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60화 (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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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어딜 빠져나가려고?

중국 대사관에 들어서기 직전에 김형정은 나직하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나라에 힘이 약하다고 사람도 약한 건 아니다.

비록 강찬에게 사과를 권유했지만, 국무총리를 물러나겠다고 결심한 고건우를 비롯해 자리를 걸고 인재를 지키겠다는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이 있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기백마저 밀리고 싶지는 않았다.

대사관의 입구에 들어서자 양복을 입은 사내가 김형정의 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중국 억양이 묻어난 한국말이었다.

“양판 씨를 찾아왔습니다.”

사내가 빠르게 김형정을 훑은 다음, “저를 따라오십시오.” 하고 몸을 돌렸다.

건물의 왼편으로 돌아간 사내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띠루룩.

문이 열리고 요원이 분명한 사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형정과 사내를 살폈다.

“양 사장님을 찾아오셨습니다.”

고개만 끄덕인 요원이 김형정에게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하고 몸을 비켜주었다.

지지 않는다.

왜? 무엇 때문에 중국 대사관을 가라고 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강찬을 대신해 사과를 할 수도 있다. 대신할 수 있다면 백 번, 천 번, 머리를 조아리겠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인재를 지키고자 하는 대통령과 다른 분들의 뜻을 받아서 숙이는 것이지, 김형정이 못나거나 부족해서 그러는 건 아닌 거다.

김형정은 나직하게 숨을 들이마시며 안으로 들어섰다.

몽골에서의 끔찍했던 고문이 떠올랐다.

강찬처럼 웃고 싶었다.

덤벼라. 얼마든지 상대해 주마.

안으로 들어서자 3m쯤 앞에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담력 약한 사람은 문을 들어서다 주저앉을 판이다.

김형정이 굳은 얼굴로 또다시 나타난 문 앞에 섰을 때였다.

띠루룩.

문이 열리더니 볼이 무척 좁아 보이는 남자가 김형정을 맞았다.

“강찬 씨의 연락을 받고 오셨지요?”

“맞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이 안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굴욕적인 사과를 할 수도 있고, 치욕적인 꼴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강찬을 대신할 수 있다면.

김형정이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날카로운 눈빛의 사내가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 뒤로 십여 명의 요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사내는 어딘가 낯이 있었다.

띠룩.

문을 닫은 사내가 김형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양범이라고 합니다.”

“김형정입니다.”

“소개하지요. 허극입니다.”

김형정은 그제야 소파에 앉은 사내가 어제 자료에서 확인한 허극임을 알았다. 머리 모양이 바뀌었고, 안경을 끼지 않은 데다, 빠르게 훑느라고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허극은 강찬 씨와의 약속을 어기고 한국정부에 비겁한 요구를 했습니다. 중국 정보국은 이점에 대해 한국정부와 강찬 씨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합니다. 그리고 그 죄를 물어 허극은……?”

양범이 날카롭게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허극의 뒤에 있던 요원이 빠르게 권총을 꺼내 허극의 뒤통수를 노렸다.

티잉!

움찔한 허극의 이마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피가 뿜어졌다.

콰다당!

허극은 이마로 소파의 테이블을 세차게 때리고는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놀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강찬 씨가 허극의 처형을 김형정 씨에게 확인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시신은 저희가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김형정이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시선을 돌린 앞에서 요원 둘이 능숙하게 허극의 몸뚱이를 비닐 주머니에 담고 있었다.

“나가시죠. 괜찮으시면 차를 한잔 대접하고 싶습니다. 담배는 하시나요?”

“예.”

“잘 됐습니다. 강찬 씨는 어쩐지 어렵더군요. 눈빛이 얼마나 강렬하던지.”

“강찬 씨를 만나셨습니까?”

띠루룩.

문을 열며 김형정을 안내하던 양범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김형정을 보며 웃었다.

“점심을 함께 먹었습니다. 이제부터 몇 가지 의논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싶은 중국의 선물이라고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세 개의 문을 거쳐 밖으로 나온 김형정은 멀쩡한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몽골에서 구출될 때도 이렇게 감격스럽진 않았었다.

인재를 지키고, 키워야 한다는 문재현의 말이 가슴에 사무치는 순간이었다.

“강찬 씨의 나이가 아직 스물이 안 됐다고 들었습니다.”

문을 나선 양범이 손을 뻗어 대사관 본관의 옆 건물을 가리켰다.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아마 피지도 못하고 졌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찬 씨의 능력을 알아보고 키워낸 한국 정부와 국가정보원의 판단에 존경을 표합니다.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양범이 가리킨 곳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채광이 들어오는 중국풍의 거실이 있었다.

그의 손짓에 직원이 빠르게 차와 차 주전자, 그리고 재떨이와 담배를 올려주었다.

“저희가 준비한 선물은…….”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해도 되는 건가?

“죄송하게도 저는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양범이 사람 좋은 미소를 담은 채로 김형정을 보았다.

“괜찮습니다. 다만, 빠르게 답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저희도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김형정은 알겠다고 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직급도 안 물어보고 이런 말을 했지?

대사관의 입구까지 배웅나온 양범의 손을 맞잡으며 김형정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강찬 씨가 정말 신뢰하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악수를 마친 김형정이 걸음을 옮기자 대기하던 차가 빠르게 그 앞에 섰다.

철컥!

“내곡동으로, 최대한 서둘러.”

말을 마친 김형정은 빠르게 전화기를 꺼냈다.

뭐가 뭔지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강찬이 보고 싶었다.

***

허하수는 불안함을 감추려는 것처럼 머리를 쓸었다.

주먹도 쥐어보고, 애꿎은 전화기도 보았다.

그러나 입을 슬쩍 닦으며 나직한 한숨을 내쉬어도, 기다리던 연락은 아직 없었다.

“크흠.”

신음처럼 숨을 또 내쉬었다.

믿는다. 믿어야 한다.

중국은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대국은 쉽게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허하수가 또다시 한숨을 내쉴 때였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가 협탁에 올려놓았던 전화기가 나직하게 울렸다.

“여보세요?”

[“연락이 왔습니다. 강찬이 사과를 못 한다고 버텼답니다. 약속대로 움직이시라는 답입니다. 다만 일정을 조금 조정했으면 싶다는 말씀입니다.”]

“일정을?”

[“이번에 의장님께 완벽하게 힘을 실어주시겠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허허. 허허허. 뭘 그렇게까지 하시지?”

[“중국이 의장님의 능력을 크게 인정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쓸데없는 소릴! 이럴 때일수록 낮추는 자세가 필요한 거야. 마음을 써 주실 때 교만하지 않은 것, 그런 마음가짐이 중하지. 그래, 내부 움직임은 어떤가?”

[“원장이 급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 특수팀 팀장이 중국 대사관으로 직접 호출된 것 같은데 아직 정확하게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흠! 그렇다면 대국이 진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구먼. 알았다. 괜찮으니까 변동사항이 생기면 언제고 알려줄 수 있도록 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허하수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셨다.

***

“각하. 이번만큼은 승인하셔야 합니다.”

“못 합니다.”

“각하!”

황기현이 전에 없이 강경하게 문재현을 불렀다.

문재현, 황기현, 고건우, 그리고 김형정이 앉아 있었다.

“이건 공작정치입니다. 함정을 파놓고 그리로 밀어 넣은 다음에 죄를 묻는 겁니다. 원장. 중국이 만든 함정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빠져버리면 국민들의 자긍심은 어쩔 생각입니까? 다른 나라가 우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이건 안 되는 일입니다.”

단호한 문재현의 말에 황기현의 고개가 떨어졌다.

“기회인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만들어준 함정에 허하수 의장을 밀어 넣을 수는 없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정권의 유지보다 더 중한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황기현은 어쩔 수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김형정을 보았다.

“강찬 학생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지금 남산 호텔에 있습니다.”

김형정이 빠르게 답을 했다.

***

석강호가 기다리는 것을 깨달은 강찬은 대사관을 나와 곧바로 호텔로 향했다. 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함께 차라도 마시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었다.

호텔로 향하면서 김형정에게 짤막하게 움직임을 알려주었는데 길게 통화하기는 어려운 눈치였다.

로비 라운지에 들어서서 차를 주문했는데 커피보다 빨리 주철범이 나타났다.

몇 마디 안부를 물어보고 주철범을 돌려보낸 강찬은 커피를 마시며 대사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뭐요? 그럼 허극이 뒈져버렸다는 거요?”

“그렇지 않겠냐? 팀장님까지 보냈는데 거기서 살려줍시다, 할 것도 아니고.”

“허! 이상한 새끼들이네?”

“나도 좀 그렇다.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뭔가 있는데 정작 내가 모르는 느낌. 라노크 대사가 후견인을 자처하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잘 된 거 아니오?”

“당장은 그렇지.”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걱정거리가 사라진 것은 맞다.

“그럼 더 생각하지 맙시다. 대장 손에 죽은 거보다 백번 낫소.”

말을 마친 석강호가 서운하다는 표정을 만들어냈다.

“아무렴 내가 대장 마음을 짐작 못 할 줄 알았소? 눈빛에 콱 쓰여 있더구만 뭘 그러쇼?”

“표시 나던?”

“경축, 허극 사망, 이렇게 적혀 있었소.”

석강호의 능청에 둘이서 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위기가 왔다가 그냥 훅하고 스쳐 지나간 느낌이었다.

“우리 여행이나 다녀옵시다.”

그럴 수 있을까?

강찬이 석강호의 제안을 곰곰이 생각할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어딜 헛된 생각을 하냐는 것처럼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강찬 씨. 김형정입니다. 지금 시간 좀 괜찮으십니까?”]

“예. 특별한 일은 없어요.”

[“그럼 삼성동에서 뵐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호출이다.”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아예 출근하는 느낌이오.”

“빨리 정리해야지. 번거롭다.”

주차장으로 나와 차를 탔고, 바로 출발했다.

“라노크 대사가 후견인을 해준다는 건 대장보고 정보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라는 거 아니오?”

“그렇겠지. 그런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강해지겠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는데 이게 정부 일과 엇물리니까 목표를 좀 더 정확하게 잡아야 할 것 같거든. 분명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일이 진행되는 것도 있는 것 같고.”

석강호가 입을 내민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쯧! 깊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식대로 하자. 허극이고 지랄이고, 앞에서 거치적거리면 모가지를 돌려주는 거지, 고개 숙이란다고 그럴 것도 아니잖냐?”

“푸흐흐흐.”

차가 기분 좋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동에 도착했고, 바로 올라갔다.

문을 열어주는 김형정은 무거운 얼굴이었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뜻밖에도 전대극과 황기현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서 와.”

“반갑습니다, 강찬 씨.”

분위기가 뻑뻑했다.

인사를 나눈 강찬과 석강호가 자리에 앉자, 김형정이 음료가 담긴 커다란 잔을 들고 왔다.

“고생했다.”

“제가 한 게 아니라 그냥 라노크 대사와 양범이 이미 결정해 놓고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네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지.”

이런 건 참 대꾸하기 애매하다.

강찬은 그냥 입을 다물고 김형정이 권하는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강찬 씨. 중국 대사관에서 허극의 사망을 확인한 뒤에 양범 씨에게서 별도의 제안을 받은 것이 있었습니다.”

김형정이 평소와는 다르게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중국은 허극을 정리하면서 자국 내에서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인사들을 숙청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허하수 의장에게 강찬 씨가 사과를 거부했다는 거짓 정보를 전한 상태입니다.”

전대극과 황기현은 이미 알고 있을 이야기인데도 김형정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중국의 계획은 간단합니다. 허하수가 우리나라의 군사기밀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밀도 미국에 넘기고 있다고 판단해서, 이번 기회에 허하수 의장과 그 측근을 일망타진하자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자국에서 허하수 의장과 내통하던 인물들을 숙청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지도를 펼쳐놓고 작전을 짜는 게 아니라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강찬은 묵묵하게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거부하셨습니다.”

강찬은 픽 하고 웃었다가 얼른 표정을 바꿨다.

“왜?”

전대극은 강찬의 웃음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거절할만하다고 생각해서요. 중국의 뜻대로 하는 거라서 저 같아도 싫다고 할 것 같은데요?”

황기현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고는 강찬을 향해 입을 열었다.

“대통령께서 거절하신 이유는 좀 다릅니다만 아무튼 결과는 같습니다.”

이럴 땐 기다리는 게 맞다.

“강찬 씨. 국가정보원은 이 기회에 실제로 우리나라의 군사기밀을 빼돌리는 인물들을 일망타진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관계를 깨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강찬 씨가 중국과 정보를 담당하는 창구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합니다.”

“좀 막연해서 그런데 정확하게 제가 했으면 하는 일이 뭔가요?”

“허하수가 군사기밀을 빼돌렸다는 것을 당장 발표하기는 어렵습니다. 증거도 희박하고, 또 반대세력들이 공작정치를 한 거라고 우겨대면 국민들은 그쪽의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라고 해도 국회의장이 우리나라의 군사기밀을 팔았다는 것을 믿기는 어렵습니다.”

“증거를 찾아주었으면 하시는 건가요?”

“그것보다는 중국에서 먼저 숙청을 단행하고 그쪽에서 허하수와 관련된 증거를 발표해 주었으면 합니다.”

당장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일단 라노크 대사와 의논해 보고, 빠른 시간 안에 답을 만들어 볼게요.”

“그래 준다면 저희도 안심입니다. 우선 대통령님의 거부 의사를 양범 씨에게는 전달했습니다. 강찬 씨.”

황기현이 다짐하는 것처럼 강찬을 불렀다.

“유라시아철도가 이루어지면 경제를 바탕으로 국가별 힘의 균형이 바뀝니다. 중국은 벌써 다음 세대를 위해 세대교체를 단행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부정과 부패를 척결한다기보다는 권력을 재편하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부정과 부패를 없애고자 합니다. 어려운 때에 강찬 씨가 나타났고, 철도를 연결하게 되었습니다. 이 희망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좀 더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왕 발을 디뎠고, 라노크가 후견이이 되어 준다고 한 데다, 강해지기로 한 참이다. 이런 일을 통해서 알지 못하던 곳에서 움직이는 일들을 배워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나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황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것을 김형정이 배웅했다.

“앉자.”

“몸은 좀 어떠세요?”

“그렇게 궁금하면 전화를 한번 주던가! 내내 잊고 있다가 얼굴 마주하니까 생각나?”

이 양반은 툴툴대도 싫지가 않았다.

“목소리 보니까 다 나으셨네요.”

“이건 타고 난 거야.”

전대극이 손을 뻗어 음료를 마셨다.

“최성곤이 툭하면 전화해서 네 안부 물어본다. 넌 이상하게 어려워. 가끔 지내다가 시간 날 때 전화도 해주고 그래.”

최성곤에게 전화를? 그것도 안부를 물어보려고?

생각만 해도 고개가 저어지는 일이었다.

강찬이 최성곤을 떠올렸을 때 김형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팀장님. 허하수는 증거만 있으면 되나요?”

“예?”

“그러니까 허하수가 군사기밀을 넘기려던 증거를 우리나라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터트리면 나머지는 해결하실 수 있는지 궁금해서요.”

“가능할 겁니다.”

김형정이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그냥 여쭤본 거예요. 이래저래 궁금해서요.”

“중국이나 미국, 일본에서 그런 발표가 나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노크가 자비에를 어떻게 했을까?

이렇게 되면 석강호가 말했던 여행은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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