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97화 (197/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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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해보자 이거지?

띠잇! 띠잇! 띠잇! 띠잇!

느닷없는 경고음이 지하를 가득 메운 직후다.

“Warning! Warning! Shock wave is out of control!"

컴퓨터게임에서 들음 직한 여자의 음성이 이어졌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기계장치에 달린 유리를 통해 붉은빛이 번쩍이고, 기계음과 진동이 커지고 있었다.

후욱. 후욱. 후욱.

강찬은 고개를 갸웃하며 블랙헤드를 노려보았다.

거대한 괴물의 심장이나, 아니면 눈동자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띠잇! 띠잇! 띠잇! 띠잇!

“Warning! Warning! Shock wave is out of control! Please get out everyone in Shock wave immediately!"

모든 인원은 밖으로 나가라는 경고였다.

“라노크! 이렇게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너무 늦었는지 몰라! 우선 이곳을 나가자!”

이튼의 고함은 강찬도 들었다.

실제로 저 아래에서 돌아다니는 연구원과 중장비를 운전하던 직원들이 급하게 뛰어 나가고 있었다.

강찬은 검붉게 번쩍이는 블랙헤드를 노려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기계와 묶여 있는 느낌?

블랙헤드와 강찬이 하나로 연결된 느낌!

지금 강찬이 나가면 정말 큰일이 일어날 거란 확신 때문에 강찬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띠잇! 띠잇! 띠잇! 띠잇!

“Warning! Warning! Shock wave is out of control! Please get out everyone in Shock wave immediately!”

차분한 여자의 음성이 긴장감을 더 높였다.

“Sir?”

주변에 있던 연구원이 이튼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좌절과 공포가 연구원의 얼굴에 가득했다.

“Get the fuck out of here!”

이건 욕이다!

그럼에도 이튼의 말에 연구원들이 우르르 철제 통로를 통해 달려나갔다. 아래쪽에서 장비들을 움직이던 직원들은 이미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본국의 연구원들도 밖으로 나가도록.”

라노크는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로 프랑스 연구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딸캉. 딸캉. 딸캉. 딸캉.

다급한 소리와 함께 연구원들이 뛰어 나갔다.

라노크는 완벽하게 가면을 뒤집어써서 표정의 변화가 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떨리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감추기 위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라노크!”

“시끄럽군. 무슈 강이 움직일 때까지 나는 이곳에 있겠다. 자네가 나가는 것은 상관 않겠지만, 조금은 조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띠잇! 띠잇! 띠잇! 띠잇!

“Warning! Warning! Shock wave is out of control! Please get out everyone in Shock wave immediately!”

“아! 그리고 무슈 강과 내 앞에서 더 이상 천박한 표현은 삼가하도록.”

이튼이 이를 꽉 깨물며 라노크와 강찬을 번갈아 보았다.

“자네들은 밖으로 나가지?”

“대사님이 계시는 곳이 저희 자리입니다.”

라노크의 권유에 프랑스 요원들이 강직하게 뜻을 밝히는 순간이었다.

크르르릉!

주기계 장치가 거칠게 떨었다.

철제 통로가 흔들려서 라노크와 이튼,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의 요원들이 휘청거렸다.

제대로 연결된 거다!

강찬은 블랙헤드에서 뻗쳐 나온 거미줄 같은 에너지가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건 아니다.

지금까지는 강찬이 움직이면 지층 충격기가 작동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제대로 지진을 일으키기 위해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내 에너지를 노린다고?

크르르릉!

보이지 않는 줄이 더욱 칭칭 감아대는 느낌.

미친 건지 모른다.

하지만 살아 숨 쉬는 거대한 괴물과 마주한 느낌만은 분명했다.

어떻게 에너지를 막아야 하는지 모른다.

다만, 이대로 에너지를 다 빼앗기면 죽는 건 몰라도 지층 충격기는 제대로 지진을 일으킨다.

어떻게 하라고?

크르르릉!

강찬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띠잇! 띠잇! 띠잇! 띠잇!

“Warning! Warning! Shock wave is out of control! Please get out everyone in Shock wave immediately!”

거미줄, 거미줄을 끊을 방법이 필요하다.

강찬은 발목에 걸었던 권총을 들었다.

철커덕!

노리쇠를 당기고 안전핀도 풀었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저 유리를 통해서 건너와 강찬을 묶고 있다면 당장 공격할 수 있는 건 유리밖에 없었다.

놀란 이튼이 부릅뜬 눈을 돌렸을 때 라노크는 여전히 똑같은 표정이었다.

“이튼! 저 유리 방탄 맞지?”

“방탄? 방탄은 맞소, 하지만 총을 쏘는 것만은…….”

타앙! 피잉! 타앙! 피잉! 타앙! 피잉!

강찬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유리에서 불꽃이 튀었다.

“Fuck!”

이튼이 저도 모르게 “씨발!” 하고 악을 쓴 다음이었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거짓말처럼 기계음이 가라앉고 있었다.

강찬은 블랙헤드를 겨눈 자세를 풀지 않았다.

기계를 상대로 이런 느낌이 드는 것 자체가 어쩌면 미친 짓인지 모른다. 그런데 강찬은 저 빌어먹을 붉은색의 보석과 분명하게 에너지가 연결되었었고 지금 몇 번의 총질로 끊겼다고 느꼈다.

우웅. 우웅. 우웅. 우우우웅. 우우우웅.

기계음이 확연하게 바뀌었고, 어느 순간 ‘띠잇’ 거리던 경고음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이튼이 넋이 나간 얼굴로 시선을 돌린 직후였다.

철컥.

강찬은 권총을 내리고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설명할 수도 이해시킬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난 거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우우웅.

블랙헤드는 더 이상 번쩍이지 않았지만, 처음보다는 은은한 붉은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강찬은 마침내 블랙헤드에서 시선을 돌려 라노크를 보았다.

라노크는 아직 전혀 표정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가면 같은 얼굴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다음 순서는?”

이튼은 이제야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원래는 시찰을 끝내고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차와 시가도 준비해 두었겠지?”

분위기나 강단에서 이튼이 완벽하게 눌렸다.

그런 느낌은 요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프랑스 요원들은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있는 반면에, 영국 요원들은 어딘가 분한 얼굴이었다.

“This way please, Mr Kang.”

“이튼, 무슈 강과 내 앞에서 영어를 계속 지껄이는 건 삼가해. 바실리도 좋아서 불어를 쓰는 건 아니니까.”

저렇게까지 무안을 줄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영국의 요원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말이다.

한번 눌렸었던 동창의 반항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옛날 대장의 모습처럼 보였다.

이튼은 라노크의 그런 모습에 저항하지 않았다.

“Je M'excuse, c'est ma faute, monsieur Kang(즈 멕스뀌즈, 쎄 마 뽀뜨 무슈 강).”

“Ca ne fait rien(싸 느 뻬 히앙)."

이튼이 프랑스 말로 실수를 정중하게 사과했고, 강찬은 ‘괜찮다.’고 답을 했다.

철컹. 철컹. 철컹. 철컹.

통로를 걸어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마무리를 전혀 하지 못한 채로 등을 돌린 느낌이었다. 소총을 들고 노리쇠를 당기는 적을 두고 돌아선 느낌말이다.

철문을 나오자 비 온 뒤의 눅눅한 공기가 강찬을 맞았다. 그럼에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당장 몸의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담배를 하나 피우고 싶었다.

이튼은 강찬의 앞에서 볼록한 시멘트 건물을 돌아난 길을 따라 걸었다. 염병할 시멘트 건물이 워낙 커서 돌아가는 데만 10분이 넘게 걸린다.

큰 커브를 돌자 이번엔 좀 인간적인 규모의 볼록한 건물이 나왔다.

이곳 놈들은 확실히 창의성이 떨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공간의 전면에 나무로 만든 문이 다섯 개 있었다.

“연구원들은 가장 오른쪽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우리 셋만 있을 테니까 양국의 요원들은 밖에서 대기하도록 하지.”

이튼은 확실히 라노크의 적수가 되기엔 2%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낸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과 라노크는 이튼의 안내를 받아 가장 왼편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릎 높이의 커다란 원형 탁자, 그리고 탁자를 둘러서 푹신한 소파가 있었다.

염병할, 50명은 들어앉을 자리에 셋이 앉으려니 외롭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결국, 강찬과 라노크가 붙어 앉았고, 세 칸쯤 건너서 이튼이 앉았다. 의자를 강찬 쪽으로 돌려서 말이다.

직원이 나와서 차와 시가, 담배, 재떨이를 놓아주었다.

강찬은 커피를, 라노크는 홍차를 선택했다.

시가와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후우.”

뿜어낸 연기가 천장으로 빠르게 빨려 올라갔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서 묻는 거요. 무슈 강, 기계에 권총을 발사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소?”

피식.

커피잔을 들던 강찬은 먼저 특유의 표정으로 웃었다.

어떻게 설명해 줄까?

미친놈처럼 기계가 전하는 에너지를 느꼈다고 해야 하나?

“미스터 이튼, 그건 그냥 내 자존심이었어. 어차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지진이 일어날 거라면 내 손으로 먼저 부수고 싶었던 것 외에는 없다고 보는 게 좋아.”

“하아!”

이튼이 길게 한숨을 내쉰 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보셨듯이 주 기계 장치에 블랙헤드가 들어있소. 아홉 개의 보조 장치가 블랙헤드에 담겼던 에너지를 증폭시켜주는 장치요. 에너지가 증폭된 블랙헤드는 지층의 깊이에서 파장을 일으키지요.”

이런 복잡한 것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튼, 블랙헤드는 몇 년에 한 개씩 발견된다고 들었는데 왜 다른 걸 구하려고 하지 않는 거지?”

“흐흠.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요. 블랙헤드가 에너지를 가진 게 아니라 주기계 장치에 있는 블랙헤드만이 특별한 거요. 우리가 위성으로 그걸 발견하고 공들인 것만 2년이 넘소.”

“샤흐란을 매수하면서 말이지?”

“크흠.”

강찬의 질문에 이튼이 얼른 찻잔을 잡았고, 라노크가 입술 한 쪽을 올리며 웃었다.

“그래서 나보고 그 아홉 개의 보조 장치 중에 하나에 들어가라는 건가?”

“그런 건 아니오. 그 안은 진공 상태라 사람이 들어갈 수 없소. 무슈 강이 동의해준다면 별도의 에너지 채취 장비를 보조 장치에 연결하면 되는 거요.”

이튼의 말을 듣는 중간에 강찬은 갑자기 몸의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을 알았다.

기계실에서 나온 지 20분에서 30분쯤 된 시간이었다.

온몸에 있던 기운이 발바닥으로 모두 빠져나가 버려서, 마치 북한에서 미친 듯이 달리고 났을 때 같았다.

당장에라도 머리를 뒤로 대면 잠이 들 수 있을 것처럼 잠도 왔다.

“무슈 강, 조금 전이 가장 심하기는 했지만, 경고가 들리는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소. 도움을 주려면 서둘러 주길 희망하오.”

“그 간격이 얼마나 되지?”

이튼의 간절한 바람 뒤에 라노크의 질문이 뒤따랐다.

“일주일 간격이라면 맞을 거다, 라노크.”

“일단 본국의 연구진이 돌아보고 그 의견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으로 하지.”

이튼이 뭐라고 하든 강찬이나 라노크가 그 뜻을 따를 리는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모든 것에 협조하겠다. 다만, 판단을 가능한 한 서둘러서 내려주길 바란다, 라노크.”

“그렇게 하지. 그럼 이만 일어날까요, 강찬 씨?”

라노크는 강찬의 상태를 짐작한 눈치였다.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찬과 라노크를 이튼은 붙잡지도 못했다.

“연구진에게 최대한 협조하도록.”

“알았다, 라노크.”

회의실을 나서며 강찬은 힐끔 이튼의 옆모습을 보았다.

무언가 감추거나 숨기고 있는 느낌 때문이었다.

연구진에게 간단한 지시를 마친 라노크는 요원들에게도 별도의 지시를 내렸다.

이튼이 연구소에 남아주었으면 싶었는데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성의를 보이려는 건지, 공항으로 향하는 승용차의 조수석에 올라탔다.

잠이 쏟아졌다.

자동차가 전해주는 기분 좋은 진동과 부드러운 쿠션, 그리고 비가 온 뒤의 눅눅한 날씨까지, 잠이 들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강찬은 왼쪽 볼살을 어금니 안쪽으로 빨아들였다.

적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앞으로 언제고 기회를 노리라는 안내표지판과 같다.

으득.

끔찍한 통증과 함께 비릿한 피 맛이 입안에 가득했다.

대신 눈앞에서 어른거리던 잠은 확 달아났다.

지긋지긋한 1시간 30분쯤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프랑스가 아니라면 영국에 자주 오기도 어려웠을 거다.

“Monsieur Kang, Rentrez bien(무슈 강, 엉트헤 비앙).”

“Ă bientőt(아 비앙또),”

조심해서 가라는 인사에 또 보자는 답을 하고 강찬은 비행기에 올랐다.

몸은 파김치처럼 피곤했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잠이 다시 쏟아졌다.

띵. 띵. 띵. 띵.

경고가 울리고 비행기가 이륙하자 강찬은 엄지와 검지로 눈을 눌렀다.

“괜찮습니까?”

“이상하게 갑자기 잠이 쏟아집니다.”

라노크를 믿지 못했다면 절대로 털어놓지 않았을 이야기였다.

강찬은 갑자기 석강호가 몹시 그리웠다.

이렇게 힘들 때 등을 맡기고 눈을 감을 수 있는 유일한 동료가 비행기로 13시간 거리에 있다.

차를 들고 들어온 직원을 라노크가 손을 들어 돌려보냈다.

“한숨 자는 게 좋겠습니다.”

“예, 대사님. 그럼 잠시 눕겠습니다.”

그나마 라노크가 옆에 있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하긴 라노크가 아니었다면 이 미친 짓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강찬은 프랑스로 올 때 잠이 들었던 방으로 들어가 재킷만 벗고 침대에 누웠다.

기운이 이렇게 없을 수도 있는 거구나.

혹시 그 짧은 순간에 에너지를 뺏겨서 이런 건가?

눈을 감자 가장 먼저 히죽 웃는 석강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은 팔을 벌려 안아주는 유혜숙의 얼굴이, 그리고 머리를 쓸어주기 위해 긴 팔을 뻗치는 강대경의 얼굴도 떠올랐다.

기절하는 것처럼 잠에 빠져들 때였다.

‘미영이는 잘 있나?’

“응!”

김미영의 답이 들리는 것 같았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잠이 깼을 때는 몸이 무거웠다.

칼에 맞아 피를 많이 흘렸을 때와는 비슷한 통증이 강찬을 괴롭혔다. 춥고, 떨리고, 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이 아팠다.

피식.

강찬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면서 블랙헤드와 기계장치를 떠올렸다.

문을 열고 나가자 소파에 앉아있던 라노크가 놀란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왜 그러세요?”

“안색이 너무 창백합니다.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튼이 알지도 모릅니다. 그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피에르에게 지시할 테니 의료진의 진료를 받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소파에 앉았는데 식은땀이 쭉 나왔다.

기계와 마주친 것으로 몸살이 나다니.

띵. 띵. 띵. 띵.

깜박이는 불빛과 함께 경고음이 울리며 비행기가 천천히 기울었다.

강찬은 소파에서 등을 떼고 허리를 세웠다.

“얼굴이 많이 창백합니다.”

“금방 일어날 겁니다.”

공항에 도착하고 승용차에서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언젠가 룸살롱에서 칼을 맞고 주저앉았을 때와 거의 비슷하거나 더 심한 정도였다.

라노크는 궁금했을 텐데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승용차가 평소와 다르게 속도를 높였다.

건물에 도착하고 방으로 곧바로 들어간 다음, 침대에 누웠고, 의료진이 가벼운 검사와 함께 링거를 꽂았다.

“일단 체력이 떨어졌을 때 나오는 증상으로 보입니다. 하루쯤 푹 쉬고 나서 상태를 보겠습니다.”

의료진이 나가자 강찬과 라노크만 남았다.

“가셔야죠?”

“정말 괜찮겠습니까?”

강찬이 피식 웃자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원들의 보고서를 검토한 다음, 다시 오겠습니다.”

사고는 이튼이란 새끼가 쳤는데 몸은 강찬이 아프고, 바쁘기는 라노크가 더 바쁘다.

궁금한 것을 끝내 묻지 않은 채로 라노크가 나갔다.

강찬은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살다가 방지병원 유헌우 원장이 그리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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