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84화 (18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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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나는 행복하다.

“선군호를 보내라우!”

“부장동지! 길케 하면 반동으로 간주됩네다!”

“남조선 공수 놈들이 그곳에 모두 있잖네! 당 지도부가 기걸 모르갔니!”

“남조선이 공수와 기갑, 전투비행단에 비상령을 내렸고, 러시아 항모가 출발했습네다! 이제 헬기를 띄우면 남조선은 전투기를 띄울 거이고, 그 근처에서 탱크나 박격포를 쏘게 되면 당 지도부에선 부장 동지가 반동을 일으켰다고 선전할 겁네다!”

“끄으응!”

“오늘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네다! 여기서 부장 동지가 더 무릴 하믄 간사한 놈들은 당 지도부로 달려가고 맙네다.”

장광택은 이를 북북 갈아댔다.

남조선의 공수에 해당하는 경보병을 2개 중대나 보내서 겨우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고다.

고작 스물 안팎의 남조선 특수팀이다.

그런 놈들이 경보경 100명을 상대로 버틴다.

어린놈의 새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투인데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겁한 로스케!”

러시아가 한 마디 통보도 없이 한 대뿐인 쿠즈네소프를 보냈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남조선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의미다.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당 지도부를 지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군부가 가장 의지하는 중국은 움직이지 못하고, 다음으로 의지하던 러시아가 대놓고 남조선과 당 지도부를 지지한다.

부부장의 말대로 탱크나 박격포 부대를 이동하면 전쟁이나 반란을 획책했다는 뜻이 되고, 병력을 이동하는 순간에 당 지도부가 명분을 쥐게 된다.

거기에 남조선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문재현은 과거 남조선의 대통령과 다르다.

그래서 허하수를 그토록 밀었던 것인데!

“간나 새끼!”

이렇게 되면 경보병을 믿어야 한다.

남조선이 어린놈의 새끼를 믿는다면 장광택은 새끼처럼 키운 경보병을 믿는 수밖에 없다.

장광택은 고개를 돌려 창밖에 펼쳐진 산을 보았다.

설마 포위를 뚫고 온다고?

죽으라고 달려도 저녁 먹고나 도착할 거리다.

그렇지 않았다면 장광택의 성격에 직접 나가서 지휘했다.

“우리 경보병이 모두 소탕할 겁네다.”

장광택은 부부장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어딘지 맥이 빠진 음성처럼 들렸다.

“나가 보라우!”

이게 아니다.

장광택이 노리고 원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

남조선에서 대통령이 바뀌고, 중국과 러시아의 힘을 빌릴 참이었다. 썩어빠진 당 지도부가 정신을 차리고 유라시아철도를 거절하거나, 최소한 엄청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장광택의 바람이었다.

군부가 다시 힘을 얻는 위대한 북조선의 건설.

한동안 그렇게 돼 가는 느낌이었다.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거지?

평소 같으면 건물 전체가 북적여야 할 인민무력부가 한산하다.

소위 군부라는 놈들이 판세를 계산하느라고 온갖 핑계를 대며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장광택은 담배를 집은 다음 입에 물었다.

쩔겅. 치이익.

“후우!”

창에 막힌 담배 연기가 옆으로 퍼져나갔다.

***

타다다다당! 피융! 피이융!

곽철호는 각오를 마쳤다.

2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80명을 상대하기는 벅찼고, 무엇보다 능선을 내주고 밑으로 내려온 것이 뼈아팠다.

치잇. “이대로라면 아래를 적이 포위할 거다. 우리가 물러나면 암살조가 노출된다. 그래서 난 물러나지 못하겠다.”

나무에 고개를 처박으며 곽철호가 전한 무전이었다.

이곳에서 포위되어 죽더라도 어떡해서든 시간을 벌어줄 생각이었다.

치잇. “미안하다.”

타다다다당! 퍼버버벅! 타다당! 퍼벅! 퍼벅!

승기를 잡은 적은 연신 총을 쏴댔다.

치잇. “그런 소리 말고 적이나 좀 잡고 봅시다!”

치잇. “여기 어떤 새끼가 물러나겠답디까?”

치잇. “계급이 낮은 놈은 도망칠 궁리한다는 겁니까?”

치잇. “설마 그래서 그랬겠냐? 괜히 미안하니까 그랬겠지.”

치잇. “저 양반은 저런 똥 폼 잡을 때가 그래도 제일 멋있어.”

치잇. “넌 아예 살 생각이 없구나!”

곽철호는 슬프게 웃었다.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대원들이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저 뜻을 왜 모르겠나?

치잇. “버텨라. 버텨보자. 우리가 여기서 지랄을 떨수록 암살조가 시간을 얻는다.”

곽철호가 이를 악물고 무전을 전한 다음이었다.

치잇. “나의 피로.”

타다다당! 파바바박. 푸슝. 푸슈웅.

치이잇.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타당! 푸슝! 푸슝! 푸슈웅!

치잇. “나는 행복하다.”

푸슝! 푸슝! 푸슝!

거짓말처럼 대원들이 한 마디씩 끊어가며 구호를 전했다.

고작 넷이서 장광택을 죽이러 간 것을 모르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작전이다.

그런데도 곽철호는 강찬이 빨리 돌아와 주었으면 싶었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런 대원들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타다다당! 털썩!

“쿨럭! 커억.”

대원 한 명이 목을 맞고 버둥대다 늘어졌다.

‘씨발!’

푸슝! 푸슝! 푸슝! 타다당!

곽철호는 달려나가고 싶었다.

강찬처럼 튀어 나가서 적들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지휘자가 아니었다면 벌써 튀어 나갔을 거다.

푸슝! 털썩! 타당당! 파바박! 타다당! 퍼억! 퍼어억!

대원이 쏜 총에 적 한 명이 또 쓰러졌다.

이번엔 적이 실수한 거다.

넓게 퍼져서 곽철호 일행을 감싸려고 했던 모양인데 아래에서 지원이 없어서 오히려 집중력을 잃은 꼴이다.

11명이 둥그렇게 원을 두르고 바깥쪽을 맡고 버틴다.

여기서 죽을 각오를 마쳤다.

겁날 것도 없고 빠져나갈 생각도 없이 견디자 오히려 적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차칵! 철컥!

곽철호는 빠르게 탄창을 교체했다.

이제 오후 2시다.

라디오 교신까지 6시간이 넘게 남은 거다.

목이 말랐고, 배도 고팠다.

푸슝! 털썩! 타다당! 타당!

개새끼들, 그러게 왜 우릴 포위하고 지랄이야.

실탄훈련을 안 했다면 지금 이렇게 싸우고 있었을까?

곽철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앞을 노려보았다.

다섯 명만 살아서 나가면 된다.

차동균이 죽지 않았으니까 이 중에서 다섯 명만 살아 나가도 실탄훈련과 그동안의 작전에서 쌓은 노하우가 그대로 전해진다.

중국 공항을 폭파하고, 북한에 잠입해서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온 대원.

최성곤이 죽고난 뒤에 산악훈련에서 대원들 모두 놀랐다. 작전에 나갔던 대원들과 그렇지 않은 대원들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말로 하면 별 차이 없다.

고작해야 집중력 정도?

더 붙이면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

그런데 모의 전투에서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런 강찬에게 모의전투가 얼마나 어쭙잖아 보였을까?

‘빨리 좀 오쇼.’

대치 국면이다.

저놈들도 더는 다가오지 못한다.

이 시간이 지나도록 산 아래에서 정규군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북한군부에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게 강찬 때문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든 간에 말이다.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장 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번들거리는 눈으로 적과 대치하고 있는 대원들만큼은 돌려보내고 싶었다.

저들이 가서 새로운 대원들을 가르쳤으면 싶었다.

타다다당! 퍼억! 퍽!

무슨 헛생각을 하고 있어!

적이 쏜 총알이 꼭 그렇게 외치는 것처럼 들렸다.

***

강찬은 세 사람과 함께 내리막 직전까지 움직였다.

철조망이 둥그렇게 쳐졌고, 100m 간격으로 초소 네 개가 있었다.

“저기에 정말 장광택이 있겠소?”

석강호는 건물이 못 미더운 눈치였다.

4층짜리 건물이 좌측으로 2층짜리 건물 두 개, 오른쪽으로 단층 건물 세 개를 거느리고 서 있었다.

하필이면 건물의 정면이다.

이렇게 되면 산을 타고 최대한 뒤로 돌아야 하는데 뭔 놈의 건물이 뒤편에 도로가 있다.

다행이라면 연병장이 그렇게 넓지 않다는 것이었다.

“저 초소를 따자. 내가 건물로 바로 들어갈 테니까 초소에서 지원해.”

강찬은 2층 망루처럼 지어진 초소를 노려보았다.

초소 중에 유일하게 중화기를 갖추고 있었다.

“블라디미로프 같은데? 저걸 다 쏴보겠네.”

“홍기윤이 하고 하면 되지?”

“충분하우.”

석강호가 홍기윤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하면 얘들한테 초소 맡기고 둘이 들어갑시다.”

그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뒤가 불안하면 방법이 없어. 손발이 딱 맞아 떨어져야 바로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알았소.”

“시레이션 먹고 들어가자.”

엎드린 채로 뒤로 물러난 강찬과 석강호는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좌우로 내리막이어서 따로 경계를 세우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다.

윤상기와 홍기윤은 얼굴색이 완전히 바뀌어서 인종이 달라져 보였다.

강찬은 군장을 열어서 시레이션을 뜯었다.

우걱우걱. 버석버석.

급하게 처넣던 윤상기와 홍기윤이 강찬을 보고는 그나마 먹는 속도를 줄였다.

물도 충분히 마셨다.

강찬은 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다.

“석강호와 홍기윤이 여길 맡으면 윤상기, 너는 여기에 있는 이 초소를 맡아라.”

“알겠습니다.”

답을 한 윤상기가 고개를 들어 강찬을 보았다.

혼자 들어가도 되겠냐는 뜻이다.

“여차하면 무조건 긁어.”

“알았소.”

분당 600발이다.

어설프게 달려 나오는 놈들은 방아쇠 한번 당겨보지 못하고 찢어져서 죽는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느닷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네 사람을 덮쳤다.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을 달랑 넷이서 죽이려는 거다.

사는 건 바라기도 어렵고, 임무를 완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철컥. 철커덕.

조심스럽게 무기를 점검했고, 여분의 탄창도 확인했다.

“빨리 해치우자. 우리가 빨리 끝내야 대원들이 하나라도 더 산다.”

강찬은 석강호와 윤상기, 그리고 홍기윤을 차례로 보았다.

툭툭.

강찬은 손을 뻗어 윤상기의 헬멧을 두드려주었다. 그리고는 홍기윤의 헬멧에 손을 뻗었다.

투욱! 투욱!

석강호는 좀 더 세게 때렸다.

“가자.”

강찬의 명령이 떨어지자 윤상기는 소름이 온몸에 돋는 전율을 느꼈다. 강찬은 정말 장광택의 죽음을 확신하는 눈빛이었다.

조금 전에 아래를 내려다보던 자리다.

평범한 산의 형태라서 조심스럽게만 내려간다면 초소에 들킬 일은 없었다.

인민무력부를 습격할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나.

그것도 이제야 해가 산 너머로 향하는 시간에 말이다.

군장을 벗어서 그런지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돌을 조심해.”

내리막은 대략 40m쯤이었다.

미끄러지거나, 돌이 구르거나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순간에 1분당 600발짜리 총알을 몸뚱이로 받아야 한다.

몸이 찢겨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작전을 망치고 동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거다.

가을이라 낙엽이 많은 대신 나무는 헐벗었다.

물이 내려가는 길을 따라서 움푹 팬 곳이 있었는데 강찬은 우선 그리로 내려갔다.

바스락. 바스슥.

나무의 뿌리와 돌을 밀듯이 의지한다.

등산객처럼 잡거나 체중을 실었다가 돌이 빠지고, 나무가 끊기면 한방에 가는 거다.

40m면 일반 등산객은 5분에서 10분 걸린다.

그런데 소리 내지 않고 침투하기 위해서는 20분에서 길게는 40분도 걸린다.

발을 디디는 자리마다 계단처럼 군화 뒤꿈치로 찍으며 내려가야 하고, 손을 밀어서 체중을 버틸 자리를 찾아야 하는 탓이다.

10m쯤 내려간 강찬은 위를 보았다.

이제 석강호가 움직일 차례다.

당연하게 이런 길은 한꺼번에 내려가지 않는다.

중간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생기면 엄호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발로 낙엽 사이에 숨은 마른 가지들을 천천히 밀어내고, 흙을 다지고 디뎌서 계단처럼 만들어야 한 걸음 내려갈 수 있다.

반대로 낙엽 사이에 처박힌 꼴이라 집중해서 찾지 않는 다음에는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자그락. 자라락.

석강호가 디딘 자리에서 흙이 부서져 강찬의 등 쪽으로 떨어졌다.

강찬은 빠르게 초소를 보았다.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들었을 수도 있는 거다.

10초쯤 지켜보았지만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강찬은 다시 천천히 밑으로 움직였다.

부스럭.

강찬은 빠르게 아래를 살폈다.

낙엽 아래에 뱀이 있을 수도 있고, 그 외에 오소리, 너구리, 심지어 보도듣도 못한 엿 같은 짐승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독사만 아니면 된다.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갔다.

넷이 내려오는데 25분쯤 걸렸다.

해가 등 뒤에 있어서 산의 경계는 그늘이 졌고, 그래서 몸을 숨기기 더 좋았다.

강찬은 초소 위를 보았다.

20m 거리에 대략 2m가 올라간 2층 망루 형태다.

창이 없어서 비명이 울리면 밖으로 고스란히 들린다.

하기야 대공화기인 블리디미로프를 실내에 두는 얼간이야 없을 테니까.

저건 아무래도 과시용으로 설치해 놓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인민무력부라면 트럭이나 지프도 좀 왔다 갔다 하고 이런저런 소음도 좀 있고 해야 맞는 거 아닌가?

2층 망루다. 2m 높이.

산이라 그런지 놈들은 이쪽을 보지는 않는다.

그게 더 지랄이다.

차라리 규칙적으로 보는 거라면 틈이라도 있는데.

좌우 초소에서는 대놓고 다른 짓거리를 한다.

강찬은 시선을 돌려 석강호를 보았다.

‘준비됐지?’

‘됐소.’

눈빛으로 답이 오갔다.

강찬은 2층 망루에 있는 적을 겨냥했다.

사사삭.

석강호가 빠르게 망루의 밑으로 움직였다.

건물에서 보든, 초소에서 보든, 어떤 새끼가 보면 일이 복잡해진다.

커다란 판자와 둥그런 나무로 엇대놓은 망루다.

몸을 바싹 붙인 석강호가 시선을 돌렸을 때 강찬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후욱. 후욱.

석강호가 판과 나무를 잡고 위로 올라갔다.

팔에 의지한 채로 위로 올라가는 참이다.

삐걱. 삐이걱.

빌어먹을 나무가 소리를 질렀다.

“뭐네?”

위에서 말이 들렸다.

강찬은 잠자코 놈들을 겨냥하고만 있었다.

후욱. 후욱.

“놔두라. 공연히 우리보고 손보라 하믄 기것두 일이다.”

둘이서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들렸다.

휘이이이잉!

빌어먹을 바람이 강찬을 약 올리는 것처럼 쓸고 지나갔다.

고작 2m다.

이제 팔 두 번만 뻗으면 위로 올라간다.

널따란 판자가 몸을 가려주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끼이익.

석강호가 팔을 올리자 판자가 또 울었다.

“이거이 무너지고 있는 거 아니네?”

“아, 그 간나 새끼! 교대하고 나서리 살피라. 창에서 보고 있을 텐데 자꾸 두리번거리지 말라.”

끼이익.

석강호는 아예 망루의 발판 바로 아래로 두 팔을 걸었다.

두 놈은 다시 말이 없었다.

후욱. 후욱.

강찬은 석강호의 다음 동작을 기다렸다.

석강호가 조금 더 올라갔다.

건물 정면을 보고 대원 둘이 앉아 있었다.

총구를 우측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돌려서 대원 둘도 비스듬하게 앉았다.

난간은 허리 높이다.

후욱. 후욱.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하나, 둘.

화악!

석강호가 팔을 쭉 당겼고, 몸이 불쑥 위로 올라갔다.

몸을 비틀어 난간 밑으로 들어서는 순간, 적이 고개를 돌렸다.

푸슝! 푸슝!

두 놈의 이마에서 엷은 피보라가 피었다.

콰악. 콱.

석강호가 바로 달려들어 쓰러지려는 적의 등을 잡았다.

강찬은 바로 홍기윤에게 눈짓을 했다.

주변은?

강찬이 주변을 살피는 동안 홍기윤이 빠르게 망루를 올라갔다.

홍기윤은 적의 헬멧을 벗겨서 뒤집어썼다.

헬멧에 고였던 피가 홍기윤의 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홍기윤이 먼저 자리에 앉았고, 석강호가 그다음이다.

30초가 안 된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반은 성공했다.

강찬은 윤상기를 보며 목표한 초소를 가리켰다.

5분쯤 지난 다음이다.

치잇. 칫. 치치잇. 치이잇.

윤상기가 초소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들렸다.

시작이다.

강찬은 빠르게 망루 아래로 파고들었다.

철망은 망루를 감고 돌았는데 간격이 넓어서 충분히 빠져들어 갈 만했다.

치이잇. “다예. 들어간다.”

치잇. “알았소.”

강찬은 이를 악물고 4층 건물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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