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03화 (203/520)

0203 / 0419 ----------------------------------------------

11-4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띵. 띵. 띵. 띵.

비행기가 도착하고 강찬이 트랩을 내렸을 때 이튼은 기린이 아니라 코알라처럼 보였다.

“와 줘서 고맙소. 우선 이동부터 합시다.”

눈 밑이 검게 변한 이튼이 한쪽에 세워진 헬기를 가리켰다.

우우우웅. 투드드드드드.

두 사람이 올라타자 헬기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출발했다.

깊은 밤이다.

방향을 잡은 헬기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도로 상태가 자동차로는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헤드셋을 통해 이튼의 설명이 있었다.

“이튼! 만약 블랙헤드가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잃으면 어떻게 분해하지?”

“방법이 있소?”

이튼의 고개가 홱 하고 강찬을 향해 돌아왔다.

“알아서 찾아볼 테니까 그럴 경우 방법을 찾을 수 있느냐고?”

아래로 온통 시커먼 어둠이 자리했는데 간간이 커다란 나무들이 기우뚱하고 넘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주 기계 장치에 연결된 9개의 보조 케이블이 있소. 그걸 모두 제거하면 되는데…….”

이튼이 말꼬리를 흐렸다가 강찬이 바라보자 다시 말을 이었다.

“9개의 에너지 중에 하나라도 균형을 잃으면 블랙헤드가 폭발할 거라는 판단이오. 우리가 함부로 스위치를 끄지 못한 이유도 그거요! 지금도 세티늄의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해서 지진이 일어난 거고!”

“균형을 이루면 빼내도 된다는 건가?”

“블랙헤드가 안정을 찾으면 빛을 잃는다고 들었소!”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처음 연결할 때는! 그때 이미 균형을 잃었어야 하는 거잖아!”

“세티늄과 데나다이트로 충분하다고 믿었던 거요! 그런데 강찬 씨가 그 에너지를 어떻게 얻었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소?”

이튼의 눈가에 욕심이 스쳤다.

물에 빠진 걸 구해주기도 전에 손 내민 놈의 보따리를 노려보는 꼴이다.

이 새끼를 그냥!

강찬의 시선을 느낀 이튼이 얼른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15분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연구소의 불빛이 보이자 강찬은 블랙헤드의 기운이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침 가지고 있던 것이 생각나 강찬은 고글을 착용하고 아래에 있는 건물들을 살폈다.

‘뭐야?’

둥그런 시멘트 구조물에서 가느다란 에너지들이 사방으로 뻗쳐 나오고 있었다.

타다다다다다다.

헬기가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연구원들과 요원 둘이 얼른 다가왔다.

“시멘트 건물에 균열이 있습니다.”

강찬은 서둘러 회의실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대사님께 연락받았습니다.”

프랑스 연구원은 완벽하게 긴장한 얼굴이었다.

“현재 에너지가 구조물 바깥으로 나오고 있고, 주기계 장치는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알지 못했지만, 건물의 바닥이 미세하게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타이밍이 중요해! 계산대로라면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실제로 될지, 된다면 얼마나 시간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어!”

“차단복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블랙헤드의 에너지가 일시 중단된다고 해도 그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빠르게 움직일 자신이 없었다.

강찬은 오히려 재킷을 벗었다.

“이걸 보십시오!”

연구원은 커다란 도면을 꺼내 주기계 장치를 보여주고 케이블이 있는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연구원 두 명과 요원 다섯 명이 함께 들어갑니다. 보조장치를 해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케이블이 9개라면서?”

“인원이 부족합니다.”

피할 인원은 피했다는 의미처럼 들렸다.

“저쪽에 영국 요원들이라도 불러!”

“최소한의 인원이 바깥에도 필요합니다. 전력을 차단하고, 그 외에 장비를 운용할 인원밖에 없습니다!”

작업복에 헬멧을 착용하고 두툼한 장갑을 낀 다섯 명이 강찬의 뒤에 있었다.

마음에 안 들지만, 더 고집 피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작해!”

연구원이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 요원들과 연구원들이 서 있는 바깥에서 이튼이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고글을 끼고 있어서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선이 모두 보였다.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서 버둥대는 괴물의 팔을 보는 느낌이었다.

후욱. 후욱.

강찬은 숨을 가다듬으며 주기계 장치의 출입문을 보았다.

연구원이 위성전화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카운트를 시작합니다!”

긴장된 모양인지 단박에 목소리가 커졌다.

“잠깐! 지금 뭐하는 거요?”

그때 이튼이 불쑥 강찬과 연구원의 앞으로 나왔다.

내용을 모르나?

이튼이 연구원과 강찬을 번갈아 보았다.

“작동 5분 전!”

드드드드드.

그때 바닥이 커다랗게 울리며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강찬 씨! 지금 무슨 일을 벌이는 거요?”

“자세한 건 나중에 라노크 대사님께 듣고 지금은 비켜 있어!”

“무슨 짓을 하느냐니까!”

함께 들어가기로 한 연구원들과 요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작동 4분 전!”

강찬은 이튼을 향해 몸을 돌리고 고개를 바싹 디밀었다.

“이튼. 원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주지.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은 그냥 조용히 있어. 가뜩이나 이 짓 하기 싫어서 미칠 것 같으니까.”

진심이었다.

여기서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바로 돌아서 갈 마음도 있었다. 유럽이 날아가는 것만큼이나 강대경의 구속 또한 강찬에게는 끔찍한 일이었다.

이튼이 이를 악물고 물러난 다음이다.

“작동 3분 전!”

퍼억! 퍽!

천장에 설치되었던 등 두 개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다.

5분이 이렇게나 긴 시간이란 건 처음 알았다.

가느다란 붉은색 선들이 발악하는 것처럼 강찬의 몸에 붙었다가 떨어졌는데 아직 기운이 빠지는 느낌은 없었다.

“작동 1분 전!”

드드드드드드드. 끼이이! 끼이익!

좀 더 요란한 진동과 함께 무언가 비틀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30, 29, 28, 27…….”

제발 좀!

시간이 더럽게 느리게 흘렀다!

“5, 4, 3, 2, 1, 작동!”

강찬과 주변에 있던 모두가 빠르게 시선을 교환하는 순간이었다.

쿠우웅!

바닥 깊은 곳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됐나? 된 건가?

소름 끼치는 침묵이 잠깐 이어지고.

드드드드드!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

퍼억! 퍽! 파삭! 파사삭!

한순간 전등이 모조리 터지면서 주변이 온통 새카맣게 변했다.

웅. 웅. 웅. 웅.

벽을 타고 비상등이 희미하게 강찬을 비춰주었다.

“안에도 비상등이 있나!”

“있습니다!”

강찬은 빠르게 건물을 보았다.

진동은 가라앉았고, 붉은색 에너지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다!”

강찬이 달려나가자 요원들과 연구원 둘이 그 뒤를 따랐다.

회의실 건물을 빠져 나가자 캄캄한 어둠 속에서 거대한 시멘트 건물만 희뿌옇게 보였다.

끼이익!

전에는 나지 않던 소리다.

철컹. 철컹. 철컹. 철컹.

강찬은 빠르게 도면에서 보았던 위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후욱. 후욱. 후욱.

에너지가 꺼진 상태다!

이대로 케이블만 빼면 되는 거다!

거대한 공간에서 흉측한 기계 시설이 보조 등에 의지해 서 있었다.

이대로 끝나나?

에너지가 어디론가 다 쏟아진 건가?

지진만큼이나 침묵이 무섭게 느껴졌다.

철컹. 철컹. 철컹. 철컹.

주기계 장치에 연구원과 요원들이 붙어섰고, 거의 동시에 강찬이 케이블에 섰다.

“세티늄부터 제거해!”

철컥! 치이익!

“데나다이트!”

철컥! 치이익!

됐다! 된 거다!

“다음은!”

연구원 중 하나가 손짓을 하자 요원이 밸브를 당겼다.

철컥! 치이익!

철컥! 치이익!

강찬도 앞에 있는 스위치를 잡아당겼다.

철컥! 치이익!

4개 남았다.

4개만 당기면……!

우우우웅!

그때 진동음과 함께 주기계 장치에서 붉은빛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명령이 필요없는 순간이었다.

철컥! 치이익!

철컥! 치이익!

두 개! 두 개만 제거하면 되는 거다!

강찬이 마지막 하나에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화아악!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우우우웅! 드드드드드드드!

그리고 엄청난 진동이 있었다.

철퍼덕! 퍼억! 콰다당!

콰악!

강찬은 케이블을 붙잡고 매달렸다.

시선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었다.

고개를 모로 튼 강찬은 케이블의 연결 레버를 당겼다.

철컥! 치이익!

우우우우웅! 드드드드드드!

난간을 붙든 요원이 연구원의 몸을 잡아줄 정도로 커다란 진동이었다.

화아악! 쿠으으으응!

그 순간 강찬을 향해 붉은빛이 달려들었고, 주기계장치에서 나오는 소리가 바뀌었다.

그 순간이었다.

“크윽!”

느닷없이 심장을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었고,

“윽!”

옆구리를 파고드는 끔찍한 통증이 연달아 이어졌다.

쿠아아아앙! 드드드드드드!

“끄으윽!”

척추를 타고 기다란 칼을 박아넣은 느낌이 드는 순간, 강찬은 바닥에 철퍼덕 내동댕이쳐졌다.

힘이 빠지진 않았다.

“끄으으!”

대신 잔인한 통증이 계속해서 몸을 파고들었다.

‘개새끼야!’

짐작은 갔다!

밖으로 뿜어져 나온 7개의 에너지 일부가 몸으로 파고든 거다.

블랙헤드도 빨갛고, 강찬도 빨갛다.

에너지 중 일부는 블랙헤드로, 나머지는 강찬의 몸을 파고들었을 거다!

뺏고 뺏기는 싸움이다.

그런데 어떻게 뺏는지 강찬은 모른다!

터억!

강찬은 난간을 잡았다.

“끄으윽!”

그리고 악착같이 몸을 일으켰다.

드드드드드드!

연구원들과 요원들은 난간을 붙잡은 채로 버티고 있었다.

“개새끼야!”

강찬은 고개를 돌린 채로 악을 썼다.

쿠아앙! 쿠앙! 콰작! 콰자작! 드드드드드드!

천장에서 커다란 시멘트 조각이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진동이 계속 일어났다.

철컹! 철컹!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강찬이 의지하고 있던 난간이 앞쪽으로 훌쩍 넘어갔다.

콰악!

마지막 케이블을 잡은 강찬은 이를 악물며 밸브를 잡았다.

발끝은 난간에 손은 케이블에 매달린 채였다.

밸브를 떼면 저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콰악!

강찬의 발을 요원 한 명이 잡았다.

철컥! 치이이이익!

화아아아악!

엄청난 빛무리가 강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버지……!’

강찬은 모든 것이 까맣게 변하는 순간, 의식을 잃고 말았다.

***

한남동 안가의 소파에 앉은 김성웅은 눈빛과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잠시 후, 황기현이 들어서는 것을 본 김성웅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국가정보원장 황기현입니다.”

황기현이 내민 손을 김성웅이 형식적으로 잡았다.

“앉으시죠.”

차가 나오는 동안 거북한 침묵이 흘렀는데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차를 듭시다.”

“원장님. 만약 수사와 관련해 만나자고 한 거라면 이후에 할 말씀 때문에 불편해질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렇군요. 차 드세요.”

황기현은 손으로 찻잔을 가리켰다.

“총장, 강찬 씨에 대한 수사를 멈춰주었으면 싶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김성웅이 이를 꽉 깨문 직후였다.

“한 해에 유럽에서만 평균 15명의 뛰어난 요원이 목숨을 잃습니다. 그들의 죽음에 우리는 고작 별 하나를 국가정보원 벽에 새겨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요원들은 오늘도 죽을 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지금 그런 말씀을 하셔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내가 부탁했습니다. 유라시아 철도가 연결되어 세계의 중심으로, 진정한 강한 나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내가 강찬 학생에게 부탁한 거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은 죄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런데 총장은 그 죄를 묻는 시선을 똑바로 두고 있습니까?”

“대한민국 검찰을 믿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김성웅의 시선을 본 황기현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국가정보원에서 총장과 이번 사건에 투입된 검사들의 뒷조사를 마쳤습니다.”

황기현의 눈빛은 정보원장이라는 직함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번쩍이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믿었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대통령님께서 뭐라고 하시던, 구정물을 뒤집어쓸 생각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지금 서울 한복판에 북한의 전투 요원이 들어와 있고, 그들이 대한민국 특수팀 최고 지휘관을 살해한 일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모르고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허하수 의장과 만난 증거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고, 총장은 허하수 의장과 그 사이 두 번이나 만났더군요. 내가 결정을 내리면 대한민국 검찰총장이 내란과 이적죄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김성웅은 이를 꽉 깨물었다.

“물론 억울하겠지요. 그럴 겁니다. 그래도 난 할 생각이 있습니다. 내가 검찰총장에게 없는 죄를 씌우더라도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게 옳다고 여겨서입니다.”

“저를 그렇게 하셔도 다른 검사들이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너무 자만하지 마세요, 총장. 총장은 국가정보원의 능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내가 야비한 방법을 쓰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대통령님의 눈을 가리고, 검찰, 경찰, 행정부, 군, 심지어 언론까지, 내가 원하는 모든 조직을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있습니다.”

김성웅은 처음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황기현이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나 하는 놀라움이 그의 눈가에 역력하게 묻어 있었다.

“그런 방법을 두고 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좋게 가자는 뜻입니다.”

‘뺨을 때려놓고 인제와서 어르겠다는 거야?’

김성웅은 자존심이 상한 눈빛이었다.

“강찬 씨가 화가 나면 총장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재를 프랑스에 넘겨줘야 합니다. 그는 부모를 욕보이는 나라에 살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일본, 중국, 미국이 원하던 대로 유라시아 철도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정보원에서 나를 내란죄로 몰아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차라리 그 방법을 택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황기현이 날카롭게 김성웅을 보았다.

잠시 뾰족한 침묵이 흐른 다음이다.

“강찬 씨가 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만 부모를 건드리지 마세요. 그분들께 죄가 없는 건 총장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강찬이 그렇게 중요한 인물입니까?”

질문을 던진 김성웅은 황기현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색에 내심 놀랐다.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 냈고, 발표회장에서 대통령님과 라노크 대사를 구했고, 그 이후의 행동들에 대해서는 국가 기밀이라 말하지는 못하지만, 대한민국의 지난 50년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았습니다.”

김성웅은 진심으로 다음 말이 궁금했다.

“강찬 씨가 구속되면 국가정보원의 최정예 요원의 일부와 특수팀의 지휘관 후보가 사직과 예편 신청을 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북한, 러시아, 일본, 미국의 정보국 담당자들이 평생 김 총장의 안위를 위해 기도해 줄 겁니다.”

진심이구나!

김성웅은 이를 악물었다.

“허하수 의장을 풀어주시오.”

“총장. 우리나라의 위신을 생각하자는 대통령님의 결단 때문에 최소한의 죄목만 발표한 겁니다. 모두 발표하게 되면 야당 전체가 파렴치한 집단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나 역시 강찬과 그의 부친을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기현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총장은 강찬 씨를 감당 못 할 겁니다.”

“검찰을 너무 우습게 보시는군요.”

김성웅이 지지 않겠다는 듯 눈에 힘을 주는 순간이었다.

“총장. 나는 대통령님의 통치 방식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총장이 여기에서 더 사심을 보인다면 이번 허하수 의장의 일로 검찰의 수뇌부도 오욕을 끌어안게 될 것입니다.”

일방적인 대화가 끝났다.

“그럼 먼저 일어나지요.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황기현이 나간 다음이다.

김성웅은 이를 악물고 황기현이 나간 현관을 노려보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