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93화 (19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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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신사의 제안.

스위치를 끌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설마하니 손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 테고.

찰칵.

강찬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사이 이튼은 시가를 껐다.

강찬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튼은 입을 다물고 있었으며, 라노크는 끼어들지 않아서 다시 정적이 흘렀다.

“흠흠!”

이튼이 헛기침과 함께 도움을 청하는 눈길로 라노크를 보았다.

구렁이도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거였나?

아까 딱딱하게 굳은 눈빛으로 봐서는 오늘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 같았는데?

“이튼, 잔머리 굴리지 말고 원하는 바를 말해.”

강찬의 생각을 짐작한 것처럼 라노크의 반응은 날카로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블랙헤드의 원래 에너지입니다.”

강찬은 담배를 끄며 이튼을 똑바로 보았다.

“강찬 씨가 그 에너지 중 하나를 위성에서 파악될 정도로 확실하게 가졌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방법은요?”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선 연구진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튼이 이번엔 강찬의 눈치를 살핀 다음 말을 이었다.

“다만, 가장 확실한 것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세티늄의 위치에 강찬 씨가 서 주는 것입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강찬은 웃고 말았다.

“강찬 씨. 지금 영국은 절박합니다.”

“그러니까 나더러 에너지를 추출하는 세티늄인가 하는 자리에 대신 있으라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다른 방식을 취하고자 합니다.”

“그건 뭔가요?”

“세티늄을 그대로 두고 강찬 씨에게서 잡히는 에너지를 기계에 결합시키는 방법입니다.”

이건 설명만 들어서는 알기 어려운 일이다.

“강찬 씨. 이번 일을 막지 않으면 끔찍한 재앙이 네 개 나라를 덮치는 겁니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이튼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이상한 기계를 만들어서 시험할 때 잘못되었을 때의 경우는 생각지 않았던 건가요? 이번에 내가 협조하는 것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래서 또 결과가 안 좋으면? 그냥 바비큐가 되어서 나오나? 아니면 숯?”

이튼이 버릇처럼 라노크를 보았다.

“여기까지만 합시다. 생각해 볼 테니까요.”

이튼의 말대로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게 생긴 거니까 강찬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그런 끔찍한 기계를 만든 것도 아니고, 만들어보라고 꼬드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죽으라고?

달랑 하나뿐인 목숨인데?

목숨을 걸고 작전에 나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강찬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동안, 라노크는 엄지와 검지로 눈과 눈 사이의 콧등을 눌러 잡았다.

“이튼, 그러니까 정보국들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하고 결국 지층 충격기를 만들어서 실험까지 했다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고 협박하는 건가? 그것도 러시아와 본국인 프랑스를 타겟에 집어넣었다는 것으로?”

“프랑스가 강입자 충돌기만 만들지 않았어도 이렇게 급하게 할 일은 아니었다, 라노크.”

“대답을 잘해. 러시아와 미국이 동의하면 영국에 핵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질 수도 있어.”

“늦었어, 라노크. 지금 상태에서 지층 충격기를 폭파시키면 균형이 완전히 깨져서 에너지의 파장이 어디까지, 얼마나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라노크가 무표정한 시선으로 이튼을 보았다.

생선의 눈처럼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화를 내는 것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우선 돌아가. 열흘 안으로 강찬 씨와 내가 프랑스로 이동할 테니까 그 뒤에 시설물을 시찰하든가 하겠다.”

“라노크, 시설의 시찰에 자네는 들어올 수 없어.”

라노크의 침묵에 이튼은 기가 질린 눈빛이었다.

“알았다. 대신 하루라도 서둘러 주기를 희망한다.”

“돌아가 있어.”

이튼이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일어난 강찬에게 손을 내민 이튼은 “강찬 씨, 부디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하는 말을 남기고 라노크의 집무실을 나섰다.

뭐야? 엉뚱한 일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현명하지 않다는 거야?

남의 돈을 빌려다 실컷 써버린 다음에 대신 갚아달라고 우겨대는 놈을 보는 심정이었다.

“잠깐 앉아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좀 더 나눠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대사님.”

둘이 테이블에 앉았는데 라노크도 기가 막힌 모양인지 입술 한쪽을 들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대사님, 저 이야기가 정말 신빙성이 있나요?”

시가를 집던 라노크가 강찬을 보는 순간이었다.

염병! 정말이었구나!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들이켰다.

찰칵!

시가에 불을 붙이는 동안 강찬이 담배를 들었고, 라노크가 불을 붙여 주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위성에서 발사하는 레이저 개발을 경쟁했고, 본국과 영국은 지층에 충격을 일으키는 방법을 경쟁했습니다.”

“강입자 충돌기가 결국은 그런 역할을 한다는 말씀이네요?”

“아닙니다.”

라노크는 강찬의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했다.

“강입자 충돌기는 연구 시설일 뿐입니다. 다만, 영국이 개발 중인 지층 충격기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본국도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정보를 흘렸던 겁니다.”

라노크의 답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이런 경우는 일단 믿어준다.

지금 상황에 커다란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우선 연수는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정보총국에 오늘 들은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정은 그 뒤에 하지요. 이튼은 속이 검은 인물이라 어쩌면 영국만 주저앉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강찬이 보기에 정보국과 관련된 인물은 다 속이 검어 보였다. 어쩌면 대한민국 정보원은 김형정처럼 너무 속이 보이는 인물이 있어서 발전이 더딘 것인지도 모른다.

차를 한 모금쯤 더 마신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강찬 씨.”

표정이나 풀고 말을 하든가, 강찬은 무척이나 불편한 마음으로 대사관을 나섰다.

별 병신같은 놈 때문에 괜히 기분만 상했다.

강찬이 대사관을 나설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전화가 울려서 들어보았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이튼, 이 새끼가 뒷구멍에서 장난을 치려는 건 아니겠지?

강찬은 일단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저예요, 대표님. 은소연이요.”]

“어! 무슨 일이야?”

어제 봤는데? 그새 일이 생겼나?

[“오늘 저희끼리 저녁 먹을 거거든요. 오늘은 시끄럽지도 않을 거고 하니까, 약속 없으시면…, 오시면 어떨까 해서요?”]

말끝에 긴장과 떨림이 담겼다.

그리고 수화기 건너편에서 “꼭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요.” 하는 연습생의 목소리도 들렸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어서 힐끔 시간을 봤다.

오후 5시 20분쯤이었다.

“미쉘은?”

[“이사님하고 임 실장님은 다른 약속이 있으세요. 메이크업, 로드, 코디, 직원들은 함께 있구요. 대표님. 바쁘시더라도 시간 내주시면 안 돼요?”]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걸 저렇게 긴장해서 말하는데 못 갈건 또 뭐가 있겠나? 그것도 단둘이 아니라 연습생에 스텝들까지 줄줄이 함께 하는 마당에.

“어디로 가면 돼?”

[“예! 저희요, 역삼동 사거리에 있는 느티나무로 갈 거예요.”]

주변에서 “와!”하는 함성도 들렸다.

“알았다. 거기서 보자.”

어차피 저녁 약속도 없고,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피할 이유도 없는 거다. 머릿속이 어수선했지만, 저녁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강찬은 택시를 잡아탄 다음 미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로?”]

“미쉘?”

[“잠시만요, 끊지 마세요.”]

얘가 또 왜 프랑스 말로 이러지?

미쉘은 자리를 옮기는 모양이었다.

[“차니, 회의 중이어서 그랬어. 어쩐 일이야? 오늘 갑자기 몸이 뜨거워졌어?”]

“그런 건 아니고.”

미쉘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소연이가 전화했더라. 다른 연기자들, 스텝들하고 저녁 먹는다고. 그래서 거기 가볼까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전화해볼까 했었어. 나랑 임 실장님이 없어서 걱정되기도 했고. 가서 애들 좀 제대로 다독여줘, 차니. 그리고 소연이가 아무리 기대도 키스 같은 건 하면 안 돼!”]

“너 하나로도 벅차다.”

[“소연이 눈에는 차니가 백마 탄 왕자님처럼 보이나 보던데?”]

“끊어.”

[“재미있게 지내. 일찍 끝나면 전화할게.”]

“알았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지진을 일으킨다고?

잘못되면 네 개 나라가 지도에서 없어져?

지랄들도 참!

***

기분도 풀 겸, 다른 사람들 시선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 나누지 못한 것도 있어서 참석한 저녁 자리다.

얼마 전까지 더운 연습실에서 땀 흘리던 연습생들인데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힐끔거리는 모습을 보자 강찬은 웃음이 픽 하고 나왔다.

고기를 시켰고, 애들답게 잘 먹었다.

강찬은 주로 코디와 메이크업, 그리고 로드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간간이 연습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래서요, 대표님! 저희 이번에 다른 드라마에 전부 출연하게 됐어요.”

“벌써? 미쉘이 드라마 하나 또 준비한다고 하던데?”

“저희 이제 겹치기 출연하는 거예요!”

연습실에서 폴짝폴짝 뛰던 모습 그대로 연습생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거 드세요.”

은소연이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다가 강찬의 개인 접시에 놓아주었다.

사람은 확실히 위치가 모습을 만든다.

주연을 맡더니 부드러워 보이는 모습 뒤에 당당함이 새겨져 있었다. 강찬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연습생들에게도 전과 다름없이 대했고 연습생들도 은소연을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었다.

“대표님! 저희 노래방 가고 싶어요.”

연기자가 되더니 이번엔 가수가 하고 싶은 건가?

강찬은 웃으면서 경리 아가씨를 보았다.

“갈래?”

“예! 부탁드려요!”

얘는 오늘도 혼자 술 다 마신 것처럼 붉은 얼굴이다.

로드 직원이 나가서 노래주점의 커다란 방을 구했다.

들어가서 맥주를 시켰고, 5분도 되지 않아서 광란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끼가 있어서 그런지 정말 잘 논다.

“고맙습니다.”

시끄러운 노래 때문에 제대로 못 들었다.

강찬이 귀를 기울이자 은소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가져왔다.

“감사드려요!”

“어제 얘기했잖아!”

“앞으로도 힘들 때면 대표님께 연락 드려도 되는 거죠?”

강찬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같이 사는 거다. 힘들 때 전화 한 통 해서 도움을 청하는 건 어려울 게 없다.

***

신 나게 놀고 난 직원들을 기분 좋게 보낸 다음, 강찬은 아파트로 돌아왔다.

모처럼 벤치에 앉았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아파트에 도착하기 직전에 미쉘의 전화가 있었는데 어차피 친구들과 함께 만나기로 한 것도 있어서 다음에 보기로 했다.

지진? 지진? 지진이라.

라노크와 헤어지고 나서 계속 빌어먹을 지진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강찬은 위성에 잡혔는데 석강호의 존재는 아직 발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에너지가 강찬보다는 약하다는 뜻이다.

석강호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는 건, 라노크, 스미든, 제라르,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지만, 로리암 기지의 지하에 있는 샤흐란까지.

세티늄?

우라늄의 친구쯤 되는 거냐?

다시 태어난 것에 비밀이 숨겨져 있는 줄은 알았고, 그것이 블랙헤드와 연관된 것도 들었는데, 염병할 지진을 막아야 한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강찬은 주변을 둘러보다 웃음이 나왔다.

이 벤치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나저나 얘는 나 안 보고 싶나?’

프랑스에 간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주변을 살핀 강찬은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몸이 완전히 드러나는 벤치에 앉아 있으면 경호 요원들은 그만큼 힘들어진다.

***

운동을 마치고 아침 식사, 그리고 강대경과 유혜숙의 출근까지, 변함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녀오세요.”

“오늘까지만 출근할게. 미안해, 아들.”

“그러실 게 뭐 있어요? 고작 6개월인데요.”

“주말에 같이 저녁 먹을 수 있니?”

“그럼요.”

강대경과 유혜숙을 배웅한 강찬은 털썩 소파에 앉았다.

남은 건 미쉘의 친구들까지 함께하는 식사와 학교 축제뿐이다. 그런 다음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월요일 출국.

강찬은 TV를 켜고 보도 방송을 보았다.

일단 석강호를 만나서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는 게…….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때 전화벨이 울렸는데 누군지 짐작이 갔다.

방으로 걸어가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들었을 때 실제로 석강호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왜?”

[“오늘 특별한 약속 있소?”]

“없다.”

[“나오쇼. 학교 갑시다.”]

“학교?”

만날 생각은 있었는데 아침에 술 마시러 가자는 것만큼이나 당황스러운 제안이었다.

[“기간제 교사가 만든 서류를 좀 봐줘야 해서 가야 하는데 집에 있으면 뭐할 거요? 같이 갑시다.”]

‘미영이나 슬쩍 보고 올까?’

[“집에 있을 거요?”]

“가자. 할 얘기도 있고 만나자고 할 참이었다. 언제 갈래?”

[“지금 집 앞으로 나오쇼.”]

조금 이른데?

그래도 갈 때 함께 가는 게 낫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멍하니 옷장 앞에 섰다.

이게 교복을 입고 가는 게 맞는 거야, 아니면 그냥 양복에 셔츠 입어도 되는 거야?

잠시 고민하던 강찬은 그냥 양복에 셔츠를 입기로 했다.

묘하게 설레는 느낌도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석강호도 양복에 셔츠를 걸치고 차 옆에 서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깡패라고 하기 딱 좋은 모습이었다.

“보기 좋소.”

둘이 웃으면서 차에 탔고, 바로 출발했다.

“가슴이 설렌다.”

“푸흐흐흐.”

처음 학교에 나갔던 날부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쭉 떠오르며 실제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차 한잔 마시고 가자.”

“그럴라우?”

석강호는 사거리 커피 전문점에서 차를 댔다.

커피를 주문해서 받아오고 테라스에 앉았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테이블은 한가했다.

강찬은 우선 어제 대사관에서 이튼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석강호에게 전해주었다.

당연하게도 석강호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블랙헤드에서 에너지라는 게 빠져나온 건 확실한 모양이오.”

“그런 거지.”

“그게 대장하고 나한테 전해졌고?”

“내게 있는 에너지가 좀 더 강한 거란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위성으로 한국에 에너지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너는 안 걸린 거지.”

“에너지가 성격대로 받아들여진 건가?”

대꾸할 것이 아니어서 강찬은 커피를 마셨다.

“어떻게 할 참이오?”

“일단 라노크 대사 말대로 프랑스로 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움직일 생각이다. 만약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내가 바로 연락할 테니까 너도 생각은 하고 있어.”

“위험하지 않겠소?”

석강호의 질문에 강찬은 한숨으로 답을 대신했다.

“세상에 별 미친 도라이 새끼들이 참 많네.”

“난 아직도 안 믿긴다.”

“참나! 이튼이란 놈은 몰라도 라노크 대사가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닌데, 그러고 보니까 이건 또 김 팀장에게 말도 못하는 거네.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할 수도 없는 거고.”

“아무튼, 이런 일도 있다는 거 계산해서 움직여라.”

“알았소.”

대강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 1시간 정도 지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얼추 10시 30분이었다.

학교 담을 따라 있는 자리에 차를 세우고 둘이 걸어서 정문으로 향했다.

온 김에 점심으로 돈가스를……, 아니지! 점심은 김미영하고 먹어줘야지!

정문이 보이자 묘한 흥분이 강찬을 사로잡았다.

공을 차는 아이들, 시끄러운 소음, 우뚝 서 있는 건물.

저 안에 김미영이 있는 거다.

교문을 들어서자 운동부실의 입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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