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08화 (20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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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목적이 뭐야?

프레드릭은 서양놈 특유의 강인한 상체를 의자에 기댄 채 강찬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교육은 비정기적으로 열리지. 목적은 단 하나야. 프랑스가 새로운 인재를 발표하는 것. 나머지 다섯 나라는 무슈 강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평가하고 싶어서 참여한 거고.”

“그래서 프랑스가 주최한 건가?”

“정말 교육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군. 어쩐지 그런 것 같더니.”

프레드릭이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처럼 묘한 웃음을 얼굴에 담았다.

“이곳에 참여한 나라들의 정보국 수준을 존중해 주는 게 좋아. 무슈 강이 몽골에서부터 프랑스, 그리고 심지어 북한의 장광택을 사살한 것까지 모두 알고 있으니까.”

“다 알고 있는데 굳이 이런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나? 그러면서 참석한 너희도 웃기고.”

“라노크의 발표다. 무슈 강이 라노크의 후계자이니 앞으로 그에 걸맞게 대하라는 뜻이고. 나와 다른 녀석들도 다 자국에서 후계자로 지목받았다고 공표하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강찬은 정보국에서 후계자란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무슈 강. 각국 정부가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말 못한 고충이나 비공식적인 조건을 주고받아야 할 때가 있어. 그런 걸 우리가 한다. 이후로 프랑스에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무슈 강을 통해서 1차 접촉을 하라는 의미다.”

프랑스의 일을 강찬에게 접촉하라고?

아프리카의 전투가 아니라면 프랑스에 관해 아는 것은 평범한 시민 수준인데?

“어느 정도의 결정권도 있는 위치에 있으니 결국, 무슈 강을 건드리는 나라가 있다면 프랑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하겠다는 공표와도 같다.”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꼴같잖은 교육이 참 유난스럽기도 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래서 요원 놈이 정보총국의 차장급 대우를 한다고 했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새끼가 무슨 말을 하려고 말을 이리저리 돌리는 건지 아직 답을 듣지 못한 거였다.

“우리가 북한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물론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그런데 누군가 일을 꼬아버리면 엉뚱하게 중국과 미국이 싸우게 돼.”

“미국이 일을 벌이지 않으면 끝나는 일이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강찬은 눈매를 날카롭게 하고 프레드릭을 보았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솔직히 라노크의 실제 위치가 뭔지 들을까 싶었는데 분위기로 봐서 그런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굳이 요점을 정리하자면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싶은데 라노크의 이야기와 강찬의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느낌이었다.

“프레드릭.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으니까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하고 싶은 말을 해.”

“라노크는 세계제패를 꿈꾸고 있다. 그의 계획에 가장 앞서 줄 사람이 바로 무슈 강, 당신이고.”

강찬은 기가 막힌 나머지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세계제패?

요즘 같은 시대에 ‘너 꿇어라!’ 하면 ‘예!’ 하고 꿇을 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와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에 힘을 쓰는 일이 허다한 세상에 특별한 것도 없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유난을 떠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무슈 강. 쉽게 생각하면 안 돼. 세계 대전이 코앞으로 닥쳐오고 있으니까.”

“프레드릭. 한 가지만 확실히 하자. 유라시아 철도가 연결되면 그동안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나라들이 소외될 수 있겠지. 그런다고 전쟁을 말하는 건 별로 현명하지 않아. 지금은 그런 말에 꺾일 나라가 없을 테니까. 북한을 미국이 공격하겠다는 게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아두었으면 좋겠고.”

“다른 뜻은 없어. 무슈 강이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보아주길 바랄 뿐이다. 최근 각국의 정보국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이고, 코드 네임을 확실하게 주지시킨 유일한 인물이니까.”

“불편하다.”

프레드릭이 기가 막힌다는 투로 웃었다.

“항상 예상을 빗나간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군. 하긴 중국 공항을 그렇게 만들고, 장광택을 죽일 인물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었나.”

이 새끼들은 강대경과 유혜숙, 심지어 김미영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 의미다.

“프레드릭.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놈이 ‘호오?’ 하는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위민국이라는 놈이 어디 있는지는 아나?”

“위민국?”

애새끼가 별걸 다 알고 있으면서 정작 위민국을 모른다니까 확 실망스러웠다.

“간다. 내일 보자.”

하여간 이곳에 마음에 드는 놈이 없는 것 하나는 편했다. 헤어지고 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다.

모를 때가 오히려 뱃속이 편할 때가 있다.

다음날 교육을 받으면서 강찬은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문인지 전에 없이 지루함을 느꼈다. 그래서 새벽에 하는 운동에 좀 더 집중했는데 그게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물론 영어, 국제정세, 경제학은 확실한 공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교육의 목적을 바꿔주는 것은 아니어서 어딘가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유일한 위로는 한국과의 통화였다.

아프리카에 있으면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또다시 2주가 흘렀고, 이번에는 러시아로 이동했다.

바실리를 만날까 싶었는데 역시나 교관과 숙식을 해결하는 직원 외에는 등장인물이 없었다.

러시아에서는 각종 무기의 종류와 성능 등에 대한 교육이 있었는데 이야말로 강찬에게는 맥빠지는 교육이 아닐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서 지겹게 보고 만졌던 무기들을 슬라이드를 통해서 보는 교육이라니!

2주 교육이 끝나고 뜻밖에도 바로 중국으로 향했다.

비행기 삯을 줄이자는 것도 아닐 텐데, 덕분에 급하게 2주 더 연락이 어려울 거라는 문자만 보내고 통화를 하지 못했다.

중국에서의 교육 내용은 터무니없게도 각국의 체제와 관련된 교육이었다.

의외로 강찬은 이 시간이 마음에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국가들의 사상과 대응방식까지.

아프리카에서 보고 경험했던 적들의 행동을 떠올라서 자연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안드레이는 가면을 벗고 딱딱하지 않은 음식을 입에 넣었다. 저 정도면 고기를 씹을 때 제 살을 씹어대는 것처럼 통증이 있을 텐데 애새끼가 맷집과 근성 하나는 죽인다.

저녁을 먹고 모처럼 전화나 할까 하던 참이었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강찬의 전화를 멈추게 했다.

문이 열리고 들어선 사람은 피에르였다.

“잠깐 시간 좀 괜찮습니까?”

“앉으시죠.”

강찬이 손으로 가리킨 테이블의 맞은편에 피에르가 자리했다.

“사흘 뒤가 크리스마스입니다.”

설마 파티 준비를 도와달라는 뜻은 아닐 테고.

강찬은 묵묵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교육이 일찍 종료되었습니다.”

“미국에는 가지 않는 건가요?”

“그렇게 됐습니다.”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알고 싶다고 요구하면 말할 것도 같은데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내일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저녁에 해산할까 합니다.”

“피에르,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교육이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보고하는 순간 무슈 강은 정보총국 차장의 직급이 확정됩니다. 정보국 소속인 저보다 두 계급 위이고, 프랑스 정보국의 규정상 니아플르에 무슈 강이 있는 동안 이곳 정보국의 모든 직원은 정보총국 차장의 지휘를 받습니다.”

“아직 교육이 끝나지 않았다면서요?”

“교육은 끝났습니다. 이미 보고가 정보국과 정보총국에 올라갔고, 이후로 이곳의 모든 지휘는 무슈 강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맡아야 합니다. 물론 통상적인 업무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만, 교육만큼은 정보총국의 업무라 무슈 강이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참 인생들 피곤하게 산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을 앉혀놓고 밥 다 같이 먹고 헤어지는 것을 결정하란다. 이러다간 메뉴까지 정해달라고 할 분위기여서 강찬은 얼른 일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피에르, 알다시피 나는 이 일을 제대로 모릅니다. 그러니 피에르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혹시 그 외에 내가 도울 일이 있습니까?”

피에르는 망설이는 눈치였다.

정보국의 니아플르 책임자가 망설일 일이 뭐가 있을까?

스테이크를 어느 정도로 구울지, 와인은 어떤 것으로 할지를 걱정하는 건 아닐 거다.

“무슈 강. 프랑스 정보국과 정보총국이 업무를 시작한 이래, 외국인이 교육에 참여한 것과 정보총국의 차장에 오른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강찬의 시선을 확인한 피에르가 말을 이었다.

“라노크 위원장은 이번 일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슈 강이 건재하는 한, 프랑스의 중요한 정보 관련 업무들이 무슈 강에게 향하기 때문입니다.”

위원장?

피에르는 분명 위원장이라고 했다.

강찬은 라노크의 뒤에 붙은 호칭이 더 신경 쓰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슈 강의 성품과 성향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보총국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위원장이 안느와 루이를 정보총국에 보낸 이유도 분명 그 점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안느를 정보총국에 보내서 지켜내야 할 정도였나?

그것도 정보총국의 일 처리 방식 중 가장 첫 번째가 위험인물의 제거인데?

“무슈 강. 현재 정보총국의 총국장은 야욕이 강한 사람입니다. 아직은 위원장에게 대항할 힘이 부족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고 일을 저지를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위원장이 프랑스의 발전을 위해 무슈 강을 선택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무슈 강이 한시라도 빨리 정보총국 내에 자리를 잡아서 프랑스의 정보국을 안정시켜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것을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피에르, 내가 정보총국의 차장 자리를 거절할 수 있나요?”

“없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단호한 답이었다.

“프랑스의 내부에 관해 전혀 모르는데?”

“후견인으로 위원장님이 계십니다.”

“정보총국이 나를 제거할 수도 있나?”

질문의 내용도, 말투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는데 피에르는 오히려 마음이 편한 얼굴이었다.

“무슈 강. 외인부대 특수팀을 손에 넣으십시오.”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외인부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강찬이 듣기에 이건 숫제 프랑스를 잡아먹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 의미였다.

“위원장과 안느가 지켜줄 수 있을 때 무슈 강의 입지를 단단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다시 위원장과 안느를 지켜주는 방패가 될 것이고, 제가 믿는 위원장의 결정대로 프랑스가 발전할 기반을 단단히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방법은?”

“그건 무슈 강이 찾으셔야 합니다.”

피에르의 시선에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프랑스를 위한다는 상투적인 것이 아니라 목숨을 건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그런 종류였다.

“피에르, 당신은 이 말을 하는데 목숨을 걸었군.”

“정보총국은 그 정도의 힘이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첫 번째는 위원장이 반드시 프랑스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으리라고 믿고, 두 번째는 프랑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사명감, 마지막은 제가 본 무슈 강을 믿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숨 쉴 틈 없이 답이 나왔다.

“정보총국 차장의 권한은 어느 정도지?”

“아프리카 국가의 수장 사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강찬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이 정도면 간단하게 차장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권한이었다.

“내게 그런 명령을 내릴 권한이 실제로 있나?”

“무슈 강의 전화기에 새로운 번호가 입력됩니다. 그 번호를 누르면 정보총국에 곧바로 연결되고 원하는 모든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차장 위로 몇 명이나 있나?”

“부총국장 두 명, 총국장 한 명입니다.”

염병할!

어째 교육이 내키지 않더라니!

“미국과 프랑스는 군사 협약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산의 미군 공군기지를 임의로 사용할 권한이 있고, 무슈 강은 전용 비행기를 언제고 오산으로 부를 수 있는 기본적인 권한을 갖습니다. 그 외에 외인부대 비상령, 외인부대 특수팀 동원령,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보총국 분류 2단계까지의 사살, 암살 명령권이 주어집니다. 참고로 정보국의 부국장까지가 정보총국 분류 2단계입니다.”

지랄!

전혀 받고 싶지 않은 권리였다.

도대체 라노크가 왜 이런 권한을 덜컥 안겨준 건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피에르가 강찬보다 더 의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놀라지 않는군요.”

놀랐다!

충분히 놀라서 지금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다만 그런 걸 표시 내지 않을 뿐이다. 혹시 이런 것도 그 빌어먹을 블랙헤드 기운을 처먹어서 더 효과적으로 보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웅웅웅.

그때 강찬의 전화가 짧게 울렸다.

혹시?

피에르의 시선을 본 강찬은 곧바로 전화기를 들어서 번호를 확인했다.

[000-001-0003]

숫자로 사람을 이렇게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확인 전화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피에르에게서 시선을 돌린 강찬은 문자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무슈 강. 지시를 말씀하십시오.”]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안느. 딱딱하게 그럴 거 없잖아?”

[“무슈 강의 업무 전담을 맡게 된 안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루이는 잘 있나?”

[“무슈 강의 지시를 직접 이행할 담당으로 배정되었습니다. 비밀을 요하는 업무는 앞으로 저와 루이가 담당합니다.”]

뭐가 뭔지?

그저 웃음만 나왔다.

[“무슈 강.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 유일한 통화입니다. 이 시간 이후로 무슈 강의 전화는 자동 녹음됩니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확실히 이전에 알던 안느의 음성은 아니었다.

서양 애들이 이런 건 정말 확실한데 안느는 그 정도가 더욱 확실한 느낌이었다.

[“아버지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다시 예전의 안느라고 느껴지는 음성이 들려왔다.

적어도 누군가가 진심으로 부탁하는 말에 함부로 답을 해서는 안 된다.

“안느.”

[“예, 무슈 강.”]

“전에 내가 몽골에 가겠다고 할 때 대사님께서 내게 하신 질문이 있지.”

강찬은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때 대사님께서 안느에게도 이럴 거냐고 물으셨었다. 안느도 이렇게 지키고 구해줄 거냐고? 내 대답은 안느도 짐작할 테고. 약속한다. 너와 똑같이 대사님을 지켜드리겠다.”

[“고마워요, 무슈 강.”]

“정보총국의 차장이 된 것이 기쁘게 느껴질 줄은 몰랐는데? 안느가 이렇게 활동하는 것도 느끼고.”

[“루이가 늘 고맙다는 말을 해요.”]

그냥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또 서게 된 거다.

다시 태어나서 참 징그럽게 일 많다.

“안느. 두 가지 부탁이 있는데…….”

[“말씀하세요, 무슈 강.”]

피에르가 빠르게 강찬을 살폈다.

“한국에 잠입해 있는 북한의 특수군 위민국의 위치, 그리고 외인부대 13연대 특수팀 제라르를 수배해서 만날 방법을 알아봐 줘. 물론 만나기 전까지 제라르에겐 비밀로 하고.”

[“바로 수행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피에르는 오히려 안심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피에르.”

“말씀하십시오, 무슈 강.”

“당신은 위험해지지 않나?”

피에르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관계인 걸 알면, 나를 제거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당신도 위험해 질 수 있지 않으냐는 거지?”

“무슈 강의 입지가 확실해지시면 저도 안전해집니다.”

지랄 맞은 답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결국 빨리 위치를 차지하란 뜻이었다.

“난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우리 둘이서 와인이라도 한잔해야 할 거 같은데?”

방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피에르가 평범한 사람처럼 웃었다.

“프랑스 사람들의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하시는군요. 어쩐지 무슈 강은 프랑스에서 오래 생활했던 분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이 꼭 그런 때입니다.”

“그럼 와인을 한잔하기로 하지. 그전에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아는 대로 답을 드리겠습니다.”

“내가 정보총국의 차장이 된 것에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나?”

한순간, 피에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슈 강. 이 이상은 제가 알 수 있는 일들이 아닙니다.”

“피에르, 하나만 더 묻지. 당신을 내가 신뢰해도 되나?”

유치한 질문이었다.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반드시 듣고 싶은 답이었다.

그것이 비록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라도 말이다. 나중에 예상하지 못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지금의 답이 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적어도 아프리카에서 겪었던 전투에서는 그랬었다.

“무슈 강. 판단은 무슈 강의 몫입니다.”

강찬이 피식 웃었고, 피에르가 졌다는 표정으로 따라 웃었다.

“와인이 필요한 것 같은데?”

“준비하겠습니다.”

피에르가 답을 하고 전화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강찬은 석강호와 둘이 마시던 소맥이 그리웠다.

이 새끼들은 확실히 그런 점이 아쉽다.

한국에 돌아가면?

우선 석강호가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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