다.
염병! 인생이 쉬는 날을 안 준다.
위민국 때려잡고 당분간 유라시아 철도의 일을 살피려던 참이었는데 말이다.
삼성동에 도착하자 김형정도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복장과 얼굴로 강찬을 맞았다.
“강찬 씨! 아프카니스탄 입국자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다르게 17명이 넘어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김형정이 명단을 넘겨주었다.
이렇다면 한 명이 죽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젊은 사람들인데요?”
“봉사 단체에서 들어간 모양입니다.”
염병할!
여자가 너무 많다.
“원장님과 대통령님께 직보했고, 대책을 논의할 생각입니다. 함께 참석해도 되겠습니까?”
강찬의 시선을 받은 김형정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직 납치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사실을 강찬 씨가 잘못 알지는 않았으리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금은 강찬 씨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김형정은 어떻게 정보를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흡사 프랑스 정보총국의 자료라고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가시죠.”
“고맙습니다, 강찬 씨.”
김형정과 함께 삼성동 지하로 내려간 강찬은 곧바로 승용차를 타고 내곡동으로 향했다. 커다랗게 돌아가는 도로를 타고 뒤편의 문으로 향하자 건물로 바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강찬 씨. 이걸 착용하십시오.”
김형정이 집게가 달린 신분증을 강찬의 가슴에 달아주었다.
차에서 내리자 입구에 엘리베이터가 두 대씩 마주 보고 있었는데 김형정은 그곳을 지나 오른쪽 복도로 들어섰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별도의 엘리베이터를 요원이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을 본 요원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버튼을 눌렀다.
“타시죠.”
엘리베이터에는 층 표시가 전혀 없었다.
띠잉.
문이 열리자 조명이 어둡게 만든 복도를 따라 좌우, 그리고 가장 안쪽에 문이 있었다. 헬멧과 방탄복을 착용한 요원들이 문의 입구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김형정과 강찬을 주시했다.
철컥.
문은 분명하게 요원이 열어준 거다.
안으로 들어간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커다란 화면이 전면 벽에 있었고, 둥그런 테이블에 문재현, 황기현, 그리고 전대극, 그 외에 처음 보는 세 명이 양복 차림으로 있었다.
김형정이 고개를 숙였고, 강찬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문재현이 일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서 오세요.”
문재현이 강찬을 맞은 다음이었다.
김형정이 처음 보는 세 사람을 각각 1, 2, 3차장이라고 소개했다.
“앉읍시다.”
문재현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에 보시는 곳이 아프카니탄 상가르 지역입니다. 한국 봉사단 17명이 21일 입국한 사실은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아직 강찬 씨가 말했던 납치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서 통화 연결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1차장이 똑똑 부러지는 음성으로 보고를 이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납치가 사실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앉아 있던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찬을 향해 달려왔다.
말 한마디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재현이 직접 자리에 참석해서 국가정보원장까지 불렀다면 그만큼 강찬의 말을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그만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란 생각을 했다.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믿어주는 남자, 그리고 그동안 한없이 기대해준 전대극과 김형정에 대한 도리인 거다.
“이번에 제가 프랑스 정보국의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차장 셋이서 서류를 들여다본 후에 강찬에게 시선을 주었다.
“교육이 끝나고 프랑스 정보총국의 차장 직위를 받았습니다.”
황기현과 차장 셋, 그리고 김형정의 얼굴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뻣뻣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