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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지지리도 복이 없어서.
꼭 3분쯤 쉬고 났을 때였다.
“아까 헬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지금쯤 마주쳤을 거 같은데?”
‘헬기가 날아갔다고?’
헬기 소리를 듣지도 못했던 윤상기는 얼결에 강찬의 시선을 따라 대원들이 있음 직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중국 공항에서 우리가 기다렸을 때의 심정 기억하지?”
항공유 뿌려대며 장갑차와 헬기에 맞서던 순간을 어떻게 잊겠나?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남은 대원들이 처절한 전투를 치르고 있을 거다. 저놈들은 저기에서 죽어가면서도 우리가 장광택을 죽여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겠지.”
씨발!
순간 윤상기가 떠올린 욕이었다.
중국에서처럼 동료들이 처절하게 버티고 있는데 고작 달리는 게 힘들다고 죽네사네했었다.
윤상기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커덕.
상체를 튕겨서 군장을 제대로 멨고 소총도 단단히 붙들었다.
강찬이 피식 웃고 앞을 보았다.
“저 새끼들은 우리가 최소한 8시간은 걸릴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걸 깨야 돼. 그래야 장광택도 죽이고, 아군을 하나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거다.”
윤상기와 홍기윤은 한숨을 내쉬며 각오를 다졌다.
“가자.”
자박자박. 자바박.
강찬은 걸음을 옮기는가 싶더니 어느새 달리기 시작했다.
가방에 아무것도 안 넣은 건 아니겠지?
치사한 생각도 들었다.
분명히 고등학생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석강호에게 반말을 하고, 석강호는 반 존대로 따른다.
솔직히 윤상기도 지휘관으로 깍듯하게 예우한다.
왜 그러냐고?
니미, 저 눈빛, 적과 마주쳤을 때 보여주는 섬뜩한 실력, 그리고 절대로 꺾이지 않는 의지, 저런 걸 보고 어떻게 인정 안 할 수가 있겠나?
그냥 고개가 숙어지는 사람 있잖냐?
강찬은 그런 사람이다.
“헉헉. 헉헉.”
달린 지 5분도 되지 않아서 앞에서 쌓였던 피로와 숨 막힘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차라리 죽어버려라!’
윤상기는 몸뚱이가 들었으면 싶은 심정으로 악담을 떠올렸다.
‘못 견디겠으면 기절하든가, 죽어버려!’
절대로 포기하지는 않는다.
곽철호를 죽게 하라고?
피 튀어가며 싸우고 있을 대원들에게 1분, 1초가 얼마나 절박하고 소중한 줄 아는데 뛰는 게 힘들단 소리를 하라고?
“헉헉. 헉헉.”
차라리 뒈져라! 못 견디겠으면 심장이 터지라고!
허리가 끊어지든, 다리 힘줄이 나가든, 그러지 않은 다음에는 절대로 안 멈춘다.
윤상기는 강찬의 다리만 보았다.
밟는 자리를 악착같이 디뎠고, 죽어도 처지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다짐했다.
“커억! 컥!”
홍기윤이 토하듯 뱉어내는 숨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누구 한 사람 속도가 줄지는 않았다.
주르륵.
윤상기는 눈물이 흐르는 걸 알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씨발! 그래! 울어도 좋고, 토해도 좋고, 나중에 뒈져도 좋으니까 지금은 이렇게만 달리자! 이 작전 끝나고 다시는 못 걸어도 좋다! 그러니까 지금은 좀 달리자!’
시야가 뿌옇게 돼서 걸음을 놓칠까 봐 윤상기는 눈을 끔벅였다.
***
푸슝! 푸슝!
곽철호는 대원들을 넓게 벌려놓고 적과 맞서고 있었다.
새삼 강찬과 석강호가 얼마나 끔찍한 사람들인지 깨달았다. 달랑 둘이 가서 저런 놈들 20명 이상을 사냥하고 온 거다.
타다다당! 피잉! 파박! 파박악!
흙과 나무가 억울하다는 듯 요란하게 튀었다.
실탄 훈련이 없었다면, 프랑스, 중국의 작전이 없었다면, 곽철호는 절대로 지금처럼 견뎌내지 못했을 거다.
나뭇가지와 허리높이의 풀들 사이를 겨누고 있던 참이다.
휘이이잉! 적의 형상이 어른거렸다.
푸슝! 털썩!
개새끼들!
곽철호는 곧바로 대원들의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하나 죽였다고 들뜰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냉정해라.
싸움이 끝날 때까지, 끝나고 나서도 대원들을 지켜라.
타다당! 퍼버벅! 푸슝! 털썩!
강찬이 왜 그렇게 한 발씩 쏘라고 했는지. 곽철호는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았다.
집중이다.
사격 연습이야 한발, 혹은 3점사로 하지만 실전에서는 대고 긁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런데 한 발씩 쏘란다. 이렇게 하면 한 발 안에서 어떡해서든 잡아야 한다.
이마든 모가지든, 꼭 한 발에 집중하게 되는 거다.
실탄 훈련이 아니니까 마빡이나 모가지를 쏴도 된다.
타다당! 푸슝! 털썩!
씨발 놈들아! 내가 대한민국 특수팀 곽철호다.
곽철호는 소총을 겨눈 채로 쪼그려서 움직였다.
강찬이 보여준 자세다.
이렇게 해서 좌로 우로 훑는다.
여기서 버티다가 다시 산으로 숨으라고 했다.
조금만 더 가면 목표한 대공포 기지도 있고.
휘이이이잉!
푸슝! 털썩!
곽철호의 좌측과 우측에서 대원들이 비슷한 자세로 따라오고 있었다.
씨발! 목이 메도록 원하던 실전이다.
최성곤과 차동균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푸슝! 푸슝! 털썩!
왼쪽에 있던 대원이 먼저 쐈고, 곽철호가 확인사살을 했다.
‘잘했다. 방심하지 마. 들뜨지도 말고.’
눈이 마주쳤을 때 곽철호가 전한 내용이었다.
타다앙! 털썩! 푸슝! 푸슝! 털썩!
우측에 있던 대원이 쓰러졌다.
곽철호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 부족하다.
강찬이라면 절대로 저렇게 총을 맞게 두지 않았을 거다.
***
해가 하늘에 높다랗게 떠 있었다.
갑자기 사라졌던 통증은 잠시 후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으로 윤상기를 덮쳤다.
훈련소에서 처음 느꼈던 한계랑 느낌은 같은데 강도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웠다.
처어억! 처억!
그때 강찬이 속도를 줄이더니 마침내 멈췄다.
“허억! 허억!”
네 사람이 토해내는 숨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점심 먹어.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간다.”
길을 알고나 가는 건가?
시커먼 산을 대놓고 뛰고 있어서 방향은 아예 짐작도 못 했다.
처억! 철컥!
강찬은 내리막에 있는 바위에 왼발을 올리고 소총을 앞으로 향했다.
벌컥. 벌컥.
교대로 물을 마시고, 다음은 시레이션을 꺼냈다.
석강호가 두 개를 찢어 하나를 강찬에게 디밀었다.
경계를 서면서 하는 식사다.
“얼마나 쉴 수 있소?”
“10분.”
석강호가 욱여넣는 것처럼 시레이션을 때려 넣고, 물을 마신 다음, 몸을 옆으로 눕혔다.
‘설마? 잠을 자겠다고?’
드러렁! 드렁!
석강호는 코로 답을 했다.
윤상기가 놀라서 시선을 들었을 때였다.
“10분이라도 자두는 게 좋아.”
강찬은 윤상기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답을 했다.
우걱. 우걱.
윤상기도 비스킷과 샌드위치, 그리고 초콜릿을 욱여넣었다. 그리고 물과 함께 삼키다시피 했다.
털썩.
홍기윤과 함께 몸을 눕혔다.
이건 잠이 아니다. 기절이지.
***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 라노크는 집무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라파엘이 20분에 한 번씩 가져다주는 정보총국의 보고서를 읽고 바로 파쇄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새벽에 두 시간 잠을 잔 것을 제외하고 꼬박 집무실의 책상에 붙어 있었다.
달칵.
라파엘이 들어와 새로운 보고서를 책상에 올려주었다.
내용은 일간지 리베라시옹(liberation)의 기사가 전부였다. 정보총국과 라노크만이 아는 암호여서 다른 사람이 본다손 치더라도 실제로 전하는 내용은 알아보지 못한다.
라노크는 펜으로 짚어가며 읽고는 곧바로 파쇄기에 집어넣었다.
“정보총국에 지시해서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협조를 요청하고. 안느는?”
“아래층에 있습니다.”
“코드가 발령되면 곧바로 안느와 함께 오산으로 가서 본국으로 출국하도록.”
“알겠습니다.”
라파엘이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나섰다.
뚜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책상 위의 전화가 울렸다.
라노크는 벨이 다섯 번 울리기를 기다렸다가 수화기를 들었다.
“알로?”
[“라노크, 바실리다.”]
“목소리를 자주 듣는군.”
[“자네와 자네의 한국인 동료께서 너무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바람에 이런 것 아닌가? 한반도에서 DIA 요원을 죽여놓은 마당에 미국을 더 건드려서는 곤란해. 적당히 좀 하자, 라노크.”]
“바실리, 이번엔 확실하게 색을 드러내는 게 좋아.”
[“프랑스에서 죄지은 건 자네 구출에 출동한 것으로 모두 끝난 것으로 아는데? 그리고 무슈 강의 처지도 그렇게 유쾌한 것 같지는 않고. 중국의 모든 위성이 무슈 강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겠지?”]
“선택은 자네의 몫이지. 무슈 강의 결과에 따라 중국의 움직임이 바뀐다. 그렇다면 미국도 어쩌지는 못할 것 같은데?”
바실리의 기다란 한숨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정말 무슈 강이 살아 돌아올 거라고 믿나? 그것도 장광택을 죽이고?”]
“판단은 러시아와 자네의 몫이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모두 끝이야. 프랑스도, 자네도, 그리고 거창한 유라시아철도도.”]
“말이 많은 건 바실리 답지 않아.”
이번엔 바실리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쿠즈네소프(Kuznetsov)를 파견하지. 하지만 실제로 전쟁에 개입할 의사는 없어. 지금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현명한 판단이다. 바실리.”
[“냉정한 자네가 왜 이렇게 무모한 패에 베팅을 하는지 모르겠군. 행운을 빈다, 라노크”]
전화는 불쾌함을 고스란히 내비치며 끊겼다.
라노크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서양 가면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
“손안에 든 패가 에이스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바실리.”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라노크의 새끼손가락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
“프랑스의 정보총국에서 공수부대의 전면 배치, 기갑사단과 전투비행단의 비상대기를 요청해 왔습니다.”
문재현이 놀란 얼굴로 황기현을 보았다.
그만큼 지금 내용이 주는 충격은 작지 않았다.
“미국이 그걸 지켜보겠습니까?”
“이 명령까지는 대통령님의 지시 사항입니다.”
“다른 말은 없었나요?”
“프랑스는 한국의 저력을 믿는다라는 마지막 말이 있었습니다.”
문재현의 앞쪽에 있던 전대극의 시선이 홱 돌아왔다.
“실장은 뭔가 알고 있는 모양이지요?”
이게 그런 뜻이 맞을까?
전대극은 발표회장에서 라노크가 보였던 강찬에 대한 신뢰를 보았던 대로 털어놓았다.
“프랑스는 알아보고 한국은 몰랐던 강찬 학생의 능력이라! 그런 그들이 항모까지 파견한 마당에 우리가 주저할 수야 없지요.”
황기현도, 전대극도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몫이 너무 커서다.
문재현은 비상 전화를 들었다.
***
곽철호는 대원들을 또 뒤로 물렸다.
벌써 두 시간 가까이 교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사망한 대원 둘, 중상 한 명이다.
반대로 사살한 적의 숫자는 스물이 넘는다.
강찬이라면 아마 뚫고 나갔을 거다.
대치가 더 길어지면 정규군이 올라올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는 거다.
‘뚫고 나가?’
강찬은 최대한 모습을 감추고 적을 교란하라고 했다.
그런데 각오와는 달리 곽철호는 적을 떼어내지 못했다.
타다당! 파박! 파바박!
위쪽을 빼앗기면 안 되는 건데!
숨는다고 능선을 내려온 것이 워낙 치명적이었다.
푸슝! 파악!
적도 대치 상태에서 함부로 달려들지 못한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곽철호는 검지와 중지로 대원 둘의 위치를 조절했다.
타다당! 파바박! 푸슝! 푸슝!
대원들이 움직이자 총알이 날아들었고, 대응사격이 있었다.
대공포 진지를 공격하라고 했는데 당장은 앞을 꽉 막고 있는 적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절반쯤은 갔겠지?’
곽철호는 빠르게 대원들을 훑어보았다.
아직 눈빛은 살아있다.
20명이 100명을 상대해서, 두 시간을 넘겼다.
곽철호는 힐끔 하늘에 걸린 해를 보았다.
해가 높다랗게 솟았다가 반대편으로 기울어지는 시간이었다.
타다당! 퍼버벅! 타당! 퍼벅! 푸슝! 푸슝!
개새끼들이 이마를 내밀어야 어떻게 해 볼 텐데?
강찬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사자가 없는 늑대들의 싸움.
곽철호는 사자가 빨리 돌아왔으면 싶었다.
외로웠다.
***
“허억! 헉헉! 허어억!”
윤상기는 기절하지 않는 몸뚱이가 원망스러웠다.
10분 잤다.
그랬다고 2시간을 내쳐 달릴 줄은 몰랐다.
“흐억! 허어억! 흐어억!”
숨을 쉬는 건지, 폐가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광견병 걸린 개새끼처럼 침이 턱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고, 사타구니가 축축했다.
달리면서 소변을 본 거다.
아니! 조절이 안 돼서 오줌이 나온 거다.
여기서 더 달리면 죽는다.
산악구보? 물론 다 해봤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전력질주로 달리는 건 말이 안 된다.
“허어억! 흐어! 흐어어어!”
울음이 나오려고 했다.
방학숙제를 다 못하고 개학을 맞았을 때처럼 이상하게 겁이 났다.
동료들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데 고작 달리다가 죽는 게 무서운 건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죽는 거?
강찬은 10분 동안 경계를 섰다.
네 명 중 유일하게 잠을 안 잤다.
나중에 일어난 석강호가 투덜거렸는데 피식 웃고 말았다.
악마가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달려가 장광택만 죽일 수 있게 해준다면 영원히 지옥에서 타 죽겠다.
“으허어! 으헉! 으허헉!”
억울했다.
총 한 번 못 쏴보고, 동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침 흘리고 오줌을 싸다가 죽는 게 너무 억울했다.
해는 뒤통수쯤에 있었다.
오후 2시쯤?
아직 3시간은 더 달려야 할 거다.
‘미안하다! 미안해!’
대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최성곤이 보았다면 틀림없이 안 우는 척하면서 먼 하늘을 보았을 거다.
헬멧을 받아들고 하늘을 볼 때 대원들 모두 알았다.
그 드센 양반이 이를 꽉 깨물고 눈물을 감추고 있는 것을 말이다.
‘죄송합니다!’
최성곤을 생각하자 숨이 좀 더 잘 쉬어지는 것 같았다. 더 신기한 건 다리가 계속 움직인다는 거다.
이게 세계적인 특수팀인가?
기계처럼 계속 달리는 강찬과 석강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가?
“흐어어! 흐어! 흐어어어!”
터어억!
윤상기는 가슴을 세차게 부딪쳤다.
털썩!
다리가 풀렸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건가?
고개를 흔들었을 때 홍기윤이 널브러져서 개처럼 헐떡이는 것이 보였다.
뭐지? 나만 쓰러진 게 아닌가?
윤상기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들었다.
허리를 구부려 무릎에 상체를 기댄 강찬이 가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쉬나? 쉬는 건가?’
그럼 뭐하나? 이제 더 달릴 힘이 없는데.
“10분만 쉬고 장광택이 모가지 따러 가자. 고생했다.”
뭐라는 거지?
윤상기는 고개를 돌렸다.
“캐액! 캑!”
석강호가 구역질을 해대고 있었다.
나올 게 없어서 끈적한 침만 흘린다.
“허억! 허억!”
다시 시선을 가져왔을 때 강찬은 여전히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히죽.
시선이 마주친 순간이다.
강찬의 눈을 보자 얼음을 뒤집어쓴 것처럼 등골이 서늘했다.
“다 왔어. 꼭 네 시간 걸렸다. 허억! 허억!”
씨발!
윤상기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적이 예상했던 시간이 8시간이다.
분명 최선을 다한 속도를 감안했던 걸 거다.
그런데 4시간?
지금 그렇게 빨리 달리고도 살아 있는 건가?
실없는 웃음이 나왔고, 이런 사람과 싸워야 할 적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장광택! 이 개 병신 같은 새끼야!
너는 어쩌다가 이런 사람한테 찍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