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82화 (18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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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지지리도 복이 없어서.

푸슝! 푸슝!

“커어억!”

석강호에게 볼을 뚫린 적이 비명을 질렀고,

푸슝! 털썩!

강찬에게 이마를 뚫렸다.

거의 다 죽인 거 같은데?

강찬은 석강호를 향해 눈짓을 했다.

자그락. 자바악. 자박.

전투가 벌어지면 반응은 세 가지다.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는 놈, 숫자까지 많을 경우 이런 놈들은 절대로 참지 못한다. 물론 강찬의 총에 이마가 다 뚫렸지만 말이다.

다음은 기회를 노리거나, 상대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놈들이 있다. 그런 놈들은 석강호가 아래로 움직일 때 거의 이마를 뚫렸다.

그래서 이런 소탕작전을 할 때 가장 짜증 나고 신경 쓰이는 놈들은 꿩도 아니면서 대가리를 처박고 움직이지 않는 놈들이다.

어떡해서든 숨어서 살아있다가 방심할 때 총을 갈긴다. 전투가 끝난 줄 알고 담배 깨물 때 느닷없이 날아오는 총알은 대개 이런 새끼들이 쏜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 때면 강찬은 늘 적의 이마를 뚫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신기해하는데 답은 간단하다.

모든 게 천천히 움직이는 거다.

나뭇가지, 허리높이의 풀들이 느린 그림으로 바람을 따라 기울어지면 그 사이에서 이마, 눈, 혹은 목 등이 보인다.

지금처럼 말이다.

철컥! 푸슝! 푸슝! 털썩! 털썩!

강찬이 총을 쏜 직후에 석강호가 그 자리에 올라섰다.

석강호가 검지와 중지를 두 번 펼쳤다.

‘22명?’

한 새끼가 남았는데?

강찬의 시선을 알아챈 석강호가 고개를 돌렸다가 곧바로 총을 겨눴다.

푸슝! 푸슝!

“개새끼가 어딜!”

혼자서 산을 내려갔던 모양이다.

이 정도면 대강 끝났다.

심장 소리가 가라앉았고, 호흡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찜찜함이 사라져서 일단 눈앞에 위험은 피한 것이 맞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석강호가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작전이 거듭될수록 진화하는 괴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사람에게 달려들었다니!

알제리인 다예루는 덩치가 컸다.

처음 마주 섰을 때, 조그만 동양인 남자가 맞서는 것이 가소로워서 자존심이 상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막상 맞붙었을 때 다예루는 강찬이 쇠망치로 때리는 줄 알았다. 솔직히 얼마나 빠른지 주먹은 보지도 못했다. 거기에 옆구리, 목, 명치를 찔렸을 때의 고통이라니.

침을 흘려가며 바닥에 널브러진 다예루를 강찬은 무자비하게 밟아댔다.

‘죽어도 자존심 상하게 동양인에게 맞아 죽냐!’

의식을 차렸을 때 강찬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 더 그랬다.

어떻게 된 인간이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세 번째 덤볐을 때 강찬의 눈을 보고 다예루는 주먹을 뻗지 못했다.

여기서 더 덤비면 정말 죽는 거다.

파리의 조그만 바에서 있었던 일이다.

왜 그런지는 지금도 모르겠는데 더럽게 서러웠다.

애처럼 엉엉 울었다.

그때 강찬이 맥주를 건네며 뭐라고 했는데 알아듣지는 못했다.

씨발. 그렇게 두들겨 놓고 용병으로 데려갈 거라고 상상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총을 들고, 사람을 죽여도 괜찮은 곳이 있었다.

커피를 타라고 지랄하던 놈들을 들이박아도 강찬은 모른 척했다.

그 뒤로 꼭 두 번 강찬의 명령을 어겼다.

그중 한번이 망갈라 작전이다.

나서지 말라는 걸 감을 믿고 들어갔다가 좁은 방에서 어깨에 칼을 맞았다.

기둥에 묶여서 초승달처럼 휘어진 칼이 목에 닿았다.

그때 보았던 강찬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대검을 들고 창으로 뛰어들어와 악착같이 적과 맞서던 모습을 말이다.

그 와중에 스치는 것처럼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개새끼! 살아! 살아 있어!’

씨발. 죽일 것처럼 때렸던 놈을 그렇게 악착같이 살리려고 할 줄은 몰랐다.

저 사람도 더럽게 외로웠구나!

그때부터 진심으로 의지했던 것 같다.

“개새끼!”

피투성이가 돼서 밧줄을 끊으며 강찬은 한국말로 욕을 했다.

그 뒤에 알았다.

아프리카에서, 외인부대 특수팀에서 강찬이 얼마나 전설적인 존재인지를 말이다.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던 놈들치고 성한 놈이 없었다.

그거는 그래도 좀 낫다.

강찬이 병아리를 못 지킨 날 빈정대던 놈들은 정말 기어서 도망갔다.

오바하는 거라고?

강찬이 찍은 칼을 팔뚝으로 막으면서 알았다.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정말 죽이려던 거란 걸.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기억하지 않으려는 그 전장에서 강찬은 병아리를, 대원들을 가슴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나이가 월등히 많은 몸이다.

그래도 강찬에게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이 사람은 그냥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장에서 죽음을 결정하는 사람.

내가 살아있는 동안 절대로 나를 버리지 않는 사람.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죽었을 때 절대로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는 사람.

“왜?”

강찬의 질문에 석강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그래? 뭐 있어?”

강찬은 뒤를 돌아보기까지 했다.

***

산책로 중간에 있는 등이 없는 나무 벤치다.

문재현과 황기현이 앉았고, 전대극은 그 앞에서 서서 경호 요원들을 살폈다.

“중국에서 장광택을 지원하는 세력이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재현은 입술을 꾹 다문 채로 굳은 표정이었다.

“장광택이 군사행동을 할 거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고, 최고 지도자를 암살하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양범도 정보국의 실권을 쥐기가 어려워집니다.”

“어쨌든 장광택이 죽어야 해결될 문제들이군요.”

문재현의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이 있었다.

“군부가 장광택에게 온통 기울어 있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정보를 넘겼을 확률도 있습니다.”

“미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현재 주한 미군은 외출, 외박 금지의 수준입니다. 이번 작전을 우리가 먼저 실토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문재현은 나직한 한숨을 내쉰 후에 입을 열었다.

“전쟁은 안 됩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국민의 희생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한반도는 강대국들이 잘게 찢어서 나눠 갖는 전리품이 될 겁니다. 문화, 언어, 풍습이 달라지면 우리 민족은 끝입니다.”

말을 한 문재현이 힐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북한에 있는 우리 비선을 통해 대원들을 귀환시킬 방법은 없나요?”

“각하. 지금은 그 대원들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이미 발각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성공확률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황기현이 주변을 살폈다.

“유럽에서 북한 지도부 2인자를 한국으로 데려올 생각입니다.”

전대극이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경호 요원들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이다.

“현재 유럽에 있는 요원들 전체가 달려들고 있습니다. 망명의사를 밝힌 북한의 지도부만 다섯 명이 넘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장광택도 당장 군사 도발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다만, 대통령께서 빠른 시간 안에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드는 것만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문재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책로에서 집무실로 향하는 곁에서 황기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원들에게는 오늘 밤 따로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그렇더라도 다들 서로를 감시하는 상황이라 당장 북한에 있던 비선을 움직이기는 어렵습니다.”

“흠.”

“내일 오후에 에이글라가 우리 공해상에 진입합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신경을 곤두세울 것입니다. 그때에 맞춰 미군과 관계를 진전시키시면 가장 효과가 있을 겁니다.”

“프랑스는 정말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서 에이글라를 출발시킨 걸까요? 정말이지 정보전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후우! 그런데 우리는 정보 세상을 이끌 인재를 작전에까지 내몰고 있는 상황이니…….”

“각하. 러시아의 바실리나 영국의 이튼, 그리고 프랑스의 라노크 역시 특수팀 출신으로 작전에 나간 경험이 있습니다. 유럽은 그런 과정을 거친 요원, 그리고 그 작전이 어려울수록 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찬 학생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작전에서 살아온다면 전 세계 정보국에서 강찬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강찬 학생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지금은 또 강찬 학생이 유일한 희망인 거군요.”

문재현은 파란 가을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가 시선을 멀리 돌렸다.

“당당한 대한민국,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대통령이 되어서 강찬 학생의 어깨에 모든 것을 얹어놓았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속없는 소리 같지만 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 학생 특유의 웃음을 보면 어쩐지 기운이 날 것도 같구요.”

문재현은 북쪽을 향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강찬은 이를 악물고 있었다.

사망한 대원이 넷이다.

똑바로 눕혀 놓았고, 팔을 가슴으로 모았는데 그중에는 손가락이 부러진 대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저 손으로 밤새 달려서 이곳에 왔고, 고작 마른 비스킷과 초콜릿을 먹은 다음, 허망하게 죽었다.

동료들의 사기를 꺾을까 봐 신음조차 내지 못했고, 억지로 비스킷을 씹던 대원이다.

이런 게 싫어서 가슴에 담지 않으려고 애썼다.

작전에 익숙한 서양 놈들은 죽은 대원들을 잘도 털어내는데 강찬은 정말이지 이런 때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적진에 뛰어든 거다.

이런 희생이 전혀 없을 거라고 믿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눈으로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어쩐 일인지 우리가 진행하는 길을 적이 알고 있다. 누군가 배신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볼 수 없는 위성을 통해 찍혔을 수도 있다.”

강찬이 입을 열자 대원들의 시선이 단박에 몰려들었다.

“이렇게 되면 독검리 쪽으로 빠져나가든가, 아니면 우리가 가려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뚫던가, 둘 중 하나다.”

강찬은 나가려던 방향을 보고 피식 웃었다.

“작전이 발각되었으니까 이런 경우는 퇴각을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너희는 지지리도 복이 없어서 지랄 같은 지휘자를 만난 거다.”

곽철호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킨 다음이다.

“그래도 돌아갈 기회는 주겠다. 독검리로 가고 싶은 대원은 나서라.”

누구 한 사람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강찬은 피식 웃은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조를 두 개로 나눈다. 나와 앞서갈 대원으로 우선 석강호.”

내용도 모르는 석강호가 히죽 웃었다.

“이곳에 작전 나왔던 대원?”

“예.”

홍기윤이 답을 했다.

“나, 너, 석강호, 그리고 한 명이 더 필요하다.”

가장 먼저 곽철호의 손이 올라왔다.

“넌 이쪽을 지휘해야지.”

미친놈들처럼 모든 대원이 손을 들고 있었다.

“윤상기.”

“감사합니다!”

짧고 굵직한 답이었다.

강찬은 지도를 꺼냈다.

“곽철호. 내가 최대한 빠르게 신평을 향해 달릴 거다. 그동안 너는 대원들과 피할 수 있는 데까지 교전을 피하고 여기 보이는 대공포 진지, 이거 해결해.”

“그다음은 어떻게 합니까?”

“숨어. 그래서 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만약 20시 27분에 별다른 지시가 없으면 바로 독검리로 움직인다.”

곽철호는 답을 하지 못했다.

“프랑스, 중국, 북한에서처럼 냉정하게 생각해.”

툭.

그리고는 곽철호의 헬멧을 두드려주었다.

툭. 툭. 툭. 툭.

처음엔 쭈뼛댔던 대원들이 지금은 스스럼없이 강찬의 헬멧을 두드린다.

그러면서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는 거다.

이렇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서 담배를 피울 수도 있지만, 차가운 시체로 마주할 수도 있다.

감정이 올라와 눈가가 벌겋게 변한 대원들도 있었다.

죽은 대원들은 가슴에 군장과 소총을 올려놓고, 시레이션을 모두 꺼낸다. 그리고 바지와 소매를 찢어 코와 귀를 막는다.

미안하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판단했다면!

내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났더라면!

대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장광택의 숨통은 끊어주마.

강찬은 죽은 대원들에게서 시선을 들었다.

“가자.”

강찬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석강호, 윤상기, 홍기윤이 그 뒤를 따랐다.

***

“뭐라는 기야?”

장광택은 마른 몸에 주름이 많았다.

얼핏 보면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생겼는데 찌부러진 눈에 감춰진 눈빛을 보면 절대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한다.

헐렁한 바지 위로 인민군 예복을 입었고, 빽빽하게 단 상기 위아래로 다시 훈장을 주렁주렁 달았다.

“다시 말해보라우.”

“연락이 완전히 끊겼습네다.”

장광택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경보병 3개 소대면 비무장 지대에서도 막힘이 없어. 그런데 도착과 동시에 바로 연락이 끊겼다? 기것도 헬기 두 대를 잃었는데?”

장광택이 시선만 들어서 부관을 노려보았다.

“경보병 2개 중대를 다시 보내라우!”

“알갔습네다!”

부관이 나가자 장광택은 창으로 다가가 앞에 펼쳐진 산을 보았다.

인민무력부 건물이라고 해도 지어진 지 30년이 넘는 콘크리트 4층 건물이다. 북한 군부의 핵심이기 때문에 인민무력부가 힘을 쓰는 것이지, 건물이 크다거나 완벽한 시설을 갖춘 것은 아니다.

만약 북한 지도부와 관계가 좋았다면 이곳이 아니라 평양의 비상기지에 있어야 맞다.

장광택은 인상을 찌푸렸다.

북한지도부는 지금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다.

남조선에 러시아와 중국이 인정하는 어린놈이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새파란 지도자는 전혀 모르는 것이다.

위민국을 단숨에 제압한 놈이다.

몽골에서 장광택의 자랑이던 대원들을 몰살시켰고, 그 후에도 각종 계획을 전부 무산시킨 놈이다.

그것뿐이냐?

북한의 열렬한 지원자 허극을 죽이고, 베이징 허우두 공항을 폭파한 놈이다.

놀라운 것은 그러고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유라시아철도?

연결과 동시에 북조선은 체제가 무너진다.

어린 지도자는 절대로 알지 못할 일이다.

사상이 공고한 인민들이 바깥세상과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되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장광택은 책상에서 담배를 들어 불을 붙였다.

“후우.”

피해야 하나?

아니다. 군부의 시선이 몰려있는 지금 인민무력부장이 고작 20명이 넘는 남조선 특수팀을 피해 자리를 옮겼다고 하면 신뢰를 잃는다.

“간나 새끼!”

장성택은 욕을 뱉으며 담배를 눌러 껐다.

“와 보라우.”

그리고 창밖에 펼쳐진 산을 노려보았다.

어린놈을 잡으면 남조선을 제대로 압박할 수 있다.

인민무력부가 왜 신평에 있갔나?

경보병과 820 전차군단이 바로 옆에 있고, 그 외에 4개 기계화 군단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다.

“몽골에서 죽은 우리 아이들의 복수를 하고, 네놈의 모가지로 남조선을 압박해 주갔어.”

허극이 죽고 중국 내부에도 이상 기류가 흐른다.

장광택은 이번에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 생각이었다.

***

해가 이마쯤 있었다.

“헉헉. 헉헉.”

거친 숨소리, 철컥거리는 소총 소리, 돌 밟히는 소리가 요란한데 강찬은 도통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윤상기는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었다.

죽은 대원들, 최성곤, 아내를 떠올렸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어제저녁 도시락 먹고 한 시간 자고, 오늘 오전에 10분 잤다.

무박 3일 훈련, 천 리 행군, 혹한기 훈련 다 했다. 하지만 그 어떤 훈련에도 산악지역을 전력 질주하는 과정은 없었다.

그것도 1시간을 쉬지도 않고.

“헉헉. 헉헉.”

부끄럽다.

죽은 대원들에게 미안했다.

그렇지만 강찬처럼 저렇게 달리지는 못한다.

폐는 터지기 직전이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소총과 군장을 감당하는 어깨는 생으로 파대는 것처럼 아프다.

‘이제 한계야.’

1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정신력이고 지랄이고,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휘청! 콰자작!

그렇더라도 포기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기절해서 쓰러질지언정 절대로 포기란 없다.

콰아악!

그때 윤상기의 가슴과 목을 누군가 끌어안았다.

“허억! 허억!”

강찬이다.

어깨를 들썩이는 것도, 커다랗게 숨을 토해내는 것도 가쁜 숨을 내쉬는 것도 윤상기와 똑같은 강찬.

“잠깐 쉰다.”

털썩.

윤상기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부스럭. 부스럭.

군장을 내린 강찬이 물을 꺼내서 윤상기에게 건네주었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윤상기가 그나마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강찬은 석강호가 건네준 물을 마시고 있었다.

“씨발! 더럽게 힘드네!”

석강호의 욕이 떨어진 곳에서 홍기윤이 벌러덩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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