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87화 (187/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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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고생했습니다.

한남동의 안가에 도착한 것은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푹 잤다.

피곤은 좀 풀린 느낌이었는데 차 안에서 자서 그런지 손발이 뻑뻑했다.

“아하함!”

석강호도 연신 하품을 해댔다.

“옷이랑 방에 있습니다. 샤워를 먼저 하시죠.”

당연한 일이라 강찬이 먼저 샤워실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위장크림을 지워내고 머리 감고, 몸을 닦았다.

강찬은 습기가 앉은 거울을 손으로 문댔다.

이제야 사람처럼 보인다.

강대경과 유혜숙을 얻은 대신 이전의 삶보다 처절한 일들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부러졌다가 죽은 대원이 자꾸만 떠올랐다.

“후우”

커다랗게 숨을 내쉰 강찬은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욕실을 나왔다.

달칵.

“씻어.”

“아하함! 알았소.”

“옷 입고 나올게요.”

방에 들어가자 셔츠와 양복이 곱게 걸렸고, 무전기, 전화기, 발목에 찰 권총이 준비되어 있었다.

거실로 나온 강찬은 전대극과 김형정의 맞은편에 앉았다.

“정신이 좀 들어?”

“예.”

“석 선생 나오면 같이 밥 먹자.”

“저희 때문에 그러신 거면 호텔에 가서 먹을게요.”

“김 팀장이랑 나랑 저녁 못 먹었어.”

전대극의 투정 같은 말투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다시 태어나서 좋은 것 중에 이렇게 진심이 전해지는 사람들을 만난 것도 있었다.

“어후, 살 것 같다.”

석강호가 시끄럽게 샤워실에서 나왔고, 옷을 갈아입었다.

새벽 2시에 하는 식사다.

자리를 옮겨 식탁에 앉은 강찬은 물끄러미 차려진 음식을 바라보았다.

“대원들 생각해서 그렇지?”

강찬은 피식 웃기만 했다.

“잘 차렸다더라. 최 장군…, 그래, 최 장군이 작전이고, 훈련 나갔다 오면 꼭 기다렸다가 대원들하고 함께 식사를 했었다고, 부관이 소홀하지 않게 준비한다고 들었다. 밥 먹자.”

수저를 들고 권하는 전대극에 따라 넷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따끈한 밥과 국, 매콤한 반찬, 그리고 고기가 있어줘야 제대로 된 식사다.

“북한 지도부에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우리 쪽에서 귀환을 요구하자 아예 헬리콥터를 보내라고 먼저 제안했었습니다.”

“그런 거 같더라구요. 그리고 인민무력부의 경비가 무척 소홀한 것 같던데요?”

국을 뜨면서 강찬이 한 대답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하기에는 뻑뻑한 주제였는데 날이 날인만큼 충분히 그럴만했다.

“장광택이 고립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더라도 그렇게 쉽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요.”

석강호가 두 그릇을 먹고 나서 식사가 끝났다.

거실로 자리를 옮긴 네 사람은 커피를 앞에 두었다.

전대극은 상황이 궁금한 눈치였는데, 강찬이나 석강호가 직급에 눌려서 이야기를 떠들 사람은 아니어서 입맛만 다셨는데, 그러면서도 안쓰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최 장군 장례식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제 날을 정해서 제대로 예우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죽은 대원들은요?”

“다행히 돌아온 대원들입니다. 부족하지 않게 예우하겠습니다.”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찬은 전대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밖에 나가서 담배 하나 피우고 올게요.”

“어? 그럴래?”

전대극은 아쉬운 얼굴이었다.

몇 시간 걸리는 길을 달려와서 강찬의 자는 모습을 보았고, 함께 밥 먹고 차를 마셨는데도 담배 피우러 가는 그 잠깐 떨어지는 게 서운한 얼굴이다.

이런 사람은 꼭 가슴에 담긴다.

김태진이 그랬고, 김형정이 그러더니 툴툴거리는 전대극이 또 그렇다. 세련되지 않지만, 진심을 전하는 남자가 원래부터 좋았다.

마당에 나오자 김형정이 담배를 꺼냈다.

찰칵.

“후우.”

하얀 연기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침에는 집으로 가셔도 됩니다.”

김형정이 담뱃재를 털며 꺼낸 말이었다.

“아파트 맞은 편과 현재 부모님이 계시는 옥상에 아예 대원들을 배치했습니다. 적어도 집에 계시면서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말만 들어도 살 것 같았다.

“석 선생 사모님과 따님도 내일 귀국하시겠답니다.”

“왜요?”

김형정과 강찬이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하나 더 하시겠습니까?”

강찬과 석강호는 다시 담배를 받았고, 불을 붙였다.

“아니, 기껏 외국에 나가서 뭐 이렇게 일찍 들어온다고 난리야?”

“석 선생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면 많이 서운해하실 겁니다. 어제부터 연락이 안 된다고 불안해하신 바람에 현지 요원들이 둘러대느라 무척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에이, 바보같이!”

김형정이 재미있다는 투로 웃었다.

“아침저녁으로 통화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자상한 분이 이틀이나 통화가 안 될 일이 뭐가 있냐고 걱정하셨다고.”

“흠!”

석강호가 강찬의 눈치를 살폈다.

“왜?”

“내가 좀 가정적이잖소.”

“누가 뭐랬냐?”

셋이서 웃고 나서 거실로 들어갔다.

“나 빼고 뭐가 그렇게 재밌어?”

“석 선생이 의외로 가정적이어서 웃었습니다.”

“그게 뭐!”

전대극이 대뜸 편을 들고 나섰다.

“우리 같이 사는 사람들은 늘 가정에 미안해하는 게 맞지. 시간 날 때 전화해 주고, 말 한마디라도 따듯하게 하는 게 맞는 거야.”

“그렇지요?”

“그럼, 석 선생. 정말 잘하고 있는 거요.”

석강호가 자신을 찾은 얼굴로 강찬과 김형정을 보았다.

넷이서 앉아서 20분쯤 웃고 떠든 다음이었다.

“최 장군 영결식에 꼭 불러주세요.”

“그럼, 그래야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석 선생하고 너는 꼭 참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 친구도 서운해할 거야.”

전대극이 당연하다는 듯 답을 받은 다음이었다.

“실장님.”

강찬이 부르자 전대극 뿐만 아니라 김형정, 석강호의 시선을 주었다.

“너무 미안해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원해서 갔던 작전입니다. 희생된 대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오히려 작전을 나갈 수 있도록 도움 주신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최 장군에게 빚을 갚은 느낌이기도 하구요.”

전대극이 나직하게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좀 쉬시겠습니까?”

“좀 더 있어도 되나요?”

“그럼요.”

전대극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사이 대강의 작전 내용을 석강호가 풀어냈는데 전대극의 표정이 볼만했다.

“그럼 넷이서 인민무력부를 들어간 거요? 그것도 네 시간 만에 거길 달려서?”

“그랬지요. 그나마 건물로 뛰어든 건 혼자였습니다.”

석강호의 시선을 따라 전대극과 김형정이 얼빠진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왜들 이러세요?”

강찬의 농담이 먹히지 않았다.

“말년에라도 너를 본 게 복이긴 한데 일찍 못 만난 게 한이 된다.”

전대극이 푸념처럼 속을 털어놓았고, 비슷한 이야기가 좀 더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새벽 4시쯤이었다.

“푹 쉬고, 필요한 게 있으면 김 팀장에게 바로바로 연락해.”

“예.”

“저는 호텔에 모셔다 드리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전대극과 헤어진 세 사람은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어차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10분이 되지 않아서 호텔에 도착했다.

“내리지 마세요.”

강찬의 권유에도 김형정은 굳이 승합차에서 내려 손을 내밀었다.

“고생했습니다.”

꽉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진심이면 된다.

목숨을 함께 건 사람들은 이걸로 충분한 거다.

석강호와 악수를 마친 김형정은 강찬과 석강호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까지 지켜보았다.

연락이 있었는지 요원 둘이 있다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다. 버튼을 누르고 올라가는 길이다.

바로 어제 새벽에 산을 박박 기어 올라가다 오늘 새벽에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정말 사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제 같은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복도의 끝마다 귀에 꽂은 리시버, 어두운색 양복, 단단한 체형의 요원들이 서 있었다.

달칵.

방으로 들어오자 살 것 같았다.

재킷을 벗어 놓고 둘이서 소파에 앉았다.

커피를 한잔 마셔주면 좋겠는데?

강찬은 생각난 것이 있었다.

치잇. “커피 남은 거 있어?”

아마 뜻밖이었나 보다. 답은 10초쯤 뒤에 있었다.

치잇. “드시겠습니까? 대신 조금 데워야 합니다.”

석강호가 히죽 웃으면서 문으로 향했다.

달칵.

“커피 있다면서?”

저 새끼는 복도에다 대고!

잠시 후에 커피 주전자를 들고 석강호가 들어왔다.

“뭘 이렇게 가득 줬어?”

전기 포트에 커피를 부으면서 석강호가 툴툴댔다.

시켜 먹는 게 편한 건 줄 안다.

어쩌면 요원들이 불편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이라도 나눠 마시고 헤어지고 싶었다. 함께 마시지 못하지만 같은 커피를 마셨다는 게 중요한 거다. 저렇게 지켜주는 요원들이 없다면 어떻게 마음 편하게 작전에 나갈 수 있었겠나?

치잇. “커피 데웠는데 마실 사람?”

이번엔 20초쯤 뒤에 답이 왔다.

치잇. “근무 중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마지막엔 웃음기도 묻었다.

석강호가 커피를 가지고 와서 소파에 앉았을 때였다.

치잇. “경호 책임자 신근호입니다. 저희 모두 최 장군님 밑에서 훈련받았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요원 중에 그분의 손을 거치지 않은 요원들이 없을 겁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분명 요원들 전체가 듣고 있을 거다.

치잇. “고생하셨습니다.”

이 새끼들까지.

갑자기 죽은 대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커피 마십시다. 담배도 하나 피우고.”

석강호가 담배와 재떨이를 올려놓았다.

강찬은 커피를 마시면서 전화기의 전원을 켰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하루 사이에 참 많은 전화와 문자가 있었다.

“좀 잘래?”

“그럽시다. 차 마시고, 바로 자면 되겠소. 아침은 부모님하고 드실 거 아뇨?”

“혼자 먹기 그렇잖아. 아침 먹고 집에 갈 거니까 같이 먹자.”

“어디 보자? 지금 자도 한 두 시간은 자겠구나.”

둘이서 커피를 마신 다음에 방으로 들어가 각자 편한 침대에 누웠다.

토막잠?

이런 게 생활인 곳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다.

잘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일이지, 끊어지는 것에 불만스러워할 두 사람이 아니었다.

***

아침에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잠이 깼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더 잤는데 바깥 풍경은 이틀 전과 다르지 않았다.

둘이서 간단하게 씻고 푸짐한 아침을 먹었다.

8시 30분이다.

이 정도면 강대경과 유혜숙은 벌써 일어났을 시간이었다.

두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강찬은 적당히 옷을 챙겨 입고 무전기를 걸었다. 혹시 몰라서 발목에 권총을 챙기긴 했다.

“오늘 식구 온다니까 봐서 저녁에 전화하겠소.”

“특별한 일 없으면 오늘은 가족들하고 시간 보내.”

“그럴 생각이요. 얼른 가봐요.”

저놈이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문을 나섰다.

바로 옆 방이다.

그 짧은 거리를 걷는데 가슴이 설렜다.

띵동.

강찬은 벨을 누르고 숨을 들이마셨다.

“누구세요?”

“저예요.”

달칵.

강대경이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벌써 끝났어?”

“예. 일찍 왔어요.”

강대경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입에 담긴 음식을 억지로 삼키면서 유혜숙이 강찬에게 달려왔다.

“아들!”

유혜숙은 덜컥 강찬을 안았다.

따듯한 한편으로 걱정이 앞섰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었어요?”

“엄마가 악몽을 꿨단다. 통 못 자고 네 걱정 많이 했었다.”

유혜숙은 울고 있었다.

이런 엄마가 있는 거다.

위험한 작전을 나가면 꿈으로 느끼고, 항상 마음 졸이고 있는 엄마가.

“죄송해요.”

“괜찮지? 괜찮은 거지?”

유혜숙이 눈물 가득한 눈으로 강찬의 얼굴과 몸을 살폈다.

“다친 곳 없이 멀쩡해요.”

“얼굴이 빠졌는데.”

“일찍 오려고 무리해서 그런가 봐요.”

울음 끝이다.

유혜숙이 훌쩍이며 강찬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와중에 눈에는 미소가 담긴다.

“아침 드시고 계신 거잖아요? 얼른 식사하세요.”

“아들은?”

“저는 먹고 왔어요. 얼른 드세요.”

“아들 보니까 배불러.”

“어이그!”

강대경의 짓궂은 타박에 유혜숙이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얼른 드세요. 어머니가 그러시면 아버지도 못 드시잖아요.”

식탁으로 옮겨가면서도 유혜숙은 강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침은 토스트와 계란이었다.

“왜 이걸 드세요?”

“엄마가 선택한 거다.”

유혜숙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뭐 꼭 답을 듣자는 거는 아니다.

대신 강찬은 토스트 한쪽을 들어서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딸기잼을 발랐다.

“어머니, 이거 드셔 보세요.”

“응.”

고작 빵 한 조각에 행복한 얼굴이었다.

“맛있다! 아들도 좀 먹어.”

“같이 일했던 직원들하고 막 먹고 헤어졌어요.”

“누가 엄마고 누가 아들이냐?”

“이이는! 샘나면 꼭 저래!”

“아버지도 발라 드릴까요?”

“엄마 같은 표정 지을까 봐 싫다.”

셋이서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참! 아침 드시고 집에 가셔도 된대요.”

강대경과 유혜숙이 복잡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지난번에 일 저질렀던 범인들이 거의 잡혔나 봐요. 아파트 쪽은 경비도 단단히 세워놓았다고 하고, 그래서 집은 괜찮대요.”

걱정은 남는데 그래도 호텔에서 나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두 사람의 표정에 고스란히 담겼다.

“출근은 해도 되겠니?”

“그건 따로 물어보지 못했어요.”

강대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답답하기도 하겠다.

“우선 집에 갔다가 우리 팬션이나 다녀올까요?”

“펜션?”

“예. 이번 주까지는 출근 어려우실 거 같고, 호텔도 그랬는데 집에만 계시는 것도 또 그렇잖아요. 지난번에 제주도 여행도 함께 못 가고 해서요.”

“너는 괜찮겠어?”

“예. 괜찮을 거 같아요.”

강대경과 강찬의 대화다.

유혜숙이 시선을 좌우로 움직이며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가야겠다.”

유혜숙을 힐끔 본 강대경이 웃음을 터트리며 답을 했다.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이번엔 아들도 꼭 같이 가는 거지?”

“그럼요.”

강찬은 남은 토스트를 들어서 버터와 잼을 발랐다.

“어머니, 여기요.”

“배불러, 얘.”

“그럼 제가 반 먹을 테니까 어머니가 반 드세요.”

반으로 찢은 빵을 함께 먹었다.

“어디로 갈까?”

“글쎄요? 어머니 가시고 싶은 곳 없으세요?”

“지난번에 바다에 갔었으니까 이번은 조용한 산이나 계곡 어때, 여보?”

“괜찮지. 요즘 밤 딸 때 안 됐나?”

“밤이요?”

“응. 밤 많이 심어놓은 펜션들이 있지. 햇밤 따서 삶아 먹기도 하고. 조금 이른가?”

“알아보죠.”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면 된다.

강대경은 걱정이 남았고, 유혜숙은 안도하는 느낌이었다.

샤워실에 유혜숙이 들어간 다음이었다.

“어머니가 걱정 많이 하셨어요?”

“최근에 엄마가 네 걱정 많이 하긴 했는데 어제는 악몽을 심하게 꿨다고 하더라.”

강대경이 안을 살피며 전한 말에 미안해서 대꾸도 못 했다.

“붉은 괴물이 너를 자꾸만 잡아가려고 했다고……, 거의 뜬눈으로 밤새웠다.”

“죄송해요.”

이럴 줄 알았다면 늦더라도 전화를 할걸.

부모란 참 대단하다.

“으이그! 아들놈은 점점 대단해지고, 엄마는 점점 철이 없어지는 거 같으니!”

강대경이 넉넉한 웃음과 함께 강찬의 머리를 쓸어댔다. 대원들과 함께 헬멧을 두드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엔 갑자기 못 가게 됐다는 말하면 안 된다.”

“예.”

“별일 없는 거고?”

“예.”

“찬아.”

“예, 아버지.”

강찬이 시선을 들었을 때였다.

“다른 엄마들도 다 그렇겠지만, 엄마는 정말 너를 낳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었어. 혈액을 퍼붓듯이 넣어도 회복하지 못해서 병원에서도 고개를 저었었다. 마지막으로 널 안아보게라도 하자는 말을 듣고서 널 안게 했을 때, 그 뒤로 기적적으로 일어났었다.”

가슴에 이야기가 콱 박히는 느낌이었는데 강대경이 애잔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엄마에겐 네가 세상 전부일 거다. 아빠도, 그 어떤 사람도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야. 가끔은 엄마에게 신경 써 줘.”

“예.”

무언가 목에 걸린 것처럼 답이 나왔다.

“이 녀석! 꼭 너 같은 아들 낳아라.”

강대경이 팔을 뻗어서 강찬의 어깨를 감쌌다.

세상이 전체가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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