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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165화 (16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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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시간이 별로 없어서.

산책로를 걷는 문재현이 전대극에게 고개를 돌렸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일본까지 경제조치를 취한다면 이젠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선제공격을 인정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말하는 위험부담은 대원들을 말하는 겁니다. 그 정도면 작전에 성공해도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아무리 중국 내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베이징 시내입니다. 그리고 목적을 이룬 다음에 우리 대원들을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은 라노크 대사를 믿으셨으면 합니다. 강찬 학생과의 연결고리도 있고, 먼저 제안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작전 성공확률이 희박한 것을 걱정해야 할 때군요.”

“각하.”

문재현이 힐끔 시선을 주었다.

“중국은 골프장, 발표회장에 직접 병력을 투입했습니다. 선제공격을 하게 해 주십시오.”

“선제공격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혹시 내가 대통령직을 움켜쥐고 싶어서 소중한 목숨을 희생하는데 동의하는 건 아닌가 싶은 겁니다. 이번에도 강찬 학생이 지휘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각하.”

“허하수 의장을 만났다던데 일본의 경제조치에 대한 정보에, 중국 정보국의 작전까지, 모든 일을 강찬 학생에게 의지하는군요.”

“각하. 이대로 월요일에 일본의 경제조치까지 맞으면 각하는 분명 탄핵되실 것입니다.”

무례한 말이었다.

그런데도 문재현은 덤덤했다.

“작전에 실패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다만, 그럴 경우 각하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그렇겠지요. 중국이나 일본은 그들에게 저항했던 한국의 지도자를 살려둘 수 없을 테지요. 실장의 말대로 작전에 실패하고, 탄핵당한다면 나는 반드시 죽게 될 것입니다.”

“각하.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어주십시오.”

문재현이 힐끔 전대극을 보았다.

***

최성곤의 나직한 한숨 소리가 막사 안으로 흩어졌다.

차동균은 벽에 걸린 시계를 흘끔 보고는 시선을 떨궜다.

이런 좌절이 1년에 한 번씩은 있었다.

프랑스로 날아가 러시아, 영국의 특수팀과 싸웠고, 엄청난 전공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은 대한민국에 걸어온 싸움을 맞받아치는 일이다.

그것도 상대가 중국이다.

중국, 일본이 국내에서 테러를 자행할 때마다, 대한민국의 요원이 억울하게 살해당했을 때마다, 비상이 걸리긴 했지만, 실제로 출동해 본 적은 없었다.

3시간이라고 했는데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실전이다.

훈련에 앞서 강찬이 외쳤던 소리가 대원들의 신조처럼 되었다.

- “실전 경험이 없다는 말뜻을 새겨! 너희 중에 절반 이상이 죽어서 돌아오는 작전을 치르는 거다! 새로운 대원이 투입돼서 또 그 이상 죽어서 돌아오는 작전이 반복된 뒤에! 살아남은 대원들이 베테랑이 되고, 그 경험이 밑으로 내려간다.” -

죽고 싶어서 특수팀에 자원한 놈들이 어디 있겠나?

살고 싶다.

살아서 베테랑이 되고, 그 경험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그러려면 처절한 현장에 처음 나가는 선배가 있어야 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지켜줄 수 있는 선배.

강찬처럼 실력으로 적을 압도하고, 마지막에 헬멧을 뺏어낼 수 있는 선배.

“흐…….”

한숨을 내쉬던 차동균이 빠르게 최성곤의 눈치를 살폈다.

그때였다.

때르릉. 때르릉. 때르릉.

책상 위에 놓인 직통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달칵.

“최성곤입니다.”

답을 한 최성곤이 상체를 똑바로 세우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동균이 빤히 바라보는 앞이다.

그런데도 최성곤은 눈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설마? 정말 중국을 목표로 작전에 나설 수 있다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은 최성곤이 눈을 껌벅였다.

“외출 허가다.”

“정말입니까? 장군님?”

“자세한 일정은 가면서 듣도록. 출발해라.”

“감사합니다!”

“살아! 이번에도 살아서 돌아와! 그래서 후임들을 키워. 그걸로 난 더 바라는 거 없다. 얼른 출발해.”

경례를 올린 차동균, 최성곤은 빠르게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1초라도 시간을 더 주고 싶은 거였다.

***

[“강찬 학생. 문재현입니다.”]

“예, 각하.”

뜻밖의 전화였다.

강찬의 대꾸를 들은 세 사람이 시선을 교환하며 눈치를 살폈다.

[“부끄럽고, 고맙고, 미안해서 전화했습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인재를 키우기는커녕 계속 위험한 일에 내몰고 있어서요.”]

이 사람은 어떤 말에도 진심이 담겼다.

[“이번에도 멋지게 해결하고 다 같이 돌아왔으면 싶습니다. 염치는 없지만, 정말 그렇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각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봐 주세요. 전 세계 모두가 다시는 못 일어난다고 단정 지었던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만큼 뛰어나고 강한 민족입니다. 대한민국이 강찬 학생을 필요로 한다고 여겨주세요.”]

“예.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전화가 끊기지 않더니 곧바로 전대극의 음성이 들렸다.

[“외출 나간 아이들은 전에 보았던 길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이미 출발했으니까 시간 맞춰서 나가다오. 와서 보자.”]

“고맙습니다, 실장님.”

[“내가 고맙지. 이번 일 끝나면 같이 매운탕 먹으러 가자.”]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출발하는 거요?”

강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석강호가 만족한 듯 웃었다.

“개새끼! 중국에 다녀와서 어떤 상판을 하는지 봐 줍시다.”

석강호는 벌써 눈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김태진은 강찬에게 미안한 얼굴이었다.

“또 자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었어.”

“전 오히려 숨이 뚫리는 느낌인데요?”

“고맙다.”

“우선 대사님께 전화부터 드리고요.”

강찬은 곧바로 라노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용이야 간단했다.

[“강찬 씨. 차를 보내겠습니다. 내일이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군요.”]

꼭 돌아오라는 의미를 참 어렵게 말한다.

다음은 최종일이다.

“승인이 떨어졌다. 차가 도착하면 연락할 테니까 로비에 있어.”

[“고맙습니다.”]

최종일이 안도하는 음성으로 답을 했다.

남자들끼리 통하는 감성이다.

마지막으로 석강호와 둘이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낯 간지럽기도 하고, 조용하게 통화하고 싶어서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여보세요? 아들?”]

“예, 어머니. 저녁은 드셨어요?”

[“그러엄. 아들은?”]

“맛있는 거 먹었어요. 그런데 어머니, 저 오늘 못 들어갈 것 같아요.”

[“왜, 또? 힘든 일이야?”]

“뭘 하나 준비 중이에요. 다들 있는데 저만 빠져나가기 어려워서요.”

[“알았어. 피곤해서 어떡하니?”]

“전 정말 괜찮아요. 그럼 내일 전화 드릴게요.”

[“응, 아들. 피곤하면 눈치껏 좀 자고 그래.”]

“예, 그럴게요.”

전화를 끊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침실문을 열고 거실로 나갈 때 김태진도 전화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최 장군 전화야.”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세요?”

“후배들을 혼자 비무장 지대에 보낼 때 늘 이랬어. 겉으로 단단한 척했지만, 걱정되는 것 있잖아? 이젠 나이를 먹은 모양이야. 표정 관리가 안 돼.”

20분쯤 멋쩍은 이야기가 오갔다.

서로에 대한 걱정, 작전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논하고 싶었지만, 결과가 워낙 빤한 일이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하겠나.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전화가 울리자 시선이 삽시간에 몰려왔다.

“여보세요?”

[“무슈 강. 지하주차장에 대기 중입니다.”]

“바로 내려가지.”

전화를 끊은 강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올게요.”

“그래. 부탁하자.”

김태진, 김형정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석 선생. 이번에 다녀오면 술 한잔 합시다.”

“그거 좋지요.”

인사를 마친 강찬과 석강호는 곧바로 지하로 내려갔다.

***

강찬과 석강호, 최종일 일행을 태운 승합차는 곧바로 호텔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무슈 강. 우선 이 자료를 보시랍니다.”

조수석에 앉은 프랑스 요원이 종이봉투를 건네주었다.

눈매가 날카로운 사내의 정면 사진, 악수를 나누는 사진, 그리고 뒷짐을 지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허하수에게 국무총리를 교체하라고 언질을 준 놈.

북한 특수군에게 대통령 암살을 지시한 놈.

그리고 경제조치를 취하게 한 놈.

한 장씩 꺼내서 살피고 석강호에게 건네주었다.

다음은 최종일 일행이 보았다.

그렇게 여섯 장의 사진이 전부였다.

강찬은 다시 봉투에 담아 품에 넣었다.

대원들에게 보여줄 참이었다.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린 승합차는 오산 비행장 앞길에 서 있던 버스 앞에 멈춰 섰다.

“우린 저 버스로 움직일 테니까 여기서 돌아가. 고마웠다.”

“행운을 빕니다.”

강찬이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

치이익.

버스의 문이 열렸다.

위로 올라가자 중간쯤에 대원들이 앉아있었다.

차동균을 비롯해서 경례를 올렸다.

“그런 거 하지 말자.”

강찬이 앞자리에 앉으며 장난처럼 말을 했다.

바리케이드를 지나서 비행기 앞에 버스가 멈췄다.

경험했던 일이다.

말이 필요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뜻밖에도 비행기는 실제로 에글러(aigle)라는 프랑스 민간 화물기였다.

화물을 싣는 비행기는 좌석이 없다.

이동용 트랩을 올라가자 항공용 컨테이너 사이로 남자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한국말이다.

동양인이고, 억양에 중국어 발음이 묻어 있었다.

대원들이 모두 오르고 나자 트랩이 빠져나가고, 문이 닫혔다.

찰캉! 찰캉!

중국인 사내가 충전용 램프를 켰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으로 출발합니다.”

띠잉. 띠잉. 띠잉.

경고음과 동시에 비행기가 덜컹거리며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

요란한 진동이 이륙과 함께 익숙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사내는 지도를 꺼내서 바닥에 놓았다.

“컨테이너에 탄 채로 움직입니다. 이 지점에서 트레일러를 멈출 거고, 목표 건물은 이겁니다.”

사내가 두 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사거리의 좌측과 우측 건물이었다.

“경계 인원은?”

“그거이…….”

강찬이 날카롭게 바라보자 사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평소에는 20명가량입니다.”

“그럼 지금은?”

“오늘은 확인 못했습니다.”

긴장했는지 중국 억양이 좀 더 강해졌다.

“양범은?”

“예?”

“양판. 양범은 어디서 만나지?”

“근처에 대기 중입니다. 작전에 성공하면 바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얍삽한 새끼.

실패하면 모른 척하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양범을 만나지 못했을 경우, 퇴각 방법은?”

“처음 내린 곳에 트럭을 대기시킬 겁니다.”

실패했는데 목표 건물 바로 옆으로 모이라고?

강찬은 이를 꽉 깨물었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

“도착까지 얼마나 걸리지?”

“두 시간 반 걸립니다.”

“공항에서 목표지점까지는?”

“이동은 40분 거리인데 컨테이너를 내리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좀 더 걸릴 겁니다.”

작전을 안내하는 사람치고는 참 엉성한 답변이었다.

“미안한데 뜨거운 물이나 커피, 그런 거 좀 있을까?”

“뒤에 있습니다.”

강찬이 빤히 쳐다보자 그때야 안내인이 움직였다.

시간이 급했다. 생소한 도심지역이다.

강찬은 목표 건물의 대각선 건물을 검지로 찍었다.

대원들의 시선이 몰려왔다.

‘알파!’

입 모양으로 알려준 말이다.

차동균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베타는 정하지도 못했다.

안내인이 컵에 물을 한잔 들고 왔다.

“커피는 없어?”

“준비 못 했습니다.”

비행기는 분명 정보총국에서 준비한 것이 맞을 거다. 그렇다면 안내인의 신원도 보증한다는 말이 된다.

너무 예민한 건가?

그렇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이렇게 경험이 하나둘씩 전달되는 거다.

“준비하자.”

강찬의 말에 대원들이 들고 왔던 가방을 열었다.

대원 두 명이 가방에서 군복을 먼저 건네주었다.

아무런 표식이 없는 검은색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었다.

구두약 같은 크림을 얼굴에 발랐다.

야간 투시경이 달린 헬멧을 쓴 다음, 헤드셋도 걸었다.

철컥. 철커덕.

차동균이 권총과 소총을 건네주었다.

마치 규정인 것처럼 강찬과 똑같이 권총을 허리와 발목에 찼고, 대검은 오른쪽 발목에 걸었다.

이런 건 편안하게 하면 되는 건데?

탄창을 허리 뒤와 팔뚝에 걸고 나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

“그걸 가져왔어?”

“지난번에 경험했잖습니까?”

강찬이 웃는 사이 대원 두 명이 움직였다.

잠시 후, 익숙한 봉지 커피 냄새가 비행기 안에 가득 퍼졌다.

“고맙습니다.”

커피를 받은 안내인이 대원에게 인사를 전했다.

한 모금, 그리고 또 한 모금.

물이 조금 더 뜨거웠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드드드. 드드드득.

비행기의 진동에 따라 컨테이너가 흔들렸다.

이미 시작한 작전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팀에서 해결해내야 한다.

종이컵을 옆에 내린 강찬은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냈다.

“담배는 안 됩니다.”

안내인이 화들짝 놀라 뱉은 말이었다.

“화물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게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염병할!

군용 비행기가 아니니까 이런 불편함이 있다.

석강호와 대원들이 강찬만큼이나 서운한 표정이었다.

강찬은 사진을 꺼내 차동균에게 건네주었다.

등을 기대고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아아아앙.

빠르긴 더럽게 빠르다.

비행기가 커다랗게 회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철컹! 철컹!

안내인이 앞에 있는 컨테이너의 문을 열었다.

강찬의 눈짓에 차동균과 대원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더럽게 무식하고 미련한 방법이다.

배신이라도 당한다면 저게 그냥 관이 되는 거다.

라노크를 의심하는 게 아니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엄청난 응징을 가해줄 사람이 바로 라노크다.

하지만 그러면 뭐할 건가?

모두 저 안에서 벌집이 돼서 죽은 뒤일 텐데 말이다.

철컹! 철컹!

안내인이 두 번째 컨테이너를 열었다.

최종일이 들어갔고, 석강호가 탔다.

“나머지 컨테이너가 진짜 화물이야?”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닫아.”

안내인이 놀라고 의아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난 트레일러 바닥에 매달릴 테니까 이대로 닫으라고.”

“계획에 없던 내용입니다.”

“어차피 가짜 화물인 거 알고 실어가는 거다. 그러니 나는 트레일러 밑으로 해서 가겠다.”

강찬의 눈빛을 본 안내원이 마지못해 컨테이너의 문을 닫았다.

띠잉. 띠잉. 띠잉.

비행기가 아래로 내려갔다.

우우우우웅! 우우웅. 드드드드드드!

그리고 거친 엔진 소리와 함께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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