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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가고 싶은 거지?
일요일에 돌아와서 석강호와 차를 한잔 마신 것 외에 다른 일은 없었다.
월요일은 최성곤과 이번에 희생된 대원들의 영결식이 있는 날이다. 김형정과 의논한 끝에 강대경과 유혜숙이 출근하는 날이기도 했다.
“다녀오세요.”
“아들도 잘 다녀와.”
“다녀오마.”
두 사람을 배웅한 강찬은 셔츠에 양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다 같이 살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파트 입구에 나가자 석강호와 우희승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 차로 갈게.”
“뒤따라 가겠습니다.”
강찬과 석강호가 차에 올랐다.
“이거 드쇼.”
석강호는 사놓았던 커피를 강찬에게 권해준 후에 차를 출발했다.
“그나저나 확실히 프랑스와는 다른 거 같소.”
“다르다기보다는 그때 우리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준 놈들이 없었다는 게 맞지 않겠냐? 너나 나나 지휘관 중에서도 관계 좋았던 사람은 없었잖아.”
“그것도 그렇수.”
둘이서 커피를 마셔가며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출발 준비는요?”
“그런 게 어딨어? 그냥 몸뚱이만 홱 갔다가 바로 돌아오는 거지.”
“푸흐흐흐.”
차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 없는 동안 무리하게 작전에 나가지 마라.”
석강호가 힐끔 강찬을 보았다.
“네 성격에 빠지지도 않겠다만 지휘자가 되는 건 달라. 성격이 바뀐 게 있어서 그나마 믿는 거지, 안 그랬다면 대원들 챙기는 것도 악착같이 말렸을 거다.”
“내가 걱정되기는 하쇼?”
“확!”
둘이서 킬킬거리면서 담배를 물었고, 불을 붙인 다음 창문을 내렸다.
“후우. 너, 나, 스미든, 제라르, 그리고 라노크 대사가 비밀을 아는 전부다. 그중에서 라노크 대사는 전우가 아니고, 스미든 그 새끼는 원래부터 곁다리고. 프랑스에서 너 뒈졌다는 소식 들으면 얼마나 맥 빠지겠냐?”
“그러고 끝이요?”
강찬은 일단 피식 웃은 다음 식은 커피를 마셨다.
그러고 끝이냐고?
프랑스에 있는데 툭 작전 나갔던 석강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봐라.
그다음은 강찬도 어떻게 할지 짐작조차 안 된다.
강찬은 창에 팔을 걸치고 밖을 보았다.
“정보 쪽 일을 해볼 생각인 거요?”
“아무리 봐도 일이 꼬이는 게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이왕 하게 될 거라면 뒤처지는 것보다는 앞에서 설치는 게 적성에 맞잖아. 최 장군이나 대원들 죽은 것도 우리가 힘이 부족해서인 것 같고.”
강찬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자꾸 작전에 나가다가는 우리 둘 중 하나는 죽게 될 거라는 거,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거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람을 건드리면 그쪽도 반드시 죽는 거라는 걸 가르쳐 줄 생각이다. 내가 빨리 받아들였다면 최 장군 같이 좋은 사람을 잃지 않았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애들 단단하게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안심하고 다녀오쇼.”
“네가 제일 불안해!”
“어허! 옛날의 다예루가 아니라니까요!”
이 새끼랑 있으면 이상하게 아무것도 아닌 말에 킬킬거리고 웃게 된다.
“대장. 그거 하나는 알아두쇼.”
“뭐?”
시선을 돌렸을 때 석강호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몽골부터 시작해서 작전을 나갈 때마다 대장의 능력이 달라지고 있소. 처음엔 고개만 갸웃했는데 프랑스 때와 이번에 장광택이 잡으러 갈 때는 확실히 다릅디다. 혹시 블랙헤드 때문인지도 모르는 거니까…….”
“부작용, 뭐 이런 거 걱정하는 거냐?”
석강호는 답을 하지 못했다.
“너 많이 먹는 것하고, 내가 그런 것이 부작용일 수도 있지. 피 뽑아서 수혈하면 효과 보는 것도 그렇고. 만약 그런 거라고 해도 어쩌겠냐? 지금 돌아다니면서 다시 태어난 건데 부작용이 있다고 치료해 달랄 것도 아니고.”
“그건 또 그러네.”
둘이서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달려서 증평에 도착했다.
입구의 바리케이드에 평소에 보지 못했던 헌병 12명이 6명씩 양쪽에 도열해 있었다.
간단하게 신분증 검사를 한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모형도시로 진입하는 산길에 별도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주차장 한편에 영구차 다섯 대가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막사에서 김형정과 부관, 그리고 곽철호가 나왔다.
막사를 보자 최성곤과 대원들, 그중에서도 손가락이 부러진 채 끝까지 달렸던 대원이 떠올랐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관이 발갛게 충혈된 눈으로 강찬의 앞에 섰다.
“영결식은 장군님께서 평소에 사용하시던 막사 앞쪽에서 할 예정입니다.”
울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삐죽이며 부관이 말을 마쳤다.
곽철호와 김형정의 뒤로 전대극과 김태진도 나왔다.
강찬과 석강호는 소리 없이 고개만 숙였다.
“다 도착하셨으니까 시작하시죠.”
강찬은 부관을 보았다.
“가족분들은요?”
“먼저 도착하셔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계십니다.”
30분가량 먼저 도착한 길이다.
전대극을 시작으로 막사를 돌아 최성곤의 집무실 맞은편 마당으로 움직였다.
하얀 국화가 가득한 단상에 최성곤의 영정이 놓였고, 좌우로 대원들의 영정이 늘어서 있었다.
강찬은 영정 사진의 정면에 멈춰 섰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는 얼굴이세요?
너희는 뭐가 그렇게 또 좋아?
손가락 부러진 채로 밤새 달리고, 아침에 고착 시레이션 하나 먹고 죽은 놈이 왜 그렇게 맑게 웃고 있는 거냐고?
“후우.”
강찬이 숨을 나직하게 뱉으며 감정을 추스를 때 전대극이 다가와 등을 쓸어주었다.
“가자. 이제 보내줘야지.”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아프리카에서 구해내지 못했던 병아리들을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보내본 적은 없어서 이런 순간이 이렇게 가슴에 콱 막히는 것인 줄을 몰랐다.
전대극과 강찬이 앞으로 나아갔다.
막사 앞에서 보이지 않던 대원들이 가족들과 앉아 있었다.
전대극과 함께 일행이 앉자 영결식이 시작되었다.
경례, 묵념, 조사와 추도사가 이어졌는데 강찬은 내내 사진들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헌화와 분향의 순서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젊은 부인이 하얀 국화를 올려놓고 울음을 터트렸고, 늙은 부부는 주름진 얼굴을 연신 닦아가며 향을 살랐다.
“아이고! 이놈아!”
단상을 움켜쥐고 영정을 쓸어대는 노모의 울음이 있었고,
“은미 아빠! 난 당신 못 보내!”
하며 울부짖는 울음도 있었다.
전대극과 강찬의 순서였다.
단상을 향해 움직일 때 곽철호가 다가왔다.
“이거 장군님께 드려 주십시오.”
곽철호가 내민 것은 장광택의 모자였다.
시뻘겋게 변한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데 곽철호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장군님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모자만큼은 직접 드려 주십시오.”
눈을 깜박이지도 않았는데 곽철호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곽철호. 직접 드려라. 장군님께서 그걸 원하실 거다.”
울음을 터트리지 않으려고 숨을 멈춘 곽철호가 시뻘게 변한 얼굴에 있는 대로 힘을 줬다.
국화를 단상에 올리고, 향을 살랐다.
‘미안합니다. 미안하다.’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프랑스에 갈 거다.
앞으로 누구도 내 사람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강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올 거다.
다시는 당해서 복수하지 않겠다.
전대극과 강찬이 뒤로 물러난 다음이다.
도열해 있던 의장대의 지휘관이 엄숙하게 걸음을 옮겼다.
“부대 차렷!”
착!
의장대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동작을 취했다.
빠바-. 빠빠바-. 빠바바-.
나팔수가 진혼 나팔을 부르고,
“거총!”
철커덕!
“발사!”, 타아앙!
“발사!”, 타아앙!
“발사!”, 타아앙!
세 발의 조총이 발사되었다.
손과 발을 절도있게 맞춘 의장대 대원 여덟 명이 관을 들고 천천히 움직여 허리높이의 단에 올려놓았다.
앞에 서 있던 지휘관이 태극기 배지를 들어 관의 위쪽에 대고 내리쳤다.
쿠우웅!
펄럭!
그와 동시에 의장대 대원들이 태극기를 펼쳐 관을 덮었다.
이게 전부다.
최성곤의 모든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 특수팀을 위해 살았던 그의 모든 기억이 이 한순간으로 기록에만 남을 뿐이다.
다음으로 대원의 관이 차례로 옮겨졌다.
쿠우웅! 펄럭!
대원들의 관이 나올 때마다 가족들의 울음이 서글프게 막사 앞을 떠돌았다.
원해서 군인이 되었겠지만, 누구도 자식과 남편과 아버지의 희생을 바라지는 않았을 거다.
***
강찬은 모형도시의 진입로에 앉았다.
석강호와 김형정, 그리고 곽철호가 옆에 있었고, 전대극과 김태진은 사무실에서 기다렸다.
이래서 사람이 가슴에 담기는 게 무섭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강찬 씨. 이제 일어나시죠.”
김형정의 권유가 없었다면 해가 떨어질 때까지 그러고 앉아 있었을 거다.
저벅. 저벅.
산길을 돌아내려 오자 막사 앞에 앉아 있던 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찬은 대원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난 잠시 자리를 비울 거다. 그동안 너희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특수팀이 되어 있어라.”
대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강찬에게 집중했다.
“다시는 우리 사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자. 그게 누구든, 어떤 조직이든, 우리 사람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여줄 수 있을 만큼 강한 특수팀이 되어 있어라.”
“언제 오십니까?”
“6개월 뒤.”
“죽을 것처럼 훈련하겠습니다. 실전에서 익힌 경험을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하겠습니다.”
곽철호의 다부진 대답에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도 되지?”
“6개월 뒤에 보시면 아실 겁니다.”
여기까지다.
사내자식들끼리는 긴말이 필요 없다.
“담배 있어?”
곽철호가 담배를 꺼냈고, 윤상기가 라이터를 들었다.
안 피우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죄다 담배를 물었다.
담배를 함께 피운 뒤에 막사로 들어가자 전대극과 김태진이 맞아 주었다.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
“봉지 커피 있으면 주세요.”
부관이 커피를 타서 강찬과 석강호, 김형정 앞에 놓아주었다.
“마음 좀 풀었어?”
“예.”
전대극이 팔을 뻗어서 강찬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
집으로 돌아온 강찬은 감정을 털어내려 애썼다.
그들을 잊겠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병아리를 구하지 못했을 때처럼 눈이 번들거리며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을 가슴에 새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거였다.
화요일 새벽에 미친 것처럼 달리고 나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풀어졌다.
“허억. 허억.”
이럴 때마다 실력이 늘곤 했었다. 병아리를, 구대원을 잃을 때마다 실력이 부쩍부쩍 늘었다.
내가 좀 더 집중했더라면, 내가 한 발 먼저 쏘았더라면, 강찬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던 이유는 그랬다.
무릎에 상체를 기대고 가쁜 숨을 내쉴 때 누군가 다가오더니 물병을 쓱 내밀었다.
힐끔 시선을 준 곳에 우희승이 서 있었다.
강찬은 말없이 물을 받아 마셨다.
“대원들 훈련 시작했답니다.”
“그런 것도 보고해?”
“곽철호가 따로 전화했었습니다. 어제 못 풀고 올라가신 것 같다고 걱정하던데요. 악착같이 해낼 테니까 염려하지 마시라고 꼭 전해 달랍니다.”
염병할! 아프리카에선 2년에 한 번도 만나기 힘들었던 놈들이 여기엔 왜 이렇게 버글버글하게 많은 건지, 이기적이고 냉정한 놈들이라면 가슴에 담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최종일 조장도 전화했었습니다. 저보고 만약 경호 잘못해서 조금이라도 문제 생기면 죽을 각오 하라고 했는데 여기 요원들에게 전부 전화했던 모양입니다.”
“누가 누굴 걱정해?”
결국, 실없이 웃고 말았다.
이런 놈들이라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 먹을 곳은 있어?”
우희승이 재미난 농담을 들었다는 얼굴로 웃었다.
“혹시 이번에 희생된 대원 중에 형편이 정말 어렵다거나 그런 가족이 있는지 좀 살펴봐.”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서 땀이 바로 식었다.
“알아보겠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집으로 올라갔다.
***
늘 그랬던 것처럼 샤워하고 함께 아침을 먹었다.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강대경과 유혜숙은 걱정과 흥분이 옅게 섞여 있었다.
“무슨 일 있냐? 얼굴이 안 좋다?”
“운동이 좀 심했었나 봐요.”
“얘는! 프랑스 가기로 한 날이 열흘도 안 남았는데 무리하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주의할게요.”
살아 있는 건 정말 좋은 거다.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다면 말이다.
“참! 아들, 프랑스 가기 전에 미쉘 불러서 밥 먹으면 어때?”
“미쉘을요?”
“응. 전에 케이크 사다 준 것도 고맙고 하니까.”
“이번에 드라마 끝나서 회사 직원들과 단체로 해외 간다고 하던데요? 조연으로 출연한 분들도 전부요. 아마 시간이 안 될 거예요.”
유혜숙이 서운해하는 것을 보았지만, 강찬은 서둘러 싹을 잘랐다. 강대경과 유혜숙이 둘의 관계를 넘겨짚는 것처럼 보인 탓도 있었다.
“출근하시니까 피곤하지 않으세요?”
“모처럼 나가서 그런지 오히려 좋아, 아들.”
아침을 먹고, 강대경과 둘이 뒷정리를 마쳤다.
“다녀오세요.”
“그래, 아들!”
“다녀오마.”
이런 인사도 며칠 남지 않았다. 물론 프랑스에 다녀오면 다시 보겠지만, 지금껏 본 기간이 6개월인데 다시 6개월을 떨어져 있게 되는 거다.
서먹하지 않을까?
방으로 막 걸음을 옮길 때 전화벨이 울렸다.
라노크는 하여간 시간 하나는 죽이게 맞춘다.
“여보세요?”
[“강찬 씨. 이튼이 강찬 씨의 일정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내일 시간 여유가 좀 있겠습니까?”]
“예. 내일은 상관없어요.”
[“그렇다면 내일 오후로 시간을 잡겠습니다. 영국인들은 음식의 깊이를 모르니 4시경 차나 한잔 하기로 하지요. 음흉한 인간이라 들을 말만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요.”]
라노크의 말에 웃음이 담겼다.
“시간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오후 4시에 대사관으로 오는 것으로 하지요.”]
“알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보자고 하는지는 몰라도 그리 무거운 주제는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이나, 그 뒤에 라노크의 구출을 도왔던 것에 대한 생색을 내려는 건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바실리나 루드비히가 왜 그렇게 이튼을 경계했던 걸까?
만나보면 알 일이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이번엔 또 누구지?
강찬은 전화기를 보았다.
“미쉘? 왜?”
[“차니. 오늘 드라마 종방이거든. 우리는 이미 촬영이 끝나서 드라마 함께 보고 저녁 먹을 거야. 오늘 시간 어때?”]
“조연으로 출연했던 분들도 오면 서로 불편하지 않겠냐?”
[“그래도 대표가 자리를 해줘야지. 적당히 먹고 헤어져서 우리끼리 2차 가자. 드라마 끝난 날이니까 그 정도는 시간 내 줘. 직원들도 기대하고 있어.”]
무슨 저녁 먹을 걸, 오전 9시도 되기 전에 확인하는 건지. 그렇더라도 프랑스에 가기 전 한 번쯤은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다.
“알았다. 장소랑 시간 결정되면 문자로 알려줘.”
전화를 끊은 강찬은 거실 소파에 앉았다.
프랑스 요원들이 들어오기 편하자고 만든 회사가 이상하게 드라마를 제대로 만드는 회사가 되었다. 세상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거다.
저녁 약속은 잡혔고, 그렇다면 지금부터 오후까지 시간이 남는데 이럴 때는 역시 누가 뭐래도 석강호다.
강찬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차나 한잔 할라우?”]
아예 그 흔한 ‘여보세요?’도 생략된 답이 나왔다.
“언제 나올래?”
[“지금 옷 입고 있소.”]
“그럼 지금까지 벗고 있었냐?”
전화기 너머에서 웃다가 코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 더러운 새끼!
“아파트 입구에서 보자.”
강찬은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6개월이다. 고작 6개월.
그런데 아침부터 자꾸만 주변을 살피게 된다.
꽤 오래 떠나 있을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