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86화 (18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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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고생했습니다.

승냥이와 늑대가 싸우는데 사자가 뛰어든 꼴이다.

푸슝! 털썩! 푸슈슝! 털썩! 털썩!

강찬의 뒤로 석강호, 곽철호, 그리고 윤상기가 따른다.

저 새끼들이 이렇게 약한 놈들이었나?

12m까지 근접했던 놈들이다.

대가리를 들던, 돌아서려고 몸뚱이를 돌리든, 한 방에 한 놈씩 이마를 뚫리고서 죽었다.

곽철호는 새삼 지휘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개새끼들! 그렇게 포위하고 달려들더니!

덤벼봐! 덤벼보라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후욱. 후욱.

강찬은 날카롭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이 씨발 놈들이 끝까지 지랄을 떨어?

온갖 테러에 병력 동원하고, 최성곤 죽이고, 강대경과 유혜숙에 총질해놓고 이제는 숫자로 대원들을 죽여댄 거다.

부스럭! 부스슥!

포복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날이 얼마나 날카롭게 서 있는지 적이 총을 움직이거나 대가리를 드는 것 모두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철컥! 푸슝! 퍼억!

씨발 놈이 어디서 총구를 돌려?

강찬은 고개를 돌려서 석강호에게 눈짓을 했다.

‘왼편으로 돌아봐!’

‘알았소.’

석강호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 순간이다.

철컥! 푸슝! 푸슝! 푸슝! 퍼억! 퍼퍽!

대가리를 들던 놈의 이마에 강찬, 석강호, 곽철호가 쏜 총알 세 개가 모두 박혔다.

강찬은 천천히 좌에서 우로 총을 겨눴다.

긴장이 풀린다.

날카롭던 날이 조금씩 털어지며 바람 소리, 나뭇가지와 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평소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직하게 내쉬었다.

끝난 것 같다.

일단 이것으로 상황은 종료된 느낌이었다.

철커덕.

강찬은 어깨에서 총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곽철호, 저기하고 저기! 그리고 아래쪽으로 저기 한 명 경계 세워.”

“알겠습니다.”

곽철호의 손짓에 대원 셋이 빠르게 자리로 이동했다.

24명이 와서 13명이 살았다.

다섯 명은 팔과 다리를 군복으로 동여매고 있었는데 검붉은 피가 엉겨 있었다.

경계병이 자리를 잡았다.

“죽은 대원들을 이쪽으로 옮겨.”

교전이 끝난 직후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대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부스럭. 부스슥.

오전까지 함께 달리고, 싸우던 동료가 뻣뻣하게 굳은 채로 끌어야 움직이는 거다.

대원들의 눈빛이 복잡하게 빛났다.

그나마 죽은 대원들을 한 자리에 두었다.

짜아악.

칼로 소매와 바지를 찢어 코와 귀를 막는 동안 숨 막힐 것 같은 침묵이 주변을 눌렀다.

대강 마무리된 다음이었다.

“식사부터 해.”

대원들이 놀란 눈을 했다가 묵묵하게 시레이션을 꺼냈다.

힘들 거란 거 짐작한다. 어렵다는 것도 안다.

동료가 죽었는데 배가 고파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고, 죄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잘 수 있을 때 자야 하는 거다.

강찬의 말에 대원들이 바쁘게 시레이션을 꺼냈다.

찌이익! 찌익! 찌이익!

비닐 뜯는 소리가 들렸다.

우걱. 우걱. 우걱. 우걱.

배가 고픈 데다 시간을 줄이려는 대원들의 노력이다.

죽은 동료 옆에서, 이마를 뚫려 널브러진 적군들 앞에서, 시커먼 위장 크림을 바른 대원들이 급하게 시레이션을 입에 넣고 있었다.

왜 이렇게 사냐고?

이런 때는 철학적인 사고가 필요 없다.

군인으로, 특수팀으로, 작전에 나왔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살아남은 대원들과 무사히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물을 마시고 나자, 대원 셋이 일어나 경계병과 교대했다.

“내가 경계할 테니 얼른 드쇼.”

석강호가 강찬의 자리에 섰다.

경계를 섰던 대원 셋과 함께 강찬도 시레이션을 먹었다.

이때쯤은 대원들 모두가 장광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강찬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인 것만은 분명했다.

이 새끼들은 장광택을 죽이러 와 놓고 막상 죽였다고 하니까 안 믿는 눈빛이다.

윤상기가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장군님 앞에 올려드릴 생각입니다.”

강찬도 고개를 내밀고 윤상기가 꺼내 든 것을 보았다.

“장광택이 모자입니다.”

차를 버리고 올 때 잡고 있던 장광택의 모자를 챙겼던 모양이다.

“여기 있습니다.”

“가지고 있어.”

곽철호가 사양했는데도 윤상기는 계속 손을 내밀고 있었다.

강찬을 힐끔 본 곽철호가 손을 뻗어 모자를 받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찬의 식사도 끝났다.

남은 것은 살아서 돌아가는 길이다.

강찬은 시계를 보았다.

얼추 두 시간이면 라디오 방송이 나온다.

걷자니 어설프고, 기다리자니 찜찜한 상황.

장광택을 죽였고, 한 곳에 몰려 앉았는데 추가 병력이 없다.

탱크나 박격포, 정규군이 달려들지도 않는다.

그래도 북한 땅이다.

“우선 안쪽으로 이동한다.”

대원들이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다예, 곽철호와 뒤를 맡아. 윤상기 좌측 맡고.”

“알았소.”

“알겠습니다.”

다친 대원들을 가운데 서게 하고 강찬은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어두운 숲이다. 길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갈 수밖에 없는 길이기도 했다.

30분쯤 전진하던 강찬은 주변을 크게 둘러보았다.

사방이 한눈에 보였다.

마지막 총질이 있고, 3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일도 없다. 이렇다면 확실히 수뇌부 간에 언질이 있다는 뜻이다,

“곽철호. 이곳에서 쉰다. 조를 둘로 나눠. 그래서 1시간씩 교대로 잔다.”

“알겠습니다.”

“다예. 먼저 자라.”

“알았소.”

깨어 있는 동료들의 안쪽에서 절반의 대원이 몸을 눕혔다.

하여간 자라면 자는 거다.

그리고 깨어나서 싸워야 하면 싸우는 거고.

잠시 후, 낮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저 새끼는 적진에서도 코를 곤다.

어둠이 제대로 내려앉았다.

강찬은 소총을 어깨에 걸은 채로 나무에 기대앉았다.

세운 왼쪽 다리에 팔을 걸쳤고, 오른 다리는 쭉 폈다.

순간적으로 총을 쏘기에 가장 적합한 자세였다.

강대경과 유혜숙은 잘 있을까?

국가정보원 요원들, 김형정이 있으니까.

누구든 마찬가지다.

내 사람을 건드리면 지옥 끝까지 가서라도 응징해 줄 생각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부족 전쟁이 잔인해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서로가 본보기를 확실하게 보여주려고 해서다.

피식.

그런 아프리카에서도 강찬에게 복수를 다짐한 놈들은 없었다. 그리고 생겨난 코드명이 갓 오브 블랙필드인 거다.

그나저나 강대경과 유혜숙은 정말 잘 지내고 있는 건가?

아버지, 어머니.

씨발, 정말 듣기 좋지 않냐?

술 퍼마시고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걱정과 염려를 모두 누른 채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아버지, 함께 죽을 생각으로 감싸주는 어머니가 말이다.

진짜 부모가 아니라고?

아니! 진짜 부모다.

저런 사랑 앞에서 무슨 놈의 계산이 필요하겠나?

지난 반년 동안 받았던 사랑만으로도 평생 기쁘게 희생할 수 있는 정말 내 부모다.

부스럭. 철컥!

대원들이 긴장한 채로 눈알을 굴렸다.

윤상기를 겨눴던 강찬은 피식 웃으며 소총을 내렸다.

저건 자는 게 아니라 기절한 거다.

솔직히 못 따라올 줄 알았다.

그런데 홍기윤과 둘이서 정말 악착같이 따라왔다.

별이 떠올랐고, 덩치가 작아진 달이 뾰족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장군님…….”

지랄들도 참!

곽철호가 잠꼬대를 하고는 흐느끼듯 울었다.

특수팀이라는 새끼들이 석강호보다 편하게 잠이 들어?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푹 잠이 드는 거냐?

최성곤이 보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을 늦게 만났다.

다시 사는 것이 아프리카보다 끔찍하기도 했지만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은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였다.

‘빌어먹을 연수를 가야겠지?’

라노크처럼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거다.

그래서 누구도 내 사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

강찬은 멀리 있는 별을 보았다.

“시간 됐습니다.”

“깨워.”

대원이 돌아가면서 자고 있던 대원들을 깨웠다.

“어흐.”

으득. 으드득.

“물 좀 마시고 교대합시다.”

“천천히 해.”

워낙 깔깔한 소리가 나서 물이 아니라 기름을 마시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어후! 살 것 같다. 얼른 좀 자 두쇼.”

“그래라.”

강찬은 주변을 살핀 다음 바닥에 누웠다.

교대가 끝난 대원들이 머리를 눕히는 소리를 들으며 강찬은 잠이 들었다.

누군가 몸에 손을 대는 느낌에 강찬은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자 석강호가 손을 내밀어 물을 건네주었다.

“상황이 마무리된 모양이오.”

강찬은 물을 가득 입에 물고 천천히 넘겼다.

“이 시간까지 우릴 그대로 둔 거요.”

“몇 시냐?”

“8시요.”

목을 좌우로 비튼 강찬이 나무에 기대고 자세를 갖췄다.

어느 틈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적의 대항이 없지만 밤이다.

시끄럽게 떠들기는 어렵다.

치잇. “다들 짐작하겠지만, 이 시간까지 우릴 그냥 두었다는 건 모종의 협약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방심하지는 마라. 라디오에서 소식이 오는 대로 듣고 판단하겠다. 돌아가는 길이 험할 수도 있다. 경계 늦추지 말도록.”

무전이 끝나자 잠에서 깨어난 대원들이 경계병을 교대해 주었다.

쓰르르르. 쓰르르르. 부스럭. 부석.

벌레들과 산짐승들이 지랄들을 떨어댔다.

담배, 그리고 봉지 커피가 그리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자 대원 하나가 귀에 리시버를 꽂고 라디오를 높게 들었다. 말은 않지만 다들 신경이 그리 집중되는 것은 서로 알았다.

2분이 두 시간처럼 지나는 동안, 대원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원이 라디오를 내리고는 리시버를 뽑았다.

“9시에 헬리콥터를 보낸답니다.”

“뭐?”

석강호가 불쑥 놀라서 물었다.

“확실합니다. 세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9시에 헬기를 보낼 텐데 처음 교전 위치 근처에 있을 것, 사격하지 말 것, 그렇게 두 가지를 지켜달랍니다.”

석강호가 강찬을 보았다.

이런 지시에 다른 게 있을 턱이 없다.

“움직이자.”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있어도 됐다. 하지만 앞으로 똑같은 상황이 100번이 생긴다고 해도 강찬은 이동하고 판단할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죽은 대원들을 수습할 수 있다는 거였다.

이번엔 20분이 걸려서 교전했던 자리로 돌아왔다.

스산한 느낌이었다.

“석강호, 곽철호랑 위쪽으로 올라가서 위치 확보해.”

“알았소. 가자.”

석강호와 곽철호가 빠르게 위로 움직였다.

강찬은 소총을 어깨에 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원들 옮겨.”

강찬의 지시에 따라 대원들이 움직였다.

근육이 발달한 사람일수록 죽으면 더 뻣뻣하게 굳는다.

한 사람은 어깻죽지의 옷을 움켜쥐고, 다른 사람이 발목을 잡아 들어 옮긴다. 어둠 속에서 대원들이 움직였다.

10분쯤 지나서 강찬과 대원들 모두가 처음 헬기를 만났던 자리에 있었다.

휘이이이이잉!

염병할 바람이 강찬과 대원들을 쓸고 지나갔다.

잠시 기다리자 멀리서 소리가 들렸고, 다음으로 반짝이는 붉은색 불빛이 보였다.

철컥!

강찬은 방아쇠에 손을 걸고, 손짓으로 대원들의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감은 나쁘지 않았다.

두두두두두두두.

날카롭게 헬기를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치이잇. “황새다. 배달부는 위치를 알려달라.”

무전 주파수를 맞추고 왔다.

치잇. “전면이다. 배달부.”

철컥! 푸슝! 푸슝!

치잇. “라져, 배달부. 위치 파악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치누크가 빛을 반짝이며 강찬을 향해 다가왔다.

후아아아악.

엄청난 바람이 강찬과 주변을 먼저 덮쳤다.

치잇. “배달부. 서둘러라.”

헬기는 엉덩이를 위태롭게 바위에 걸친 모습이었다.

강찬의 손짓에 따라 대원들이 움직였다.

두 명씩 죽은 대원들을 붙잡고 헬기로 내달렸다.

안쪽에 타고 있던 군인 두 명이 어깨를 잡아서 안으로 당겼다.

3분쯤 걸렸다.

모두 올라탄 것을 확인한 강찬이 마지막으로 헬기에 올랐다.

두두두두두두두.

잠시 떠오르는 것 같던 헬기가 몸을 기울이며 산에서 멀어졌다.

강찬은 먼저 타고 있던 대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목적지가 어디야?”

“바다로 나가서 강원도 황병산으로 갑니다!”

황병산? 강찬은 모르는 곳이다.

“특전사 동계 훈련장입니다!”

곽철호가 옆에서 부연설명을 했다.

한국군의 헬리콥터가 북한에 들어와 특수팀을 싣고 나가는 길인 거다.

“담배 가진 사람?”

헬기를 타고 왔던 대원이 놀란 얼굴이었는데 그런다고 미안해하거나 겁낼 대원은 없었다.

강찬의 말에 대원 둘이 군장을 뒤져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를 뜯었고, 주르륵 들었다.

쩔컹. 치익.

지포 라이터에 대고 서너 명씩 불을 붙였다.

“후우!”

귀청을 찢는 소리와 거친 바람에서도 피우는 담배다.

담배는 좀 길게 만들 필요가 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바다가 나왔고, 한참을 날아서 다시 육지로 들어섰다.

해냈다는 뿌듯함, 살았다는 안도감, 죽은 대원들에게 대한 미안함, 끝났다는 후련함 등이 대원들의 눈빛에 복잡하게 담겨 있었다.

“곽철호!”

강찬이 손짓을 하자 곽철호가 귀를 가져다 댔다.

“복귀하면 지난번처럼 기죽지 마! 이겨 내! 베테랑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어!”

“알겠습니다!”

곽철호가 고개까지 끄덕이며 답을 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헬기가 산의 중앙을 향해 내려갔다.

막사 주변의 불이 환히 켜졌고, 승용차, 승합차, 버스, 트럭이 있었다.

프로펠러의 바람을 몸으로 받으며 헬기에서 내려섰다.

전대극과 김형정이 다가와 강찬을 안듯이 반겼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막상 입이 열리지 않는 것처럼 전대극은 강찬의 등을 두드리기만 했다.

“고생했습니다.”

김형정이 눈가가 벌겋게 되어서 겨우 말을 건넸다.

“석 선생!”

전대극이 석강호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그 사이 대원들이 내렸고, 이어서 죽은 대원들을 내렸다.

헬기의 엔진이 꺼지자 기회를 노리던 정적이 한순간 확하고 달려들었다.

차렷!

곽철호의 고함이 달려들던 정적을 보기 좋게 쫓아냈다.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경례를 하려던 곽철호가 움찔한 순간이었다.

강찬은 다가가서 곽철호의 헬멧을 두드렸다.

“고생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거에 무슨 예의와 격식이 필요하겠나.

툭툭툭.

곽철호가 손을 뻗어 강찬의 헬멧을 두드렸다.

“고생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윤상기가 벌겋게 변한 눈으로 강찬의 헬멧을 두드렸다.

석강호가 뒤를 따랐고, 돌아가면서 상대의 헬멧을 두드려주었다.

“또 풀 죽어 있는 거 아니지?”

강찬의 말에 대원들이 아프게 웃었다.

“최성곤 장군과 대원들을 보낼 때 보자.”

곽철호가 끝내 경례를 올렸고, 대원들이 뒤를 따랐다.

강찬과 석강호가 답을 했다.

부상자가 있어서 더 시간을 끄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버스와 승합차가 출발하자 강찬은 헬멧을 벗었다.

눌리고 뭉친 머리카락 때문에 사람이 좀 멍청해 보인다.

“가자.”

전대극이 승합차를 시선으로 가리켰다.

넷이서 뒤편에 마주 앉는 형태로 앉았다.

우우우우웅.

거친 헬기를 타서 그런지 승합차인데도 승차감이 미끄러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모님은요?”

“호텔에 계실 겁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위민국을 잡아야죠?”

“정보를 모두 받았습니다. 허하수 의장은 간첩혐의로 체포했고, 침투했던 북측 요원들은 모두 사살했는데 위민국은 못 잡았습니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김형정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현장에 없었습니다. 남양주, 허하수의 가평 별장, 이렇게 두 곳에 나눠 있었는데 두 곳 모두 위민국은 없었습니다.”

“그럼 아직 놈들이 더 남아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위민국은 다른 일을 보러 나갔던 것 같습니다. 북측에서 받은 정보로 보았을 때 위민국과 한 명이 더 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됐다.

포위했을 때 자리에 없는 놈을 어떻게 하겠나?

“한숨 자. 석 선생도 얼른 눈 좀 붙여요.”

“예, 죄송하지만 그럴게요.”

강찬은 의자를 뒤로 눕히고, 눈을 감았다.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최 장군님. 이제 억울한 거 좀 푸세요.

강찬은 그렇게 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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