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06화 (20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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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가겠습니다.

“강찬 씨. 인사하시죠. 송창욱 변호사입니다.”

“송창욱입니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에 아무런 손질도 하지 않은 반백의 송창욱이 강찬의 손을 잡았다. 키가 작고 단단한 느낌이었는데 변호사치고는 눈매가 몹시 사나웠다.

“가실까요?”

김형정이 조수석에 탔고, 강찬과 송창욱이 뒷자리에 올랐다.

강찬이 힐끔 보았을 때 국가정보원 요원이 거의 30명 이상 승용차와 승합차로 움직이고 있었다.

“팀장님. 저 때문에 국가정보원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강찬은 진심으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샤흐란의 일은 분명 처벌을 각오하고 했던 일이기 때문에 각오한 바도 있었다.

“조사는 받아도 됩니다. 다만, 검찰에서 엉뚱하게 구속을 하겠다면 국가정보원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김형정의 의지가 워낙 단단해 보여서 강찬은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송창욱이 강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강찬 씨는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합니까?”

나이가 지긋한 양반이 사나운 눈초리로 겨우 내놓은 질문이 닭살 돋는 내용인 거다.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대한민국에 어느 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말입니다.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매서운 눈초리를 무서워할 강찬은 아니다. 만약 송창욱의 눈빛에 억압적인 감정이나 으스대는 모습이 있었다면 절대로 지금처럼 좋게 대화를 받아주지 않았을 거다.

“좋아하는 분들이 부탁한 일이라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전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지키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대원들이나 요원들처럼 대한민국이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생각은……, 솔직히 못 해봤습니다.”

송창욱은 강찬에게 시선을 똑바로 준 채 새기듯이 말을 들었다. 그리고 대답을 다 듣고 나서는 앞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삼성동에서 검찰청까지 15분가량 걸렸다.

강찬이 내렸을 때 김형정은 양복의 겉에 신분증을 꺼내서 달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가시죠.”

셋이 건물에 들어서는 동안 요원들이 타고 있는 차가 건물 앞에 한 줄로 섰다.

금속탐지기를 지난 강찬은 김형정, 송창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띠잉.

5층이다.

복도를 지나자 복도 좌우로 비슷한 문들이 쭉 있었다. 분위기 때문인지 복도와 문들이 사람을 기죽게 하는 느낌이었다.

호실이 순서대로 있어서 세 사람은 곧바로 506호를 찾았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들었던 이승렬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 총장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총장은? 물러난 지가 언젠데? 오늘은 강찬 씨의 변호인 자격으로 참석한 걸세.”

이 양반이 김성웅 전의 검찰총장이었다는 건가?

이승렬이 무척이나 곤란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번갈아 보며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우선 앉으시죠.”

자리라야 검사석 앞에 있는 철제 의자가 전부였다. 그나마 하나는 수사관 앞에 있는 것을 옮겨왔다.

방은 컸다.

이승렬을 바라보고 왼편으로 음료대와 여직원 책상, 그리고 오른편으로 수사관 두 명이 책상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이승렬의 왼편으로 캠코더가 서 있었다.

“변호인은 참관할 수 있지만 다른 분은 자리를 비켜주셔야 합니다.”

이승렬이 각오한 듯 김형정에게 던진 말이었다.

“강찬 씨. 밖에 있겠습니다.”

김형정은 강찬에게 보고하는 것처럼 말을 하고는 문을 나섰다. 이승렬이나 송창욱도 그가 문 앞에 서 있을 거라는 것을 충분히 알만한 행동과 말이었다.

“차를 한잔 하시겠습니까?”

“주면 좋지.”

여직원이 빠르게 움직여서 종이컵에 녹차티백을 담아 가져왔다.

“이 검사.”

“말씀하십시오.”

“조사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직원들을 잠시 물려주겠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좌우를 살핀 이승렬의 고갯짓에 수사관 두 명과 여직원이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말씀하십시오.”

이승렬은 송창욱을 대하는 것이 꽤 힘이 드는 눈치였다.

“강찬 씨의 사건은 정당행위, 정당방위, 자구행위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것을 이 검사가 모를 리 없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가 뭔가?”

“그건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송창욱은 꼼짝도 않고 이승렬의 답을 들었다.

“정말 끝까지 해볼 생각인가?”

“검찰의 명예를 걸고 해볼 생각입니다.”

송창욱의 입 끝이 묘하게 올라왔다.

옆에서 보고만 있는데도 소위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다.

“김성웅 총장과 자네 때문에 검찰의 명예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수도 있는데 말이지?”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하신 건 총장님이셨습니다.”

“기획수사도 하지 말라고 했었지.”

감정이 전혀 묻어있지 않은 말투임에도 송창욱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허하수가 이적행위를 했고, 그 와중에 김성웅 총장이 그를 두 번이나 사석에서 만난 자료가 국가정보원에 전부 있다. 내가 강찬 씨의 변호를 맡은 것은 적어도 내가 몸담았던 검찰에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것이지 돈 몇 푼에 명예를 팔려는 것이 아니야.”

“조사해서 죄가 없으면 다 끝나는 일입니다.”

송창욱이 처음으로 볼을 씰룩였다. 화를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방법이 없지. 내가 일어나서 이 방을 나서는 순간, 국가정보원에서 김성웅 총장과 자네를 간첩죄로 체포할 거고, 저녁 특보에 나올 걸세.”

“저는 이적행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

송창욱이 품에서 전화기를 꺼내 버튼을 서너 차례 눌렀다.

- “어떡해서든 강찬이란 놈을 엮어서 문재현과 여당을 곤란하게 해야 돼. -

허하수의 음성이었다.

이 영감이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지?

강찬도 놀란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 “염려 마십시오. 제 손에 걸리면 강찬 아니라 문재현이라고 해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

이승렬은 입이 반쯤 벌어진 것조차 모르는 눈치였다.

- “얼른 우리 세상을 만들어야지. 그래야 다음 대 법무부 장관이라도 한번 할 게 아닌가?” -

- “저는 제가 할 바를 다 할 뿐입니다.” -

송창욱이 버튼을 누르고 전화기를 품에 넣었다.

“이 시기에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임무조가 몇 차례의 테러를 일으켰는데 두목급인 위민국이란 자를 허하수가 그의 별장에서 두 차례 만난 증거도 있지. 그래도 강찬 씨의 사건을 계속 조사하겠나?”

“이게 도대체……?”

“국가정보원에서는 국회의장이 이적행위로 체포된 마당에 검찰까지 문제를 일으켜서 대외 신뢰도를 더 떨어트리지 않았으면 했고, 실제로 김성웅 총장은 테러까지는 몰랐다고 생각하더군.”

이승렬이 이제야 정신이 드는지 마른침을 삼켰다.

“만약 그럼에도 강찬 씨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겠다면 국가정보원도 작전을 감행할 의지로 이곳에 왔지. 그래서 내가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자네라면 알아들을 거라고.”

“총장님께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럴 필요 없을 테니까 그건 안심해도 되고.”

“총장님의 결재를 책임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결재가 필요 없다는 뜻, 그대로일세.”

이승렬이 송창욱에게서 처음으로 강찬을 보았다가 얼른 고개를 서류로 떨어트렸다. 눈빛이 사납기는 강찬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탓이었다.

“전에 모셨던 분으로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결재가 필요 없다는 말씀 확실하십니까?”

“나는 국가정보원의 능력을 믿네.”

송창욱의 말에 이승렬이 이를 꽉 깨물면서 서류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고개를 숙인 채로 답을 했다.

“무혐의 처분인가?”

“내사종결로 처리하겠습니다.”

“가도 되겠지?”

“그렇습니다.”

이게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정작 조사받는 강찬은 아직 한 마디도 입을 열지 못한 거다.

사람들이 이래서 유능한 변호사를 구하려고 애쓰는 건가?

강찬은 쓴웃음을 지을 때였다.

“갑시다. 강찬 씨.”

송창욱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강찬에게 말을 건넸다.

이런 곳에 더 있을 필요가 있겠나?

강찬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뒤쪽에서 이승렬이 일어나 송창욱과 인사를 하는 것 같았는데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서자 김형정이 단단한 모습으로 문 앞에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사관 두 명과 여직원이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다.

“끝나셨습니까?”

“예, 잘 해결된 것 같은데요?”

“고생했습니다.”

“저야 뭐,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건가요?”

질문의 답을 듣기 전에 송창욱이 나왔다. 반드시 들어야 하는 대답도 아니고, 시간이 급한 답도 아니어서 강찬은 그렇게 넘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고, 곧바로 차를 타고 삼성동으로 향했다.

슬쩍 시선을 돌렸던 강찬은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송창욱이 울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옆에서 본 눈에 물기가 서린 것, 그리고 눈 끝과 입 끝이 울음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꽤 많은 인원이 전부 삼성동으로 모였다.

차에서 내리자 김형정이 바로 송창욱에게 다가갔다.

“애써 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나야말로 무리한 부탁을 했던 건데 받아줘서 고맙소.”

김형정과 악수를 나눈 송창욱이 강찬에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강찬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반드시 서운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하여간 종잡기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자주 나타난다.

“나라를 위한 일은 더 자주 서운합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강찬 씨와 같은 인재는 국가를 위해 나서줘야 합니다.”

대답하지 못했다.

송창욱이 왜 이렇게 목이 메는 눈으로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몰라서, 이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 수 없어서 답을 하지 못했다.

“가겠습니다.”

그런데 말을 마친 송창욱은 미련없이 몸을 돌려 기다리던 차를 타고 사라졌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평범한 사람도 없었지만, 송창욱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 사람도 몇 없었다.

“올라가시죠.”

아직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서 강찬은 김형정을 따라 건물로 올라갔다.

“백산 송희제 선생이라고 우리나라 초대 정부 설립자금을 홀로 부담하셨던 독립운동가의 후손입니다.”

간사하게 독립운동을 했던 분의 후손이란 말을 듣고 나니까 어쩐지 감동이 좀 더 진해지는 느낌이었다.

“녹음이 있던데요? 그건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김형정은 그저 웃기만 했다.

***

강찬과 송창욱이 떠나고 나서 이승렬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송창욱에게 눌려서 강찬을 보내긴 했는데 막상 김성웅에게 보고할 생각을 하자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납을 뿌려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미친 짓을 한 거지.’

김성웅이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그가 끌어주지 않으면 매달릴 줄도 없는 거다.

‘뭐라고 하지? 지금이라도 그냥 긴급 체포를 해?’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송창욱이 들려주었던 녹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도청은 불법이다.

하지만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불법을 저지른 놈보다 대화 내용에 관심을 갖는 게 현실이다.

이승렬이 엄지와 검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주무르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후배 검사가 들어왔다.

노랗게 질린 얼굴이었다.

분을 못 참고 싸대기라도 친 게 잘못된 건지 모른다.

“선배님!”

“무슨 일인지 몰라도 나중에 얘기하자.”

이승렬은 고개 앞에 두었던 손을 내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게 아닙니다. 총장님이…….”

귀가 번쩍 띄는 말이었다.

수사관과 여직원이 귀와 눈을 쫑긋 세우고 무슨 말을 할지 살피고 있었다.

***

저녁 시간이었고, 석강호가 기다리고 있어서 우선 셋이서 앞의 고깃집으로 향했다.

위민국이 아직 잡히지 않아서 그런지 경계가 나름 삼엄했다.

“다시 돌아가십니까?”

“그래야죠. 어차피 시작한 교육이니까 제대로 해보려고요.”

고기를 주문하자 숯불과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강찬 씨. 이번 일은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만의 규정이 있는데 대통령님께서 결단을 내리시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뭔 변호사 한 명 구하는데 대통령의 결단씩이나?

치이익.

석강호가 고기를 불판에 올리자 모처럼 맡는 냄새에 갑자기 배가 더 고파졌다.

“어머! 어머!”

그때 식당 한쪽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주었다. 벽에 걸린 커다란 TV에 나온 뉴스를 보고 일어난 소란이었다.

강찬은 멍한 기분으로 자막 보도를 보았다.

[김성웅 검찰 총장, 여종업원 성폭행 시도]

자막이 쭉 흘러갔다.

[약물 중독 의심. 머리칼과 타액 국과수 의뢰.]

그리고 인물을 알아보기 어렵게 흐릿하게 처리된 화면에서 남자가 여자를 안으려는 모습이 여러차례 반복해서 나왔다.

“저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저런 짓을 했을까?”

[김성웅 총장. 사건 전면 부인. 맥주 두 잔만 마셨다고 진술.]

“하여간 남자는 젊거나 늙었거나 뿌리를 조심해야 돼. 뿌리를!”

강찬이 김형정을 보았을 때 석강호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검찰 전체가 무너지는 것보다는 개인의 일탈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저 건을 결재받는데 원장님의 노고가 컸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강찬이 뛰어나고 중요한 인물일까?

강찬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강찬 씨.”

석강호가 올려놓은 고기가 연기를 뿜어내는 바람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럴 때는 좀 늦게 올리지.

“이번에 겪은 고초와 부모님을 상대로 벌어진 일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건 꼼짝도 못 하고 오후 내내 당하는 꼴이었다. 엄청난 뇌물을 받아서 뭘 해서 갚아줘야 하나 하는 심정이라면 아마 비슷할 거다.

치이익.

석강호가 묵묵하게 고기를 불판에 올렸다.

“송 변호사님이 그래서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았군요.”

“개인의 일탈로 끝내달라고 먼저 부탁하셨습니다. 송 변호사님은 국가정보원 법률담당이십니다. 물론 비공식적인 직책입니다.”

치이익.

석강호가 고기를 또 올려서 김형정과 강찬도 젓가락을 들었다.

“우선 드시죠.”

감정은 감정이고, 고기는 고기인 거다.

셋이서 푸짐하게 먹고 나서야 식사가 끝났다.

사무실에 올라가기 뭐해서 셋이서 앞쪽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옮겼다.

요원들에게 좀 미안한 일이지만 위민국정도라면 그리 큰 위험이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강찬은 교육 내용과 교육에 포함된 인물에 대해서 묻는 대로 알려주었다.

“아후! 빨리 좀 끝내고 오쇼.”

“나도 그러고 싶다.”

“저 성격에 어떻게 교육을 견디지?”

석강호가 툴툴거린 말에 셋이 함께 웃었다.

“위민국은 완전히 숨어버린 건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국가 기관 시설을 노리지 않을까 해서 비밀리에 위험 시설에 경비 강화를 지시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안 잡힐 줄은 몰랐습니다.”

숨는 재주가 이렇게 뛰어난 놈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강찬 씨, 교육 내용 중에 태도나 표정 연습 같은 게 있습니까?”

“예?”

커피잔을 들던 강찬은 김형정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강찬 씨가 변한 느낌입니다. 표정도 그렇고, 전보다 뭔가 진해진 느낌이거든요. 아! 이럴 때는 정말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부럽네요.”

블랙헤드 때문인가?

그러나 그 이야기는 석강호와 둘이서 할 이야기지 이곳에서 떠들 말은 아니다.

김형정과 시간을 보낸 강찬은 석강호와 사거리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블랙헤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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