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58화 (15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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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강해질 거다.

최종일과 함께 새벽 운동을 마친 강찬은 평소와 같이 아침을 먹고, 강대경과 유혜숙을 배웅했다.

“피곤이 좀 풀렸니?”

“그런 것 같아요.”

강대경이 강찬의 눈을 들여다보고는 나직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 다녀오마.”

“아들,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두 사람이 출근하고 나서 강찬은 소파에 앉아 보도방송을 잠시 보았다.

문득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웃음도 나왔다. 지금껏 강찬이 겪었던 일의 절반은 보도도 되지 않았고, 보도가 된 것들도 사실과는 다른 면이 많았다.

띠루룩.

TV의 전원을 끈 강찬은 물끄러미 거실 창밖을 보았다.

휴식이다.

모처럼 하루는 이렇게 집에서…….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염병! 그럼 그렇지!

부지런히 살라는 하늘의 가르침처럼 벨이 울렸다.

몸을 일으켜 방에 들어가서 보았을 때 라노크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대사님. 강찬입니다.”

[“강찬 씨. 휴식을 방해한 건 아닙니까?”]

이 양반이 내가 보이나?

아닌 줄 알지만 자연스럽게 방안을 둘러보았다.

[“내일 오후 2시에 남산호텔에서 쉬커를 만날 예정입니다. 시간 어떻습니까?”]

“시간은 괜찮습니다. 호텔로 바로 가면 될까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만날 놈이다.

파주에서의 테러, 골프장, 발표회장, 그리고 허하수와 군사정보를 주고받은 주범을 만나게 되는 거다.

이왕 전화를 받은 참이다.

강찬은 먼저 세실에게 전화를 걸어 건물 인수 사실을 알려주었다.

[“워낙 큰 금액이라 지점장이 직접 챙길 거야. 자금은 언제고 쓸 수 있으니까 미쉘에게 물어봐서 필요한 날에 출금전표 가지고 방문할게. 그런데 차니, 대단하다. 이제 천억대 건물 주인인 거야.”]

“그냥 그렇게 됐다. 아무튼, 일정 꼬이지 않게 부탁해.”

[“지점 최고의 VIP인데 그럴 리가 있어? 걱정하지 마.”]

통화를 끝낸 강찬은 이어서 석강호의 번호를 찾았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런데 통화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전화가 먼저 울렸다.

이놈도 더럽게 심심한 거다.

“여보세요?”

[“뭐하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커피나 마시러 가자.”

[“푸흐흐흐. 얼른 나오쇼.”]

강찬은 평소처럼 양복에 셔츠를 입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앞에서 석강호를 만나 당연하게 미사리로 향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테이블을 막 꺼내놓던 직원이 반가운 기색으로 두 사람을 맞았고, 잠시 후에 주문한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가을이요.”

먹을 게 아니어서 아쉽다는 탄식처럼 들렸다.

“어제 건물 사기로 했다. 계약금과 중도금 넣으면 한 달 뒤에 입주할 수 있다더라.”

“오! 잘 됐소.”

“김 팀장님 건물처럼 지하 주차장 한 층을 우리만 쓰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도 하나 바로 쓰게 해달라고 했고. 봐서 원하는 만큼 수리해서 운동시설하고 방 몇 개 만들자.”

석강호도 만족한 표정이었다.

“바닥이 몇 평이나 돼요?”

“뭐?”

석강호가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땅이 몇 평인지? 건물이 몇 평인지도 모르고 산다고 한 거요? 얼마 주는데요?”

“920억이라던데?”

“몇 층인데요?”

“17층.”

“어후! 굉장히 큰 건물이네.”

어쩐지 석강호가 또 질문을 할 것 같아서 강찬은 서둘러 화제를 바꿨다.

“내일 라노크 대사와 중국 대사관에서 봤던 놈 있잖냐? 쉬커? 그 새끼 만나기로 했다.”

“둘이서 가도 괜찮겠소?”

“대사관 소속 요원들도 있고, 남산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뭔 일 있겠냐?”

석강호가 메기처럼 주둥이를 내밀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날도 보니까 대장이 문 안 잡고 있었으면 다른 생각을 했을 거 같던데? 내가 종일이랑 1층에 있겠소.”

석강호도 어차피 심심할 거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약속시간을 알려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 다음,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고 커피나 한잔 더 마시기로 했을 때, 김형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강찬 씨. 김형정입니다.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석강호랑 같이 미사리에 나와 있는데요. 사무실로 갈까요?”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바로 출발할게요.”

갈 곳이 생긴 것을 반가워하는 석강호와 함께 강찬은 삼성동으로 향했다.

앞쪽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자 김형정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그래도 전보다 훨씬 움직이기 편한 것처럼 보였다.

“점심은요?”

“짬뽕 먹었습니다.”

석강호가 아쉬운 표정으로 탁자에 앉았고, 김형정이 직접 차를 가져다주었다.

“강찬 씨. 혹시 라노크 대사와 만나기로 하셨습니까?”

“예. 내일 오후 2시에 쉬커라는 사람을 만나러 같이 가자고 하던데요?”

“우리식 이름으로는 허극이라고 부릅니다. 중국 국가정보국 소속 서열 3위의 인물입니다.”

커피잔을 잡은 강찬이 ‘허극’이란 이름을 되새길 때였다.

“부끄럽게도 국가정보원은 허극이 우리나라에 입국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닐 거다.

강찬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김형정을 바라보았다.

“국가정보원에서는 중국이 라노크 대사와 한국정부에 이원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원적인 태도요?”

“그렇습니다. 라노크 대사에게는 머리를 숙이고, 그의 요구를 들어주겠지만, 한편에서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뭔가 갑갑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이야기여서 강찬은 담배를 집어 입에 물었다. 담배는 신기한 게 옆 사람이 피우면 꼭 같이 손이 간다. 결국, 셋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허극이 그 정도를 결정할 위치가 되나요?”

“주석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입니다.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의 능력은 있습니다.”

강찬은 입맛이 썼다.

어쩐지 606 대원들을 보고 지랄을 떨더라니.

“제가 괜히 606을 보내달라고 해서 일이 커진 거네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어찌 됐건 허극이 우리나라에 몰래 들어와 있었던 게 밝혀졌기 때문에 중국도 망신을 산 꼴입니다. 다만, 우리가 힘이 약해서…….”

김형정이 볼을 씰룩한 다음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번 일에 미국이 개입하려는 것을 무시했습니다. 만약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고 경제적인 조치를 취하면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철도를 설립할 때까지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건 뭐, 가진 게 부족해서 부잣집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집 아이를 때려버린 꼴이다.

이렇게 된 거라면 허극을 죽여버릴까?

강찬은 담배를 꾹꾹 눌러서 껐다.

“팀장님. 제가 도움이 될 일이 있나요?”

김형정은 강찬을 보며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허극에게 사과하거나 뭐 그런 건가요?”

김형정은 먼저 한숨을 내쉰 후에, 입을 열었다.

“라노크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관계를 좋게 만들어달라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강찬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프랑스로 특수팀이 향하던 날, 오산까지 와서 쇼를 해대고, 중국 대사관에 606 파견을 승인한 다음에, 이제 와서 관계를 좋게 하라고?

여자랑 맺는 관계도 아니고, 남자끼리 관계를 좋게 만들 일이 뭐가 있겠나? 한 마디로 ‘그날은 미안했다, 기분 풀어라.’ 하고 말하는 것 말고는 없는 거다.

“제가 사과하면 끝나는 건가요?”

“총리님이 사퇴하는 선에서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지금 말씀 드리는 것도 원장님과 총리님만 알고 있는 일입니다. 대통령님께 말씀드리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실 겁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대통령님은 강찬 씨가 우리나라를 빛내줄 인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꺾지 말고, 남에게 내주지 말고, 지켜야 할 인재. 그래서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지키고 키워야 할 인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개가 갸웃하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고작 사과만 하면 끝나는 일이다. 그런데 꽃도 아닌 강찬을 누가 꺾고, 누구에게 내준단 말인가.

강찬의 의아한 시선을 김형정이 똑바로 보았다.

“강찬 씨가 사과를 안 할 경우, 허하수 의장은 국가정보원장의 교체, 혹은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에 제출, 둘 중의 하나를 취할 것이라고 뜻을 전해왔습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중국이 경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미국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과 주한 미군의 철수를 감행하면…, 탄핵안은 통과됩니다.”

기가 막혀서 고개가 까닥거리는 웃음이 나왔다.

남의 땅에 들어와 멋대로 총질하고, 미사일 쏘고, 심지어 프랑스 대사를 납치했다가 그게 막혔다고 대통령을 바꾸겠다는 거다.

“원장님이 교체되면요?”

“국가정보원 원장이 교체되면 우리는 더 이상 강찬 씨를 지금처럼 지켜드리지 못합니다. 프랑스로 국적을 바꾸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김형정이 두 번째로 말을 잇지 못했다.

강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말을 전하는 사람이 바로 국가정보원의 팀장이다.

“팀장님. 정말 몰라서 그런데요, 정말 제 사과가 대통령의 탄핵이나 국가정보원장의 교체만큼이나 중요한 겁니까?”

“정보 세계에서 갖는 강찬 씨의 의미를 이용하려는 거겠지요. 러시아를 누르고, 프랑스와 손잡지만, 한국은 중국에 대항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걸 겁니다. 거기에 허하수는 이 기회에 살아나고, 중국은 한국의 국회의장을 심복으로 부리게 됩니다.”

“허극하고 허하수를 죽여버리면요?”

“강찬 씨! 그건 안 됩니다.”

김형정은 진심으로 말리는 얼굴이었다.

하기야 그러고 나면 중국이 정말 지랄을 떨어대는 꼴을 봐야 하는 거다.

“정보국의 세계와 정치세계는 확실히 다릅니다. 마치 낮이 있고, 밤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허하수가 없어져도 제2, 제3의 허하수가 또 나타납니다. 아직은 그 줄을 잡고 싶어하는 인물이 적지 않습니다.”

강찬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세상 참!

고등어가 사과하면 국무총리가 물러나는 것으로 끝나고, 사과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국정원장의 교체나 대통령의 탄핵인 거다.

“이걸 라노크 대사와 의논해도 됩니까?”

“중국은 라노크의 말을 따르는 척할 겁니다. 그리고 기습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그만이죠. 미국이 중국과 함께 움직일 거라는 정보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른 말씀은 없으신 거죠?”

“미안합니다, 강찬 씨.”

강찬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었다.

“원래는 원장님께서 직접 오실 계획이었는데 제가 그러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뭐, 말하는 사람이 바뀐다고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일단 가볼게요.”

김형정이 아무 말도 못 하고 문까지 나와서 강찬을 배웅했다.

입맛이 썼다.

“바로 들어갈 거요?”

“여기는 그렇고, 사거리 커피 전문점으로 가자.”

석강호와 차를 타고 움직였다.

“그것참! 대장의 사과 한마디에 상황이 바뀌는 걸 보면 그새 엄청 중요한 인물이 되긴 된 모양이오.”

그런 말을 듣고서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강찬은 대꾸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새끼들, 웃기네! 남의 나라에서 지랄을 떨어놓고 이제 와서 경제 조치가 어쩌니저쩌니하면서 사과하란 거 아뇨?”

이제야 석강호가 사람처럼 보였다.

“허하수 이 개 매국노 같은 새끼!”

“말은 바로 하자. 매국노 같은 새끼가 아니라 그냥 매국노다.”

“그렇소!”

하여간 아무리 중요한 문제와 마주쳐도 석강호가 옆에 있으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어쩔 거요?”

“글쎄다.”

“미국은 왜 지랄인 거요?”

강찬은 피식 웃으면서 답을 했다.

“자비에를 두들겨 잡았잖냐. 그 새끼 때문에 화가 난 거겠지.”

“병신들! 에이, 개새끼들!”

석강호가 앞을 노려보며 욕을 뱉었다.

“대장! 그냥 확 프랑스로 가 버리쇼! 그리고 이 짓 꾸민 새끼들 다 죽여버리쇼.”

강찬은 힐끔 석강호를 보았다.

“가라앉혀. 지금까지 우리가 싸우던 방식이 아니어서 그렇지,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우리가 언제 이길 싸움만 나선 적 있냐?”

“하긴 그렇소.”

에이, 단순한 새끼!

몇 마디 나누고 창밖을 보는 사이에 사거리 커피 전문점에 도착했다.

석강호가 주문대로 움직인 사이, 강찬은 테라스에 앉았다.

염병할!

라노크에게 의논하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 같기도 한데, 문제는 그때는 고개 숙이고, 바로 돌아서 경제조치를 취하는 거다.

분명 사과와 보상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나라에 힘이 있어야 가능한 거란 말인 거다. 그럼 베푸는 척 라노크가 말한 STB는 뭐고, 러시아에 양보하라는 건 또 뭔가?

강찬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석강호가 레몬차를 두 잔 가지고 나타났다.

“뭐냐?”

“커피는 많이 마셨고, 기분 지랄 같을 땐 달달한 게 최고요.”

강찬은 풀썩 웃고 레몬차를 한 모금 마셨다.

더럽게 시고, 지랄 같이 달았다.

“후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허극과 허삼수를 죽여버릴까?

생각만으로도 속은 후련하다만, 그렇게 하면 김형정이 염려하는 일들이 모조리 터진다.

중국의 경제조치, 그리고 허하수의 동생, 허상수가 나설 거다.

거기에 살인자로 낙인 찍힐 거고.

허극 보다 개처럼 놈에게 꼬리 치는 허하수가 더 미웠다. 그러고 보니 성씨도 같았다.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쇼?”

“허극, 허하수, 성씨가 같거든? 그런데 허 씨 중에 분명 신경 거슬린 새끼가 하나 더 있었는데?”

“난 허은실밖에 모르겠소.”

강찬은 인상을 찌푸리며 석강호를 보았다.

금방 생각날 것 같았는데 하필이면 허은실이란 이름을 대는 바람에 떠오르던 이름이 확 달아나고 말았다.

“분명 있었는데? 쯧! 어떤 새끼지?”

“중요한 거요?”

질문을 듣고 보니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닌 것 같았다.

“후우!”

속이 답답했다.

이런 일을 부탁하는 김형정의 속도 편치는 않았을 거다. 문재현과 강찬을 지키기 위해 사직을 결심한 고건우, 이런 일을 지시해야 하는 황기현도 다를 바 없을 거고.

웃기는 일이다.

정작 나라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중국의 억압에 울분을 삼키는데, 테러에 도움 주고, 군사기밀 팔아먹는 놈은 큰소리를 친다!

소위 국회를 대표한다는 새끼가……?

“아!”

강찬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생각났다! 허창선! 국가정보원 공항분실장! 그 새끼 이름이 허창선이다.”

석강호가 강찬을 빤히 보았다.

그게 뭐?

석강호의 표정이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그런가? 아무 일도 아닌가?

“그 새끼, 잘난 척하다가 나 때문에 물 먹었거든. 어쩐지 허하수나 허상수하고 한통속인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다고 해도 공항분실장이 무슨 힘이 있겠소?”

“그렇지?”

석강호의 말을 들으며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때였다.

미쉘이 전화를 걸어 허은실의 연락처를 물어보았다.

얼추 2학년 수업이 끝났을 시간이다.

강찬은 차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응, 소연아. 잘 지냈어?”

[“네. 선배님은요? 어쩐 일이세요?”]

여자들은 꼭 질문을 붙여서 한다.

순서대로 답을 해도 이상하고, 하나만 하면 멍청해 보이게 말이다.

“미안한데 내가 문자로 전화번호 보내줄 테니까 은실이한테 전화하라고 해. 학교 축제 의논하라고.”

[“선배님! 축제 도와주시는 거예요?”]

“미영이가 부탁하던데?”

[“와아!”]

뜬금없는 감탄이었다.

그렇게 몇 마디를 더 나눈 뒤에 전화를 끊은 강찬은 차소연의 전화기로 미쉘의 번호를 보내주었다.

엉뚱한 일만 우선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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