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02화 (20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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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수화기를 들었을 때 발신인에 라노크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대사님. 강찬입니다.”

[“강찬 씨. 전화를 했었다고 들었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라노크의 전화다. 강찬은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강찬 씨.”]

라노크의 음성에 놀라움이 담겨있었다.

[“그 시점에 프랑스는 확실히 강입자 충돌기를 운용했었습니다. 전에 강찬 씨의 용병 기록을 확인할 때 확실하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강입자 충돌기는 프랑스 지역에서 운용한 거고, 지진과도 관계가 없다면서요?”

[“당시에 강입자 충돌기의 변형을 연구하기 위해 지층에 에너지를 방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지층이 혹시 아프리카 쪽이었나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대륙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쪽을 겨냥한 것도 맞습니다.”]

강찬은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었다.

“대사님, 그렇다면 강입자 충돌기를 한 번 더 작동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신음 같은 한숨이 먼저 들렸다.

[“혹시 강입자 충돌기로 또 한 번 블랙헤드의 균형을 무너트려 보자는 계획입니까?”]

“예. 그 때문에 제가 다시 살아났고, 블랙헤드의 에너지가 제게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라노크가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 강찬은 말을 이었다.

“대사님. 여기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어차피 유럽은 무너집니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빼앗길 바에야 차라리 이렇게라도 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연구진과 의논한 후 빠르게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최소한 돌멩이와의 싸움에서 반격의 실마리는 갖췄다는 생각에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강찬 씨.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강찬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한국의 검찰이 강찬 씨를 구속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허하수의 측근 세력들이 움직인 것이고, 강찬 씨의 소재를 끝까지 파악하지 못할 경우, 수일 내로 우선 강찬 씨의 부친을 먼저 구속할지 모릅니다. 자칫하면 내정 간섭이 되기 때문에 이 점은 내가 도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구속된다는 강대경보다 유혜숙이 더 걱정됐다.

“제가 한국과 통화해 보겠습니다.”

[“나는 강입자 충돌기의 작동과 샤흐란이 에너지를 가졌는지 확인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기운 잃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대사님.”

전화를 탁자에 내려놓은 강찬은 물끄러미 유리에 비친 모습을 보았다. 어느새 지금의 얼굴이 익어버려서 전의 얼굴은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았다.

사는 것도 그렇다.

이전의 삶에 새로운 일들이 얽혀있는 거다.

어쩌면 블랙헤드는 과거의 삶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강찬은 탁자에 놓아두었던 담배를 집어 들었다.

거실 유리가 강찬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찰칵.

“후우.”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있던 유선 전화를 들고 번호를 눌렀다.

[“Oui, puis-je vous aider(위, 뿌즈 부 제데)?”]

“따끈한 커피를 부탁해.”

[“Oui.”]

테이블에 앉은 강찬이 담배를 다 피울 때쯤 노크 소리와 함께 직원이 커피포트를 가져다주었다.

쪼르륵.

커피를 따른 강찬은 전화기를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강찬 씨. 김형정입니다.”]

“팀장님. 검찰에서 아버지를 구속하려고 한다던데 알고 계신가요?”

김형정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오광택과 주철범이 구속된 것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이겠군요.”

[“검찰의 법 집행을 대놓고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먼저 이야기를 전했어야 하는데 방법을 찾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강찬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방법은 찾으셨나요?”

[“이 건은 아무래도 허하수 의장을 구속한 데 대한 보복 수사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찬 씨의 아버님을 타켓으로 삼았으니까요. 현재 국가정보원에서는 허하수 의장과 김성웅 검찰총장의 만남이 있었던 것을 근거로 김 총장을 내란죄로 체포하자는 쪽과 그것이 국정원의 정치 공작이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황입니다.”]

어쩐지 강찬에게 답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강찬 씨의 출국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사흘 정도 뒤면 영장을 집행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찬 씨.”]

평소와 전혀 다른 김형정의 음성이었다.

[“국가정보원 역시 커다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프랑스의 정보총국과 같은 조직이 없어서 아무래도 운신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죄 없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억울하게 당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싶습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쉬었다.

보상을 바라고 일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좋아서, 그런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달려온 일이다. 그러나 죄 없는 강대경이 구속당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사흘 정도 시간이 있는 건 확실한 건가요?”

[“확실합니다.”]

“검찰 총장 이름이 김성웅이구요?”

[“맞습니다.”]

“그럼 변동사항이 있으면 전화 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곧바로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다시 눌렀다.

[“강찬 씨. 무슨 일입니까?”]

“대사님. 아버지의 구속까지 사흘 정도 시간이 있는 모양입니다. 검찰 총장 김성웅과 허하수가 만난 정황도 있는데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공작정치가 될까 봐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대사님. 한국에 들어가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라노크의 음성이 들렸다.

[“강찬 씨의 그런 모습은 이상하게 사람의 감정을 흔들지요. 안느도 그렇게 지켜줄 것 같다는 안도감도 생깁니다. 피에르에게 통보하겠습니다. 비행기를 준비하는데 대략……, 한 시간쯤 걸릴 겁니다.”]

“고맙습니다, 대사님.”

[“강찬 씨.”]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아서 목소리에 담긴 미묘한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본국 정보총국의 규정 하나를 알려드리지요. 이루어야 할 목표가 분명하다면 방법과 시선은 사소한 것일 뿐이다. 본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모든 정보국은 그런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그런 조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이 길로 들어서기로 했던 일이다.

강찬은 단단하게 답을 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샤워를 했고, 옷과 권총을 챙겼다.

똑똑똑.

그러고 나자 피에르가 강찬의 방을 들어왔다.

“대사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필요하시다는 고글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립니다. 미안하지만, 앞으로 50분가량 기다렸다가 출발했으면 합니다.”

고글이라니?

강찬은 석강호와 스미든이 퍼뜩 떠올랐다.

이왕 한국에 가는 김에 에너지를 가졌는지 확인해 보라는 뜻일 거다.

“그렇게 하지요.”

이런 걸 직접 내려와서 말할 것까지는 없는데?

피에르가 나가자 강찬은 양범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오랜만의 통화다.

[“강찬 씨.”]

양범은 한국말로 답을 했는데 여유가 넘쳤다.

“통화 괜찮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사형당한 허상수의 이적행위에 대한 증거들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허하수와 관련된 것이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뜻밖의 말씀이군요. 저는 또 이번에 보낸 장강린에 대한 말씀을 하시려는 줄 알았습니다.”]

“저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던데요?”

[“특수팀의 자존심 때문일 겁니다. 혹시 언짢은 순간이 오면 이 양범을 봐서 조금만 양보를 부탁합니다.”]

안드레이의 일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찬은 편안하게 답을 했다. 덤비지만 않는다면 굳이 얼굴을 두들길 이유는 없는 거다.

[“자료는 어디로 보내드릴까요? 아! 괜찮으시다면 장강린을 통해 바로 받아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수가 있나요?”

[“노트북과 간이 프린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뒤에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언제 한 번 중국에 들러주시지요?”]

“그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이 식은 커피를 반 잔쯤 마실 때였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나더니 장강린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국장님이 전해 달라는 서류다.”

강찬은 장강린이 건네준 서류를 받아서 보고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말로 쓰여 있어서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이 새끼가 왜 안 나가고 친한 척을 하지?

장강린은 선 채로 식은 커피를 따라 마시기까지 했다.

똑똑똑.

그때 피에르가 들어왔다.

“무슈 강, 20분 후에 내려오면 됩니다.”

커피잔을 입에 문 장강린이 피에르와 강찬을 교대로 보았다.

“어딜 가나?”

“사흘 정도 이곳에 없을 거다.”

굳이 한국에 간다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강찬은 시선을 서류에 둔 채로 간단하게 답을 했다.

“같이 가도 될까?”

앉아 있던 강찬은 고개를 천천히 돌려 장강린을 보았다.

“서류의 내용을 보면 한국에 가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특수군의 훈련장을 꼭 방문해 보고 싶기도 하고.”

강찬의 시선을 받은 장강린이 고개를 저었다.

“오해하지 마. 첫날의 불편한 감정은 죽어간 대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정도로 보아주면 돼.”

장강린은 커피포트를 흔들어보고는 커피를 좀 더 따랐다.

“내가 존경하는 양범 총국장님이 인정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하지. 무슈 강이라고 부르라니까 그렇게는 하는데, 호칭이 불편해. 좀 더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난 솔직하게 이번에 북한에서 작전했던 대원들을 만나보고 싶다.”

“이번은 아닌 것 같아.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어깨를 들어 보인 장강린이 아쉬운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남은 것은 15분가량을 기다렸다가 한국에 가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드드드드드. 다라라락.

테이블, 찻잔, 전화기, 커피포트, 강찬의 방에 올려진 모든 것들이 떨리기 시작했다.

꼼짝도 하지 못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 거다.

솔직히 놀랐다.

유럽 전체가 지진으로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된다는 설명은 들었지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란 생각은 처음이었다. 살면서 처음 느낀 지진의 진동이어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드드드드드. 따라라라라.

주변을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또다시 모든 것이 흔들렸다.

툭! 터억!

카펫 위로 커피잔이 떨어졌고,

쿠웅!

위층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넘어진 듯한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이대로 죽는 건가?

강찬은 짧은 순간 유혜숙과 강대경, 석강호를 떠올렸다.

한국에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거의 30초 이상 진행되던 진동이 멈췄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강찬은 빠르게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강찬 씨.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나오세요!”]

라노크의 당황한 음성은 처음이었다.

[“지층 충격기가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랍니다.”]

“대사님!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 안느가 프랑스에 있다면서요?”

[“최대한 빨리 움직이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강찬 씨부터 어서 나오세요.”]

“대사님. 강입자 충돌기의 작동은 어떻게 됐습니까?”

[“강찬 씨! 늦었습니다. 서둘러 출발하세요.”]

염병할!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안느가 죽어갈 것을 알면서 그냥 피하라고?

“대사님. 강입자 충돌기를 돌려주세요! 지금 바로 영국으로 가겠습니다.”

당장 대답은 없었다.

“대사님!”

[“강찬 씨.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드드드드드드. 쿠웅! 타악! 탁! 덜컹!

[“지진입니까?”]

“예! 이번엔 좀 더 심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커졌다.

“대사님! 강입자 충돌기를 빨리 확인해 주세요! 저는 이대로 영국으로 출발하겠습니다. 피에르에게 말할까요? 아니면 대사님께서 지시해 주시겠습니까?”

[“피에르에게 말씀하세요! 도착하시기 전에 강입자 충돌기를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라노크의 말이 끝날 때쯤 진동도 멈췄다.

땅과 건물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고요하고, 무서운 느낌인 줄은 처음 알았다.

강찬은 곧바로 일어나 방을 나섰다.

다섯 놈이 놀란 얼굴로 방 앞에 나와 있었으나 당장 다른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강찬은 바로 옆의 계단을 이용해 건물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탁탁탁탁.

어쩌면 강대경의 구속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강대경이 구속된다면 유혜숙은 견디지 못한다.

계단을 내려가며 강찬은 지금 하는 짓이 어쩌면 미련한 짓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다고 한국으로 몸을 피해?

엄청나게 죽어갈 사람들만큼이나 안느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자 입구에 있던 직원이 자동차의 문을 열었다.

주변에 있던 놈들의 시선은 ‘프랑스에서 지진을 다 느끼네?’ 하는 정도였다.

강찬이 뒷자리에 오르자 자동차는 곧바로 출발했다.

웅웅웅. 웅웅웅.

“여보세요?”

[“강찬 씨. 지층 충격기를 감싼 구조물에 균열이 생길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 있었답니다. 강입자 충돌기는 강찬 씨가 영국에 도착할 때쯤 준비를 마칠 겁니다. 도착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간에 전화를 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들었다.

피해의 규모는 잘 모르겠지만, 유럽이 바다에 가라앉는데 아시아나 아프리카, 아메리카가 무사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한낱 돌멩이에 사람의 욕심이 담기자 이렇게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런 일이 못 먹고 헐벗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그래도 먹고살 만하다는 영국에서 일어난 거다.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 올랐을 때 라노크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영국에서 가장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유럽 전체가 이번 지진으로 영국의 계획을 어느 정도는 눈치챈 상태입니다.”]

“안느는요?”

강찬의 질문에 라노크가 쓰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안느가 빠져나오는 것은 유럽 전체에 비상령을 내리는 꼴이 됩니다.”]

이럴 때 라노크는 무섭다.

또한, 어디까지 감추고, 어디까지 서로 들여다보는 줄을 아는 것도 일이다.

“대사님. 최소한이라도 알려서 한 명이라도 더 피하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강찬 씨. 각국의 수뇌부와 요인들은 이미 안전지대로 출발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요?”

[“유럽 전체가 피할 곳이나 방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대혼란이 일어나서 최소한의 여유도 확보하기 어렵게 됩니다. 위험을 솔직하게 알렸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는 강입자 충돌기를 운용할 인력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건 또 할 말이 없다.

[“김성웅 검찰총장과 측근 인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대사님.”

[“인사는 내가 해야지요. 이튼이 기린처럼 목이 길어져서 강찬 씨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은 밤늦은 시간일 거고, 5시간쯤 뒤면 방송을 통해 내용을 알게 될 게 분명했다.

빌어먹을!

샤흐란이나 스미든에게 에너지가 있으리란 것을 분명하게 알았는데 결국 혼자 싸우게 되었다.

궁금한 것은 하나 있었다.

강입자 가속기가 아프리카를 노린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블랙헤드가 있는 곳을 노렸을 때의 반응이었다.

블랙헤드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강찬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잃는 것은 아닐까?

그럴 경우, 상처를 회복하는 능력만 떨어지는지, 아니면 몸뚱이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는 거다.

강찬은 이를 꽉 깨물었다.

모든 걸 다 떠나서 강대경과 유혜숙이 걱정이었다.

한국에서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인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늘었다.

한국에 프랑스의 정보총국과 같은 조직을 갖는 일.

강찬은 블랙헤드를 해결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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