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63화 (16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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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첫걸음.

김형정의 방에 들어갔을 때 탁자 정면에 석강호가 앉아 있었다.

“어서 오쇼.”

“강찬 씨. 마실 것은요?”

“커피요.”

혹시나 석강호가 마시고 있는 음료를 줄까 봐 강찬이 얼른 답을 했다.

“팀장님. 나도 한 잔 부탁합니다.”

“그러시죠.”

김형정이 인터폰으로 음료와 커피를 부탁하고 자리에 앉았다. 광고에서 에너지 드링크나 비타민을 먹기 전의 모델처럼 보였다.

“완전히 전쟁터 같습니다.”

김형정이 지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달칵!

그 사이 직원이 음료와 커피를 놓아주고 나갔다.

“드시죠. 라노크 대사가 다른 말은 없던가요?”

“몇 가지 이야기는 있었지만, 확정된 건 없네요. 총리님이 사임 의사를 밝혔던데 그건 어떻게 되셨어요?”

김형정은 잘 닫혀있는 문을 돌아본 다음 입을 열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허하수 의장은 국가정보원장의 교체, 그리고 강찬 씨가 본인이나 중국 대사관에 사과하지 않으면 끝내 탄핵안을 제출할 거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벼엉신!”

석강호가 허하수를 단 한마디로 표현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흠.”

입술을 내밀고 잔을 바라보던 김형정이 시선만 들어서 강찬을 보았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어차피 제가 맡고 있는 팀이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할 때까지 강찬 씨를 지원하는 역할이니까 규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닐 겁니다.”

지친 눈을 보자 당장에라도 비타민을 한 움큼 입에 물려주고 싶었다.

“국가정보원의 내부 정보가 허하수 의장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일부 정보는 허 의장에게 먼저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구요.”

“내부에 적이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것도 상당히 고위직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이 원장님께 직보를 할 수도 없고. 당장 원장이 바뀌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대책은요?”

“국가정보원의 특성상 현장에서는 다른 팀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우선 정보가 어떻게 허하수 의장에게 빠져나가는지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총리님은 이대로 교체할 생각인가요?”

“솔직히 위쪽에서 어떤 계획인지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김형정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답이 없는 거네요.”

“글쎄요?”

김형정이 고개를 갸웃한 다음, 말을 이었다.

“정보가 허하수 의장 쪽으로 흘러간다고 판단하고 최대한 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첩첩산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계획이나 북한의 도발을 미리 알린다면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염병! 가장 믿고 있던 조직이 불편해지는 심정이라니!

“주식 가지고 있는 거 있소?”

뜬금없는 소리에 강찬이 시선을 들었다.

“지금 난리요. 혹시 가진 거 있으면 얼른 파쇼.”

“지난번에 싹 정리했다.”

“다행이오.”

증권 계좌가 있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그런 걸 걱정할 때가 아니다.

“팀장님. 이방은 도청으로부터 안전한가요?”

뜬금없는 질문일 텐데도 김형정은 먼저 방을 쭉 둘러보았다.

“기본적인 시설은 돼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잠시 나가죠.”

김형정이 빠르게 석강호를 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땐 김태진이 도움이 된다.

강찬은 건물을 나오면서 김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무언가 답답한 느낌이 묻어 있었다.

“대표님. 지금 어디세요?”

[“사무실에 있어. 뭐 움직일 일이라도 있나?”]

봐라. 답답했던 거 맞다.

“지난 번에 도청 검사해 줬던 직원들이 필요한데요. 대표님과 의논하고 싶은 것두 있구요.

[“그래? 지금 어딘데?”]

“삼성동 김 팀장님 사무실이에요. 지금 나왔으니까 회사 앞 커피전문점으로 갈게요.”

[“흠. 알았다. 바로 나가지.”]

사무실로 올라가지 않겠다는 의미를 김태진은 바로 알아들었다.

석강호의 차에 셋이 탔고, 최종일 일행이 뒤를 따랐다.

유비캅 건물 앞의 커피전문점에 들어서자 직원 둘이 기다리고 있다가 구두부터 전화기, 그리고 온몸을 모두 검사했다.

“잡히는 신호는 없었습니다.”

“고생했다. 들어가고, 난 이곳에 있을 테니까 그렇게 전해.”

“알겠습니다.”

직원 둘을 보내고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강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테라스에 두 테이블이나 손님이 있었다.

“왜 그래?”

김태진이 빠르게 강찬의 시선을 따라 옆 테이블을 살핀 후 시선을 주었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자리를 옮기죠.”

김형정도, 김태진도 강찬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한 표정이었다.

손도 제대로 대지 않은 음료수를 둔 채로 넷이서 커피전문점을 나섰다.

강찬이 떠올린 장소는 남산호텔이었다.

이번엔 석강호의 차에 넷이 탔다.

무슨 일인지, 왜 그러는지 누구도 묻지 않았다.

강찬이 이렇게까지 할 때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세 사람의 표정에 확연하게 올라와 있었다.

강찬은 방을 예약하지도 않았다.

지금부터 라노크를 구할 때처럼 움직인다.

조심하고, 조심한다.

호텔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동안, 강찬은 프런트로 향했다.

역시나 주철범이 빠르게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형님?”

“응. 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다른 말 하지 말고 넓은 방 하나 줘. 평소에 쓰지 않던 걸로.”

“잠시만 기다리십쇼, 형님.”

주철범은 5분쯤 뒤에 카드키를 가지고 왔다.

석강호도 이미 들어와 있는 참이다.

강찬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1804호로 움직였다.

침실의 입구를 막아놓아서, 고급스러운 사무실이나 응접실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석강호. 냉장고에 음료수 있어.”

“알았소.”

석강호가 냉장고를 열자 김형정이 잔을 가져왔다.

재킷을 벗어 셔츠 차림인 세 사람과 원래부터 면티를 입었던 석강호가 소파와 탁자의 의자를 가져다가 앉았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번잡스럽게 했어요.”

치이익.

석강호가 캔 음료를 따다가 슬쩍 강찬을 보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의논하고 싶었습니다.”

그 사이 석강호가 네 잔의 음료수를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들은 이야기는 어떤 이유가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말아주세요. 혹시 불편하시면 지금 나가셔도 괜찮습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석강호와 김태진이 김형정을 보았다. 아무래도 정보조직에 몸담은 터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흠.”

김형정은 단번에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팀장님. 괜찮으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대신 오늘 호텔에 왔던 일만 비밀로 해주시면 됩니다.”

강찬은 김형정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전하지 않겠습니다.”

김형정이 굳은 표정으로 답을 했다.

무언가 결심한 듯 보였는데 내용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강찬은 김태진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허극과 양범의 일부터 다시 설명했다.

이어서 대사관에서 양범을 만난 일과 자비에가 죽었다는 말도 전했다.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진 카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러시아가 석유개발을 한국과 함께하기로 했다는 발표입니다. 국무총리와 비밀리에 진행했던 일인데, 국무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혀서 유감이다, 라고 발표할 수 있답니다.”

“언제든 부탁만 하면 가능합니까?”

김형정이 눈빛을 반짝이며 질문을 냈다.

“원장님께 직보하면 됩니다. 불편하시면 국무총리께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팀장님. 우선 끝까지 들으시죠.”

어쩌면 실수한 거구나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김형정을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음은 북한이 서해안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서해안과 비무장지대에서 도발을 감행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자세를 앞으로 하고 이야기를 듣던 김태진이 천천히 상체를 세웠다.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

“위민국이 북한의 특수팀을 끌고 들어온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목표는 대통령입니다.”

“위민국? 모가지 귀신이?”

“예. 저를 벼르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흠. 그놈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

“강찬 씨. 대통령의 암살 건은 이런 식으로 우리끼리 의논할 내용이 아닙니다!”

“팀장님.”

강찬은 우선 김형정을 가라앉히고 싶었다.

“지금 어설프게 굴면 다 망가집니다. 제가 지금 말한 내용이 한 마디라도 허하수에게 들어가면 돌이킬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

“강찬 씨. 전 실장님도 계시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원장님께 직보도 가능합니다.”

“원장님이 허하수와 정보를 교류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실 수 있나요?”

“예?”

그냥 툭 하고 나온 말이다.

김형정의 사명감을 이해하지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넋이 나간듯한 김형정의 표정을 보니 ‘그럴 수도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자!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일단 강찬의 말을 들어본 다음에 의논하자구. 그래서 자네 생각은 어떤 건데?”

김태진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저는 이번 기회에 허하수와 허상수,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인물들을 전부 정리하고 싶습니다.”

김태진은 깊은 한숨을, 김형정은 고갯짓을 보였다.

“방법은?”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러시아의 발표와 북한의 도발을 이용해서 말이지?”

“예. 대신 우리끼리 의논해서 결정하고 싶습니다. 발표나 도발이 있은 후에, 팀장님께 물어보더라도 정보를 얻지 못한 걸로 답변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허하수도 당황하게 됩니다.”

“모가지 귀신과 북한군 특수팀은?”

“대통령 경호실은 전 실장님이 계시고, 만약 우리 특수팀이 필요하다면 최성곤 장군을 직접 만나 도움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김태진이 왼손을 머리를 걸쳤다.

“흠. 그렇다면 전 실장님께는 이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는 게 맞을 거 같은데? 최성곤 장군은 군인이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명령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사람이거든.”

아차차!

군인이 명령 없이 병력을 움직일 거란 생각을 하다니.

강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의견이었다.

“강찬 씨. 이 일은 원장님까지는 아셔야 합니다.”

“아니요. 그건 아직 안 됩니다.”

“전 실장님은 인정하면서 왜 원장님은 안된다는 겁니까?”

“그분에게는 확신이 없습니다.”

김형정이 도움을 달라는 투로 시선을 돌렸으나 뜻밖에도 김태진은 엉뚱한 질문을 꺼내 들었다.

“일단 자네 계획을 듣고 싶은데?”

“다른 건 없습니다. 최대한 서둘러서 북한에 도발을 해달라고 할 겁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그렇게 되면 최소한 주말은 버는 거겠군. 다음은?”

“러시아에서 석유 개발 발표를 하게 하지요.”

“당장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겠는데? 자네 생각은 어때?”

“주말 변수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지금 대통령께서 사표 수리를 버티고 계시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지.”

말을 마친 김형정이 곧바로 강찬을 보았다.

“그렇지만 이건 정말 미봉책이 됩니다. 어쨌든 중국의 경제조치는 풀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건 주말에 우리가 생각해 내면 됩니다.”

김형정이 답답한 심정을 한숨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팀장님. 왜 이렇게 중국에 연연하세요?”

김형정은 강찬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왜 때리면 맞받아칠 생각을 안 하고 때린 놈이 마음 풀어주기를 기다리시는 건지 전 모르겠습니다. 중국과 거래에서 손해나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그만큼을 다른 나라에서 메워보죠?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

“강찬 씨. 올해 대중국 수출 금액이 벌써 900억 불을 넘어섰습니다. 상하이 한 곳만 해도 어지간한 나라 하나보다 교역 금액이 많습니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당장 20여 개국 이상의 나라와 교역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 중국에 맞춘 상품들을 다른 나라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정확히 알아들은 건 900억 불이라는 금액뿐이었다.

염병할, 많긴 더럽게 많다.

“중국과 교역을 끊으면 당장 부도업체가 속출하고, 연쇄적으로 실업자가 발생합니다.”

강찬은 입맛을 다셨다.

이런 싸움이 있는 건 생각도 못 했다.

어디 가서 1천억 불을 매년 빌려올 수도 없고.

빌려온다고 쳐도 갚을 방법도 없다.

이전의 삶에서는 돈가스 사 먹을 돈이 없더니, 지금은 1천억 불이 없다. 그것도 1년에 말이다.

“팀장님.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하고 판단해 주세요. 제가 허하수를 죽여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김형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증거도 없고, 잡히지도 않으면 뒷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중국이 다른 사람을 내세울 겁니다.”

“그놈도 죽여버리면요?”

“중국의 선택만 받을 수 있다면 계속해서 나설 겁니다. 지금은 그렇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붙어 있으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떵떵거리고 삽니다. 대대로 부와 권력을 누릴 기회라고 여겨서, 중국이 손을 뻗치는 동안은 끝없이 생겨날 겁니다.”

“바퀴벌레 새끼들도 아니고.”

강찬은 등받이에 기대고 자세를 풀었다.

음료수를 마셨는데도 속이 답답했다.

“창문 좀 열어라. 대표님. 담배 피워도 됩니까?”

“그럼. 걱정하지 말고 피워.”

석강호가 꺼낸 담배를 김태진을 제외한 셋이서 입에 물었다.

“후우!”

기분은 한결 풀렸다.

김형정도 그런 모양이었다.

“이거, 석유 개발권으로 돈을 빌려올 수 없나?”

“예?”

강찬이 혼잣말처럼 던진 질문에 김형정이 반응했다.

“팀장님이 그러셨잖아요. 석유 개발을 공동으로 하면 물가가 30% 정도 싸질 거라구요. 그 정도면 러시아와의 계약 건으로 어디 가서 돈을 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돈을 빌려서 어떻게 하실려구요?”

“당장 힘들어하는 회사 지원해 줘야죠. 그리고 우리도 버티는 거죠. 허하수 때려잡고, 중국 내 권력을 우리 편이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뭐 그러면 중국도 항복하지 않을까요?”

김형정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고 있을 때였다.

삐비비. 삐비비. 삐비비.

김형정의 품에서 날카로운 전화음이 울렸다.

“김형정입니다. 예. 예. 지금 같이 있습니다.”

김형정은 강찬을 힐끔 보고 다시 전화에 집중했다.

“끄흐흠.”

신음을 한숨으로 바꾸는 묘기를 김형정이 펼쳐냈다.

“예, 일단 전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형정이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셨다.

“무슨 일인데 그래? 강찬과 관련된 통화면 빨리 내용을 말해주는 게 예의인 것 같은데?”

김태진의 권유다.

그제야 김형정은 고개를 돌렸다.

“허하수 의장이 강찬 씨를 만나고 싶다고 했답니다. 사과를 하든, 안 하든, 강찬 씨를 데려오라고.”

“푸흐흐.”

석강호가 재미있다는 투로 웃었고, 김태진은 기가 막힌 얼굴이었다.

“그 새끼가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네. 그래, 부르는 이유가 뭐랍니까?”

“그건 저도 못 들었습니다.”

“개 매국노 새끼가 더럽게 지랄이네!”

강찬은 풀썩 웃음이 나왔다.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협조만 부탁한다고 들었지, 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흠! 아마 또 대통령 탄핵안을 들고 협박했거나 다른 경제조치를 취하겠다고 했겠지.”

김태진의 말을 끝으로 침묵이 돌았다.

강찬이 담배를 집을 때였다.

삐비비. 삐비비. 삐비비.

“예. 김형정입니다. 예. 아직 답을 못 들었습니다만, 강찬 씨는 안 갈 겁니다.”

상대가 뭐라고 하는지 김형정은 듣고만 있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김형정이 커다랗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 대한민국이 제대로 설 수 있을까?”

그러면서 한숨처럼 혼잣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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