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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그게 현명하겠군요.
차가 출발하자 강찬은 간략하게 오전부터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오후 한 시다.
라노크는 전화를 꺼내서 가장 먼저 바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실리, 라노크다.”
강찬을 향해 눈 끝으로 미소를 보인 라노크가 몇 차례 답을 한 다음, “병력 철수는 동의한다. 나중에 따로 연락하겠다.”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바로 통화버튼을 또 눌렀다.
“라노크다. 이번에 출발한 모든 병력을 복귀시켜라. 루드비히에게는 내가 고맙다는 뜻과 함께 내일 중으로 연락하겠다고 전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라노크가 강찬을 빠르게 보았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연락해서 STB를 공식으로 신청한다. 승인이 떨어지면 내게 따로 보고하도록.”
전화를 끊은 라노크가 고개를 돌려 최종일의 승용차와 606대원들이 나누어 탄 승합차를 짧게 보았다.
“STB는 본국 정보총국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정보 요원의 안전을 상호 보장하는 제도를 지칭하는 은어입니다.”
강찬은 고개만 끄덕였다.
“하하하.”
라노크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최근에 구렁이가 너무 자주 웃는다.
“중국이 지난 5년, 일본은 지난 10년간 꾸준하게 정보총국에 STB를 신청하고 있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본국의 정보총국이 관리하는 위성을 공동으로 사용할 권한을 갖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사님.”
뭔가 좋은 것 같지만, 당장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일이었다.
“정말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을 강찬 씨 혼자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 맞습니까?”
“예. 딱히 도움을 청할 곳은 없었습니다.”
라노크가 입술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중국 대사관에 한국의 특수팀을 파견하겠다고 한 것도 강찬 씨구요?”
“국가정보원에서 승인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렇군요.”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일 때 석강호가 프랑스 대사관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와라락!
요원들이 나와서 아예 차를 빙 둘러섰다.
“강찬 씨. 차 한잔 할 시간은 있지요?”
당연한 말이다.
강찬이 내렸을 때는 최종일의 차와 606 대원을 실은 승합차 두 대가 주차장에 들어서 있었다.
“최종일. 여기서 대기하고, 대원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배치하는 게 좋겠다.”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리는 강찬을 라노크가 묵묵히 기다렸다가 함께 대사관으로 올라갔다.
요원들이 앞뒤로 가득한 상태에서 2층 복도를 지나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빠빠스(papa)!”
불편한 걸음임에도 안느가 빠르게 달려와 라노크에게 안겼다. 안느의 머리를 쓰다듬은 라노크가 그녀의 머리에 키스해주었다.
“안느.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할 수 있겠지?”
안느가 라노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강찬을 보았다.
“차니!”
강찬은 안기는 안느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라파엘. 무슈 강과 차와 시가도 즐길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대사님.”
“참! 라파엘.”
“예, 대사님.”
몸을 돌리던 라파엘이 빠르게 라노크를 보았을 때였다.
“오늘 고생 많았다. 잘해 줬어.”
“모두 무슈 강 덕분입니다.”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라파엘이 빠르게 방을 나섰다.
탁자에 앉은 라노크가 케이스에서 시가를 꺼냈고, 강찬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찰칵.
강찬은 이제야 라노크를 구출했다는 것이 실감 났다.
“강찬 씨. 이번에 러시아에 하기로 했던 요구를 줄였으면 합니다. 바실리가 공헌한 부분에 대한 예의지요. 대신 모자란 부분은 프랑스가 메우겠습니다.”
“대사님께서 무사히 오신 걸로 만족합니다. 유라시아철도를 연결해 주신 것에 대해서도 전 아직 해드린 것이 없습니다.”
말을 마쳤을 때 라파엘이 차 주전자를 가져와 두 사람에게 따라주었다. 안느와 석강호가 뒤편에 따로 앉아 어색한 얼굴로 차를 마셨다.
“보상은 철저하게 받아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약속이 잡히는 대로 나와 함께 쉬커를 만나주었으면 합니다.”
***
한 시간가량 라노크와 이야기를 나눈 강찬은 무기를 반납하고 대사관을 나왔다. 물론 자비에에 관한 처리도 라노크에게 일임했다.
오후 2시 30분쯤이었다.
고작 반나절이 마치 일주일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대사관의 요청으로 606 대원들이 건물 안쪽을 별도로 경호하기로 해서, 석강호와 강찬, 그리고 최종일 일행만 대사관을 빠져나왔다.
“밥 먹읍시다.”
“그러자. 애들도 배고플 거고. 팀장님한테 전화를 해주는 게 좋겠지?”
강찬은 전화기를 들어 김형정의 번호를 눌렀다.
[“강찬 씨! 김형정입니다.”]
갈수록 대답이 빨라지더니 지금은 아예 관등성명을 대는 것처럼 들렸다.
“지금 대사관에서 나왔습니다.”
[“이제 어디로 향할 예정입니까?”]
“밥 먹으려고요. 석강호랑 최종일, 전부 점심을 걸렀거든요.”]
김형정의 맥빠진 웃음소리가 먼저 들렸다.
“팀장님도 점심 못 드셨어요?”
[“원장님부터 국가정보원 차장급은 전부 못 먹었을 겁니다.”]
지금은 재미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어디서 드실 겁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강찬은 석강호를 보고 “어디서 먹을래?” 하고 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삼성동 사무실 앞에 고깃집으로 갑시다.”
강찬은 전화기에 대고 사무실 앞쪽의 고깃집을 설명했다.
[“아! 아는 곳입니다. 바로 그리로 가 있지요.”]
“팀장님. 저희 한 30분은 걸려요.”
[“그렇군요. 그럼 시간에 맞춰 가지요.”]
전화를 끊은 강찬은 창문을 반쯤 내렸다.
“지겨워서 죽는 줄 알았소. 이건 뭐 전화는 긴박하게 오가는 것 같은데, 뭐라고 하는 건지 알아들어야 장단이라도 맞추지. 프랑스어를 배우든가.”
“별거 없었다.”
강찬은 창에 팔을 걸쳤다.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와 강찬의 얼굴을 스치고 뒤로 날아갔다.
길은 그리 막히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선 시간이 오후 3시쯤이었고, 손님은 김형정 한 명뿐이었다.
“천천히 나오시라니까요.”
강찬과 석강호가 김형정과 한 상에 앉았고, 그 옆으로 최종일 일행이 자리했다. 간단하게 먹고 싶었는데 석강호가 덜컥 갈비 10인분을 주문해서 꼼짝없이 또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맥주도 몇 병 시켜서 김형정을 제외하고 잔을 채웠다.
“팀장님,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오늘 고생들 많았어.”
틱. 틱.
“캬하!”
석강호가 밑반찬을 입에 가져갈 때였다.
“프랑스 정보총국에서 STB를 요청해왔습니다.”
“예. 저랑 같이 움직일 때 지시하던데요?”
“후우.”
김형정이 뜻을 알 수 없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예 초긴장 상태입니다.”
“오늘 일의 뒷수습이 어려운 건가요?”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리신 일이긴 하지만,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보면 맞습니다. 중국과 미국에 정면으로 맞선 꼴이라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겁니다.”
맥주를 따르던 석강호가 김형정을 힐끔 보았다.
“운전할 거잖아. 그것만 마셔.”
“알았소.”
강찬에게는 중국과 미국보다 석강호가 음주운전 하는 게 더 큰 문제로 보였다.
“강찬 씨. 라노크 대사가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뭐, 보상은 확실히 받아야 한다는 것하고, 러시아에서 받기로 한 것은 이번 도움이 있어서 양보를 했으면 한다, 대신 프랑스에서 모자란 부분은 보충해 주겠다, 이 정도였어요.”
“하아!”
김형정의 한숨이 끝날 때 고기가 나왔다.
먹을 수 있을 때 먹는 게 최고다.
석강호는 태연하게, 최종일 일행은 우직하게 식사를 했고, 강찬과 김형정은 적당히 먹었다.
“아우! 살 것 같다.”
저렇게 처먹으면 강찬은 죽었을 거다.
“커피 한잔 하실까요?”
강찬도 바라던 제안이라, 곧바로 김형정 사무실 앞의 커피전문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테이블로 나눠 앉았고, 당연히 강찬과 석강호, 김형정이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강찬 씨. 대통령께서는 거의 도박을 한 것과 같습니다.”
커피가 나오자 김형정이 상황을 설명했다.
“프랑스에 특수팀을 파견한 것은 몰라도 이번에 중국 대사관에 병력을 투입한 건 자칫 중국에 커다란 꼬투리를 잡힌 것과 같으니까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건가요?”
“이건 그때그때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빠르게 의사를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 혹시 결정할 일이 있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마시고 언제고 연락 부탁합니다.”
“그렇게 하죠.”
“후우. 그럼 러시아의 유전 개발은 아무래도 어렵다고 보는 게 맞겠죠?”
“글쎄요? 라노크 대사가 어느 정도는 양보해야 한다고 했으니까 어렵지 않을까요?”
김형정이 아쉬운 얼굴로 잔을 들었다.
몇 가지 상황에 대해서 더 들었을 때 전화가 울렸고, 김형정은 자리를 떴다.
이제야 정말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아후! 피곤하다!”
몇 번이고 느낀 일이지만, 이렇게 진이 빠지는 싸움보다는 차라리 총을 들고 싸우는 게 백번 낫다.
“우리 사우나나 한판 할까요?”
“그럴래?”
지난번에 갔던 곳이라면 푹 쉴 수 있겠다.
“어? 그러고 보니까 대장 눈빛이 풀렸소.”
“그래?”
“햐! 거 신기하네. 심장이 두근거리면 부모님이나 나한테 일이 있는 거고, 눈빛이 번들거리면 라노크 대사고!”
“쓸데없는 소리말고 사우나나 가자.”
“그럽시다.”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종일 일행과 사우나로 향했다.
“한 명은 남아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강찬이 우겨도 최종일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가장 후배인 이두희가 차에 남고 나머지 넷이 사우나로 올라갔다.
뜨거운 물, 습식 사우나, 기계 마사지, 그리고 뜨끈한 굴에 들어가 누워 있는 일.
강찬은 강대경, 유혜숙과 꼭 오고 싶었다.
피로가 땀을 통해 쭉 빠져나갔다고 생각될 때였다.
“저녁 안 먹을 거요?”
석강호의 말에 잠이 확 깨고 말았다.
“천천히 먹을 거면 애들하고 계란이나 먹고 오겠소.”
분명 최종일도 싫을 거다.
하지만 강찬의 예상과 달리 최종일과 우희승이 히죽거리며 석강호를 따라 나섰다.
무서운 새끼들.
***
“다녀왔습니다.”
“일찍 왔네? 저녁은?”
“많이 먹었어요. 어머닌요?”
“아빠랑 집에서 먹었어.”
강찬은 유혜숙과 강대경에게 인사한 후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얼른 와라. 드라마 시작한다.”
“아! 오늘 드라마 하는 날이었죠?”
“이거 점점 재밌다. 회사 직원들도 다들 재밌다고 하고.”
“엄마 친구들도 좋아해.”
셋이 앉아서 드라마를 함께 보았다.
강찬은 행복을 배우고 있다고 느꼈다.
***
다음날 오전에 미쉘과 통화를 했고, 10시쯤 만나서 건물을 살펴보았다. 새로 지은 건물로, 외부는 말끔한데 내부는 뼈대만 있었다.
대로변이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이게 몇 층인 거야?”
“17층.”
생각보다 너무 크다. 하지만 미쉘이 골랐다면 이보다 좋은 걸 찾기도 어려울 거다.
“이번 주 내로 결정하고 대금을 지불하면 엘리베이터와 지하층의 구조를 바꿀 수 있대. 다행히 지하 주차장을 여유 있게 해 놓아서 규정에 어긋나지도 않을 거야.”
“괜찮다. 얼마나 달래?”
“그게, 최근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서 대략 920억은 줘야 할 것 같아.”
“그거면 공사가 다 끝난 상태에서 넘어오는 거야?”
“응, 차니.”
강찬은 건물을 천천히 훑어 보았다.
그냥 건물이다. 새로 지은.
“미쉘. 난 이런 거 잘 몰라. 내가 원하는 조건을 이 건물이 채워줄 수 있는지를 계산해보고 미쉘이 결정해라.”
“후우. 강남을 벗어나면 몇 개 있기는 한데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은 이게 최고야.”
곤란한 눈치였으나 미쉘의 답은 분명했다.
“그래. 그럼 결정하자. 세실에게 전화할 테니까 필요한 만큼 찾아서 지불해.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냐?”
“한 달 조금 넘게 걸린다고 들었어, 차니. 정말 이렇게 쉽게 결정하는 거야?”
“내가 알아본다고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지도 않다.”
너무 싱겁게 결정돼서 그런지 미쉘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건물과 관련해서 미쉘이 전화를 한 후에 둘이 방배동으로 향했다.
전에 들렀던 작은 프랑스 레스토랑에 들어선 다음, 주문을 마치고 우선 와인을 따랐다.
“참, 미쉘. 내가 다니던 학교에 축제가 있나 본데, 요즘은 그것도 경쟁이 된단다. 그걸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축제? 고등학교?”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 축제라면 몰라도 고등학교는 잘 모르겠어.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줘 봐, 차니?”
“학교끼리 경쟁도 한다던데? 옆 학교는 뭐 아버지가 기획사 대표라 연예인이 온다고 난리고.”
미쉘이 고개를 갸웃했다.
“차니. 축제 담당하는 학생을 내가 만나봐도 돼?”
“시간이 되냐?”
미쉘이 파란 눈과 입을 동시에 움직여 보기 좋게 웃었다.
“대표님이 다니는 학교잖아? 드라마 제작사 대표인데 이왕 할 거라면 멋지게 해야지.”
“애들 하는 거다. 적당히 해라.”
미쉘이 잔을 들다가 풀썩 웃음을 터트렸다.
“이럴 때 보면 차니는 정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같아. 어쩜 그럴 수 있는 거지?”
쨍.
잔을 부딪치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미쉘이 의뭉스러운 눈초리로 강찬을 보았다.
“왜?”
“혹시 축제 준비하는 학생이 병원에서 봤던 그 예쁘장하게 생긴 학생이야?”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허은실? 응, 그러네. 지난번에 옷 골라준 애. 잘못 짚었다. 내가 좋아하는 애는 김미영이야. 이번에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다.”
“흐음!”
미쉘이 의도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프랑스 년들은 이런 한숨으로 뜻을 잘 표현한다.
“전에는 망설이더니 지금은 자신 있는 눈빛이네?”
미쉘의 말이 끝났을 때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차니.”
포크에 새우를 올려놓은 미쉘이 차분한 음성으로 강찬을 불렀다.
“아직 둘이 안 자 봤지?”
프랑스 년들은 참 심오하다.
어쩌면 저런 질문을 하면서 새우를 맛있게 먹을 수가 있는 거지?
“알지? 프랑스? 결혼해도 애인 하나쯤은 이해하고, 애인과 놀 때 쓸 용돈을 주고받는 부부도 있다는 거.”
“난 그렇게 못 한다.”
미쉘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때쯤 메인 요리가 나와서 포크와 나이프를 바꿔 들었다. 이후로는 드라마 제작, 반응, 은소연과 그 외 연기자들에 대한 출연 요청, 화보, CF 요청 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학교 문제는 그 여학생을 소개시켜 줘.”
“번호를 모르니까 내가 걔한테 미쉘 전화번호를 줄게.”
“오케이, 차니. 우리 자리 옮길까?”
미쉘이 뒤편에 있는 작은 바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마당에 운치 있는 파라솔이 있는 집.
강찬은 자리를 옮겨 커피를 주문했고, 미쉘과 함께 담배를 피웠다.
“건물은 더 이상 신경 안 쓴다. 필요한 공간을 정해서 디아이도 그쪽으로 옮겼으면 좋겠고.”
“차니 건물이 있는데 굳이 임대료 낼 게 뭐 있어? 아직 한 달이란 시간이 있으니까 충분히 빠질 거야. 그쪽이 제법 수요가 있거든.”
이런 답에는 더 붙일 말이 없다.
강찬은 의자에 등을 붙인 자세로 편안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스위스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분명 같은 하늘일 텐데 말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강찬은 하늘을 보며 피식 웃었다.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
“얼마나 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꼭 필요한 질문이기도 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만큼.”
“차니가 원하는 게 뭔데?”
이것도 정해야 하나?
강찬은 물끄러미 미쉘을 보았다.
마치 하늘이 강찬에게 묻는 느낌이었다.